미러볼 아래서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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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속마음을 마음껏 터놓을 수 있었으며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소중했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이제부터 그 존재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혼자서 감당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겁이 나고 막막할때 강진아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미러볼 아래서」를 읽어보면 환한 빛을 향해 캄캄한 어둠 속이지만 한 발씩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제가 ‘고양이를 찾습니다‘인 이유는 바로 곽아엽이라는 인물이 선배가 사장인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것도 모자라 내 모든 것이었던 까만고양이 ‘치니‘가 실종되었기 때문이죠.
이제 백수인 그녀는 거금(?) 30만원을 주고 사라진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고양이탐정에게 의뢰를 하지만 골든타임인 3일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었고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아엽과 비슷한 사연이 있던 캣맘을 통해 ‘치니‘가 스스로 가출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들던 한편 부당하지만 해고를 당했기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등록한 강좌에서 강사이지만 어딘가 전문성이 부족한 병선을 만나 오히려 병선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초반부터 아엽이 어떠한 배역을 맡아 연기하듯이 늘어나던 거짓말들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생때 같은 반 아이들에게 ××아파트 101동 301호에 산다고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정말이지 거짓말할때는 몰랐었는 데 현장학습을 갔다 오는 길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하마터면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며 해당 아파트가 보이자 아파트에 들어가는 척하며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났어요. 당연히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들켜버려 ‘이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생각해보면 특별한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봅니다.
또 꿈에서 갑작스럽게 사람의 형태로 등장한 ‘치니‘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다며(중성화수술을 했음에도) 돌아갈 수 없다고 하자 ‘치니‘를 찾던 현실 속에서 죽어가는 조그마한 고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으나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뒷산에 있는 공원에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는 모습에서 저 역시 죽어가던 작은 고양이에게 그저 바라보는 것말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결국 죽어버린 고양이를 작은 화단에 묻은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의 소중했던 치니를 결코 잊지 않고 간직하며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는 아엽의 모습을 저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강진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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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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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33번째로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읽을 때마다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 김희선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머나먼 미래의 지구 다음의 행성인 화성에서 바게트 빵을 끌어 안은 채로 발견된 프랑스 국적을 가진 연구원 알랭 살해사건을 과학수사요원 최가 사건 현장과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지만 사실 이 것은 SF 영화 「배틀 온 마스」의 한 장면이고 그 것을 농촌마을 극동리에서 촬영을 진행 중이지요.
그런데 극동리에 살고 있던 한 노인이 농약을 마시고 전동 드릴을 교통 신호 제어기에 매달아 그 것을 작동시키고 작동 중인 전동 드릴을 매달아 놓은 교통 신호 제어기를 향해 돌진하는 그야말로 어느 영화에서 연출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행동을 보여주며 이 이야기가 결코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한편 일확천금을 꿈꾸는 심마니 두 명이 산에 올랐다가 귀한 약재인 줄 알고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형상이 사람의 손이라서 놀란 와중에 자율방범대 대장이자 극동리 마을 이장이기도 한 오구식이 불쑥 다가오며 이야기가 스릴있게 진행이 되어 읽는 내내 손에 끈적끈적하게 이물감이 들어 책장을 넘기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미 「라면의 황제」,「무한한 책」, 「골든 에이지」,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로 김희선작가님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경험하였기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 데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무언가 위험한 것‘이 읽고 있는 저에게로 이미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벌써 제게 스며들어 버린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둥글게 「돌고 돌아 제자리」인 표지그림이 선택될 수 밖에 없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를 다 읽고 나면 이미 ‘무언가 위험한 것‘이 읽은 독자에게 오고 난 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충분히 한 것같아서 여기까지만 해야겠습니다.
김희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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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정화 지음, 최환욱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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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첫 책으로는 최정화작가님의 짧은 소설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입니다.
제목과 같은 단편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만,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저도 앞서 100자평 남겨주신 분처럼 첫번째로 실린 (17번 테이블)을 인상 깊게 읽었는 데 제가 남편이라면...... 잘 가늠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포비아)의 수지처럼 5년이나 물이 어쩌고하는 타령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책의 표지가 실린 (세 번의 겨울)과 (잔루이지 보누치라는 남자)에는 최정화라는 작가와 대학원 선후배인 임우현작가, 그리고 채민우작가가 등장하는 데 저는 성격이 다소 이상한 임우현작가가 임현작가님을 잔루이지 보누치가 닮고자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채민우작가는 최민우작가님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던 데 허구이겠지요?
또한 영우의 방학숙제를 방해하려는 느낌을 주는 실직한 남편의 바나나실험이 인상깊은 (실험군)과 별안간 자신의 스웨터를 입은 채로 화단에서 죽은 남자가 나오는 (스웨터), 마지막에 실린 코에 생긴 붉은 자국 때문에 ‘술 한잔 했습니까‘라는 말을 연이어 들어야했던 사람이 나오는 (술 한잔 했습니까)까지 단편보다 짧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최정화작가님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묻어나서 읽으면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작가님이 직접 삽화를 그리지 못하셔서 조금은 아쉽지만 ‘눈이 없는‘ 최환욱작가님의 삽화또한 제 마음을 사로잡아서 또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집니다.
최정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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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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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출간되는 소설 Q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으로는 조해진작가님의 「완벽한 생애」입니다.
PD가 되고 싶었으나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메인작가로 일을 열심히 하였으나 그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제주도로 도망쳐버린 윤주, 홍콩에서 우연히 만난 은철을 다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영등포에 있는 윤주의 집에 잠시동안 들어가게 되는 시징, 자신만의 신념과 윤리가 뒤흔들리는 경험을 한 후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며 제주도에서 만난 보경언니와 생활하다 지쳐버려있던 차에 윤주를 끌어들인 미정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도 역시 답답하고 지긋지긋했던 집에서 도망쳐나왔으나 그런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꽃잎이 휘날리는 밝고 창창한 미래가 아니라 암흑같은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설의 제목처럼 ‘완벽한 생애‘를 살아가고 싶었는 데 아직도 과거 속을 헤매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과거가 아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요?
저는 시징이 은철을 만났던 홍콩은 커녕 윤주의 방이 있었던 서울의 영등포도 미정이 이주하여 생활하던 제주도도 제 의지로 가본 적이 없는 데 어디론가로 떠날 수 있다면......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부산도 제가 어렸을 적과 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고 달라지겠지만 지금 이렇게 「완벽한 생애」의 리뷰를 쓰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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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26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주 신간 목록에서 발견한 책인데 반가운 리뷰에요. ^^
 
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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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인상적이었으며 촉망받는 작가님들이 참여했던 오늘의 젊은작가 32번째로는 「사랑의 이해」로 원두로 내린 커피처럼 깊은 사랑에 대해 제게 알려주신 이혁진작가님의 「관리자들」입니다.
저는 지금 제 앞가림을 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혼자 하고 있어서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엮여있는 일들에 대해 선길처럼 겉돌며 거리감을 느끼고 있고 느꼈으며 적응이 잘 안되서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일들도 있었습니다.
「관리자들」은 공사현장에 일하는 인부들과 전문적인 일을 하시는 기사, 그리고 그들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반장, 소장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데 현경이라는 굴착기 기사(정말이지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름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공사현장에서 주로 남성들이 하는 굴착기기사일을 하는 데 슬픔에 잠겨있는 선길의 아내를 안아줄때부터 약간 흠칫했는 데 후반부에 가서 정확하게 성별이 나올 때 많이 놀랬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정해진 성별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가 열심히 일했는 데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을 했기에 사고를 당한 선길의 죽음을 오히려 욕보이고 정당화하려는 회사의 소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침묵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올랐어요.
이러한 풍경들이 소설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세상 곳곳에 침투하여 스며들고 있다는 것 또한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마지막 현경의 선택을 눈으로 읽으며 통쾌했고 큰 타격이 없을지라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공감하고 잘 알겠어요.
좋은 글귀들이 많았지만 이 공간에 하나하나 나열하기가 어려워 꼭 읽어보시라고만 말하고 싶습니다.
이혁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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