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번 포스팅에 연이어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힘으로 만드는 24가지 규칙(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24가지 규칙)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마지막 24번째 규칙의 말처럼 모든 규칙을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두가지라도 실행에 옮겨보면서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17. 누구에게 당신의 일을 넘겨줄 수 있을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의무와 책임을 넘겨주는 연습을 하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실수를 할 기회를 주어라. 당신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18. 하루의 일부를 반복되는 일로 채워라. 반복되는 일상은 내적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19. 가끔씩은 아주 가벼운 사람이 되어라. 유쾌한 웃음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날려버려라.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의 왕이 된다.

20. 당신이 ‘성공지향형 인간‘이라면 가끔씩은 아무런 의도가 없는 행동을 해보라. 의미있는 행동만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행동을 기꺼이 허용하라.

21. 항상 외부와 연락이 닿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사람들은 가끔씩 휴대폰을 꺼두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여긴다. 휴대폰은 가끔씩만 켜놓는 것이 가장 좋다.

22. 자신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어라. 시간을 내어 휴가와 연애, 취미활동을 하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투자하라.

23.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지켜라. 마지막으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빈둥거렸던 날이 언제인가?

24. 모든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도 이 24가지 규칙 중에서 하루에 몇 개밖에 지키지 못한다.

건강을 해친 대가로, 온갖 상처를 견딘 대가로 얻은 성공과 성취는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삶은 안정과 평정, 균형을 갖춘 삶이다.

휴식, 만족, 행복은 성공한 뒤에 얻는 부산물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건강을 도모한 사람만이 성공의 길을 걷는 이유는, 성공은 절대 ‘희생‘위에 세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마음챙김, 즉 마인드풀니스 mindfulness의 대가들이다.

"여러분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포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포기를 하면 모든 것이 그것으로 끝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 번 꿈을 포기한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꾸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꿈꾸기를 포기한 사람은 살아있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삶은 해변과 같다. 험난한 파도가 끝없이 출렁인다. 어려운 문제와 역경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따라서 답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답을 찾는다고 해서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어려움을 ‘통과‘하면 충분하다. 어려움을 잘 견디는 법을 배우면 된다. 잘 견디기만 하면 어려움은 저절로 물러간다."

"강해지려면 외부로부터의 타격이 필요하다."

번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비를 도와주기 위해 번데기의 틈을 벌려주면, 나비는 죽고 만다. 이 투쟁은 나비에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번데기를 빠져나오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날개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견디고 싸우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삶의 법칙이다.

"누군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그를 결코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역경과 고난은 당신의 성공을 돕는 최고의 코치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당신이 그럴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성공의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코스를 멋지게 활강해 내려오는 스키선수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의 출중한 활강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높고 아슬아슬한 곳에서 만난 ‘두려움‘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고난을 통과하지 못한 실력은 눈부시게 빛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두려움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실력이 위력을 발휘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실력을, 안목을, 통찰을 갖게 된다. 다만 성공하려면 ‘누구보다 빨리‘ 실력과 안목과 통찰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두려움을 경쟁자보다 빨리 떨쳐내면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견딘다는 것은 두려움에게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어려움은 곧 두려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답이 아니라 통과해내면 충분하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려고 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삶에 큰 어려움이 닥쳐올 때는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생각하라. 당신의 장점과 강점에 집중하라. 사람들이 당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축하해주었던 일들을 떠올려라. 그것들이 당신이 전쟁에서 활용할 탁월한 무기들이다. 걱정과 불안은 당신의 적이 보내온 척후병일 뿐이다. 척후병은 발견되는 대로 제거하면 그뿐이다."

당신의 무기를 믿지 못하면 당신은 백전백패한다. 척후병 앞에서도 벌벌 떨면 큰 싸움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인도의 한 시인이 말했듯 ‘인생은 하나의 여인숙‘ 일지도 모른다. 그 여인숙에 어떤 손님을 들이고 어떤 손님을 떠나보낼지는 오롯이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가는 길 위에는 당신의 목표를 먼저 이룬 누군가가 존재한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울의 스토리를 훤하게 꿰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확률이 높은 유형의 사람이다. 그 인물의 크고 작은 인터뷰들의 토씨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그에게서 직접 조언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당신이 당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1호로 기록될 것이 아니라면, 1호에게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쉽다. 그의 숱한 실패와 실수와 시행착오가 축적해놓은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당신 스스로 깨우쳐갈 수 있다면, 당신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2호가 될 것이다."

창의력은 누구나 원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성공에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종종 사람들은 창의력에 집착하다가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바퀴를 새로 발명하려고 하지 마라. 그보다는 효율성이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찾아라."

창의성은 1호가 닦아놓은 길 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적절하게 폭발해주면 충분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새로운 도전에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난관들을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바로 이 때 1호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어진 통찰들이 필요해진다. 우리가 현자와 위너들의 조언을 구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 또한 당신보다 먼저 성공한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을 얻기 위함이지 않은가.

"기본기를 탄탄히 익혀야 한다. 드리볼과 슈팅을 모르는데 어떻게 골을 넣겠는가? 드리볼과 슈팅을 익히려면 그걸 선수 시절에 가장 잘했던 코치에게서 배워야 한다."

기본기를 쌓는 과정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알파벳을 모르면서 유창한 영어회화를 구사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목표다. 현대 철학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고대 희랍 철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쓰여진 고전들을 탐독하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그 고전들이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도 아니다.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된 경전들을 고통스럽게 읽어내지 않으면, 뛰어난 2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뚜렷하고 탄탄한 ‘처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뭔가 일이 엉킨 실타래처럼 몹시 꼬이고 혼란스러울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기부터 다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처음‘이 없는 사람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점검해야 할 기본기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은 인류가 낳은 위대한 1호 천재들의 몫이다. 우리는 2호만 되면 충분하다. 충분한 노력과 인내와 시간을 들여 기본기를 쌓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창의력의 정의일 것이다.

타인의 조언과 가르침은 어떤 일의 ‘처음‘에 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1호들이 구축해놓은 시스템들 중 어떤 것들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데 먼저 시간을 써야 한다.

타인에게 배움과 조언을 구할 때는 당신의 지식과 견해를 앞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만 일의 전체를 조망하면서 의미 있는 개선과 수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은 장인을 만든다. 그리고 폐인도 만든다. 무엇을 연습하든 그것은 하나의 습관이 된다. 뭔가 잘못된 것을 연습하면 잘못된 습관이 형성된다. 올바른 것을 연습해야 올바른 습관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마라. 타인의 경험을 돈을 주고 사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시간을 지불한다. 부자들은 돈을 지불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를 고용할수록 당신의 ‘처음‘과 기본기는 탄탄해지고 누구보다 빠른 시간 내에 골을 넣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 이어서 나오는 이종산 작가님의 ‘두 친구‘라는 작품이다. 예은과 지원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두 사람은 한동안 따로 연락없이 지내다가 제주도에 사는 지원이 예은을 자기 집에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엔 그냥저냥 평범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읽다보니 뭔가 스산한(?)느낌마저 들 정도다. 심지어 어떤 장면에서는 뒤통수가 오싹해졌다.

이 단편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메시지가 느껴졌는데,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때만이 진정 하나가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작가가 생각한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한편으로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 상대방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돕는 것이 뒤늦게 돕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높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나온 이 단편 소설을 읽고 독자인 나의 느낌대로 끄적이긴 했지만, 실상은 나도 여기 나온 ‘예은‘이라는 인물처럼 행동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때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작가님이 이 작품에 등장시켰던 ‘작은 짐승‘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독자들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 혹은 남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마음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아마 이것은 이 소설을 쓴 작가님의 생각과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뒤에서는 혹은 속마음으로는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사람들의 특성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내 안의 ‘작은 짐승‘ 이라는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을 법한 감정인듯하다. 인간이라는 게 무슨 성인군자나 득도한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 친구‘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님의 프로필이 나오는데 이 소설이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추론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쓰셨던 작품들이 주로 호러, 미스터리 같은 것들 위주였던 분이시라 그랬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소설 장르 쪽을 일부러 찾아보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간만에 Axt를 통해 접하면서 이 쪽 분야도 나름의 매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오싹함이 다시금 생각난다.
.
.
.
‘두 친구‘ 다음에는 소설가 송섬 님의 ‘무제‘라는 작품이 나온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기념일‘이었는데 수록된 작품을 읽다보니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념일과는 그 성격이 약간은 다른 느낌의 날이었다.

주인공은 일기를 쓰는 오랜 습관이 있는데, 뭐 거창하게 다이어리에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은 아니고 달력에 자신의 스케줄과 해당 날짜에 있었던 일을 적어두는 정도로 매일 기록을 남기는 정도의 일기다. 근데 특이한 점은 1년 중 하루(여기서는 3월 13일)가 꼭 비어있어서 왜 그런가 봤더니 12일날 자고 14일날 깨어나는 아주 독특한 패턴이 주인공에게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주인공은 ‘병원이라도 한 번 가봐야하나‘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아는 지인의 지인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한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주인공 자신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마다 정말 남들은 생각조차도 하기 힘든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고민없는 사람은 없다는 나 스스로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냥 크게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잠깐 고민이 들 수는 있을지언정 그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좀 더 집중하는게 올바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소설가 송섬 님의 ‘무제‘ 다음에는 문학평론가 황예인 님의 책 리뷰가 2개 나온다. 하나는 윤고은 작가님의 《불타는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라디오 체조》다.

첫 번째 책인 《불타는 작품》은 리뷰해주신 평론가님의 말처럼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요즘 트렌드가 명확한 결론보다는 약간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책인《라디오 체조》는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가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쯤 읽어보고픈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는 컨셉이 뭔가 후련함을 전해준다고나 할까. 캐릭터가 독특한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뻔하거나 상식적이기 보다는 예측불가의 캐릭터인 이라부가 어떤 인물일지 평론가님의 리뷰 너머에 있는 실제 책의 본문 내용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리뷰였다.

연락이 끊어졌을 즈음, 지원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혼자 있는 걸 힘들어했고, 항상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지원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콕 짚어 말하기가 어려웠다. - P124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지원은 밝고 천진난만했다. 어느 자리든 지원이 오면 분위기가 밝아지고는 했다. 사람들은 지원을 좋아했다. 예은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 지원이 부러웠다. 가끔은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면을 가지고 있는 지원이 정말 좋기도 했다. 예은이 의기소침해질 때면 지원은 항상 밝게 응원하며 힘을 북돋아주었다. - P125

그런 관계가 뒤집힌 것도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지원은 점차 어두워졌다. 몇 년 전부터는 사람도 잘 만나지 않는 것 같았다. 지원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일단 아무 일이나 해봐. 그래야 적성을 찾지." 예은은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위로나 응원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125

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까?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생활하는 것부터 그만둬야지. 당장 돈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작은 짐승은 신나서 맞장구쳤다. 그치! 맞는 얘기야. 재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해, 한가하니까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자꾸안 좋은 생각이나 하는 거야. 그러면서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악순환이지.‘ - P125

무슨 일이든 해보라고 하면 지원은 수업료가 비싼 클래스를 새로 등록했다. 요가필라테스, 발레, 수영, 글쓰기 수업, 인문학 강좌, 연기 교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베이킹도 그중 하나였다. ‘차라리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지‘ 예은은 그런 말을 꾹 삼키고는 했다. 몇 번 넌지시 얘기한 적도 있었지만, 지원은 엄두가 안 난다고만 말할뿐이었다. 예은은 그런 지원이 답답했다. 나중에는 위로나 응원도 점차 하지 않게 되었다. - P125

예은은 피곤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 끝마쳐야 할 일들이 있어 며칠 동안 무리하게 일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지금 담당하고 있는 작가의 원고 교정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메일을 보낸 뒤에 오후 3시쯤 출판사 사무실에서 나왔다. 공항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수속하고 대기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비행기는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되었다. 5시 반쯤 겨우겨우 비행기를 타고 나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지원을 만나 먹을 것을 산다고 여기저기를 한참 돌아다녔다. - P126

이제는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다. 체력이 거의 바닥났다. 하지만 예은 역시 배가 부르기도 했고, 지원의 가게가 보고 싶기도 했다. 잠깐 산책하는 정도야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게도 이 동네에 있다고 하지 않나. 어차피 자정까지 할 일도 없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 P126

예은도 오늘 코트를 입었다. 한 달 전쯤에 백화점에서 산 캐시미어 울 코트였다.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몇 번 입지는 못했다. 출근할 때 입고 갈까 하다가도 결국 손이 가는 것은 작년부터 닳도록 입은 패딩 점퍼였다. 그러나 요즘 매일 입는 그 점퍼는 여행에서 입기에는 궁색해 보였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지원을 만나는 것인데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 P127

예은은 지원이 건네준 자신의 코트를 걸치고 말했다. 새삼 좋은 코트를 사놓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이 나는 카멜색 코트가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지원이 입은 패딩 점퍼는 수수해 보였다. 그래도 아마 좋은 브랜드일 것이다. 지원은 예전부더 비싸고 좋은 옷만 입었다. 예은이 대학 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던 돈은 물론이고, 취직해서 매달 받는 월급으로도 사기 어려운 가격의 옷들이었다. 지원은 그런 옷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 입었다. - P127

자신의 월급으로는 살 수 없는 값비싼 옷을 입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을 하는 지원을 보고 있으면 예은은 하품이 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짜증이 치밀고는 했다. "집에만 있어서 그래. 자꾸 나와서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그래야지." 그런 식으로 가시 돋친 충고를 던질 때도 있었다. 그런 일이 늘면서 지원도 예은에게 더는 우울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지원이 자기만의 세계에 더 깊게 빠지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 P127

지원에게는 정리 강박 같은 것이 있었다. 상태가 불안정해질수록 강박도 심해졌다. 종종 지원의 집에 놀러가보면 집 안은 먼지 한 톨 없이 사방이 반짝거렸다. 그러고 보니 지금 지원이 사는 집에 있는 방들이 그렇게 깨끗한 것도 그리 신기한 일 같지 않았다. 지원은 매일 그 집을 쓸고 닦고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가 될 때까지. - P128

"나는 나무가 그 여자의 소원을 들어준 거라고 생각해. 아주 외로운 여자였을 거야. 그 여자"
지원이 나무를 만졌다. 친밀하게 사랑하는 것을 쓰다듬는 것처럼 예은은 뒤로 물러났다. 그 나무보다 지원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지원은 얼마간 나무를 만지며 미소 짓다가 손을 뗐다. 그리고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 P129

"이게 내 가게야."
지원이 손을 펼쳐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그것은 폐가였다. 오래 방치된 빈집 같았다. 빈집을 둘러싸고 있었을 담은 무너져 있었고, 집에 얹힌 초가지붕은 흘러내리듯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문짝은 아예 떨어져나가 마당에서 뒹굴었다. 집 뒤쪽 벽은 부수다 만 것인지 뻥 뚫려 있는 듯했다. 집 주변에 불빛이 없어서 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 P129

지원은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예은의 팔짱을 꼈다. 그 행동은 친밀했다. 그러나 예은은 약간 숨이 막혔다. 여기 와서 조금씩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는 확실해졌다. 지원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입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여기서 혼자 지내면서 상태가 더 악화된 것이겠지. 예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지원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 P130

예은은 사람에게는 어떤 ‘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강하지 않다. 마음이 약해지면 사람의 정신에는 분열이 생긴다. 분열이 생긴 틈으로 온갖 것이 흘러들어온다. 주로 악하고 어두운 것들이 환각이나 환청이 생길 수도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보고 들리게 된다. 그러다 정신이 아예 산산조각 나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선을 넘어가면 사람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다. 그 세상은 외롭고 무서운 곳이다. - P130

예은은 지금껏 살면서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이 위태로울 정도로 약해지는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랬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남에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저 혼자 끌어안고서 그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선을 넘지 않고 이 세상에 남으려 힘껏 버텼다. - P131

지원이 우울한 목소리로 밤에 전화를 걸어와 몇 시간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어주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지원과 있으면 함께 파도에 삼켜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은은 우울과 불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자신을 선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1년 전에 지원은 그 파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파도가 지원을 휩쓸고 가버렸다. 지원은 선 너머의 세계로 가버린 것이다. - P131

예은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됐다. 지원과 화해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 순진하게 느껴졌다. - P131

케이크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어설프게 쌓아올린 스펀지 시트들은 한쪽으로 무너지듯 기울었고, 그 실패의 무더기에 하얀 크림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어린아이가 케이크 재료로 장난을 쳐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케이크 위에는 새빨간 크림으로 열한 글자가 레터링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예은 생일 축하해‘ - P132

지원은 그렇게 물으며 예은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 깊은 시선을 예은은 견딜 수가 없었다. 지원의 눈빛과 시선이 예은의 안에 있는 작은 짐승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속이 간질거렸다. 몸까지 가려운 듯했다. - P133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기억은 많은 일을 잘못 기억한다. - P135

예은에게 지원은 지나간 옛 친구가 아니었다. 비록 지금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예은은 아직 지원을 놓지 못했다. - P135

‘아무래도 이번에 같이 서울로 올라가는 게 좋겠어. 내일 잘 설득해봐야지?‘
예은은 뒤척이며 생각했다.
"소용없을 걸? 쟤는 이미 망가졌어. 낫기 어려울 거야."
작은 짐승이 불쑥 나타나 말했다. 작은 짐승은 눈앞에 있었다. 언제 밖으로 나온거야?‘ 예은은 눈앞의 작은 짐승에게 반박했다.
"아니야. 나아질 거야 꾸준히 치료받으면 돼." - P135

"이제 와서 위하는 척하기는 예전에 좀 잘하지 그랬어. 재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냉정하게 외면했잖아. 네가 조금만 신경썼어도 저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것이 작은 짐승의 레퍼토리였다. 작은 짐승은 몸을 도사리고 있다가 한 번씩 불쑥 나타나 그렇게 비난을 퍼부었다. 혼자 있는 깊은 밤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을 때, 기쁘거나 슬픈 순간에. - P136

예은은 거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짐승은 집요하게 거울을 들이댔다. 거울에 또 다른 기억들이 지나갔다. 거절했던 순간들. 차가운 얼굴, 냉정한 말, 받지 않은 전화들 예은은 팔로 얼굴을 가리고 쥐어짜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나도 힘들었어. 나도 내 인생이 있잖아. 내 인생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고. 내가 그 애의 짐까지 짊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 자기 짐은 자기가 감당해야지. 그렇지 않아?" 작은 짐승이 히죽 웃는다. 작은 짐승의 얼굴이 광대처럼 바뀌었다. 하얀 눈물을 달고 빨간 입으로 활짝 웃고 있는 피에로. - P137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눈을 감으면 지원이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볼 것 같았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예은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P137

방 안을 떠돌던 검은 그림자가 예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작은 짐승은 펄쩍 뛰쳐나가 눈앞에 있는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두 친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친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예은은 자신이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지도 몰랐던 그것을. 아마 지원도 그럴 것이다. - P139

"내일은 네가 가고 싶은 곳 다 가자. 케이크 가게도 다시 가보고 싶어. 아까는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는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안 봐도 알지. 분명 멋질 거야."
두 친구 중 하나가 말했다. - P139

일기를 쓰는 대신 달력의 빈칸에 하루 일과를 간략히 메모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날짜 옆에는 일어난 시간과 잠든 시간을 적고, 그날의 날씨를 간략한 기호로 표시한다. 굳이 날씨를 기록하는 것은 부족한 기억력을 보충하기 위한 요령이다. 일정과 일기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색 볼펜을 사용한다. 일어날 일은 검정펜 이미 일어난 일은 파란 펜.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 P141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 P143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있잖아요." - P152

숫자로 따지면 겨우 1년 중 하루 365분의 1이다. 퍼센티지로는 0.27%.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높지만 폐암에 걸릴 확률보다는 낮다. 아무튼 그리 큰 손실은 아니다. - P155

0.27%일 뿐이야-나는 최면술사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숫자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빈 달력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1년 중 겨우 하루를 잃어버렸을 뿐인데 그 외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미세한 구멍이 난 모래주머니가 된 것처럼. - P155

나의 하루하루는 무빙워크 위를 걷는 것처럼 비슷한 모양으로 흘러간다. 계절에 따라 배경은 계속 바뀌지만 발밑은 평탄하고 편안하며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여유를 부리기엔 약간 빠른 속도로. - P156

결국 그것이 나의 인생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한 지점에서 태어나 쉼 없이 걷다가 다른 지점에서 죽는 것. 엄마도 아빠도 이렇게 살았고 언니도, 오빠도, 친구들도 모두 엇비슷하게 살고 있다. 어쩌다 당근 농사꾼이 된 한 명만 제외하면, 아무튼 나는 지금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계속 무빙워크 위를 걷고 싶다. - P156

꽤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빨대가 꽂힌 유리잔은 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메뉴는 아이스 카페모카 (처럼 보였다). - P157

"사람들은 남의 사연을 들을 땐 즉각 스마트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당황한 나머지 당연한 것도 떠올리지 못하거든요." - P158

"전 되도록 남의 손은 빌리고 싶지 않았어요." - P161

"지나치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엔 남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생활 습관을 바꾸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러 가는 대신 가끔 지각하는 걸 택했어요. 내 앞으로 떨어진 일만 적당히 해치우고 매일 제시간에 퇴근했습니다. 짬을 내어 운동도 했고요. 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더군요." - P162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 P162

"누군가 사고가 뻗어나가는 일을 막고 있다. 이렇게 느껴본 적 없습니까?" - P163

"이렇게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요." - P163

"몇 날 며칠을 깊이 고민한 결과 저는 이런 가능성 하나를 떠올렸어요. 이건 우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저쪽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 P163

"우리의 삶이 두 쪽으로 나뉜 겁니다. 남자는 손날로 자신의 얼굴을 반으로 갈라보였다. "이쪽의 전 1년 중 364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 하루, 매년 8월 15일엔 저쪽의 제가 눈을 뜨지요. 침대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가서 그쪽의 삶을 사는 겁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 P163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안심이 되더군요." - P165

지금은 일단 느긋하게 지내고 싶다. 달력이 무어라 말하든 3월 13일은 나와 세계 사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 P166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미로와 덫을 제가 직접 통과해야만 했고요. - P169

불타는 작품만이 진짜라고. 불타고 있을 때, 그 순간의 화력만이 사람의 영혼을 움직인다고, 그런 의미에서 화염을 피해 밖으로 나온건 진짜일 수가 없다고. - P170

자신에게 늘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던 피디의 말이 이라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스태프는 즐거움을 느끼는 거야. - P174

사람은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마련이지만, 그 렌즈가 함께 살아가는 데(혹은 그 렌즈의 소유자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데)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라부는 그가 보는 풍경, 그러니까 그가 동참하기를 원하는 세상에 눈을 딱 감아버리는 거지. - P17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4-04-0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작은 짐승‘ ... 잘 관찰하고 돌봐야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오늘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4-04 10:59   좋아요 1 | URL
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작은 짐승‘ 하나씩은 있는 듯 합니다. 살다보면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할 때가 종종 있는데 저 또한 잘 관리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곡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저자는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획일화되고 고층화된 학교 건축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 속 공간과 멀어지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성을 감퇴시키고 있다는 것을.

또한 천장의 높이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천장의 높이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좋아진다는 실험결과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학교의 천장 높이에 대한 획일화된 규제가 창의력을 좋게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이 많아져야 한다는 건축가로서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신도시에 새로운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한 얘기가 나온다. 앞서 저자가 책에 했던 얘기들이 종합된 디자인의 학교를 설계해서 교육부 관계자에게 제안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들로 까였던 일화들이 잠깐 나온다. 독자인 내가 일화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교육부 담당자들이야 어차피 공무원이다보니 무슨 일을 하든 받는 돈은 동일할텐데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을 수용하게 되면 자신들의 일만 일대로 많아질 뿐 금전적인 인센티브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상 이런 식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이 좋은 것은 맞지만 금전적인 부분이라든지 현실적인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정작 그곳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창의성 개발은 정체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엔 예산, 돈이 문제인듯 하다. 나만의 용어로 치환하면 결국 기승전돈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이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 전반에 걸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종합하면 돈, 인간의 이기심 등이 얽히고 섥혀있는 문제라고 보여진다.
.
.
.
마지막 부분에 밑줄 친 ‘탈중심‘ 현상과 ‘경계의 모호성‘과 관련된 내용은 비단 이 책의 저자가 속한 건축분야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 키워드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파도가 칠 때 그 파도에 잘 올라타는 것이 현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제약 회사에서 신약을 잘 개발하는 연구원의 특징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들의 모든 습성을 조사해 본 결과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청소부와 떠든다든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잡담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P43

지금처럼 고층화된 학교에서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이고 다채로운 교우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상 똑같은 교실이라는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실내 공간에서 쌓는 교우 관계와 계절과 날씨의 변화가 있는 자연 속 공간에서 만들어 가는 우정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관계를 쌓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P43

교실의 낮은 천장고도 문제다.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운 메이어스-레비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한다. 2.4미터, 2.7미터, 3미터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3미터 천장고에서 시험을 친 학생이 낮은 천정고의 학생에 비해 창의적 문제를 2배나 더 많이 풀었다는 연구 결과다. 이처럼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은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교실 높이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2.6미터로 동일하다. - P45

우리의 학교에는 3미터가 넘는 경사지붕의 교실도 있어야 하고 둥그런 천장의 교실도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P46

이들(교육부 관계자들)은 친구가 늘어나고 왕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학교를 만들기보다는 교도소처럼 한 건물에 모든 아이들을 넣고 감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46

지금의 우리 학교는 외부 세계나 외부 자연과 격리된 곳, 실내에서 감시하기 좋은 곳으로 진화해 왔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가둬 두는 실정이 된 것이다. - P47

"좋은 줄은 알겠는데 우리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어느 한 학교만 좋아지면 형평성이 깨져서 안 된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사립학교에 가서 펼치시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화다. - P48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부 내의 시설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 P48

책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학교의 변화가 힘든 이유를 상상해 보기 바란다. 지금의 공립학교 건축계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십 년간 해오던 관성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다. 마치 한국의 주공아파트 디자인이 항상 비슷하듯이 학교 건축도 마찬가지다. - P49

이들은 각종 디자인 규제를 정해 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 수준의 학교를 피하기 위해 만든 디자인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아져서 50점 이상 수준의 학교 디자인은 나오기 힘들게 되었다. 이게 우리나라 학교 건축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규제는 점점 늘어나서 자기들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외부인들은 들어오기 어려운 리그가 되었다. - P49

우리나라 공립학교는 단군 이래 제대로 된 건축상을 받은 적이 없다. 제대로 된 훌륭한 건축가가 공립학교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공립학교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고 그들만의 고착된 심사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관 발주의 거의 모든 건축이 그러하듯이 디자인을 잘해도 편법을 쓰지 않는 설계 사무소의 계획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 P49

변화가 없는 건축의 갑은 교육부의 공립학교다. ‘공평‘이라는 미명하에 거제도의 학교부터 서울 강남의 학교까지, 대구, 광주, 대전, 부산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공립학교가 전부 비슷하다. 그 이유는 교육부에서 중앙 통제를 하고 있어서다. 이들 학교는 심지어 관할 행정구역에서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는다. 그렇게 이들은 완벽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 P50

이들은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은 공간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학교 건축물을 양산하고 있다. 평등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숭고하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이들은 평등을 획일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 P50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인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학교 건물에서 공부한다고 평등한 세상은 아니다. 그런 세상은 북한 같은 전체주의 세상이다. - P50

아이들에게 다양성 없는 건축공간을 제공하고서 왜 그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기대하는가? 창의적인 아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51

우리는 아이들을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도전의식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분동되어야 하고, 그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 공간이 있어야 한다. - P51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 P51

해남 땅끝 마을까지 이 이야기가 닿아서 많은 사람이 학교 건축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의 학교 건축이 바뀌고 나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 P52

실험에 의하면 3미터 이상의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 키보다 위로 기능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공간에 각각 어떤 기능이 주어지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 P55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 없는 빈 공간이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생각이라는 빵‘을 만들 때 필요한 밀가루나 버터 같은 재료였다.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P55

TV는 마치 내가 말할 틈을 안 주고 계속해서 떠드는 친구와 같다. 마당이 주는 자연의 변화가 내 해석이 필요한 요리하기 전의 재료라면 TV 속 이야기는 가공식품과도 같다. 가공식품이 있으면 내가 요리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지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지금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인스턴트식품 같다. - P56

40년 전 캘리포니아의 스티브 잡스가 살던 집에는 차고라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차고는 주차 공간이자 창고지만 차를 밖에 세우고 물건을 치우면 애플의 사무실 겸 공장이 될 수 있었다. - P56

현재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집은 천장이 낮고 여유 공간이 없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 구석구석 비는 공간이 없어 효율이 높다고 자랑하는데, 오히려 낭비되는 허술한 공간이 없는 집은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1인 가구가 되어 초소형 원룸에 살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창의성은 더 묻혀 버릴 것이다. - P56

주택에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향하는 반창의적 주거 환경의 흐름을 틀어서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해야 한 건축 분야의 과제다. - P58

보통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다양성‘이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다양한 문화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충돌이 사고 패턴의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 P58

미국에 살았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은, 다양한 피부색의 수백 가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악센트와 억양으로 하는 영어 소통이 더욱 멋있기까지 하다. 이런 환경 자체가 ‘다양성과 소통‘을 가르친다. - P59

건축가의 시각에서 보면 민족의 다양성뿐 아니라 삶의 터전이 다양한 것도 부럽다. 미국은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국가다. 그뿐 아니라 도시들도 다들 제각기 특색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LA가 다르고, LA와 뉴욕은 둘 다 대도시지만 다른 나라라고 느껴질 만큼 문화가 다르다. LA는 계란 프라이처럼 퍼져 있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인 반면, 뉴욕은 초고밀화된 보행자 중심의 도시다. 도시가 다양하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 P59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0퍼센트가 똑같은 아파트에 산다. 친절하게도 몇몇 건설사가 각 평수대로 전형적인 아파트 평면을 만들어 놓았다. 1장에서 강조했듯이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곳 없는 도시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자란다. 이런 획일화된 보편적인 삶의 공간이 어떤 천재들에게는 창의성을 죽이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주거 공간과 삶의 형태가 필요하다. - P59

도시를 좋게 만들려면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장소가 많아야 한다. 그런 장소를 만드는 데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린 아이들이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숨겨진 공간과 버려진 땅을 찾아서 재미난 놀이터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빈 골목길은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놀이터가 되었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도 여러 가지 재밌는 놀이를 했다. 술래잡기는 창의적으로 공간을 찾는 기가 막힌 놀이다. 술래잡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문 뒤쪽이나 장롱과 벽 사이 등 자기 몸의 크기와 모양을 상상하며 공간을 찾는다. - P60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 P61

아르데코 양식 : 1910~193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장식 양식으로, 아르누보와는 달리 기본형의 반복,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즐겨 사용하였다. - P375

고층 건물로 지어진 사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 한다. 높은 건물은 누군가가 무거운 건축 재료를 높이 올려서 구축한 결과물이다. 그런 건축 행위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높은 건물은 그 건물을 지은 회사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여러 층으로 나누어진 고층 사옥은 내부 간의 소통을 막는 단점이 있다. - P63

기업이 사옥을 지었을 때 좋은 점은 직원들이 모여 생각을 교류하는 중에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다. 그런 이유에서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최첨단IT 기업들도 재택근무가 아닌 사옥 근무를 고집한다. - P63

하지만 초고층 사옥에서는 층과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은 오래 기다렸다가 좁은 상자에 타서 그 안에 갇혀있다가 문이 열리면 나가는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비연속적인 공간 체험이다. 층간의 소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 P63

코어(core): 모든 층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다발로 묶이는 시설을 말한다. 보통 엘리베이터, 현관, 계단 등 주변에 동선이 집중된 공간을 가리킨다. - P375

보이드(void): 대규모 홀, 식당 등 내부 공간 구성에서 열려 있는 빈 공간을 뜻한다. - P375

아트리움: 고대 로마의 주택 건축에서 홀(hall)식 안뜰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근래에는 호텔이나 사옥, 기타 대형 건물에서 실내 공간을 유리 지붕으로 씌우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 P375

중앙에 있는 텅 빈 수직의 공간이 전체 층을 아우르면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기 쉽다. 이처럼 서로 바라볼수 있는 대형 공간은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 밥상에 둘러앉아 마주 보며 밥을 먹는 식구가 더 돈독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P65

하지만 중정형 사옥이 누구에게나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늘 사내 다른 직원들에게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간부가 더 높은 층에 있으면 부하 직원들의 많은 부분을 감시할 수 있게 되어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위계질서가 분명한 회사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사옥 유형이다. - P68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잘 재해석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 P69

건축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층에 있을수록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내려다볼 수 있어서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통적 기업은 꼭대기 층에 회장실을 둘 수 있는 고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그런데 비교적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IT 기업은 수평적 구조를 강조하고 저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 P69

뉴욕 맨해튼은 단단한 암반의 섬이고 땅이 제한적이어서 고층 건물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많고 땅이 남아도는 사막지대여서 고층의 고밀도 도시가 형성되지 않는다. - P69

수평적 사옥은 중심점이 있는 방사상 구조로 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곳이나 같은 권력의 위계를 가지는 공간 구조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수평적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높지 않아서 멀리서 바라보는 외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또한 저밀화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도시 조직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 P70

사옥의 공간 구조는 향후 수십년간 그 회사의 조직과 사회,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사옥 설계는 회사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결정이다. - P71

지금까지는 보증금을 내고 한 사무 공간을 연 단위로 계약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월 단위로 계약이 가능하고 동시에 여러 개 지점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IT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 P73

새로운 기술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공간을 바꾸게 된다. 우리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살고 있다. - P73

여러 명의 MC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는 현대사회의 탈중심 현상을 보여 주는 한 예다. - P74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 컴퓨터가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시대인 것이다. - P74

골목길 같은 관계망을 어려운 말로 ‘리좀‘이라고 부른다. 리좀rhizome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식물의 뿌리 모양을 지칭하는 말인데, 건축에서는 골목길 망처럼 여러 갈래로 엮여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 P76

<마리텔>은 시청자가 작가이자 MC가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PD나 작가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방송인과 시청자와 제작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라디오 스타>가 ‘탈중심‘의 현대사회를 보여 준다면 <마리텔>은 현대사회의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 준다.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밑줄 친 내용과 관련하여 적절한 말인지 약간 긴가민가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이 말이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지만, 적어도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내용에 적용을 해본다면 ‘고통을 먼저 겪는게 나중이 편하다‘ 는 정도로 치환해볼 수 있을 듯 하다.

"일찍 행동에 나서야 실수도 빨리 겪게 된다. 초창기에 겪은 실수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어주고, 다음 번 의사결정의 방향에 지혜로운 이정표가 되어준다. 경험하지 않은 실수는 절대 미리 그 답을 찾아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주저하지 말고 불완전하더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낫다."

최고의 ‘준비‘는 저스트 두 잇, 그냥 실행하는 것이다. 실행하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다.

기운이 좀 생기면 조깅을 하겠다는 전략은 매우 어리석다. 조깅을 해야 기운이 난다.

‘일할 맛이 나는 일자리가 생기면 열심히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 또한 틀렸다. 열심히 일을 해야 신바람 나는 일자리가 생긴다.

기회를 얻은 다음 노력하는 삶이 가능한가? 노력이 기회를 얻는 삶이 자연 법칙을 따르지 않는가?

"내가 빛이 나는 것은 네가 억울해하는 동안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지."

우리가 게으름에 빠지는 이유는 추구할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를 향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빨리 달릴 이유가 있겠는가?

명심하라, 당신이 얼마나 목표 달성을 간절히 원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당신의 행동이다.

자신의 행동에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동기를 다시 점검하라. 뭔가를 달성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사람은 뭔가를 행하는 ‘방법‘을 알 때보다는 뭔가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 때, 자발적으로 움직여 행동에 나서는 법이다.

앨범을 하나 마련해 당신의 여러 가지 꿈과 연관된 시각적인 자료들을 수집해보라. 사진이나 도표, 그림 등을 붙여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가운데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실현하고 싶은가, 어떤 꿈이 내게 가장 간절한가?‘

스스로에게 가슴 뛰는 동기를 부여해줄 단서와 영감을 찾아보라.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지 알아내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라.

"지금까지 너에게 주어졌던 기회로 무엇을 한 거냐?"

그(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는 피나는 연습을 중단했고, 타협을 했고, 목표했던 꿈을 포기했다. 그러자 평범한 가수가 되었고 자존감이 바닥을 쳐도 별 감흥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는 다시 피나는 연습을 했고 마침내 꿈의 무대에 오르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성공이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무대를 얻는 것이다."

진실로 당신에게 권유한다. 결코 좌절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하라.

변변치 않은 무대라 할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할 수 있다. 위험한 것은 변변치 않은 무대와 당신의 삶을 ‘동일화‘하는 것이다.

당신이 최선을 다해 노래하면 그것을 가슴으로 들어줄 관객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세상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은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이루어 놓은 것이다.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람들이 쌓아온 업적이다.

당신은 당신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냥 행동하라. 저스트 두 잇.

"나는 멈춰 서 있을 때는 그냥 서 있다. 걸을 때는 그냥 걷는다. 뛰어갈 때는 그냥 뛴다."

"너희의 마음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 너희는 멈춰 서 있을 때도 마음은 이미 걷고 있을 것이다. 걸을 때도 마음은 이미 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뛰어갈 때도 마음은 이미 목표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의 성격 자체는 건강하다. 인체를 이루는 세포들의 내적 균형이 깨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된다. 이 호르몬은 인체 기능의 균형을 다시 복구시킨다.

스트레스는 그 제어능력과 양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의 힘이 촛불의 형태로 사용될 때에는 인간에게 유용하다. 반면 불의 힘을 제어하지 못해 화재가 발생하면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외적 상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외적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의해 생성된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 자체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일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다.

비결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천재들은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난 다음 머릿 속을 텅 비운다. 그런 다음 새로운 일에 다시 몰입한다.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힘으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생각에 붙들려 있어서는 안 된다.

생각을 제어하는 탁월한 방법이 곧 ‘집중‘이다. 모든 에너지와 힘을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에 남김없이 쏟는 습관을 들이면 스트레스의 부정적 측면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결코 피할 수 없다. 피하면 피할수록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질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지혜로운 태도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집착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정말 두려워할 만한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대부분 두려워하는 것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에서 온 것들일 것이다.

묵묵히 앞으로 나가면서 일어난 일에 집중하라. 그러면 두려움이 걷히고 출몰하던 스트레스도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위너들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힘으로 만드는 24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이 규칙들은 당신 삶의 회복탄력성을 도와줄 것이다.

1. 가장 중요한 규칙 :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라. 식사를 할 때는(아무것도 읽지 말고) 식사만 하라. 절대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마라.

2. 속도를 줄여라.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작업 템포를 정하라.

3. 우선순위를 만들어 적절한 시간을 할애하라. 명심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4. 너무 많은 일을 하지 마라. 너무 많은 일을 하면 기계적으로 살게 된다.

5. 타인을 차단하는 법을 배워라. 아무리 좋은 사람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나와 타인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은 ‘거리두기‘다.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메모판은 호텔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6. 데드라인을 정확히 맞추려면 충분한 시간을 계획에 반영하라. 시간에 쫓기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7. 자신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마라.

8. 작은 성과에도 마음껏 기뻐하라. 휴식을 취하고 자축하라. 감사한 마음을 갖고 행복해하라. 성취감을 자주 느낄수록 스트레스는 당신의 편이 된다.

9. 연속적인 성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라. 인생에는 여름과 겨울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10. 우쭐대지 마라. 그러면 쉽게 실망하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것이다. 이익과 손해, 칭찬과 비난이 당신을 흔들지 못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얻는 데 성공한다.

11.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은 집중력을 저하시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모든 에너지를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쏟아 부어라.

12. 책상 위에 한 가지 서류만 놓아두어라. 그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다음 일에 착수하기 전에 하던 일을 깔끔하게 끝내라.

13. 모든 일을 즐기는 태도를 가져라. 좋은 태도가 좋은 노력을 낳고, 기쁨이 찾아온다.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해보라. 그러면 단순 반복적인 일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14. 휴식시간을 지켜라.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야말로 정말로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15. 행동하라. 그리고 일의 방향을 조정하라.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하는 것 또한 허용하라. 항상 통제된 상태로 있고자 하면 스트레스의 부정적 측면이 활성화된다.

16.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을 때는 모든 예정된 활동을 종이에 적어보라. 대부분의 경우에는 생각했던 것만큼 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은 부분에선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보통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영어를 보고 한국말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회화를 할 때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한국말로 먼저 떠올린 뒤 그것을 영어로 변환해서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사고의 패턴을 생활화하기 위해선 영단어를 암기할 때도 ‘영한‘이 아닌 ‘한영‘ 순으로 할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저자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영어회화에 눈이 뜨이신 분들은 이미 다 이런 식의 자동적 사고를 뇌에 탑재한 채로 영어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각 단계별로 적합한 유튜브 채널을 저자가 소개해주고 있어서 책을 읽음과 동시에 해당 채널을 구독하였다. 이렇게 구독한 채널로 인해 얻은 부수적인 장점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영어 관련 각양각색의 채널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이었다. 알고리즘을 칭찬해주고 싶을정도로 신기하기도 하고 새로웠다. 새로운 세계를 접했을 때의 어떤 신선함(?)같은 것이 느껴졌다.

영어 단어를 보여주고 한국말로 무슨 뜻인지를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면서도 반대로 한국말을 보여주고 영어 단어로 바꾸라고 하면 의외로 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P101

우리는 영어를 하는 경우, 머릿속으로 한국말을 먼저 생각한 다음 영어로 변환해 말을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을 영어로 바꾸는 속도가 빨라야 영어도 즉각적으로 나오겠죠. 무엇보다 어휘는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내내 따라가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 P102

이 시기(1단계 영어 근력 만들기)에는 영어를 들으려고 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은 이런 느낌으로 말하고,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는 정도로 워밍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언어적 호기심도 생기고, 영어를 유창하게하는 사람들을 통해 동기부여도 됩니다. - P102

저는 특히 초보라면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에게 배우라고 추천하는 편입니다. 영어 초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공부 방법뿐만 아니라 답답하고 어려운 지금의 심정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이니까요. - P103

영어의 기초 체력을 다졌다면 지금부터는 영어회화를 위한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돌입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하는 목표는 결국 ‘말‘을 하기 위해서예요. 아무리 많은 문장, 단어, 표현을 알고 있더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P107

2단계에는 짧은 문장을 계속해서 내뱉어보는 연습을 합니다. 여기서 ‘짧은 문장‘이란 주어와 동사, 그리고 이를 보충 설명해주는 정보나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완전한 문장이어야 합니다. "나 밥 먹었어", "어젯밤에 친구랑 영화 봤어"와 같이 짧지만 문장으로 말하는 훈련을 하는 거죠.  - P107

이때 동사 뒤에 사실 위주의 정보부터 붙이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친구랑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없더라"라고 말하기 전에 "어젯밤에 친구랑 영화 봤어"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풍부한 표현과 어휘, 문장 구사력이 필요하거든요. - P108

처음에는 사실 위주로 말하는 연습을 통해 문장의 기본 틀을 만드는 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두르거나 욕심 낼 필요가 없어요. 짧은 문장을 만드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다음 단계는 훨씬 쉬워집니다. - P108

유튜브에서도 일상적이고 짧은 기초 문장을 많이 활용하는 채널들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에 대해 말하는 크리에이터의 채널이나 브이로그 같은 것을 보면서 일상에서 어떤 말들을 쓰는지, 그것을 어떻게 영어로 말하는지 보는 것이 좋습니다. - P108

먼저 기본 문장에 익숙해진 후에 표현을 확장해가야 합니다. "I had breakfast.", "I‘m sick.", "I have to go to work." 과 같은 일상의 언어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해요.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제 기분이 어땠는지 등 아주 단순하게나마 자신의 일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간 뒤에야 표현을 확장해야 합니다. - P109

‘저렇게 당연하고 간단한 문장을 왜 공부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연습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 결코 그 이상을 말할수 없습니다. 표현을 100개 외운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으면 그 표현들은 무용지물이에요. 하지만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본 사람은 돌발적인 상황에도 영어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익히고 어휘를 활용해서 짧고 간결한 문장을 다양하게 만들어보는 연습을 계속하세요. - P109

또한 이 단계(2단계 : 짧은 문장 말하기)에서는 문장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상의 일이나 팩트 위주로 말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어제 뭐 했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밥 먹으러 갈래?", "내일 놀까?"
등을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제 뭐?", "밥?"과 같이 단어만 던지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일상에서는 그렇게 말해도 소통이 되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다면 영영 문장으로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P110

짧은 문장을 만드는 연습은 최소한 두 달 이상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필요한 순간에 바로 입에서 나옵니다. 사실 문장을 직접 만들어보는 훈련은 모든 영어회화 공부의 기본입니다. 결국 마지막 단계의 목표가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짧은 문장만 말하지만 마지막에는 여기에 표현을 얹고 나만의 개성과 생각까지 담아야 하거든요. 그러니 ‘문장 만들기‘를 아예 생활화한다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 P110

이때 ‘듣기 훈련‘은 기본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듣기와 말하기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들어야 말할 수 있으니까요. - P111

2단계(짧은 문장 말하기)에서 유튜브를 볼 때 꼭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모든 단어와 표현, 문법을 파악하고 외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 P111

유튜버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메모해서 내 지식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그건 지금 단계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에요. 그렇게 디테일에 치중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문장 구조를 놓쳐버리거나, 너무 많은 정보에 쉽게 지쳐버릴 수도 있어요. - P111

실제로 많은 분들이 2단계에서 흥미를 잃어버리고 포기하곤 합니다. 과한 욕심 탓이죠. 이 단계에는 아주 기본적인 문장과 단어를 따라 말하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P111

2단계에서 봐야 하는 유튜브는 일상에 집중한 콘텐츠들입니다. 가령 쇼핑하기, 음식 주문하기와 같은 일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영어를 알려주는 채널이나, 크리에이터가 구독자와 소통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 등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 P111

사실 1, 2단계의 경우 영상의 수준을 구분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한 표현보다는 가벼운 일상의 표현이 나오는 콘텐츠나 영상 자체로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뭐든 상관 없어요. - P112

2단계에서는 아직 100퍼센트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보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발음과 억양이 비교적 뚜렷한 원어민의 영어를 들으면서 영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영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채널이라도 과감하게 도전해보세요. - P112

2단계에서는 다소 난이도가 높을 수 있지만 안 들리더라도 자동으로 생성되는 영어 자막을 켜고 도전하며 원어민들의 영어에 자신을 노출시켜보세요. 현지인들이 주로 어떤 단어를 쓰는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 P115

3단계(의견 담아 말하기)는 모르는 표현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어휘 공부를 꾸준히 해왔는데도 문장이 잘 들리지 않거나 해석이 되지 않는다면 표현을 모를 가능성이 높아요. ‘단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왜 더 안 들리고 해석도 어렵지?‘ 하는 좌절감을 느끼기 쉬워요. 그런데 이는 당연한 현상이에요. 3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표현을 익히면 되니까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 P117

2단계에서 유창하지는 않지만 중·고등학교 영어 시간에 배운 문장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표현을 익혀야 합니다. - P117

이때는 좀 더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해요. 2단계까지는 권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영어 표현들도 봐야하고, 미드를 보는 것도 좋아요. 한국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원어민의 채널을 통해 귀가 영어에 완벽하게 적응하도록 트레이닝도 해야 합니다. 또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목표와 수준에 맞게 나만의 유튜브 구독 리스트도 만들어야 합니다. - P118

1, 2단계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다졌다면 이제는 내 생각과 의견을 담아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을 구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제가 가장 강조하는 공부법은 ‘혼잣말하기‘ 입니다. - P118

아마 날라리데이브 채널을 구독하는 분이라면 제가 ‘혼잣말하기‘를 얼마나 강조하는지 잘 아실 거예요. 혼잣말하기는 말 그대로 내 일상과 기분, 또는 상황을 틈 날 때마다 영어로 말하는 것입니다. I‘m gonna clean up my room (방 청소를 해야겠어)." "I went grocery shopping yesterday (어제 장 보러 갔어)." "It‘s so exhausting studying English today (오늘은 영어 공부하는 게 너무 피곤하네)." 이런 식으로 쉴새 없이 계속 혼잣말을 하는 거예요. - P118

2단계에서 팩트 위주로 말을 했다면 3단계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표현들로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 P119

직접 말을 하다 보면 원어민의 말도 훨씬 잘 들리게 됩니다. 또 자주 영어로 말을 내뱉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에 자신감이 불어요. - P119

조금 어려운 시도일 수도 있지만 유튜버들이 브이로그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으며 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영상으로 영어 일기를 쓰는 거죠. 일상의 기록과 동시에 자신의 성장을 볼수 있기 때문에 지칠 때마다 동기부여가 되어줍니다. - P119

3단계부터는 본격적으로 표현을 연습합니다. 표현과 관련된 영상은 유튜브에서 영어를 다루는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예요. 제 채널에서 다룬 ‘하루에 한 표현!‘ ‘날라리데이브Expression!‘도 여기 해당합니다. 제가 일상의 표현이나 슬랭을 가르쳐주는 세컨드 채널 ‘데일리 도우즈 오브 날라리데이브(DAILY DOSE OF 날라리DAVE)‘도 보시면 좋아요. - P119

표현을 익히는 것은 내 영어에 옷을 입히는 단계입니다. 기본적인 문장과 함께 사용하면 내 영어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거든요. "I‘m not really a people person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I‘m sorry. I‘m running late (미안해요. 늦을 것 같아요)." "Things have been hectic at work(요새 회사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이런 표현들은 2단계 영어만으로는 구사할 수 없습니다. - P120

이 단계에도 당연히 입 밖으로 직접 영어를 뱉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같은 문장 구조를 가지고 단어만 바꿔서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상황에 따라 말해보는 훈련도 계속해야 해요. - P120

앞서도 강조했지만 기본 문장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상태에서 표현만 외우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이 갑자기 우리도 잘 쓰지 않는 사자성어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웃기잖아요. 영어도 똑같습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사람이 화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요. - P120

‘마이클 엘리엇‘ 채널에서 다루는 ‘미국 현지에서 들은 100가지 생생한 표현‘, ‘원어민들이 매일 쓰는 표현 100!‘ 등과 같은 것들을 보면서 문장을 통째로 외워보세요. 문법과 어휘로 쌓은 기본기 위에 화려한 표현까지 더한다면 영어 실력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거예요. - P120

앞에서 영화나 미드 속의 영어는 100퍼센트 날것의 일상 영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표현 공부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오히려 그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 P121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유튜버의 언어적 습관까지 접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다행히(?) 아주 정석의 영어를 구사한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잘못된 문장이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배우는 사람도 올바르지 못한 영어를 배우게 돼요. 영어에 대한 기초가 어느 정도 잡힌 분들은 이걸 구분할 수 있지만 아직 기초단계에 있는 분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때 미드를 보면 이런 문제를 조금은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 P121

미드는 작가의 대본으로 만듭니다. 배우들은 정확한 문법을 기반으로 쓰인 대본을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전달하죠. 또 미국의 어느 지역 사람이 들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표현들을 쓰기 때문에 지역색이 강한 표현들도 나오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이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으로 설정돼 있더라도 그가 한 작품 안에서 구사하는 영어는 문법적으로나 표현적으로 정석에 가까워요. - P122

미드나 영화로 공부할 때는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즉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공부하세요. 그래야 내용에 함몰되지 않고 영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글 자막으로 내용을 파악하세요. 그다음에는 영문 스크립트를 구해 응용하기 좋은 문장과 표현들을 확인하세요. - P122

제가 영화나 미드로 수업을 할 때 주로 사용했던 곳은 스크립트 공유 사이트 ‘스프링필드스프링필드(https://www.
springfieldspringfield.co.uk)‘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웬만한 영화나 미드의 대본을 찾을 수 있으니 자유롭게 활용해보세요. - P122

미국은 넓은 땅 덩어리만큼이나 유행하는 표현이나 슬랭도 지역마다 제각각입니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다른 사람들은모를 수도 있고, 똑같은 슬랭이라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죠. 다양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다 보면 이러한 로컬 유행어나 슬랭 등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돼요. - P122

한두 명의 유튜버 영상만으로 표현을 공부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원어민에게 배운 표현인데도 다른 지역에 사는 현지인들은 공감하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상황 말이죠. - P123

그래서 이 단계(3단계 : 의견 담아 말하기)에는 자신만의 구독 리스트가 필요합니다. 절대적인 한 명보다는 목적과 필요에 따른 리스트업이 필요한 거죠. 듣기, 말하기, 발음 등으로 나눌 수도 있고 어휘, 문화, 회화로 나눌 수도 있어요. 또 자신의 흥미나 관심사와 연결된 영상으로 리스트업을 할 수도 있어요. 패션, 공연, 여행과 같이 관심사로 카테고리화되면 지치지않고 즐겁게 영어 공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 P123

재미있고 유익해서 영상을 매일 찾아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듣게 되는 효과가 있고, 좋은 표현들은 실제로 따라 말하기도 합니다. 나만의 구독 리스트를 잘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영어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좋은 자산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P124

앞서도 말했지만 3단계부터는 가급적 한국어가 나오지 않는 채널을 보세요. 검색 역시 영어 키워드로 하면서 차츰차츰 영어에 익숙해지게 하는 거죠. 영어 자막을 켜놓고 현지인들이 밥 먹듯 쓰는 표현을 노트하고, 찾아보고, 외우고, 말해보는 단계입니다. 콘텐츠 자체를 즐기면서 그들이 쓴 표현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전투적인 자세와 의지가 필요해요. - P124

이 단계(3단계 : 의견 담아 말하기)에도 브이로그를 활용하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요. 주제를 다양화하여 즐겨보세요. - P124

기초를 넘어선 듣기 훈련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자신이 아는 단어가 실제로 미국인이 말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휘를 충분히 외워도 막상 외국인과 대화하면 안타깝게도 절반 이상은 들리지 않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면 이미 자신이 공부한 단어나 표현이었는데도 말이죠. - P126

원어민이 직접 말하는 그 단어의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정확하게 말하는 외국인들의 채널을 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또 미국인들이 흔히 유머로서 쓰는 말에 어떤 이면과 뉘앙스가 담겨 있는지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 P127

진정한 의미의 프리토킹을 위해서는 4단계(표현 확장하기) 를 넘어서야 합니다. 프리토킹이란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것을 의미하니까요. 또 특별한 목적, 예를 들어 유학을 준비 중이거나 비즈니스를 계획한다거나 그저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면 4단계를 통해 영어 표현을 확장해야 합니다. - P129

유튜브에서 배운 다양한 표현에 고급스러운 어휘를 얹어서 유창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뉴스 방송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제외하면 사실 유튜버들이 고급스러운 영어를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독자와 좀 더 친숙해지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똑똑하게 말하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뉴스처럼 말하는 유튜버는 많지 않아요. - P129

고급스러운 어휘나 표현을 익히고 싶다면 명사의 연설이나 강연 같은 콘텐츠가 도움이 될 거예요.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