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평점 :
저자의 유튜브인 ‘최재천의 아마존‘ 이라는 걸 알고리즘에 이끌려 본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되어 저자가 쓴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과거 영상으로 접했을 때 뭔가 유익한 채널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저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것 같다.
저자인 최재천 교수는 99년에 처음으로 책을 써서 지금까지 약 1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써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은 부끄럽게도 독자인 나는 저자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저자와 저자의 생각에 대해 꽤나 많은 것들을 알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저자가 자신이 걸어왔던 그동안의 삶에 대해 얘기해주는 부분이 있다. 대학 입시 때 잠시 좌절했던 일들, 대학 생활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외국의 교수님을 만나서 유학 생활을 했던 이야기와 지금 현재 재직중인 국립 생태원장으로서의 삶까지 아주 버라이어티한 얘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 제목에 왜 저자의 이름이 함께 수록되었는지를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곤충사회에 대한 얘기에 앞서 인간 최재천 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도 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으로는 생태학자인 저자가 주로 연구했던 개미와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한다. 본문에 보면 ‘무슨무슨 개미‘라고 해서 어떤 개미가 하는 행동에 근거해서 이름을 붙여주는데 일일이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개미들의 세계에서도 아주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개미와 함께 벌과 관련된 내용들도 등장하는데, 물론 곤충 이야기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독자인 내가 생각했을 때 전체적인 이 책의 핵심은 저자가 소개한 곤충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인간이 배워야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저자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단어인 ‘통섭‘이라는 단어.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개미들의 사회를 저자가 관찰하며 느꼈던 핵심 가치인 ‘공생‘.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통섭‘과 관련해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두 학문 분야에 대해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기보다는 두 분야를 골고루 균형있게 알고 있는 것이 사람이든 곤충이든 각각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러한 ‘통섭‘에 기반하여 우리가 서로 협력하며 ‘공생‘하는 것이 곤충들이 사는 자연계든 우리 인간들이 사는 사회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특별히 ‘공생‘과 관련하여 개미들이 서로 협동할 때 그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점을 우리 인간들이 배웠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이 느껴졌다. 다만, 개미들은 자신이 희생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반면 우리 인간의 경우 자기자신을 희생해서 사회에 유익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이기심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에 저자는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개미로 대변되는 곤충들과 우리 인간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구별해서 공통되는 속성이 있다면 자연의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인간 사회에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고, 서로간에 차이가 나는 속성이 있다면 우리 인간 사회의 속성에 맞게 잘 변형해서 적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도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교훈 같은 것들을 우리 인간들이 잘 베껴왔으면 하는 바램을 본문에 나타내고 있다. 표절이라는 건 원래 나쁜 거지만 자연을 표절하는 건 나쁜 것이 아니라며 자연과 인간이 이런 식으로 공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중후반부로 가면 저자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생태계와 먹이사슬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어느 특정 생물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자연계를 지탱하는 먹이사슬의 체계가 완전히 뒤틀려버림과 동시에 기존에 남아있던 생물들까지도 멸종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연계에 생물다양성이 잘 유지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다만, 최근의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해 현재 존재하는 생물들이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인 ‘생태 엇박자‘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전지구적으로 우리 인간이 이상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신속히 마련하여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도 추가로 강조한다.
곤충에서 시작해 자연 생태계에 이르는 얘기들이 쭉 이어지고, 이러한 것들에 발맞춰 우리 인간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독자인 나도 생태계에 대해, 자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자연계에 있는 곤충들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물다양성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인간 사회에도 어떤 특정부류의 사람들만 있는 것보다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는 삶을 살때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오래오래 영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환경에 대해 그동안 무지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사소한 것이라도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방향보다는 환경을 좋게 혹은 최소한 덜 나빠지게 만드는 쪽으로 매순간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었다. 곤충사회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