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저자는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획일화되고 고층화된 학교 건축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 속 공간과 멀어지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성을 감퇴시키고 있다는 것을.

또한 천장의 높이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천장의 높이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좋아진다는 실험결과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학교의 천장 높이에 대한 획일화된 규제가 창의력을 좋게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이 많아져야 한다는 건축가로서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신도시에 새로운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한 얘기가 나온다. 앞서 저자가 책에 했던 얘기들이 종합된 디자인의 학교를 설계해서 교육부 관계자에게 제안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들로 까였던 일화들이 잠깐 나온다. 독자인 내가 일화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교육부 담당자들이야 어차피 공무원이다보니 무슨 일을 하든 받는 돈은 동일할텐데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을 수용하게 되면 자신들의 일만 일대로 많아질 뿐 금전적인 인센티브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상 이런 식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이 좋은 것은 맞지만 금전적인 부분이라든지 현실적인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정작 그곳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창의성 개발은 정체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엔 예산, 돈이 문제인듯 하다. 나만의 용어로 치환하면 결국 기승전돈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이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 전반에 걸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종합하면 돈, 인간의 이기심 등이 얽히고 섥혀있는 문제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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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에 밑줄 친 ‘탈중심‘ 현상과 ‘경계의 모호성‘과 관련된 내용은 비단 이 책의 저자가 속한 건축분야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 키워드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파도가 칠 때 그 파도에 잘 올라타는 것이 현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제약 회사에서 신약을 잘 개발하는 연구원의 특징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들의 모든 습성을 조사해 본 결과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청소부와 떠든다든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잡담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P43

지금처럼 고층화된 학교에서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이고 다채로운 교우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상 똑같은 교실이라는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실내 공간에서 쌓는 교우 관계와 계절과 날씨의 변화가 있는 자연 속 공간에서 만들어 가는 우정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관계를 쌓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P43

교실의 낮은 천장고도 문제다.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운 메이어스-레비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한다. 2.4미터, 2.7미터, 3미터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3미터 천장고에서 시험을 친 학생이 낮은 천정고의 학생에 비해 창의적 문제를 2배나 더 많이 풀었다는 연구 결과다. 이처럼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은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교실 높이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2.6미터로 동일하다. - P45

우리의 학교에는 3미터가 넘는 경사지붕의 교실도 있어야 하고 둥그런 천장의 교실도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P46

이들(교육부 관계자들)은 친구가 늘어나고 왕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학교를 만들기보다는 교도소처럼 한 건물에 모든 아이들을 넣고 감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46

지금의 우리 학교는 외부 세계나 외부 자연과 격리된 곳, 실내에서 감시하기 좋은 곳으로 진화해 왔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가둬 두는 실정이 된 것이다. - P47

"좋은 줄은 알겠는데 우리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어느 한 학교만 좋아지면 형평성이 깨져서 안 된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사립학교에 가서 펼치시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화다. - P48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부 내의 시설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 P48

책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학교의 변화가 힘든 이유를 상상해 보기 바란다. 지금의 공립학교 건축계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십 년간 해오던 관성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다. 마치 한국의 주공아파트 디자인이 항상 비슷하듯이 학교 건축도 마찬가지다. - P49

이들은 각종 디자인 규제를 정해 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 수준의 학교를 피하기 위해 만든 디자인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아져서 50점 이상 수준의 학교 디자인은 나오기 힘들게 되었다. 이게 우리나라 학교 건축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규제는 점점 늘어나서 자기들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외부인들은 들어오기 어려운 리그가 되었다. - P49

우리나라 공립학교는 단군 이래 제대로 된 건축상을 받은 적이 없다. 제대로 된 훌륭한 건축가가 공립학교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공립학교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고 그들만의 고착된 심사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관 발주의 거의 모든 건축이 그러하듯이 디자인을 잘해도 편법을 쓰지 않는 설계 사무소의 계획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 P49

변화가 없는 건축의 갑은 교육부의 공립학교다. ‘공평‘이라는 미명하에 거제도의 학교부터 서울 강남의 학교까지, 대구, 광주, 대전, 부산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공립학교가 전부 비슷하다. 그 이유는 교육부에서 중앙 통제를 하고 있어서다. 이들 학교는 심지어 관할 행정구역에서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는다. 그렇게 이들은 완벽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 P50

이들은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은 공간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학교 건축물을 양산하고 있다. 평등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숭고하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이들은 평등을 획일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 P50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인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학교 건물에서 공부한다고 평등한 세상은 아니다. 그런 세상은 북한 같은 전체주의 세상이다. - P50

아이들에게 다양성 없는 건축공간을 제공하고서 왜 그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기대하는가? 창의적인 아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51

우리는 아이들을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도전의식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분동되어야 하고, 그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 공간이 있어야 한다. - P51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 P51

해남 땅끝 마을까지 이 이야기가 닿아서 많은 사람이 학교 건축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의 학교 건축이 바뀌고 나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 P52

실험에 의하면 3미터 이상의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 키보다 위로 기능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공간에 각각 어떤 기능이 주어지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 P55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 없는 빈 공간이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생각이라는 빵‘을 만들 때 필요한 밀가루나 버터 같은 재료였다.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P55

TV는 마치 내가 말할 틈을 안 주고 계속해서 떠드는 친구와 같다. 마당이 주는 자연의 변화가 내 해석이 필요한 요리하기 전의 재료라면 TV 속 이야기는 가공식품과도 같다. 가공식품이 있으면 내가 요리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지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지금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인스턴트식품 같다. - P56

40년 전 캘리포니아의 스티브 잡스가 살던 집에는 차고라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차고는 주차 공간이자 창고지만 차를 밖에 세우고 물건을 치우면 애플의 사무실 겸 공장이 될 수 있었다. - P56

현재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집은 천장이 낮고 여유 공간이 없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 구석구석 비는 공간이 없어 효율이 높다고 자랑하는데, 오히려 낭비되는 허술한 공간이 없는 집은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1인 가구가 되어 초소형 원룸에 살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창의성은 더 묻혀 버릴 것이다. - P56

주택에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향하는 반창의적 주거 환경의 흐름을 틀어서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해야 한 건축 분야의 과제다. - P58

보통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다양성‘이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다양한 문화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충돌이 사고 패턴의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 P58

미국에 살았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은, 다양한 피부색의 수백 가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악센트와 억양으로 하는 영어 소통이 더욱 멋있기까지 하다. 이런 환경 자체가 ‘다양성과 소통‘을 가르친다. - P59

건축가의 시각에서 보면 민족의 다양성뿐 아니라 삶의 터전이 다양한 것도 부럽다. 미국은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국가다. 그뿐 아니라 도시들도 다들 제각기 특색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LA가 다르고, LA와 뉴욕은 둘 다 대도시지만 다른 나라라고 느껴질 만큼 문화가 다르다. LA는 계란 프라이처럼 퍼져 있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인 반면, 뉴욕은 초고밀화된 보행자 중심의 도시다. 도시가 다양하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 P59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0퍼센트가 똑같은 아파트에 산다. 친절하게도 몇몇 건설사가 각 평수대로 전형적인 아파트 평면을 만들어 놓았다. 1장에서 강조했듯이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곳 없는 도시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자란다. 이런 획일화된 보편적인 삶의 공간이 어떤 천재들에게는 창의성을 죽이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주거 공간과 삶의 형태가 필요하다. - P59

도시를 좋게 만들려면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장소가 많아야 한다. 그런 장소를 만드는 데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린 아이들이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숨겨진 공간과 버려진 땅을 찾아서 재미난 놀이터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빈 골목길은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놀이터가 되었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도 여러 가지 재밌는 놀이를 했다. 술래잡기는 창의적으로 공간을 찾는 기가 막힌 놀이다. 술래잡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문 뒤쪽이나 장롱과 벽 사이 등 자기 몸의 크기와 모양을 상상하며 공간을 찾는다. - P60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 P61

아르데코 양식 : 1910~193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장식 양식으로, 아르누보와는 달리 기본형의 반복,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즐겨 사용하였다. - P375

고층 건물로 지어진 사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 한다. 높은 건물은 누군가가 무거운 건축 재료를 높이 올려서 구축한 결과물이다. 그런 건축 행위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높은 건물은 그 건물을 지은 회사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여러 층으로 나누어진 고층 사옥은 내부 간의 소통을 막는 단점이 있다. - P63

기업이 사옥을 지었을 때 좋은 점은 직원들이 모여 생각을 교류하는 중에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다. 그런 이유에서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최첨단IT 기업들도 재택근무가 아닌 사옥 근무를 고집한다. - P63

하지만 초고층 사옥에서는 층과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은 오래 기다렸다가 좁은 상자에 타서 그 안에 갇혀있다가 문이 열리면 나가는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비연속적인 공간 체험이다. 층간의 소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 P63

코어(core): 모든 층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다발로 묶이는 시설을 말한다. 보통 엘리베이터, 현관, 계단 등 주변에 동선이 집중된 공간을 가리킨다. - P375

보이드(void): 대규모 홀, 식당 등 내부 공간 구성에서 열려 있는 빈 공간을 뜻한다. - P375

아트리움: 고대 로마의 주택 건축에서 홀(hall)식 안뜰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근래에는 호텔이나 사옥, 기타 대형 건물에서 실내 공간을 유리 지붕으로 씌우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 P375

중앙에 있는 텅 빈 수직의 공간이 전체 층을 아우르면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기 쉽다. 이처럼 서로 바라볼수 있는 대형 공간은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 밥상에 둘러앉아 마주 보며 밥을 먹는 식구가 더 돈독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P65

하지만 중정형 사옥이 누구에게나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늘 사내 다른 직원들에게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간부가 더 높은 층에 있으면 부하 직원들의 많은 부분을 감시할 수 있게 되어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위계질서가 분명한 회사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사옥 유형이다. - P68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잘 재해석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 P69

건축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층에 있을수록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내려다볼 수 있어서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통적 기업은 꼭대기 층에 회장실을 둘 수 있는 고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그런데 비교적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IT 기업은 수평적 구조를 강조하고 저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 P69

뉴욕 맨해튼은 단단한 암반의 섬이고 땅이 제한적이어서 고층 건물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많고 땅이 남아도는 사막지대여서 고층의 고밀도 도시가 형성되지 않는다. - P69

수평적 사옥은 중심점이 있는 방사상 구조로 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곳이나 같은 권력의 위계를 가지는 공간 구조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수평적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높지 않아서 멀리서 바라보는 외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또한 저밀화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도시 조직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 P70

사옥의 공간 구조는 향후 수십년간 그 회사의 조직과 사회,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사옥 설계는 회사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결정이다. - P71

지금까지는 보증금을 내고 한 사무 공간을 연 단위로 계약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월 단위로 계약이 가능하고 동시에 여러 개 지점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IT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 P73

새로운 기술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공간을 바꾸게 된다. 우리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살고 있다. - P73

여러 명의 MC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는 현대사회의 탈중심 현상을 보여 주는 한 예다. - P74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 컴퓨터가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시대인 것이다. - P74

골목길 같은 관계망을 어려운 말로 ‘리좀‘이라고 부른다. 리좀rhizome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식물의 뿌리 모양을 지칭하는 말인데, 건축에서는 골목길 망처럼 여러 갈래로 엮여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 P76

<마리텔>은 시청자가 작가이자 MC가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PD나 작가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방송인과 시청자와 제작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라디오 스타>가 ‘탈중심‘의 현대사회를 보여 준다면 <마리텔>은 현대사회의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 준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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