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p.182에 밑줄 친 ‘사랑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볼만한 문장인듯 보였다.

또한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사랑은 마치 불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랑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하다가도 서로의 진실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뜨거웠던 감정이 점점 사그라들고 공허해진다는 얘기를 전한다. 뭔가 문학작품 속의 기승전결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느껴졌고,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들이 많은듯 하다. 안 그런 경우가 간혹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거의 대부분의 경우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거 같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이 불완전한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랑도 일정부분 균열이 있어 불안할 수 밖에 없음을 말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견디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참된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인내의 과정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것을 견뎌내는 인내가 없이는 수박 겉핥기 정도의 얕은 사랑 밖에 할 수 없고, 소위 말하는 ‘찐‘사랑은 좀 더 차원이 높은 수준에 있는 것임을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관련 얘기 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오해와 이해‘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p.200에서 오해와 이해가 한 끗 차이라는 말과 함께 p.203에서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마음사전》 속 한 구절을 인용하여 이해와 오해에 대해 명징하고 통찰력 있는 정의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오늘 읽은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p.206에 밑줄친 ‘어쩌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해와 이해 두 가지 모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은 얼핏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앞의 문맥을 잘 짚어가며 읽다보면 너무나도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간단히 핵심만 말하자면 이해라는 게 일종의 오해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p.203에 밑줄 친 문장들을 참조해서 읽어보시면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학계에서는 여섯 가지 정도로 구분하는데 그중 세 가지를 일반적인 사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눈에 반하거나 연인의 신체적 매력에 끌리면서 사랑이 시작되는 에로스, 양보와 이해를 기반으로 희생을 통해 이루어가는 무조건적 사랑인 아가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그의 본래적 성품에 관심을 갖는 필리아입니다. - P178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유형은 필리아로 알려져 있죠. 필리아는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P178

독일의 현대철학자 헤르만 슈미츠는 필리아를 ‘혼인으로 가정을 이룬 남녀의 친밀한 관계‘로도 정의했습니다. - P178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한 단계 성숙시킨다면 그것은 상대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를 통해 나의 초라함, 속 좁음, 치졸함, 이기적 욕망 같은 것들을 인식하면서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담담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 P180

사랑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을 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합니다. - P182

"사랑이란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나의 사랑의 시작이다." - P182

사랑의 본질이 ‘충만함‘일 거라는 짐작 - P182

사람은 누구나 결핍과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내 존재를 인정해 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충만함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연애를 할 때 오가는 달콤한 말들은 모두 서로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언어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나에게 쏟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사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통해서 우리는 더 큰 충만함을 느끼곤 하는 것이죠. - P182

상대방에게 나의 욕망을 투영해서 그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할 때 갈등은 시작됩니다. - P183

상대가 연인이나 가족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 때 오히려 우리는 ‘내 기준‘을 강요합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만큼은 나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나를 내세우고 강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 P183

밖에서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억누르며 지내지만, 집에 돌아오면 고삐가 풀린 듯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나의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합니다. - P185

사랑을 오래 유지하려면 이런 아이러니를 이해하고 늘 조심해야 합니다. - P185

운명적인 사랑도 결국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을 향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거기에 운명이라는 서사를 부여해서 낭만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에게 익숙해지고 결국은 서로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 모든 환상이 깨진다는 것이에요. - P185

알랭 드 보통의 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 후 강렬한 감정을 공유하는 절정의 시기를 지나, 어느새 시들해져 더 이상 서로를 운명이라고 느끼지 않는 권태와 이별에 이르는 단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연애소설의 특별한 점은 연애라는 사건 속에 남녀의 심리를 철학적 사유와 함께 엮어내 ‘사랑에 관한 고찰‘을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 P186

사람은 어떤 것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한동안 나는 클로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기적을 심드렁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녀는 내 삶의 일상적인,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이 되어버렸다. - P187

안타깝게도 사랑은 언제나 절정을 지나 권태로 향해 나아갑니다. - P187

저는 사랑이나 연애도 ‘그 시대에서 느끼는 감정의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 P187

사랑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모습 그 자체니까요. 그래서 아름다운 사랑도 있지만 불완전하고 어딘가 일그러진 사랑도 있는 것입니다. - P188

영화 「클로저」에는 사랑의 단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서로에게 ‘낯선 존재‘일 때는 관계가 잘 유지되다가 점점 ‘더 가까이(closer)‘ 다가가 진실에 가까워지면 관계는 흔들리고 깨어지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랑과 연애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영화이기도 합니다. - P192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관계는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공허해집니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길 바랍니다. 그 진실에 다가서기 전까지 연인들은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순도 높은 감정의 상태에 빠지게 되니까요. 한없이 차오르는 충만함, 순간의 몰입감, 진정성, 고통과 환희...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극한을 경험합니다. - P193

하지만 강렬한 몰입감을 경험하고 싶어서 사랑을 좇는 사람들은 언제나 실망하거나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P193

사랑만으로 온전히 그리고 영원히 서로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 P193

모든 사랑의 얼굴에는 균열이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 P194

우리는 어쩌면 그 불안과 불길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워나가는 게 아닐까요. - P194

우리는 결국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요. - P194

"자신이 얼마나 자주 타인을 오해하는가를 자각하고 있다면, 누구도 남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P195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제가 꼭 함께 소개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프레드 울만의 소설《동급생》입니다. 이 소설에서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렸던 두 소년 한스와 콘라딘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다름 아닌 오해 때문입니다. - P197

진실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잖아요. - P198

너는 내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어. 나에게 생각하는 법과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의심을 통해 우리 주님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법도 가르쳐 주었어. - P199

오해만 하는 사람들은 나만의 세계에 갇혀 다른 사람의 세계관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그저 틀렸다고만 말합니다. 그러나 콘라딘은 이 지점에서 정말 성숙한 사람이죠. 한스가 자신에게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 P199

우리는 오해하는 대신 의심하는 법을 배울 줄 알아야 합니다. 늘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나의 세계도 의심할 줄 알아야 합니다. - P199

오해와 이해가 한 끗 차이라는 걸 - P200

일상생활 속의 수많은 인간관계는 오해를 주고받다가 결국은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P200

누군가를 섣불리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단 그 사람의 근본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겠죠. - P201

어떤 사람을 오해할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을 갖고 있다면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P201

상처가 크면 그만큼 오해도 커지기 마련 - P201

오해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자존감부터 높여야 합니다. - P201

자존감과 자존심은 엄연히 다릅니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 P201

타이밍과 소통도 중요합니다. 한스와 콘라딘이 서로를 오해하던 시기에 만약 계속 함께할 수 있었다면 오해의 골이 그렇게까지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관계를 지키려면 단절을 경계해야 합니다. - P202

소통하지 않은채 서로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도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 P202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려는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대를 오해하거나 상대로부터 오해를 받습니다. 그럴 때는 조금 쿨하게 대처해도 좋을 것 같아요. 나의 진심과 배려가 상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았을 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의 문제이고, 당신은 나를 비난할 권리가 없어.‘ - P202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 P203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P203

이 글을 찬찬히 곱씹어 보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오히려 상대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골라 봤다는 의미가 됩니다. 단편적인 부분만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 P203

우리는 언제나 오해보다는 이해를 받고 싶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은 곧 내가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좋은 부분만 그들이 보고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 P203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그들이 목격했을 때 그것을 오해라고 단정 짓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해와 이해 두 가지 모두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 P206

멀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일도 가치 있습니다. 혹시나 내가 저 사람에게 뭔가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보고 그래도 답을 찾지 못했을 때는 용기를 내서 직접 물어보세요. 잃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니까요. - P206

상대를 이해하는 일은 당신에게도 나쁠 게 전혀 없습니다. 평생 콘라딘을 오해하며 살았던 한스의 삶이 행복했을 리 없는 것처럼요. - P207

누군가를 오해한다는 건 어쩌면 오해받는 일보다 더 힘겨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당신을 오해하고 있을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고, 한편으로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해서도 언젠가 한 치의 미심쩍음도 남기지 않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208

믿음을 통해서든, 자존감을 통해서든, 타이밍과 소통을 통해서든 모쪼록 그 방향이 부디 마음 편해지는 쪽이길 소망합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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