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독서 -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들의 독서 기록 하나의책 독서모임 시리즈 1
박소영 외 지음 / 하나의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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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3 책이 우리의 삶을 대단하게 바꿔 놓거나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진 못한다. 대신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상처를 위로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남편, 자식, 타인을 바라보느라 정작 소홀히 하던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존재하는 삶을 갈망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도, 스스로 밀고 나아가기 역부족일때 그들이 내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은 언제나 강력한 원동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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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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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중요했다.

시신이 관에 들어갈때 폭이 가장 넓은 지점은 팔꿈치에서 팔꿈치까지의 거리다.

최대 폭은 25인치다.

인형 안에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모든 것이 잘 맞아 들어가야 한다.

시신은 관에 맞아야 하고, 관은 관실에 맞아야 하고 ,관실은 무덤 구멍에 맞아야 한다.

그에 앞서 내가 편안히 쉬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했다.

그래야 어느날 , 생명을 잃은 나의 몸이 마치 내가 편히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관 속에 놓일 수 있을 테니까. 비록 한 존재가 그시점에 이르렀을 때는 편안하다는 개념이 부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122페이지.

 

뭔가 무시시하다고 아니 , 이것은 자신의 관을 만들기위해 아버지와 함께 줄자로 신체를 사이즈를 재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의 일부분이다. 자신의 죽음이 예견 되어있지 않치만, 오히려 죽음을 앞둔것처럼 보이든 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관을 만들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가이자 교수인 나는 오하이오에 자라서 그곳을 벗어난 토박이 중년아저씨이다. 오랜된 집을 사서 직접 고치는 것을 즐겨하고 휴대폰이라는 괴물에 억매이기 싫어 마지막까지 그 요물을 멀리했지만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영혼을 가진 아내를 통해 물질 문명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TV에서 보았던 미국 장례식에서 보았던 시체가 누워있던 관이 그렇게 비싸다니 !! 라는 나의 놀라움 처럼 저자도 자신이 그런 비싼 관에 들어간채로 묻히는것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래서 부인에게 말한다.

 

 

난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고 싶어

당신은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지 않을 거야 .

54페이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 화장할때 쓰는 전용 싼 관을 판지 상자라고 하는데, 그것에 묻히고 싶다는 작가의 뜻을 반대하는 부인 지나 때문에 결국 또다른 선택을 한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

60페이지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다리를 만들고 부수고 했던 공병 출신이라, 손재주가 남다르다 .또한 설계적수학 실력도 탁월해서 작가와 같이가 아닌 아버지가 아들의 관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작가는 관만들기를 통해서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태도, 어릴적 제일 친한 친구인 존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게 된다.

늘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동갑인 친구 ,

마지막 결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인생의 수많은 자잘한 일들과 위험하고도 즐거운 일을 함께 했던 사내, 압생트를 마시기로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던 사내..

77페이지

 

전화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여행에서 돌아온뒤 알게된 친구 존의 암투병와 함께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작가의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씩 아프고 그 지인들의 장례식에 가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중년이 넘으면서 주위사람들의 죽음이 조금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슬픔에 대해 ,그리고 그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해 여름은 암과 함께한 여름이 되었다.

78페이지

 

말처럼 아버지인후두암, 친구 존의 식도암, 어머니의 암 판정까지 ,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들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과 장례식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끼리 슬픔을 나누는 방식과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후 저자는

 

 

몇주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슬퍼한 것 뿐이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죽음에 대한 슬픔은 모든 것에 대해 슬퍼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내아들의 야구 대회에서 상을 받을 것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생일 케이클를 슬퍼하게 만들었다. 석양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161페이지

    

슬픔은 넣어둬라는 말보다 , 삶은 지속되고 있고 , 떠난 사람을 어떻게 추억하고 기리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치유하는 또하나의 방법임을 말한다. 어머니가 떠난후 어머니에 더 깊이 생각하고 , 친구 존이 떠난후 어느 행복한 날 , 일상의 행복에 젖어있을때 문득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슬픔이 진짜 슬픔을 나누는 것이라는 것등을 보여준다 .

그리고 많은 죽음을 지나서 자신의 관을 아버지와 만들면서 떠나갈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 미리 그사람과의 죽음을 미래에 올 내죽음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그가 비싼 관에 자기 몸을 넣은 것보다 훨씬 진짜 영혼을 데리고 가는 것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가 시작한 관 만들기의 종착점이 어디일까 ? 하면서 읽는 즐거움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죽음과 가까워질 마음과 상실을 슬픈 드라마가 아닌 , 시트콤이 약간 썩인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해서 좋았다.

관만들기에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나에게 시작될 죽음, 아니 시작된 죽음의 소식( 몇해전 돌아가신 아버지 ) 들에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읽는 동안 숙연해진다고 할까 ?

난 그 슬픔을 어떻게 건너지, 내 슬픔을 나눠줄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나 죽은뒤 보다 내가 살아갈 , 그리고 맞이할 죽음의 소식들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그것을 나눌 곁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작가의 죽은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 인생은 짧아 " 라는 진부한 말이 찐 대사라는 것을 ..

 

 

나는 먼저 죽음은 내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은 이미 내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었다.

또한 나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되지만 , 그렇다고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시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랜 친구가 최고의 친구라는것,

지혜라는 것은 평생 저지른 실수에 다름 아니라는 것,

살면 살수록 세상일에 대해 , 특히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잘 모르게 된다는 것,

어떤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침묵을 응시하는것은 실로 침묵을 응시하는 연습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노래들의 경우, 그 노래들을 듣는 게 너무 마음아파서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 노래들이 마음을 덜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330페이지.

 

이 모든것을 관을 만들어봐야 알수 있냐고 ? 어쩌면 관이 아닌 인생을 만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이 작가는 관이라는 어떤 사물, 상황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관을 만들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그곳에 작업공간도 있어야 하니까 우리는 아주 쉽고 간단한 책으로 ...

집있고 창고 있으신 분은 만들어보던가 !!! 죽기전까지 그관의 용도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

 

내가 도착했을때 아버지는 잠에 빠져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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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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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보충 수업시간이었다. 작문 시간 " 자신을 주제로 글쓰기 "였는데 다들 그말을 듣자 마자 한숨을 내쉬고 들이쉬고 했다 .

아이들 대부분이 고개를 숙인채 ,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선생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작문을 쓰서 제출하고 선생님께 검사 받으면 일찍 쓴 만큼 빨리 집에 보내준다.

 

그당시 , 교생 실습기간 이었던지라, 담임선생님이 연수를 가고 우리반 담당 교생 선생님이자 국어 담당이었던 그분은 아이들에게 잘 대해주려고 무척이나 애쓰셨던 기억이 난다.

난 그분에게 조금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그래서 작문의 주제을 " 불행한 우리 집 "이라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 바람나서 집나간 아버지, 우리 오남매 ( 많이도 낳았다 )양육하기위해 온갖 힘든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마저 그 부담때문에 , 엄마가 없어야 아버지가 돌아올거라는 기대로 집을 나가버린 우리집.

오남매만 남은채로 주위의 도움없이 , 일상를 살아내야 했던 우리 형제들의 일과를 썼던 것 같다.

밥을 하고 동생들을 돌봐야했던 큰언니부터, 공부는 잘했지만 끊임없이 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오빠, 주눅들어 세상의 모든 소리로 부터 귀를 닫았던 작은 언니, 그리고 철 모른척 해야 살 수있었던 나와 동생이야기 .

 

내 이야기를 쓰라니 너무 쉬워서 , 후루룩 쓰고 제출하면서 그 교생 선생님의 반응을 살펴보게 됐다.

" 못됐다 못됐어 "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래나 싶기도 하지만 , 그당시 집에 일찍 가고 싶은 맘도 컸고 , 무엇보다도 가난이라는 나의 수치심이 오랫동안 선생님들에게 차별 받아온 복수심 과 함께 아이들에게 잘 대해준 그 교생 선생님이 나같이 가난한 아이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못된 심리적 반응도 있었던 것같다.

 

그이후 교생기간이 끝날때까지 학교안에서 나를 만나면 웃으면서 애매한 눈빛과 함께 나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던 그분. 하지만 동정으로만 느껴져서 그기간 동안 은근히 선생님를 피해 도망쳤던 기억이 난다.

이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어렸던 시절 , 거짓동정을 받으려고 했던 나의 첫 글쓰기가 생각났다 .

 

어떤 글은 존재를 입체적으로 증명하지만, 어떤 글은 존재를 납작하게 만든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 읽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글쓰기에서도 가치판단이 적용되는 기준이 있다면 바로 이부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글, 고유한 개개인을 하나의 덩어리로 뭉개는 글은 위험하다.

나의 첫 글쓰기는 위험했다 .

 

 

 

8페이지

 

이책을 통해서 나는 깨닫는다. 나를 위한 글쓰기 또는 타인을 위한 글쓰기는 어떠해야 했는지 말이다.

장난처럼 시작된 나의 첫 글쓰기는 나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복수심과 수치심이 깊이 잠겨 있어서 나를 위한 위로도 없고 타인에게는 불행한 이야기로 동정만을 강요했던 것을 ..

그동안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못했던 이유를 , 글쓰는 것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매번 제자리에서 머무는 이유를 이책을 통해 깨닫는다.

 

책은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타인의 이야기를 쓰는 법, 매혹적인 글을 쓰는 실천적 방법들로 세장으로 나뉘어져있다.

 

첫번째장 - 나를 나로 살게 하는 글쓰기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에서 감추어야 할것과 감추지 않아야 할것의 경계는 결국 자신의 내면안에 있는 것임을, 사회가 바라는 이야기가 아닌 , 온전히 내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내안의 이야기로 경계를 지어야 진정한 글쓰기가 된다는 것을 나는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여야겠다. 이글을 통해서

 

내가 찍은 마침표를 쉼표로 만들어 자기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가 목소리를 부른다" 는 문장의 무게를 실감했다.

p 22

 

  

  

나에게 글쓰기 수업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로 쏙 들어갈 수 있게 돕는 사랑의 방식이었다.

23페이지

    

 

쓰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은 용기인 줄 모르는 용기가 아닐까.

내 숨을 막는 말, 한번쯤 꼭 꺼내야만 하는 말, 누구보다 내가 먼저 이해하고 싶어 어렵게 꺼낸 말, 쓰는 만큼 가벼워지는 각자의 순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다시 용기를 내본다.

077페이지

 

 

두번째장 - 타인과 연결된 문장은 단단해 진다.

 

감정불구자 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슬픈 영화에서 잘 안울고 , 누군가를 위해 위로나 충고를 잘 하지 못할 뿐만아니라, 타인을 위해 제대로 공감하면서 그 사람의 슬픔에 울어본적이 없다 .

세상 내 슬픔이 가장 크고 , 세상 내가난이 가장 커 보였다. 그랬던 지난날의10-30대기간이 오랫동안 심장에 마음에 자물쇠를 채웠던 것 같다. 항상 삶에서 타인을 대할때 차렷자세로 맞이하다보니 내 삶에도 정작 나는 항상 경직된 자체로 나를 위로 하지 못했던 것같다 .

세상을 돌아보니 내 슬픔과 상처는 다른 사람의 상처에 비해 크지 않았고 ,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지 못했던 지난날이 지금의 나- 감정 불구자 로 만들었음을, 불우한 환경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나를 더 닫힌 마음의 결과를 낳았음을 책을 통해 요즘 느낀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내자신을 가장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이라는 것을 .

글쓰기 또한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편협과 아집에 또는 감정만 잔뜩 있는 글이 된다것을 이책은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사라 아메드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해서 우리 자신이 정의로우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망설여야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촘촘하게 차별로 연결된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조금더 촘촘하게 사유하고 망설이는 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쓰는 사람으로 지녀야 할 태도를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대변 할 수 없는 내위치의 한계알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하려는 노력을 버리지 않기 .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고통를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

쓸 수 없는 말을 쓰기 .

141페이지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 존 버거는 자신이 거의 80년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동력을 이렇게 표현한다.

빈 곳을 메우는 사람. 말해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

"쓰는 사람"에 대한 여러 묘사 중 가장 마음에 닿는 표현이다.

페이지 158

    

 

 

그냥 사람이라는 말, 그저 사랑이라는 말,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울어라 .

그러니 너는 마음 놓고 네 자신으로 존재하여라,

두드리면 비춰볼 수 있는 물처럼

물은 단단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남겨진 것 이후를 비추고 있었다.

 

이제니 ( 남겨진 것 이후에 ) 중에서 .

 

 186 페이지 .

    

    

 

세번째장 - 매혹적인 글쓰기를 위한 안내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것이 아직 두렵다. 내가 드러나는 이야기는 진짜 두렵고 어려운일이다. 아직.

감추고 , 있는 척 하고 , 세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하는 나의 글쓰기를 위해 이장에서는 피해할 감정, 그리고 글쓰기를 위한 A-z 까지 나열되어 있다 . 그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비밀레시피 작가들 리스트가 좋았다.

내가 모르는 세계로 이끌어줄 작가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작가들 리스트들이라서 ..

 

 

글쓰기는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맑은 길을 가로지르는 과정이 아니라 뿌옇게 흐린 길을 더듬으며 내 위치와 감정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관성적으로 쉬운 길로 가려고 할때마다 잠시 제동을 걸어 일부러 길 잃기를 선택하는 게 쓰기의 과정 아닐까.

 

 

213페이지

 

 

 

자기 서사를 쓰는 일은 자서전 처럼 모든 일대기를 쓰는 일이라기보다,

내 기억과 일상을 낯설게 보고 기록하는 일이다.

권태에 눌리 않고 감각을 열어 지금을 살아갈때 , 과거와 지금의 경험에서 글감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게 아닐까 .

쓸거리가 없다고 느껴질 때에는 힘을 빼고 주의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을 둘러보세요 .

 

236페이지 .

 

 

글쓰기를 위한 책이지만 다 읽고 나면 , 내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리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심리학같은 책이다.

얼마전 모임에서 만난 지인은 " 이책의 저자의 삶에 비추어 난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아왔구나 " 라면서 나같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도 쓸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

저자도 책에서 " 시련이 준 상처와 슬픔이 내 서사에 힘을 실어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특별한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에 글감으로써는 곧 고갈 수밖에 없다 "라는 말에 공감하면서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릴적 부터 엄마는 항상 내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 책한권이 훨씬 넘는다 "라고 , 대부분의 그시절의 부모님들의 삶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 뻔하고 비슷한 삶이 , 어떤 식으로 쓰이는 가에 따라 소설이되고 에세이가되고 철학 심리학이 되는 것임을 , 홍승은 작가의 글을 통해서 느낀다.

때론 역경을 이겨내는 대단한 영웅보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감동과 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 사는게 거기서 거기지 , 돈이 많던 적던 "이라는 뜻모를 말을 하면서 ..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다시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의 글쓰기는 내 삶의 불안한 어린시절의 나를 제대로 보듬고 표출하는 일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 재작년 평생를 바람으로 일관해 우리 모두의 삶을 불행이라는 단어속에 갖두었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솔직히 눈물이 안나왔다. 사고라는 전화를 받는 순간 시작된 이기적인 마음이 앞섰다 . 중환자실에 오래 누워 갖은 병원비와 고생을 우리에게 떠넘길까봐.

 

그런 생각도중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나는 , 나를 아는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다. 오려는 그들을 막으면서 내가 한 변명은 멀고 번거롭다는 핑계였지만, 사실 우리 가족 모두가 슬퍼하지 않은 초상을 보여주기 싫었고 , 그런 모습을 한채로 있는 나도 보여주기 싫었던것 같다.

 

화장장에서 울던 언니를 째려보며 " 울긴 왜 우냐 "라고 눈총을 주던 나는 지금 ,갑작스런 울음이 난다.

해가 지날 수록 ,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불현듯 일상의 어느때고 나를 깨운다.

어쩌면 아직 나는 나를 제대로 쓰지 않아서 , 이런 감정들이 불쑥 불쑥 올라오는 것이 아닐까 !!

 

책의 첫문장 " 담백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온화한 미소 , 차분한 말투, 기복 없는 단단한 중심을 가진 사림이 .. 그런데 이번 생은 틀렸다.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문장을 온전히 뱉어내지 못해서 , 쓰고 싶은 문장과 쓰게 되는 문장의 거리는 , 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나 사이거리처럼 아득하다는 이야기 홍승은 작가의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현실적이다.

글은 오래 썼지만 ,나의 글쓰기는 중학교 시절 작문시간의 첫 글쓰기 , 그자리에 그대로 써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나를 발견하게 해준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로 통해 용기있는 글쓰기를 할 용기를 가져본다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아직 나는 모르겠다 . 좀 더 .. 시간이 .. 지나면 ... 될까 ?

 

 

담백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온화한 미소 , 차분한 말투, 기복 없는 단단한 중심을 가진 사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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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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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부터 욕쟁이 할머니포스로 나왔던 김수미라는 배우, 그녀의 촌철살인 하는 입담은 요리프로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삶의 굴곡이 많았고, 여배우로 오랫동안 그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마을 공동체가 흔했던 옛날 시절에는 동네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골목길에 놓인 평상이 사라진 지금, 각자의 개인주의로 인하여 점점 고민과 예의범절 및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덕등에 대해 꾸지람을 듣거나 이야기해줄 상대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리하여 맘충이니, 된장녀니 하면서 남을 비하하는 말을 곧잘 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런 상막한 시대에 앞선 시대를 살아온 어른으로 살아보니 인생에서 중요한것은 ~~~ 이다 . 라고 건넬 수 있는 위로와 훈계를 적절히 배치한 책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달달한 위로가 아닌 , 이책에는 호되게 꾸짖는 욕해드리는 서비스이다.

가끔 " 뭐 이런 고민들까지 보낼까 " 싶다가도 어쩌면 그나이대에 가장 큰 고민 일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생각도 해보게끔 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돼지새끼나 고민이 없지 .

사람은 다 고민이 있어 .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해요.

숨 붙어 있는 사람 치고 고민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나라 최고 부자도 고민하고 대통령도 고민해요.

반면에 돼지새끼는 고민 없어요.

그러니까 박터지게 고민하고 있다는 건 ,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사람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탯줄 끊는 순간부터 고행길입니다.

그 고행길을 크게 소리내면서 걸어요 .

뭔데 , 말해봐요. 내가 들어줄게요 .

07페이지 .

책은 네가지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시작한다. 나 , 일, 가족,인간관계 - 인간은 섬이 아니다 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위의 네가지 주제는 죽을때까지 따라다닌다.

태어나면서 생각이라는 인식이 들때부터 인간은 꾸준히 나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모든 관계에서 얻는 스트레스와 갈등을 통해 상처받으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상처를 제대로 보듬지 못하면 , 어떤 사람은 우울증으로 자살하거나 , 스트레스로인 한 질병에 이르게 되거나 ,조금씩 마음을 다쳐 세상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런 상처들에 김수미식 시방 상담소를 차근 차근 읽다보면 통쾌하면서 , 때론 화가 나기도 하지만 , 결국 맞어 맞어

나자신을 숨기고 있었던 감정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잘될거야 라는 희망적이기만 한 미래보다는 현실을 깨닫고 너 자신부터 당당해지고 자신을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욕을 섞어서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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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상의 봄 상.하 세트 - 전2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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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봄을 맞고 있는 요즘 , 미미 여사의 신간소식으로 그나마 삶을 또다른 활력이 된다. 두권합쳐 900페이지 가까운 벽돌책으로 집밖의 세상의 두려움을 잊고 , 다시 세상의 봄의 되찾을 기대를 꿈꾸게 만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날 밤 한여인이 강보에 아기를 안고 가가미 다키의 집에 나타난다.

가가미 다키를 보자 주저앉는 여자의 발에서 급히 온탓인지 피가 보인다 .

수석 요닌 이토 주로베에 나리타가 님 댁에서 유모로 일하는 미노라고 합니다.

그분은 올해 세 살 되신 적자 이치노스케 님이 십니다.

11페이지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의 수석 요닌 이토의 집안에 갑작스런 변고가 생긴것 이다.

즉 6대번주의 시게오키의 실각으로 인하여 , 수석 요닌까지 실각되면서 그집안 자체가 몰살위기에서 이토의 아들이라도 살리려는 아버지의 염원이 가가미 다키의 집으로 피신 보낸 것이다.

6대번주는 시게오키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번주자리에 오른 지 6년을 맞고 있는데 , 그동안 번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향샤의 신분에서 출세을 한 수석요닌 이토 에게만 일임하였다.

그로 인해 이토의 전횡에 대한 불만과 질투가 끊이지 않고 번주 시게오키에게도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6대번주 시게오키는 갑작스런 실각과 함께 숲속 호수 요양원 고코인으로 유배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가가미 다키와 그의 아버지는 6대번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이상하게 그들의 사건과 엮이게 되고 , 다키는 어느날 나타난 사촌 다지마 한주로를 통해서 고코인 저택으로 가게 된다.

이쁜 경치와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가진 고코인 저택에 당도한 다키는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어릴적 불로 인해 화상을 입은 하녀 스즈, 서양의학을 배워서 시게오키를 전담하는 노보루

에도가로 이자 어릴적부터 시게오키를 봐왔던 오리베

그리고 아름다운 청년 시게오키 군주

환경은 변하게 마련이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나,

모든 것은 운명이 정하는 것이고 인간은 그에 거역할 수 없다.

변덕스럽고 잔인한 운명은 다키처럼 하찮은 한 여자에게도,

오 년 전 그여자의 눈에 늠름하게 비쳤던 청년 군주에게도 평등하게 찾아 들었다.

p 21

.늠름한 군주였던 시게오키는 허망한 눈빛을 한채로 다시 다키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시게오키속에 여러사람이 존재한다며, 원한을 씌인 망령에 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그속에는 세명의 인물



그 세명의 인물은 왜 시게오키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가 ? 정말 죽은 혼의 망령인가 ?

다키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저택으로 불려온것인가 ?

그리고 수석 이토 요닌을 통해 밝혀지는 어느 마을의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고 그곳의 일가족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전 군주 시게오키의 정신착란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일까 ?

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된다.

네명씩이나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단서가 전혀없다.

첫번째 아이는 십팔 년 전 여름, 목수의 아들 잇페이, 나이는 열두살.

두번째 아이는 십육 년 전 여름 환전상의 일꾼 , 나이는 열한 살.

세번째 아이는 십삼 년 전 초봄 방물 상점의 아홉 살 짜리 외아들,

네번째 아이는 십 일 년 전 여름, 행상을 나왔던 열세살 고키치

p338

이 이야기와 관련된 또다른 소년들의 실종 살인사건, 그리고 다키가 알지 못했던 엄마 집안의 숨겨진 비밀까지 .

사건, 에도, 그리고 고코인 등, 장소를 왔다갔다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확장되고 흥미진진해진다.

다키와 스즈 등 고코인 사람들을 통해서 조금씩 삶의 기운을 받고 자신안에 있는 또다른 나를 보기 시작하는 시게오키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시게오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등이 펼쳐진다.

역사물이라서 , 귀신, 혼, 망령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 될 수 없는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미미 여사가 풀어가는 서사속에서 봄이 올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밀려온다.

타는 말 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평가 절하되었던 시기, 그시기를 견딜수 있는 힘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사람사이의 관계때문에 그 무서운 계절을 이겨 낼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나 자신에게 물어봤네 " 오리베는 말을 이었다.

" 어떤 중대한 비밀이 있는데 그것을 은폐하는 것이 주군 가문을 위한일, 기타미 번을 위한 일이라고 납득할 수 있었을때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

끝까지 감춘다.

시게오키가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감추었듯이, 중대한 비밀에 관해서도 입을 다물고 없었던 일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 중대한 비밀로 인해 무고한 영민이 목숨을 잃었다면 이야기는 별개다.

정치에 관여하는 자가 백성을 죽인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

그것만은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야.

빠짐없이 백일하에 드러내 주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믿네 .

p292

오리베 처럼 주군을 위한 무한 충성이 아닌 , 그 주군이 백성을 위해 존재 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 가신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미미여사의 역사물은 황량한 들판에 메말라는 추위에서 시작하더니 어느새 완연한 봄빛이 흩날리는 곳 서있는 느낌이 들게끔 한다.

. 가슴이 메어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라는 문장처럼 곳곳에 등장인물에 깊이 녹아져 있는 사연들을 만나면 가슴이 메이지만 곧 그들에게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이웃,어른 ,사랑이 넘쳐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잊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상처받지만 치유될 수 있음을 ..

시게오키가 다키를 만나 느꼈던 그 감정처럼

바위처럼 생긴 가가미의 딸이 모래처럼 공허한 나를 섬겨주겠다면 이 또한 인연일 테

p 315

코로나로 인해 망쳐진 봄향기, 봄꽃들이 바위처럼 단단한 우리 국민들로 인해 다시 되찾을 수 있을것 같은 희망이

그리고 삶에 지쳐 한없이 침참하고 사람이 미워질때, 그때 나의 곁에는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세상의 봄같은 존재의 사람들이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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