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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돈
케빈 필립스 지음, 이건 옮김 / 다산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Bad Money란 타이틀이 주는 대강의 느낌만 정보삼아 책을 펼쳤다가,
읽는 내내 받아들일 많은 정보량 때문에 심하게 혼이 난 기분이다..
꼼꼼하고 강한 저자의 필력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오늘에서야 읽기를 끝맺었다.
부록으로 실린 참고문헌 30page 정도를 빼면
실제 300page정도로 구성된 책인데 읽는게 여간 녹녹치 않았다.
특히나, 총 7장 中 4장 '증권화'까지는 읽는 속도를 내지 못한채 꼼꼼한 정독을 해야만 했다.
'서브프라임사태'란 세계경제에 큰 파급을 몰고 온 미국발 사건의 그 이면에 대해
저자는 경제적, 도덕적, 종교적면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적으로 원인분석을 펼쳐 놓았다.
1971년 베트남전을 거치며 생긴 경제적 피로의 해결방안으로
미국은 금본위제하의 통화체제를 폐지한 뒤,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의를 시작으로 석유대금의 달러거래를 본격화 하고,
영미권 국가들을 위시해 미국의 전략적 또는 경제적 영향권하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가세를 유도
전세계의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상부상조식 글로벌 경제발전 시대를 열어가면서
많은 국가들의 큰 시장으로써의 미국으로 부상하고 더불어 달러가 세계를 움직이는
기축통화가 되어 세계경제적으로 모두가 화려해 보이던 7,80년대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한다.
그 와중에 미국은 많은 것을 얻었지만 반면 오랜 세월 중요한 부분들을 제대로 인지하는데 실패하고,
수많았던 위험경고를 무시한 채 오늘날 경제적 위기를 거의 무방비 상태로 맞게 됐음에
기약없는 이 전례없는 위기상황은 현재진행형임을 피력한다.
자국을 지탱해왔던 내수산업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체질로 바뀌면서
점차 타국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자국의 산업자생력은 잃어갔지만,
90년대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강국으로써의 위상을 자산으로
실물경제 바탕의 상품수출이 아닌, 금융파생상품 개발과 판매로 국내외적인 이득을 대체해 간다.
특히, 아시아의 중국과 일본 등은 미국채 매입 등으로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 2007년 이후 세계적 달러약세 추세로 인해 이들 주요 상대국가를 비롯
미국과 교역중인 각국이 자국의 달러 보유고를 줄여 가는 추세로 바뀌면서
스스로의 살길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버리기 식이 되가는 경제정책을 모색해가는 분위기다.
어찌보면 돈이 아닌 석유, 즉 에너지자원을 둔 나라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형세속에서
미국을 적대시하는 많은 국가들로 둘러쌓인 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을 이은 현재의 패권국 미국은
역사란 큰 틀에서 존망의 기로에 선 입장이라 설명한다.
신용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금융산업은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 밖에 없는 이익집단에게 속박된 현 정치적 현실이
(뜻밖인 점은 저자의 정치에 대한 호불호가 없는 불신인데,
미국내 빅2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를 부정한다.)
신용상품이 다시 새로운 대출상품을 낳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시체제 하나 작동치 않은 채
위험부담 마저도 누구도 지지 않는 기형적 부실을 자라게 한 이런 구조의 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의 축적에 대해 낙천적으로 배려하는 심리적 배경엔 미국특유의 기독교적 영생주의마저도
현재의 많은 부실을 낳은 근본 중 하나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 예로 등장했던 것중 하나가 '시크릿'의 베스트셀러 열풍이였는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예로써 인용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기도 했다.
이에 추가해, 이런 많이 알려진 위험요소들 이외에도,
새로운 시각의 잠재적 위험요소들도 들추어내고 있다.
석유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미국사회를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피크오일이론(매장량이 바닥을 보여간다는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많은 전문리서치들을 접하고 있으면서도 너무 둔감하다는 것,
동시에, 석유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는 정책과 맞물려
이로인한 자원확보등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사이,
러시아나 중국 인도등은 미래를 대비한 에너지확보를 통해
미국이 도덕적 우월성으로 인해 놓치고 있는
확실한 생존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활방식은 갖춰 놓치 못한채
석유가 부족해지는 시대를 맞이해 가는 운명이며,
이런 미국의 상황을 타고 자원 강국들은 석유를 무기로 적대적 외교를 펼치면서
달러약세를 만드는데 동참하고 패권국으로써의 미국의 위상을
중국 등 타국에게 넘기야 될 상황을 만들어 간다는 논리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저자는 비관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닉슨대통령의 자문까지 했었다는 저자의 이력을 봤을때
이런 비관론을 피력하는 이유는 경제정책을 담당해 봤던 선배로써
애국심을 담고있는 회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름 읽었던 부분 중 핵심적인 부분을 간추려 스스로 정리삼아 되짚어봤는데,
워낙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 간추림이란게 쉽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소재의 책을 읽었던터라 읽는내내 추가로 얻었던게 많아 좋았는데,
읽는 동안은 미시적 서술처럼 보였지만 읽은 후엔 거시적 시각을 느낄 수 있었던 독특한 책이라
이런 내용을 담아 낸 저자의 노고를 책 한권으로써 잠시 소유할 수 있었기에 매우 감사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속에 생겨난 숙제도 하나 있다.
패권국...결국 힘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인것 뿐인 역사의 순환속 일부분인데,
실제 그 자리를 가지고 있는 쪽과 가져보려는 쪽 모두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는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자리로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구분해선 안될 자리라 보여지기에
한 국가의 위기와 미래를 보고있는 내내 편안치가 않았다.
Bad Money! 한번 더 일독해봐야 더 정확하게 내것이 될 듯한 내실있는 책이다.
[p.s]: 236page의 맨 윗줄 '맨커 올슨'은 추후 '맨서 올슨'으로 교정작업을 거쳤으면 한다.
외국인명이라 좀더 정확한 표기가 독자를 위해 좋겠단 생각 때문이다.
작은 오탈자나 교정을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문맥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었기에
위에서 말한 정도만 수정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