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이기진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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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일요일 아침의 가장 멋진 풍경은 그늘 아래에서 로제와인을 한 잔 놓고 휴일의 공기를 느끼는 게 아닐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쓰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시간이 풀장을 넘쳐흐르는 물소리처럼 흐르고 있다. 마치 진공 속에서 깃털이 낙하하는 것처럼 시간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난 의자에서 눕다시피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본다. 항상 가방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책을 넣고 다닌다.


인쇄된 흑백의 활자를 읽는 즐거움, 인쇄된 활자를 들춰보는 즐거움,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아쉬움, 머리가 복잡거나 반대가 머리가 텅 빈 상태에서 뭔가 해야 할 일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책을 펼친다.


1280-주말 낮에 마시는 모히토 칵테일 한 잔은 하루의 밖과 안의 공간을 가르는 라인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 놀자!‘라는 신호와 같다. 해질녘 늦은 오후에 마시는 모히토 칵테일 한 잔은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한 스타트 라인의 신호다. 사실 모히토는 어느 때 마셔도 시원하고 청량한 민트향과 라임의 시큼함이 럼의 알코올 성분과 만나면 기분을 갑자기 좋게 만든다.


225- 6월의 브르타뉴 날씨는 환상적이다. 변덕스럽지만 맑은 하늘에 비를 잠시 뿌릴 분, 공기와 하늘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날이 지속된다. 점심이면 차를 타고 바닷가에서 나간다. 바닷가 파라솔 아래에서 샐러드와 화이트와인 한 잔을 먹고 디저트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


300- 오후4시가 되면 태양의 움직임은 떠나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다. 우리 몸은 이런 미묘한 공기의 변화를 감지한다. 태양은 달에게 빛을 넘기며 서서히 사라져간다. 이 시간엔 물리적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한낮 최고 에너지와의 차이만큼 , 부족함은 뭔가를 찾게 만든다. 간식이든, 맑은 공기든, 산책이든, 커피 한 잔이든.


카페로 향해야 하는 적절한 시간이 이즈음이다. 커피 한 잔 분량의 카페인이 필요하다. 밤으로 가는 전환점의 출발, 각설탕 하나를 넣은 에스프레소의 카페인으로는 부족하다면, 만약 더 자극적인 그 무엇이 필요하다면, 에스프레소 한잔과 칼바도스 한 잔을 권한다.



******************************


딱 4시다. 나도 칼바도스 한잔 마시고 싶다.

‘ 난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주중엔 항상 똑같은 패턴이다. 회사에서 집으로 집에서 회사로 그런 생활 중간 중간 늘 피곤하다는 생각을 달고 산다. 만약 이곳이 아닌 도시에서 직장생활한다면 붐비는 출퇴근 지하철 많은 사람들과의 부데낌속에서 더 피곤하지 않을까.현재 나는 그런 출퇴근 시간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다. 매일의 출퇴근길은 자연환경이 더할수 없이 좋은곳으로 마치 한적하고 경치좋은 곳으로 여행가는 길과 비슷하다. 도로는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사방은 초록의 산으로 덮여있다. 창문을 열면 향긋한 풀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회사를 가도 크게 머리아플일도 없고 그냥 사무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만 하는데도 왜 그리 권태롭고 피곤할까. 그러면서 주말이 빨리 돌아오기를 그리워한다.

막상 주말이 되면 타고난 게으름 때문에 계획했던것을 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계획이 없는 주말이란 웬지 시간을 낭비해 버릴것만 같아 뭔가 계획하지만 아주 잘보냈다고 별점을 주기엔 좀 그렇다. 그래도 무엇을 계획대로 해야만 주말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었다는 약간의 성취감이 들지만 뭔가 부족하다.


투엔이원의 씨엘(이채린)의 아버지이자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가 쓴 ‘파리로 간 물리학자‘라는 책을 보면 그는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즐기고 있음을 알수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성향도 보인다. 젊은시절 가족과 무작정 떠난 파리에서의 생활, 연구실과 파리의 다락방을 오가며 건물1층의 카페에서 논문을 쓰며 가족과 보낸 시간들은 오십이 넘은 지금의 그에겐 인생의 소중한 자양분으로 남아있다. 그후 일본에서 7년 생활하기도 했다. 파리와 서울을 왔다갔다하며 자유스럽게 사는 파리지엥의 삶이 몸에 배어있는듯하다.

그는 주말낮에 칵테일을 마시며 깃털같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온전히 주말 그 자체를 즐긴다. 인생이란 뭐 별거있나 싶다. 동료 교수의 집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와인을 즐기고 비를 맞으며 수영을 하기도 한다. 주말 낮에 직접 만들어 마시는 모히토 칵테일 부분에서는 한잔 마시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에서 마셨던 샹그릴라가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크로와상과 커피로 시작해서 태양이 넘어가는 시점에 카페인이 필요하다는 그는 퇴근해서는 와인한잔 마시며 저녁요리를 시작한다. 과거 파리에서의 소소한 일상이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그 여유롭고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갓구운 빵과 커피 그리고 칵테일이나 삼페인과 함께하는 나른한 주말의 일상이 낭만 그 자체가 아니고 뭐 겠는가. 그런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법‘아닐까.


이 책을 읽은 탓인지 지난주와는 다른 주말을 보내고 싶어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1시간 거리의 카페에서 코코넛이 들어간 샤벳스탈의 커피를 치와바타와 함께 사왔다.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침대에 기대 스타벅스 매장음악을 틀어놓고 독서를 했다. 몇시간 후 근처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 창문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뭔가 칵테일이라도 마셔야 하나 했다. 럼주를 사서 그의 책 속 레시피데로 해보고 싶었으나 뭐 조제하고 만들고 요리하는건 진짜 못한다(뭐 잘하는게 있을랴마는). 주말이라 헬스장엔 나밖에 없었다. 혼자 에어컨을 켜고 쾌적한 상태에서 재즈음악을 들으며 두시간 런닝머신을 가볍게 걷는다. 운동전 마신 커피때문인지 오늘은 발걸음이 가볍다. 평소엔 자전거도 타고 가벼운 상체운동을 하지만 오늘은 오직 런닝머신이다. 운동을 끝낸 후 근처 온천에 들러 게르마늄이 들어간 만원짜리 비누를 사고 (책속에 살롱드 비누가 나온다)근처 마트에서 쌀국수 재료를 샀다. 쌀국수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한후 또다시 미니조명을 침대곁에 켜두고 오전에 읽다만 ‘파리로 간 물리학자‘책을 마저 읽는다.

나 또한 책 읽는 내내 언젠가는 갈것같은 외국의 어느 해변의 비치베드에 누워 해질녁의 풍경을 감상하며 칵테일마시며 독서하는 상상도 해본다. 런던의 펍에서도 플로리다 해변에서도 책을 읽을수 있는 여유를 누릴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모히토 칵테일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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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독서등

침대에서 책보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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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모처럼 서울에 다녀왔다. 시골은 비가 오고 우중충하던데 서울은 밝은 햇살아래 빛나고 있었다.
서울의 공기는 마치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의 영향으로 기분이 업된거 같은 그런 느낌을주었다.

휴우..평생 도시 생활을 그리워하고 살았지만 시골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전전긍긍, 아둥바둥하며 그런저런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학창시절 열심히 살것을 ㅋ

서울 살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뭐 쇼핑센타 등등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맛있는것도 먹고 뭔가를 배우고 일도 하는 그런 도시라이프를 평생 꿈꿔봤지만 결국 시골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그건 한낱 기대에 불과하게 되었고

퇴직후 도시에 살면 매주 그런 장소 투어다니면서 커피 마시면 좋겠다 하는데 이 마저도 가능성이 떨어지는게 퇴직할 즈음 기력도 떨어지고 팔다리가 저려서 잘 돌아다니지 못할거 같은 두려움으로 가득차고

어릴때 거실을 책으로 서재화하면서 아이들이 인서울해서 아이들따라 도시로 가는 상상을 했지만, 아이들은 부모뜻대로만 자라주지 않는다는 뼈져린 경험을 통해 어쩌면 삶이란 모두가 행복을 바라지만, 그저 고통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게 더 좋을거 같다는 결론에 도달,,,(쇼펜하우어가 피력했듯)

결국 삶은 그냥 젊을 때 부지런히 쏘다다니는게 좋을거 같은데 현실은 또 그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휴우,,,....ㅋㅋ

뭐 서울 사는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을지 모르지만 주변 논밭뷰를 평생 보고 사는 촌사람 입장에선 서울은 로망일수 밖에 ,,,

암튼, 서울은 나에게 로망의 도시일뿐. .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스벅에서 여름에디션 텀블러 하나를사고 말차라테를 마시고, 메나주리에서 빵을 사고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쉑쉑버거까지...(다시는 안먹을듯, 몇년전 런던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는...ㅠ)
또 신세계 백화점에서 Cos 특별매장서 할인하길래 상의만 네벌 집어왔다. 한번씩 이렇게 서울가면 미친 소비를 하고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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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6-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생활의 로망 -
도시는 왠지 분주하고 바쁘고
그렇게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
다.

그나저나 쉑쉑버거는 함 먹어
보고는 싶습니다.

Grace 2022-07-10 17:24   좋아요 1 | URL
쉑쉑버거 저한텐 왕실망입니다. 센트럴시티점 ㅠㅠ

Meta4 2022-06-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는 동안 힘들지라도 제일 잘한 일이 탈서울 한 것 이어요.

Grace 2022-07-10 17:25   좋아요 0 | URL
아~~저는 살아보지 못해서 그냥 무작정 선망하는거 같아요~
 

제발 오늘은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오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오전 10시가 될무렵 총무팀에서 직원이 외친다.˝야생동물 담당자 누군가요?˝ 이쪽으로 돌리라고 하고 받아보니 웬 남자가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꿩을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 목소리는 상당히 당황하고 두려움에 가득차 있었다. 보호동물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인지, 행정처벌이 두려운 것인지 알수없었다. 꿩 머리에 피가 난다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꿩도 보호동물이냐고 하니 그렇단다. ˝꿩 상태가 어떤가요?˝ 하니 머리를 조금 다쳤다고 한다.

군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버스정류장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꿩 머리를 다치게 했다는데 어떻게 해야해?˝ 담당자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야생동물보호광역팀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광역팀 담당자는 꿩 상태가 어떠냐고 해서 그 신고자에게 전화해서 다시 알려준다고 하고 끊은 사이 다시 그 신고자 전화가 걸려왔다. 엄청 다급한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시면 전화가 올거라 했지만 단 1분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안절부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물어보았다. ˝꿩이 지금 의식은 있나요? ˝ 했더니 팀원들이 자지러듯이 웃는다. 나도 겨우 터지는 웃음을 참고 의식이 있다고 광역팀 담당자에게 알려주며 그 신고자 전화번호도 알려줬다. 그후 꿩이 어떻게 되었는지 낼 출근하면 알아봐야겠다.

갑자기 오래전 섬에 있는 면사무소에 근무할때의 일이 생각났다. 면장 출퇴근 차를 모는 기사가 차에 엽총을 실고 다니며 꿩사냥을 했었다. 산기슭 부근에 꿩이 보이면 차를 멈추고 엽총을 이용해 꿩 사냥을 했었고 잡은 꿩은 구워먹었던 것으로 안다. 그가 꿩 킬러였던 건 익히 직원들 사이에 알려진 일이었다. 직원 한명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멤돈다.
˝ 봉식이(면장차 운전기사)는 죽으면 꿩이 와서 온 살을 뜯어먹을것이여..˝

세상이 참 좋아졌다. 꿩도 이제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후가 되자 총무팀 서무가 전직원들에게 알려주길 금요일,토요일 선거 공보작업을 할거 같다고 한다. 금요일 포상휴가를 사용 할 예정이었는데 토요일도 근무를 하게 된다면 금요일 휴가가 별 의미가 없어서 수요일로 내야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부면장에게 말하니 뭔 그런 특가가 있냐고 반문한다. 코로나감염병대응에 따른 포상휴가라고 하니 자기는 과거 그런거 다 안챙겼다는 식이다. 그 말에 열이 확 달아올랐다. ‘그래서 자기 휴가도 못챙겨먹고 살아온 지금 어떤 이익을 보고있냐고‘ 넌즈시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자기가 그렇다고 직원들의 당연한 권리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정말 그런 고루하고 낡은 방식을 가진 퇴직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니 숨이 턱 막혀온 하루였다. 포상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위협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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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기괴한 날이다.
간 밤의 일이 생각난다. 갑자기 누군가 내 스토리 소식보기를 눌렀는지 알림이 떴다. 이름이 낯설어 그의 스토리에 가보니 전에 근무한 면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목사였다. 아니 그렇다치고 그 목사와 개인적으로 핸드폰으로 한것도 아닌거 같은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을까 하며 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 목사가 나타난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내 몸을 만지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내며 그 목사부인에게 가서 내가 고소한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데 실제로 잠꼬대로 고소한다고 악을 썼던 것이다. 그 소리에 놀란 남편 새벽에 잠이 깼다. 뭐 잠꼬대를 한두번 한것도 아닌지라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깊은 잠을 못자는 것인지 항상 꿈을 꾸고 몇개월에 한번은 잠꼬대를 하는거 보니 갑자기 치매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뒤숭숭한 그 꿈을 뒤로한채 찜찜한 상태로 출근을 해서 그 목사의 소식받기를 차단하고 카톡의 프사도 기본화면으로 바꿔두었다. 뭐 그 목사가 딱히 싫다기보다는 그냥 아무런 교류도 없는 상대가 내 카스 소식을 받아본다는 것에 웬지 예민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그 늙은 목사는 밤늦은 시각인 10시 30반쯤에 내 스토리를 어떻게 보게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내내 사그라들지 않았다.

월욜 아침 출근하니 내내 안하던 팀장회의를 갑자기 면장이 하자는 것이다. 부랴부랴 올라가니 다른 일로 화가 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면장이 아침에 뭔 회의냐고 출장간다고 한 말에 화가 난 상태였다. 앞으론 담주부터 매주 꼬박꼬박 9시에 회의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나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네가지 사안에 대한 것을 말하는데 그건 내가 어찌 할수 없는 사안이고 지침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할수 없는 일인데 막무가내로 내가 서두르지 않았던 것으로 나에게 폭탄을 집중투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고 나 역시 그렇게 당한것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안좋은 기분을 풀고자 오후에 인근 보건지소에 잠시 들렀더니 간호직 팀장이 나에게 면장에 대해 물어본다. 어떤 분이냐고 한다. 왜 요즘 사무실 근처 이상한 조형물이 생기고 여기저기 막 사업을 벌려놓은거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난 그동안 겪었던 생각에 대해 막 풀어놓았고 덧붙여 면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래 마냥 그리 좋은 성정은 아니어서 젠틀맨이 되고 싶어하나 천성인 더러운 성격이 순간순간 튀어나와 그 경계 구간에서 방황하는 캐릭터˝라고 했다. 간호직 팀장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그러다 간밤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며 내가 말했다.
˝밤에 침대 밑에 식칼을 두고 자야 할까요?˝ 이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런 미신은 믿지 마세요, 하느님은 있습니다˝
˝진짜요?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보이시겠어요?˝ ˝ 성경을 예로 들죠,,성경이 만들어진지 2천년이 지났는데 그 내용은 과학이에요. 공이 허공에 떠있다는 것(지구)과 얼마전에 노아의 방주를 터키에서 발견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간호팀장은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에 몽롱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마침 이번주 일주일 내내 자기교회에서 ‘성경강연‘이 있는데 밥도 준다고 같이 가자며 ‘소름끼친다‘고 이런 우연을 표현했다. ˝밥이요? 메뉴좀 보여주세요˝했다. 메뉴는 주물럭에 양배추가 전부여서 밥은 포기했다. 그래도 호기심에 간다고 약속을 했다.

머릿속에서는 저녁에 헬쓰장도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과 그 교회가 집에서 조금 멀다는 사실로 뒤죽박죽 된 상태에서 내가 그곳에 간다는 걸 팀원들과 지인들에게 말하니 지인은 대학다닐때 한복입고 이상한 종교에 빠진 흑역사를 이야기를 하며 내켜하지 않는 반응이고 하루 연가를 낸 팀원은 ˝아무래도 내가 귀얇은 팀장님을 지켜줘야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다 퇴근시간이 되었고 갑자기 면장은 스승의 날이라고 자기가 강의를 나간 대학의 제자들이 보내왔다며 케익을 가져와서 나에게 와서 눈짓을 한다. 일부러 다른 팀원이 핸드폰을 새로 구입했다고 하길래 그곳에 관심있는척 조금 지체하니 계속 면장이 보고 있어서 후다닥가서 케익을 자르고 케익칼로 청포도와 딸기를 덜어먹으며 머릿속엔 칼퇴근해서 헬스에서 30분하고 교회로 달려갈 계획을 했다.

6시 종이 울리자 후다닥 정문으로 나가니 어디선가 또 면장이 나타났는데 나쪽을 보고 있지 않다. 미친듯 바람처럼 주차장으로 막 뛰었다. 그리고 결국 헬스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돌리고 있다보니 갑자기 교회 가기 싫어졌다. 한 삼십분이 지났을까 딸이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버스에서 자다가 이상한 곳으로 내렸어, 데리러 와줄수 있어?˝하는것이다. 만약 내가 이때 교회갔더라면 딱 10분만에 나왔을 시간이었다. 전화 온 자식은 정말 정말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많이 들고 내 속을 끓이는데 언제나 유순한 딸이 될까 걱정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한건을 하셨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곳으로 딸을 데리러 갔다. 속은 썩어 문드러질지언정 ˝그래 잘못 내릴수도 있지˝라고 했지만 일주일 전 끊은 주2회 필라테스 수업을 오늘 빠지고 친구만났다는 말에 또 폭발하고 말핬다. 방귀낀놈이 성질낸다고 내가 뭐라고 하니 되려 성질이나..휴....자식을 키우는 과정은 고된 수행의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꺠닫고 한숨을 쉬니 같이 따라 쉰다.

그러면서 갑자기 ˝달좀 봐˝하는거다. 집에 갈때까지 내내 말도 안하고 갈줄 알았는데..달을 보니 지금껏 본적이 없는 엄청 큰 보름달이다. 대화를 길게 하기 위해 ˝아냐 전등이야˝했더니 아니라고 달이라고 한다. ˝그러네˝하면서 차에서 내리자 말했다. ˝ 엄마 교회가서 철야기도 하고올께(물론 거짓말이다)˝ 차 타고오면서 내가 성경공부를 하겠다는 말을 하니 교회에 돈을 많이 갖다주지 말라며 조언한다. 교회에 재산 갖다 바치면 자기한테 돌아올 돈이 없어질 걱정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딸은 내가 교회가서 오든 말든 그러던가 말던가 하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정말 어떻게 해야 딸이 엄마를 애틋하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하다가,,절망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도 힘든 하루였다. 집에 들어가니..˝교회안갔어?˝하며 딸이 교회가지 왜 그렇게 일찍 들어왔냐는 반응이다. ˝네가 가라고 하니 안가고 싶어져서 들어왔어 ˝라고 했다. 매일매일이 평온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이가 드니 그런 평온이 무척 그리워지고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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