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기괴한 날이다.
간 밤의 일이 생각난다. 갑자기 누군가 내 스토리 소식보기를 눌렀는지 알림이 떴다. 이름이 낯설어 그의 스토리에 가보니 전에 근무한 면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목사였다. 아니 그렇다치고 그 목사와 개인적으로 핸드폰으로 한것도 아닌거 같은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을까 하며 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 목사가 나타난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내 몸을 만지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내며 그 목사부인에게 가서 내가 고소한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데 실제로 잠꼬대로 고소한다고 악을 썼던 것이다. 그 소리에 놀란 남편 새벽에 잠이 깼다. 뭐 잠꼬대를 한두번 한것도 아닌지라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깊은 잠을 못자는 것인지 항상 꿈을 꾸고 몇개월에 한번은 잠꼬대를 하는거 보니 갑자기 치매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뒤숭숭한 그 꿈을 뒤로한채 찜찜한 상태로 출근을 해서 그 목사의 소식받기를 차단하고 카톡의 프사도 기본화면으로 바꿔두었다. 뭐 그 목사가 딱히 싫다기보다는 그냥 아무런 교류도 없는 상대가 내 카스 소식을 받아본다는 것에 웬지 예민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그 늙은 목사는 밤늦은 시각인 10시 30반쯤에 내 스토리를 어떻게 보게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내내 사그라들지 않았다.
월욜 아침 출근하니 내내 안하던 팀장회의를 갑자기 면장이 하자는 것이다. 부랴부랴 올라가니 다른 일로 화가 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면장이 아침에 뭔 회의냐고 출장간다고 한 말에 화가 난 상태였다. 앞으론 담주부터 매주 꼬박꼬박 9시에 회의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나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네가지 사안에 대한 것을 말하는데 그건 내가 어찌 할수 없는 사안이고 지침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할수 없는 일인데 막무가내로 내가 서두르지 않았던 것으로 나에게 폭탄을 집중투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고 나 역시 그렇게 당한것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안좋은 기분을 풀고자 오후에 인근 보건지소에 잠시 들렀더니 간호직 팀장이 나에게 면장에 대해 물어본다. 어떤 분이냐고 한다. 왜 요즘 사무실 근처 이상한 조형물이 생기고 여기저기 막 사업을 벌려놓은거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난 그동안 겪었던 생각에 대해 막 풀어놓았고 덧붙여 면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래 마냥 그리 좋은 성정은 아니어서 젠틀맨이 되고 싶어하나 천성인 더러운 성격이 순간순간 튀어나와 그 경계 구간에서 방황하는 캐릭터˝라고 했다. 간호직 팀장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그러다 간밤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며 내가 말했다.
˝밤에 침대 밑에 식칼을 두고 자야 할까요?˝ 이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런 미신은 믿지 마세요, 하느님은 있습니다˝
˝진짜요?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보이시겠어요?˝ ˝ 성경을 예로 들죠,,성경이 만들어진지 2천년이 지났는데 그 내용은 과학이에요. 공이 허공에 떠있다는 것(지구)과 얼마전에 노아의 방주를 터키에서 발견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간호팀장은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에 몽롱하게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마침 이번주 일주일 내내 자기교회에서 ‘성경강연‘이 있는데 밥도 준다고 같이 가자며 ‘소름끼친다‘고 이런 우연을 표현했다. ˝밥이요? 메뉴좀 보여주세요˝했다. 메뉴는 주물럭에 양배추가 전부여서 밥은 포기했다. 그래도 호기심에 간다고 약속을 했다.
머릿속에서는 저녁에 헬쓰장도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과 그 교회가 집에서 조금 멀다는 사실로 뒤죽박죽 된 상태에서 내가 그곳에 간다는 걸 팀원들과 지인들에게 말하니 지인은 대학다닐때 한복입고 이상한 종교에 빠진 흑역사를 이야기를 하며 내켜하지 않는 반응이고 하루 연가를 낸 팀원은 ˝아무래도 내가 귀얇은 팀장님을 지켜줘야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다 퇴근시간이 되었고 갑자기 면장은 스승의 날이라고 자기가 강의를 나간 대학의 제자들이 보내왔다며 케익을 가져와서 나에게 와서 눈짓을 한다. 일부러 다른 팀원이 핸드폰을 새로 구입했다고 하길래 그곳에 관심있는척 조금 지체하니 계속 면장이 보고 있어서 후다닥가서 케익을 자르고 케익칼로 청포도와 딸기를 덜어먹으며 머릿속엔 칼퇴근해서 헬스에서 30분하고 교회로 달려갈 계획을 했다.
6시 종이 울리자 후다닥 정문으로 나가니 어디선가 또 면장이 나타났는데 나쪽을 보고 있지 않다. 미친듯 바람처럼 주차장으로 막 뛰었다. 그리고 결국 헬스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돌리고 있다보니 갑자기 교회 가기 싫어졌다. 한 삼십분이 지났을까 딸이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버스에서 자다가 이상한 곳으로 내렸어, 데리러 와줄수 있어?˝하는것이다. 만약 내가 이때 교회갔더라면 딱 10분만에 나왔을 시간이었다. 전화 온 자식은 정말 정말 손이 많이 가고 돈이 많이 들고 내 속을 끓이는데 언제나 유순한 딸이 될까 걱정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한건을 하셨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곳으로 딸을 데리러 갔다. 속은 썩어 문드러질지언정 ˝그래 잘못 내릴수도 있지˝라고 했지만 일주일 전 끊은 주2회 필라테스 수업을 오늘 빠지고 친구만났다는 말에 또 폭발하고 말핬다. 방귀낀놈이 성질낸다고 내가 뭐라고 하니 되려 성질이나..휴....자식을 키우는 과정은 고된 수행의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꺠닫고 한숨을 쉬니 같이 따라 쉰다.
그러면서 갑자기 ˝달좀 봐˝하는거다. 집에 갈때까지 내내 말도 안하고 갈줄 알았는데..달을 보니 지금껏 본적이 없는 엄청 큰 보름달이다. 대화를 길게 하기 위해 ˝아냐 전등이야˝했더니 아니라고 달이라고 한다. ˝그러네˝하면서 차에서 내리자 말했다. ˝ 엄마 교회가서 철야기도 하고올께(물론 거짓말이다)˝ 차 타고오면서 내가 성경공부를 하겠다는 말을 하니 교회에 돈을 많이 갖다주지 말라며 조언한다. 교회에 재산 갖다 바치면 자기한테 돌아올 돈이 없어질 걱정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딸은 내가 교회가서 오든 말든 그러던가 말던가 하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정말 어떻게 해야 딸이 엄마를 애틋하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하다가,,절망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도 힘든 하루였다. 집에 들어가니..˝교회안갔어?˝하며 딸이 교회가지 왜 그렇게 일찍 들어왔냐는 반응이다. ˝네가 가라고 하니 안가고 싶어져서 들어왔어 ˝라고 했다. 매일매일이 평온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이가 드니 그런 평온이 무척 그리워지고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