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늘은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오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오전 10시가 될무렵 총무팀에서 직원이 외친다.˝야생동물 담당자 누군가요?˝ 이쪽으로 돌리라고 하고 받아보니 웬 남자가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꿩을 다치게 했다는 것이다. 목소리는 상당히 당황하고 두려움에 가득차 있었다. 보호동물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인지, 행정처벌이 두려운 것인지 알수없었다. 꿩 머리에 피가 난다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꿩도 보호동물이냐고 하니 그렇단다. ˝꿩 상태가 어떤가요?˝ 하니 머리를 조금 다쳤다고 한다.

군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버스정류장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꿩 머리를 다치게 했다는데 어떻게 해야해?˝ 담당자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야생동물보호광역팀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광역팀 담당자는 꿩 상태가 어떠냐고 해서 그 신고자에게 전화해서 다시 알려준다고 하고 끊은 사이 다시 그 신고자 전화가 걸려왔다. 엄청 다급한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시면 전화가 올거라 했지만 단 1분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안절부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물어보았다. ˝꿩이 지금 의식은 있나요? ˝ 했더니 팀원들이 자지러듯이 웃는다. 나도 겨우 터지는 웃음을 참고 의식이 있다고 광역팀 담당자에게 알려주며 그 신고자 전화번호도 알려줬다. 그후 꿩이 어떻게 되었는지 낼 출근하면 알아봐야겠다.

갑자기 오래전 섬에 있는 면사무소에 근무할때의 일이 생각났다. 면장 출퇴근 차를 모는 기사가 차에 엽총을 실고 다니며 꿩사냥을 했었다. 산기슭 부근에 꿩이 보이면 차를 멈추고 엽총을 이용해 꿩 사냥을 했었고 잡은 꿩은 구워먹었던 것으로 안다. 그가 꿩 킬러였던 건 익히 직원들 사이에 알려진 일이었다. 직원 한명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멤돈다.
˝ 봉식이(면장차 운전기사)는 죽으면 꿩이 와서 온 살을 뜯어먹을것이여..˝

세상이 참 좋아졌다. 꿩도 이제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후가 되자 총무팀 서무가 전직원들에게 알려주길 금요일,토요일 선거 공보작업을 할거 같다고 한다. 금요일 포상휴가를 사용 할 예정이었는데 토요일도 근무를 하게 된다면 금요일 휴가가 별 의미가 없어서 수요일로 내야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부면장에게 말하니 뭔 그런 특가가 있냐고 반문한다. 코로나감염병대응에 따른 포상휴가라고 하니 자기는 과거 그런거 다 안챙겼다는 식이다. 그 말에 열이 확 달아올랐다. ‘그래서 자기 휴가도 못챙겨먹고 살아온 지금 어떤 이익을 보고있냐고‘ 넌즈시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자기가 그렇다고 직원들의 당연한 권리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정말 그런 고루하고 낡은 방식을 가진 퇴직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니 숨이 턱 막혀온 하루였다. 포상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위협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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