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가 엉망이다. 최근 다시 책을 읽고 만년필로 노트에 중요한 문장 필사를 시작했다. 생각같아선 책 전체를 하고 싶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듯 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글로 어떻게 표현을 할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달리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많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속에서 바로 발견했다. ˝ 나는 지금 50대 후반이다. 21세기라는 것이 실제로 다가와서 내가 정말로 50대를 맞이하게 될 줄은 젊었을 때는 전혀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언젠가 21세기가 오고(아무런 일이 없다면)그땐 내가 50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지만, 젊었을 때의 나에게 있어 50대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은 ˝사후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는 말을 들은 것과 같을 정도로 곤란한 일이었다 ˝ 20대의 나는 20대가 주는 어설픔으로 너무도 힘들었다. 하지만 햇살이 반짝이는 봄날을 맞이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고 뭔가 멋진 앞날이 내 앞에 펼쳐질 것만 같은 상상을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투름,어설픔으로 얼른 20대의 강을 건너고, 빨리 30대 40대가 와서 퇴직을 하고 싶었다. 그 속에서도 50대는 안중에도 없었다.아마 하루키처럼 50대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가보지 않는 세상을 그 어떻게 말할수 없는 것과 비슷했고 50대가 되면 이젠 노령의 문턱을 밟는 다는 것과 비슷해서 너무도 끔찍해서 였을수도 있다. 그런 내가 이제 8년후면 하루키처럼 50대 후반이 된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의 하루키는 5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전혀 늙지 않았다.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하는 것들이 젊을때부터 달리기를 통해 유지해 온 건강 때문이리라.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작가라는 직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 꾸준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고자하는 바램에서 달리기 특히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했던 것이리라. 그의 꾸준한 전 세계 마라톤 참가를 통해서 그의 삶에 대한 생각을 엿볼수 있고 문장 문장이 삶의 비밀에 대한 힌트가 있어서 좋다. 특히 어떤 이는 재미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 <버스데이 걸>에서도 어떤 힌트를 보았다. 43페이지 : 나는 나름데로 나이를 먹었고, 시간은 정해진 만큼의 몫을 받아간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강이 먼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64페이지 : 나와 아내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38페이지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처음 체험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처음으로 맛보는 감정인것이다. 그 이전에 단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일이라면 좀 더 분명하게 여러가지 일을 따져볼수 있을테지만, 아무래도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나로서는 구질구레한 판단 같은건 뒤로 미루고 거기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갈수 밖에 없다. 마치 하늘이나 구름이나 강을 대하는것처럼.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종류의 우스갯거리가 예외없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쓸모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