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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나를 휘두르지 않게
임경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3년 7월
평점 :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감정'이라고 한다. 감정 표현, 감정 조절, 감정 소모.. 살면서 아마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감정' 일 텐데 슬픔, 기쁨, 불안 등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만큼 감정과 관련된 책들은 여전히 서점 한편을 채우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때론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정확히 모를 때도, 조절하기 힘들 때도 생기기에 타인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발생한 감정들을 잘 관리하여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던 찰나 '멘탈이 강한 사람은 절대 하지 않는 9가지 감정 낭비'라는 부제로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문에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흥미롭게 봤다. 20년 가까이 된 영화인데 모든 감정이 통제되는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지금 봐도 크게 이질감이 없을 듯하다. 모두가 감정을 제어하고 평정 상태가 되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해본다. 나는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든 잘하는 사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평판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 착한 사람.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면을 쓰고 살았다는 저자가 감정에 휘둘렸던 과거에서 벗어나 감정과 행복하게 동행하며 적어내려 간 감정 사용 설명서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부제처럼 화, 거절, 미움, 외로움 등 9가지 감정 낭비를 소개하면서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감정을 제대로 다루기를 바라고 있다. 지독히도 예민한 성격이라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구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의 과거가 행복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달렸다.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그리며 현재를 인내의 순간으로만 가득 채우지 않고, 소소한 행복한 경험하는 것이 현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이런 현재가 과거가 되었을 때 힘들었어도 행복했던 과거가 되는 것이다. 지금 아낀 당신의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다. 오직 행복감으로 인해 얻은 효용이 저축될 뿐이다.' p.59~60
- 지금을 즐기자.
'누군가 부탁을 해 온다면 이 말을 한 번쯤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부탁은 권리도 의무도 아니다. 반면 우리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한 번쯤 거절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분명하게 상대에게 거절의 말을 건네보자. 처음에는 어렵고 얼굴이 화끈거려도 점점 익숙해지고 괜찮아질 것이다. 거절도 하다 보면 는다.' p.79~80
- 불필요한 죄책감을 없애 보자.
미움받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타인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행동하면 결국 내가 나를 미워하게 된다. 만약 지금 내가 미움을 받고 있어 슬프고 힘들다면, 혹은 미움받을까봐 두렵고 불안해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면 이제 모든 수고로움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우리가 간과했던 열 사람의 다독거림이 한 사람의 삿대질보다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다.' p. 175
- 일종의 미움받을 용기.
세상에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이 있을까.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좀 더 완벽한 사회생활을 위하여,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노력한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배려와 양보에 그렇게 익숙해졌고 손해를 보더라고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며 행동해왔다. 어쩌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속이고 시간을 낭비해온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처럼 이제부터라도 내 감정이 요동치지 않게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리고 내 마음과 감정을 살피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방법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감정은 나에게서 비롯된 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 안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