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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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라이프였다. 15년간 장롱면허였고 데이트든 여행이든 대중교통과 걷는 것을 애용했다. 그런 가운데 지금 회사에 취업을 했다. 고유 업무 중에 하나가 임원 수행이었다. 운전을 무조건 해야 했다. 1:1 운전 강습을 서둘러 신청하여 주말 아침에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았다. 

아는 동생에게 부탁하여 중고차를 구매했다. 내 인생 첫 차.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차 뒤편 당당히 붙어 있던 '초보 운전'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떼내었다. 운전은 그렇게 더 이상 두려움과 새로움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이 책은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고자 하는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소개처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다. 아마 내가 운전을 아직도 하지 않았다면 운전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재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8년간 도로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을 위트있는 글들로 책을 채우고 있다. 운전을 꽤 했던 사람들이나 아직 초보인 사람들이 읽으면서 아마 내 얘기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페이지를 넘기면서 너무 공감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운전을 시작한 것도 그렇고 저자가 3대의 차를 바꾸는 동안 나 역시도 지금까지 굴러가고 있는 2007년형 회사 세단(오래된 회사 건물의 난해한 통로로 벽에 긁힘과 몇 번의 접촉사고)과 상기 이야기한 내 첫차였던 LPG차(이 차는 결국 노후화로 도로에 갑자기 서 버리는 바람에 교통혼잡을 야기했던 아찔했던 기억) 그리고 3년전에 바꾼 지금의 경유차까지 3대의 차에 관한 추억이 있다. 전혀 다르겠지만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1장. 운전의 기술

2장. 자동차를 다루다

3장. 도로 위의 사람들

4장. 길 위에서


장의 제목들처럼 도로라는 정글 위에 떨어져 핸들을 잡는 순간부터 내비게이션, 정비, 주차장 문제, 중고차 구매 등 현실적으로 맞닿뜨리는 자동차를 다루는 내용 그리고 운전을 통해 도로 위에서 만나는 여러 군상들 마지막으로 경험과 관련 운전을 통해 느낀 저자의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만 열거하는 것이 아닌 운전을 통해 느낀 점들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차 사고를 당한 내용이 나오는데 몇 초 후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임을 받아들이고,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안전운전한다고 한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겸손해진 운전자라니 나 역시도 남들은 답답해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도로에서 가장 운전을 못 한다고 생각하고 운전을 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지금을 최고의 가치들을 누리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내 안전운전은 여전히 ing 중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카메라에 찍히다(이미 지나간 일에 대처하는 마음의 기술) 파트였다. 내비게이션을 가동함에도 도로 위 카메라를 지나가기만 하면 동석한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물어본다. 저자도 느꼈다는 '찝찝함' 바로 그것이다. 


작년 말에 어린이보호구역 신호등에서 노란 불에 서둘러 지나갔건만 빨간불에 지나간 것으로 인식되어 무려 13만 원이라는 신호위반 과태료 용지가 날라왔다. 경찰서에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납부하면서 그 이후부터 더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하다. 도로변에 잠시 정차해놓을 때도 주행할 때도 나의 눈은 내 머리 위를 향해 있다. 찍혔어도 어쩔 수 없지라는 현실 직시는 아직도 나에겐 어려운 숙제다. 내가 스스로 나에게 주는 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다.


'카메라 아래를 지나갈 때마다 생각한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 내게 남은 건 오직 지금, 그리고 미래' p.60

         

옆에 탄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하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저자가 운전을 통해 선의를 배웠다고 하듯 나의 운전도 결국 다른 사람의 선의가 도로 위에서 내게 옮겨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적으로 켜는 비상 깜빡이가 더 이상 창피하지 않다. 이 정글 같은 도로에서 남들보다 좀 더 배려 깊은 사람이 되려고 오늘도 노력한다. "I'm the best d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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