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8
이욱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평점 :
대학 시절, 필수 전공으로 '중국근현대사' 과목을 수강했었다. 그렇게 관심도 없었고, 결론적으로 학점도 좋게 나온 편도 아니었지만 '루쉰'이라는 이름은 정확히 기억한다.
혼란의 시기였던 청조 말기, 수천 년 동안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했던 중국이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들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고, 내부적으로는 혁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지배 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현실 모순에 당당하게 저항하지 못하고, 지난날의 영광에 젖어 옛 관습과 악폐에 물들어 있는 중국, 중국인들의 낡은 가치관을 깨부수려 치열하게 싸웠다고 한다. 왜 그가 위대한 문학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이자 혁명가인지 대해 인문학 강의로 확인할 수 있다.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열여덟 번째 책인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은 대학에서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부제처럼 어둠과 절망을 이기는 희망의 인문학 강의라고 할 수 있다. 강의라는 말처럼 책 내용도 마치 강의를 직접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의 차례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루쉰' 은 누구인지를 시작으로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나다움이 만들어갈 미래'에서는 제목처럼 '나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전제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익숙한 우리나라 소설 그리고 루쉰의 작품, 생각을 함께 소개한다. 나다운 생각이 사회의 변화를 부르고 같음이 아닌 다름 속에서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수의 논리와 지배 질서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이 필요한 시기이다.
2장 '패배와 절망 속에서 희망 만들기'에서는 문득 찾아온 패배와 절망 앞에서 어떻게 우리는 불행을 대하고 희망을 만들어야 할지 루쉰의 작품세계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보며, 우리는 왜 시험 능력주의를 갈망하는지, 인은 넘치되 의는 넘치면 안 되는 이유 등에 대해 3장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꿈꿀까?'에서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장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어떻게 살까?'를 통해 기존 사회의 악폐에 물들지 않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건 루쉰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모란 무엇이고 새로운 세상을 맞는 기성세대의 역할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청년시대의 힘에 대한 내용을 여러 작품에 빗대어 소개한다. 낡은 시대의 유산을 짊어진 자의 고뇌와 겸허, 미래세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선택 등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부터 쭉 그래왔다는 생각의 관습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합니다. 집단적인 생각의 관습을 의심하면서,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 때, 나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루쉰은 말합니다. 이것이 루쉰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입니다.' p.52
시대를 견디는 루쉰의 말 그리고 글로 우리 시대의 고민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0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이 읽히는 것은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내서가 아닐까. 그것이 바로 시대를 견디는 힘이라고 다시금 생각해 본다. 비판의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놓지 않는 그의 책을 천천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