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ㅣ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 영화, 드라마 등 삼국지와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의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KOEI사의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를 접해봤을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하후돈, 사마의, 손권, 손책, 주유 등 위·촉·오 삼국의 수많은 영웅들이 각자의 야망과 이상을 품고 대립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그중 한 인물이 되어 중국 전토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영토를 넓히고 장수를 등용하며 전투를 벌이던 그 게임은, 단순한 전략 시뮬레이션을 넘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권력의 원리를 엿보게 한 창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병력 수를 늘리고, 전투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삼국지 속 인물들의 삶과 선택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 신뢰, 판단, 관계의 힘 같은 것들이 결국 그들의 이야기 속에 다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시기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삼국지 인생공부‘ 였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흐름을 읽는 자가 기회를 얻는다 - 시대와 전략의 감각
PART 2 리더는 결단과 원칙으로 움직인다 - 지도자의 조건
PART3 인간은 관계로 완성된다 - 신뢰와 통찰의 미학
PART 4 뜻을 품은 자는 꺾이지 않는다 - 집념과 의지의 길
PART 5 진정한 승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있다 - 인간의 본질을 묻다
진수가 쓴 삼국지와 나관중이 집필한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고대 전란의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과 전략, 그리고 인간 군상의 다양한 얼굴들을 재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삼국지 속 인물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했던 말이나 정치와 전쟁 인간관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뛰어난 글 등 30개의 삼국지 대문장을 선정하여, 그 명문장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단순히 알고 있는 스토리 나열식이 아닌 심리와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인생의 교과서로 읽어낸다. 저자는 조조, 유비, 제갈량, 손권 등 각 인물의 리더십과 인간관계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조조는 냉혹한 권력자이기보다, 혼란한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현실주의자로 그려진다. 유비는 허약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줄 아는 리더로 묘사된다. 또 제갈량의 철저함은 자기 관리의 본보기이자 동시에 완벽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관우의 의리는 숭고하지만 때로는 오만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읽는 내내 마치 어린 시절의 게임 속 인물들이 다시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능력치가 높은 장수’를 찾는 데만 몰두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신념으로 결정을 내렸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진정한 승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있다'는 PART처럼 결국 삼국지의 수많은 전투와 계략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제갈량의 지략이 아무리 뛰어나도, 유비의 신뢰가 없었다면 그 재능은 꽃피지 못했을 것이었을 것이고, 조조의 냉철함도 결국 그의 곁에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빛났던 것이 아닐까.
책을 덮는 순간, 어린 시절 밤새도록 마우스를 움켜쥐고 전장을 누비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싸움은 그저 ‘이기기 위한 전투’였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시선을 열어준다. 영웅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승패 그 자체보다 리더십과 인간관계, 신뢰와 같은 삶의 본질적 가치가 더 중요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오래된 이야기 속 인물이지만,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낯설지가 않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삼국지 등장인물 심리분석’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조조와 유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성향을 MBTI로 해석해 놓아 흥미를 더한다. 오래된 영웅들의 심리와 현대적 성격 유형을 연결해 바라보니,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삼국지가 어떻게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에 무게와 의미를 남기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