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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없음 - '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홍종원 지음 / 잠비 / 2023년 6월
평점 :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기록한 문서를 일컫는 '처방전' 옛날 사람 인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약을 조제하던 시절을 관통하였다. '새로운 건강’을 찾아 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 실험이라는 부제를 보며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만 '처방전 없음'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책이 무엇을 이야기할지 궁금해졌다.
이제는 의술뿐만 아니라 글도 잘 쓰는 의사들의 책들을 서점가에서 손쉽게 찾아 읽어볼 수 있고, 의사와 관련된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병원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의대에 진학하여 의학 공부와 실습을 익히고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등 의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어 많은 수험생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닥터홍은 그동안 내가 아는 의사와는 다르다. 의대생에게 인기 있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나 ‘격무에 시달리지 않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교적 편한 과’를 쳐다보지 않고 상품이 아닌 나만의 '폼'을 가지는 삶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마을 속으로 들어간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연대가 건강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방문진료 전문병원을 개원하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환자들을 진료한다. 남들처럼 안정된 코스를 밟지 않고 조금 다른 코스를 밟으며 의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상품으로서의 건강 대신 다른 건강을 모색하며 사람들을 만나며 지역이 상품화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 스스로를 상품화하지 않고 나만의 존재감을 펼칠 수 있을지 시도해 보며 실현, 실천, 도전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그냥 물결처럼 살아보고자 하는 내용을 책 속 3개의 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장에는 학창 시절의 일과 고민, 마을 활동에 관한 이야기가 2장에는 방문진료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3장에는 저자의 방문진료 경험을 통해 건강과 의료에 관한 개인의 소견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계속해서 아픈 이들을 만날 작정이다. 건강을 강요하지도, 약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그들과 함께하면서 마음이 시키는 소리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아픈 이들과 소통하다 보면, 언젠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작은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p.285
에세이라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건강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수반되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봉사에 관한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바램처럼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고 '건강한 삶'에 대하여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나 역시 타인과 어울려 살며 때론 도움받고 도움을 주며, 누군가와 같이 지내면서 부딪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조금씩 유연해지는 그런 성장을 꿈꿔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