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블랙박스 - 그 뉴스는 왜, 어떻게 우리에게 추천되었나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69
오세욱 지음 / 스리체어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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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검색에 있어서 "직접 조치보다 알고리즘 이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직접 조직한 정보보다 기계 솔루션을 선호"한다면서, "알고리즘은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능을 개선하는 경우 한 개가 아닌 수많은 검색 결과 페이지가 개선된다"라고 그 이유를제시한다. 현재 구글은 "웹사이트 약관, 콘텐츠 생산 일시, 위치, 페이지랭크 PageRank 등 200개 이상의 요인을 적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순위화해 제공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200여 개가 무엇이며 어떤 가중치가 적용되어 어떤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다.
알고리즘에 수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적용되면서 구글 내에서도 시스템 작동을 완전하게 아는 개발자는 드물 정도다. 물론,
자세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구글이 공개한다고 해도 큰효과는 없다. 실시간으로 요인을 수집해 복잡한 수식을 적용해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의 반응에 따라 알고리즘의작동 방식도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이다.

표상의 표상으로서 알고리즘화의 또 다른 특성은 이용자들이 알고리즘에 길든다domesticated는 점이다. 이용자들은그들이 선호하는 검색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주로 이용한다.
새로운 작동 방법을 익히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용 신호를 받아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자신의 감각을 확인해 줄 때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즐긴다. 인간 주체성과 기술의 역할을 연구하는 마크 핸슨Mark Hansen이 제시한 ‘피드-포워드 Feed-

넷플릭스에서 우리는 전체 목록을 확인하는 대신 나에게 어울리는 것만을 추천받고 있다. 알고리즘은 미디어 이용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한 후 개인의 의사를확인하지 않고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계산된 방식을제시하고 이에 따를 것을 유도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알고리즘에 길든다. 이러한 길듦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자동차운전을 위한 내비게이션이다. 모르는 길을 가야 할 때 내비게이션의 안내 없이 길을 떠나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최적의 길이라고 안내하지만 사실 우리는그 길이 가장 적합한 길인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채 따를 뿐이다.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명분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길들인다.

기알고리즘은 소프트웨어화된 미디어 이용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며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미디어화에서 미디어는 고정된 형식을 갖지만, 알고리즘화 단계에서 미디어는 이용 데이터에 따라 바뀐다. 변화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어떻게 생성된 것인지를 알 수는 없다.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수집해 길 안내를 변경할 경우 우리는 변경된 경로만 제시받을 뿐 실시간 교통 정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또한, 알고리즘은 기존 미디어를 끊임없이 분석하여 표상한다. 그 표상은 기존 미디어의 관습을 이어받되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들은 표상을 표상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내용을 무한히 양산하고, 그 알고리즘에 길들도록 한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쉽게 가는 이유다.

개인의 특성이 범수화된 특성으로 간주되지만, 그 개인은 자신이 어떻게 범주화되는지모른다. 대표적 사례가 은행 대출 금리결정이다. 미국의 한금융 회사는 대출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대문자로 적은 사람과 소문자로 적은 사람의 금리를 다르게 적용했다. 대문자로 이름을 적어 낸 사람들의 대출 금리가 더 높았는데 돈을빌리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대출 서류에 대문자로 서명한 사람들의 연체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범주에 포함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성이 부여된 것이다.

젠더 편향만큼 자동화 알고리즘 결과물의 인종적 편향도 자주 나타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의 예약 내역을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예약자가 흑인 이름처럼 보일 때는우버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백인의 경우보다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도 백인보다 35퍼센트 이상 긴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일 때 남성보다 좀 더 오래 차량을 기다려야 하며, 비용도 비싸게 내는 경우가 많았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Airbnb‘의 숙박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비슷한 지역, 비슷한 규모의 방이더라도 주인이 흑인이 아닐경우 흑인이 주인인 경우보다 평균적으로 12퍼센트 높게 숙박비가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모두 최초 설계 당시에는 인종적 요인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축적된 내용이 비용 산출시스템에 반영되면서 결과적으로 인종적 편향을 드러내게 된것이다.

기준은 없다. 다음 장 그림은 2018년 10월 30일 14시경 네이버에서 ‘양진호‘를 검색어로 입력한 뉴스 검색 결과 화면이다.
당일 13시에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의 폭행과 관련한 단독기사 세 꼭지를 연달아 발행했다. 하지만, 해당 단독 기사가발행된 지 한 시간여 지난 시점에 검색한 결과, 아래 그림 상단의 빨간 상자 내용처럼 원본 기사 세 꼭지가 해당 기사를 참고해 종합한 다른 기사의 관련 기사로 엮여서 제공되고 있다.

저널리즘 관점에서 기사를 배열했다면 당연히 원본 문서인 뉴스타파 기사들이 상단에 노출되어야 하지만, 자동화된 검색 결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뉴스 검색에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클러스터링은기사 본문의 형태소 분석을 통해 기사 간 유사도를 자동으로측정하고 분류하여 유사한 기사끼리 묶어 내는 기술이다. 유사도만으로 각 기사의 중요도를 판단한 결과, 세 꼭지로 나눠쓴 뉴스타파의 원본 기사보다 세 꼭지를 모두 모아 만든 후속 유사기사가 더 중요한기사로 상단에 배치된것이다

기업의 수익이라는 명확한목표가 맞춤형이라는 모호한 측정 개념을 통해 구현되면서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맞춤형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사람에게 정확히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자동화된 결과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맞춤형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그럴듯하기 때문에 받아들인다. 기업은 맞춤형이라는 그럴듯함 속에자신들의 수익 목적을 숨긴다. 맞춤형 자체가 사실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모호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적을 숨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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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단지 절차에 따른 코드의 집합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제도적으로 운영되는 체제다. 우리는지금 알고리즘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알고리즘의 논리와 공생하고 있다. 여전히 그 논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블랙박스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결과뿐이다. 따라서 그 결과가 사회 문화적으로 정당한지에 관해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은 사람이 수행할 경우 지능이 필요한 일을 기계가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언어 이해능력, 논리적 추론 능력, 물체 식별능력 등 인간의 지능 기반활동을 기계가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은 인간이 그동안 수행하던 특정 행위의 자동화다. 수많은 알고리즘의 복합 작용을 통해 대규모데이터를 처리하여 가장 높은 확률로 다음 행위를 예측하고자동화하는 것이다. 이 자동화의 논리가 알고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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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좋은 지도자란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회를 준다는 말, 언뜻 보면 단순하다. 기회를 준다는 것은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 뛰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운동장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으로 기회를 주는 일이다. 선수가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플레이를 펼치려면 구장 안팎에서 서로 도와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또 외부 환경도 제공되어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한 노래 수백 곡이 버려진 뒤에야 훌륭한 노래 한 곡이 나온다는 것, 그만큼 긴 시간과 큰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흥민이가 축구를 가르쳐달라고 한 것은 나랑 같이 놀아달라는 게 아니라 크게 마음먹은 뭔가가 있으니 그걸 봐달라는 의미였음을 난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흥민이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7년의 시간이 걸렸다. 365일 쉬지 않았다. 방학 때 친척집에 놀러 가는 일도 없었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기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더 빨리해보겠다고 무딘 도끼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날 믿어주었다. ‘하나’를 하고 나면 ‘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하나’를 해내고 나면 자신에게 어떤 기본기가 쌓이는지 경험으로 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셋’을 기대하며 ‘둘’을 훈련했다. 실력이 늘고 재미가 붙었다. 힘들었지만 그 재미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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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버는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시간만큼은 원 없이 함께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어떠한 계산도 편견도 없이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이 무서워 언제 어디서든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우리 아이들은 알 것이다. 공 차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운동장에서 뛰는 것, 사색하는 것, 책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이 다섯 가지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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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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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쓰는 내 팔이 10만 킬로미터쯤 되어, 연필을 잡은 손이 세상을 가로질러 어린이들이 사는 집과 다니는 학교의 교실까지 닿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떨립니다. 정말스릴이 넘치죠. - 로알드 달

"헤밍웨이의 작품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아요. 특히 남자와 여자에 대해서요. 그래도 무척 좋았어요. 헤밍웨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제가 꼭 그 일이 일어나는 장소에서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줘요."
펠프스 여사가 말했다.
"훌륭한 작가는 늘 독자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지. 그리고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편안히 앉아서,
그 말들이 네 온몸을 촉촉이 적시게 내버려 두면 돼. 음악처럼말이야."
"그럴게요, 그렇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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