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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읽는 독자로서 살아가는 걸 참 감사하게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와 대담, 연설문을 모아놓았다.

그래도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 등 작품 두어 권은 읽었기에

밀란 쿤데라를 이해하기에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소설을 읽은 지 너무 오래 되어 작품 내용도 거의 생각이 나지 않았고, 독서의 부족함만 느꼈다.

 

사실 가벼운 독서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 신가평가단을 신청했는데 머리에서 쥐가 나는 줄 알았다.

이 책은 그냥 에세이가 아니다. 문학을 공부하거나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섭렵한 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소설의 역사 혹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 내재한 생각들을 쓴 책이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혼테>에서 발견하는 소설의 유희성이 실존의 개념으로 바뀐 소설의 역사,

삶의 세계를 영원한 빛 아래 간직하고 우리를 존재의 망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는 소설의 존재 이유,

작가의 실험적 자아(인물)를 통해 실존의 중요한 주제를 끝까지 탐사하는 위대한 산문 형식이라는 소설에 대한 정의,

그리고 세르반테스, 카프카, 플로베르, 톨스토이, 곰브로비치 등의 작품을 통해 문학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었다.

 

특히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문학비평가 살몽과의 대담은 작품에 대한 속깊은 이해가 없는 나로서는 정말 힘들었다.

소설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서 활용한 기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떤 구성과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써가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긴 했지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 두 군데 있었는데 소설의 구성을 음악적으로 한다는 부분과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이었다.

 

<삶은 다른 곳에>라는 작품의 경우 어느 곳은 길게 쓰고 어느 곳을 짧게 씀으로써

모데라토, 알레그레토, 알레그로, 프레스티시모, 아다지오, 프레스토의 느낌으로 표현해서

어느 부분은 속도감 있게 빠르게 전개시키고, 어느 부분은 조용하고 느린 흐름으로 전개하는 기술을 써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읽다 보니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새삼 일어나기도 했다.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은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을

밀란 쿤데라 식으로 정리한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작가인 밀란 쿤데라의 작품이 세계 언어로 번역된 것은 당연한데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엉터리로 번역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감시한다는 생각으로 번역된 소설 속의 단어들을 쫓아다니다가 웃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계기로 나온 게 된 것이 열쇠어 사전이라고 했다.

이 사전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밀란 쿤데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해서

작가의 생각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소설가는 정말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힘든 직업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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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간평가단 에세이 부문에 신청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ㅎ
도서의 수준이 높아서 맘에 들어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읽은지 20년은 된거 같네요. 다시 읽어봐야겠다^^

소나무집 2013-03-27 21:48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을 막상 해보니 다음에 또 할지 말지 고민이 되네요.
내가 추천한 책은 선택이 안 되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책을 읽으려니까 그것도 힘이 들고 좀 그래요.
저도 <참을~> 는 학교 다닐 때 읽었으니 20년도 더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