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훨씬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물론 내가 쓰는 글이라는 게 고작 낙서 수준의 짧은 잡글에 불과한 게 전부이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많이 쓴다는 건 뭔가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때 나는 주로 방금 하던 일을 작파하고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우리가 조절하기 힘든 감정의 찌꺼기, 이를테면 분노, 화, 불안, 슬픔 등이 치솟을 때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어쭙잖은 글이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 신경을 오직 글 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웬만한 고민쯤은 머릿속에서 툭툭 털어낼 수 있게 된다. 조절하기 힘든 감정의 찌꺼기들도 다르지 않다. 글쓰기의 효과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물론 글쓰기가 나의 주업무가 아닌 까닭에 글을 쓰는 시간은 대개 30분에서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물론 그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지만 집중하는 일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다.
우리의 인생은 일종의 병렬독서와 같은 것이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는 관심을 끌 만한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게 좋다. 그렇게 한동안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방금 전에 읽던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집중할 수도 없는 한 권의 책을 꾸역꾸역 계속하여 읽는다는 건 시간낭비일 때가 많다. 다 읽은 후에도 책의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아 결국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건 지금 자신의 신경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일을 계속한다는 건 시간낭비이거나 사고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찾고 궁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게 된 일이 글쓰기와 독서이다. 때로는 글쓰기가 내 감정의 배설 창구가 되는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순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은 쓸 수 없는 까닭에 나의 글에는 날것의 감정은 잘 담기지 않는다.
오늘 아침의 등산로에선 온 산의 매미가 돌림노래라도 하려는 듯 정말 미친 듯이 울어댔다. 엊그제 아침의 정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듯 짝짓기를 하기 위한 구애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가 예상하는 삶의 결과는 번번이 깨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삶의 계획조차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지만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우리 앞에 놓일지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화를 억누를 수 없다면 그 감정을 찬찬히 살펴 글로 옮겨보라. 그 글을 다 쓰기도 전에 화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