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인간을 사육하는 날이 기어코 오고야 말 것이라는 상상을 이따금 하게 된다. 그들이 만든 지저분한 축사에서 그들이 던져주는 사료를 먹고 자란 인간을, 알맞게 살이 오른 인간을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그렇게 팔려 온 인간을 도축장에서 부위별로 자르고 분해하여 그들이 원하는 요리의 재료로 선별되고 포장된 인육. 그리고 그 생명체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현장.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인류가 개인의 욕심에 따라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허무맹랑한 가정이라고 치부하기에도 뭔가 미진한 면이 있는 것이다.
성숙한 인간이 가장 먼저 깨닫는 바는 자신의 몸과 마음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신의 육체 역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위가 차츰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수양이 부족한 인간은 자신에 속한 영과 육을 자신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는 능력이 차츰 소멸되어감에 따라 인간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에 집착하게 된다. 예컨대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졌음은 물론 여러 사람을 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큰 권력을 소유한 인간을 대상으로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그들을 유혹할 수 있는 미끼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용도의 미끼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돈이다. 그리고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끼는 종교를 통한 지배이다. 우리나라에서 또는 전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물론 우리가 정통 종교라고 믿고 있는 여러 종교도 이러한 욕심에 의해 세속화되고 도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우리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통해 보게 되는 진실은 인간의 욕망과 그러한 욕망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믿을 수 없는 추악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 조찬 기도회를 주관하고 설교에 나섰던 김 모 목사뿐만 아니라 기도회에 참석한 단일종파 최대 교회의 이 모 목사 등은 종교를 빌미로 권력을 움직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인간들이다. 그야말로 노욕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영과 육을 자신의 통제하에 둘 수 없음을 인지함에 따라 자신의 외부에 있는 다른 사람의 권력을 통해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항상 자신의 다음 선거를 염려해야 하는 정치인은 종교인이 지배하는 신도들이 늘 탐이 나는 건 당연한 일, 노쇠한 종교인의 욕심과 정치인의 야욕이 적절한 선에서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하겠다. 매관매직은 물론 부패한 관리의 구명 그리고 자신의 신도들을 동원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이처럼 악취가 진동하는 욕심의 대환장 파티는 통일교와 신천지 등 사이비 종교인의 노욕에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을 테다.
영과 육이 노쇠하여 어느 것 하나 자신의 통제하에 둘 수 없는 늙은 종교인의 지시에 따른다는 건 종교를 믿는 게 아니라 부패한 종교인의 노욕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다.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들의 지시에 따른다는 건 산업현장의 로봇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욕심이 진화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 인간은 다른 생명체의 지배하에 들어갈 수도 있고, 우리가 지금 사육하는 가축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일은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해서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내 성도 아니다.'라는 말은 노쇠한 종교인이 외부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게 얼마나 손쉬운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비판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언젠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지배당하는 것도 허무맹랑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과연 현실인가 아니면 SF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