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 -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미 FTA의 진실
최재천 지음 / 향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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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마지막으로 6월부터 시작한 '한미 FTA' 관련한 책을 4권 읽었다. 책의 발간시기로는 우석훈씨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가 2006년으로 가장 빠르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가 2007으로 다음, 이 책이 2009년 2월로 세 번째이고 통상교섭본부장이던 김현종의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가 2010년으로 가장 뒤에 출간되었다. 그렇지만 앞의 두 권을 먼저 읽고 그에 대해 정부 실무책임자의 반론이라고 간주하여 김현종씨의 책을 읽었고 마지막으로 국회 '한미FTA특위' 소속이던 최재천의원의 책을 읽은 후 전체적으로 종합해보고자 했다. 물론, 김현종씨의 책 뿐 아니라 외교통상부 사이트에서 한-칠레 FTA, 한-아세안 FTA, 한-싱가폴 FTA, 한-EFTA, 그리고 한미 FTA 소개자료 및 홍보자료도 읽었고 인터넷의 각종 기사와 몇 건의 연구소 자료도 읽어 보았다.
 
국내자원이 거의 전무하고 국제무역이 GDP의 70%가 넘는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WTO 차원의 다자간의 무역협상이 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기 때문에 수출신장을 위해 FTA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현실은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자립경제율과 적절한 무역구조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자국 내 천연자원이 부족함에도 수출액과 국제무역수지 이상으로 국내 자립경제 비율도 높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의 GDP 수준과 낮은 '지니계수', 사회보장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부의 철학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진다. 또 외국과 무역협상을 체결할 때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립경제에 보탬이 되고 조금이라도 불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꿈꾸는 미래, 공정하고 호혜로운 자유무역, 우리가 후손에게 넘겨줄 나라가 아닌,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나라,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이자 주권자로서, 헌법이라는 엄중한 잣대로 한미 FTA를 바라본 결과이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했던 2009년 2월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다시 실물경제의 위기로 파생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오로지 개방과 무역, 수출이라는 대외편중, 대외지향적 경제구도만으로 살아온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참으로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는 당시에 제기된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오히려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좀 더 공정한 자유무역협정으로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이 국내용으로 입발린 소리만, "재협상은 없다"고만 주장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미 FTA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절차적 민주주의, 주체적인 대외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리라 여겨진다.
---------- * 최재천은 누구인가? ----------

1963년 해남 출생. 1987년 사법시험(29회)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거쳐 내설악 원통에서 군법무관으로 3년을 복무했다. 1993년 변호사의 길을 선택, 일반적인 법률 서비스 외에 의료소송과 청소년 문제를 특화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교육위원장을 역임했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청년전문가연합회’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당선, 17대 상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06년 10월 한미 FTA 특위 위원으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17대 하반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이자 김대중 평화센터 법률고문을 맡고 있으며 한-파나마 의원 친선협회 이사, 한-구주 의원 연맹 간사, 한-일 의원 연맹 간사로서 의원외교의 장을 넓히고 있다.
[알기 쉬운 민법], [형사정책], [끝나지 않은 5.18], [의료과실과 의료소송], [담배와의 전쟁], [굿바이 Mr.솔로몬] 등 20여 권의 저서와 '인권 A규약 정부보고서에 대한 NGO의 반박보고서'를 비롯한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이 책의 필자인 최재천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률가이자 성실하게 연구하는 정치가, 날카로운 논리로 핵심을 관통하는 빼어난 토론가로 꼽힌다. TV 시사토론장이나 국회 청문회 등에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국회의원 시절 한미 FTA 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던 필자가, 한미 FTA와 관련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인터뷰들을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헌법은 한미 FTA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대전제 아래 헌법적 관점에서 한미 FTA를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풍부한 자료조사와 논리적인 글쓰기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확장과 국익 우선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특별좌담"이 덧붙여져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한미 FTA의 실체에 대해 좀 더 쉽게 구어체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다. 한미 FTA의 기본적인 의미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 바람직한 대처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그리고 송기호 변호사가 책의 첫 머리에 추천사를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한미 FTA에 대한 늦더라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제1장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미 FTA의 진실]에서 저자는 그동안 계속된 정부의 주장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한미 FTA의 '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가장 핵심적인 진실은 2008년 초 미국으로부터 제기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하나라는 것, 한미 FTA이 결국 대한민국 헌법 위에서 막춤을 추게 될 것이라는 것, 머지않은 장래에 돈 없으면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 현행 한미 FTA 협정문은 부모세대가 우리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임을...
 
제2장 [위헌적인 한미 FTA와 밀행주의]에서 저자는 헌법 전문가답게 한미 FTA의 주요 내용이 우리나라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미 FTA가 위헌'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 협정과 한미 FTA 협정이 협상 준비와 협상 과정, 국회 및 국민과의 협의 과정, 국회 무시, 3권 분립 무시, 불평등 조약, 국회와 국민 속이기 등에서 서로 닮았음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제3장 [하나둘 드러나는 협상전략 실패]에서 저자는 건강보험 민영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점,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통해 한국정부가 지향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제기하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도입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위험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한미 FTA 영토조항이 헌법과 남북관계 등 미래에 정부정책 진행에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

제4장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서 저자는 2008년 '춧불시위'를 통한 전국민적 저항을 야기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쇠고기 수입문제, 미국의 덫에 걸린 셈"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헌법을 어겼음을 지적한다.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먹어라'는 식으로 미국 쇠고기를 앞장서 홍보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 주장대로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이 안 된다면 '추가협상'할 것을 촉구한다.

제5장 [재협상은 현실이고, 선비준론은 허구]에서 저자는 미국의 정부체제와 의회의 권한, 2008년 4월 이후 상하원 양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에 의한 미국 의회의 조기 비준이 불가능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기존 발언과 정책을 분석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선비준"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위험한 주장인지 밝힌다.
저자는 한미 FTA 반대론자와 미 민주당의 논리가 비슷함을 비교하고 오바마가 집권한 후에는 결국 한미 FTA 재협상아 '현실'이 될 것임을 지적하면서 이번(2009년 2월 기준) 기회에 한미 FTA를 차라리 '재협상'할 것을 정부에게 요구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야당 국회의원 전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서 쬐금 벗어날 수 있었다. 최재천 전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국회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97%에 해당하는 거대 여당(한나라당)과 야당(열린우리당&민주당) 국회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헌법과 법률, 제도, 그리고 한미 FTA에 대해 나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7~2008년 당시로서는 여당의 국회의원이면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비민주적, 독재적 정부운영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정면 비판을 제기한 '선량'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 전에도 노 전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비판하기는 했지만, 최재천 전의원처럼 단순한 말이나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글과 분석결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곁들어 중심을 가진 국회의원은 드물었던 것 같다.('같다'라 함은 내가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들의 활동을 평가해보지 않았기 때문...^^)
 그는 한미 FTA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권을 넘어서서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직접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수용까지 보상하는 문제, 우리의 사법질서를 해체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헌법의 경제질서편에 나타난 국가의 농업과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하는 의무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개발정책 자체의 의무의 결여, 책임성과 반응성이 결여된 정책 결정 형태로 인한 대의제 원리에 대해 중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식 법과 질서가 그대로 한국에 이식되는 한미 FTA가 법률적 효력을 갖는 단순한 조약이 아닌 '초법률적 조약'으로서 이는 헌법 개정에 준하므로 마땅히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어야 함 또한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2007년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왜 "그토록 조급하게, 미국의 시간표에 쫓겨가면서 체결해야 했는지", "어떤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추구했는지", "쇠고기와 자동차, 의약품, 스크린쿼터 등 네 가지 선물까지 바쳐가면서 굴욕적으로 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철저하게 미국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협상으로서 정치적 굴욕과 경제적 자유와 공정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이 단순히 경제적 개방이나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수준의 개방, 즉 전략적 개방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들어선 미국 오바마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인 대외 경제정책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을 제시하면서, 한미 FTA의 재협상이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미 FTA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결코 아닙니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미 FTA는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만들고 고쳐나가는 데 엄청난 제약 조건이 될 것입니다. ..... 한미 FTA는 정책주권의 자율성을 침해합니다. 한미 FTA는 궁극적으로 국민주권의 문제입니다."
 

요즘, 진보정당 통합과 야권연대를 위한 국내 민주진보 성향 정치세력의 논의가 뜨겁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주당 뿐 아니라 문재인 전비서실장과 유시민 전보건복지부 장관, 기타 참여정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시민단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한미 FTA의 협상과정과 협정문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과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의 경우 '진보정당 통합'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미 FTA 문제는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문제로 삐걱거리고 있지만, 그리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관심사로 인하여 한미 FTA 문제가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앞으로 수 년, 수 십년간 보수야당과 진보정당의 정책과 노선, 연대와 통합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노 전대통령을 존경하고 그분의 노력과 열정을 사랑했지만, 한미 FTA를 필두로 한 적지 않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수 많은 문제점과 한계, 오류를 일으켰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진지한 논의하고 서로에 대해 인정,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합의할 수 있는 것과 쟁점을 구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주장하고 행동하고 선택하는지 되새기는 것이다.
 
[ 2011년 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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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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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1942년 시골에서 태어나 오빠와 남동생이 학업을 계속하고 대신 어머니의 어머니의 요구대로 논과 밭에서 일을 하셨다.(그렇게 가난한 집안이 아니었음에도...)
그나마 어려서 글이라도 배우려고 다닌 초등학교는 2학년 때 발생한 한국전쟁과 그 여파로 한글을 깨우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어머니는 21살 때, 부모들의 중매로 한국전쟁 때 익산으로 피난 내려와 정착한 아버지를 만나 그냥 그렇게 결혼했고 결혼 한 그 해에 누나를 임신했다.
한 해를 걸러 내가 태어났을 때까지 아버지는 변변한 직업 없이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차장을 하다가 패싸움을 하거나 건달처럼 행사하면서 제대로 생활비를 가져오지 못했다.
급기야 어머니는 강보에 쌓인 나를 방에 내팽겨치고 외가집으로 도망갔고 아버지는 외가집으로 찾아와 빌고나서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또 얼마 안되어 아버지는 과거의 행태가 다시 도졌고 급기야 어머니는 당시 수색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고 할아버지의 지엄한 명령으로 아버지는 수색으로 호출이 되어 몇 달을 할아버지 밑에서 밭일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어머니는 가지고 있던 몇 푼의 돈으로 리어카를 구입해서 시내 여기저기서 소규모 생필품이나 호떡,순대,떡복이를 팔기 시작했다.
그 리어카 장사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오랜기간 동안 아버지는 직업다운 직업을 가진 적이 없이 어머니의 리어카 행상을 돕다가 놀고 놀다가 돕는 것을 반복하였다.
결국 나는 어머니가 행상을 하여 푼돈을 벌어 모은 돈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입학금까지 다닐 수 있었고 내가 대학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오신 어머니는 서울에서도 리어카, 우유배달, 식당 주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버셨다. 내가 졸업하여 제대로 생활비를 벌고 생활비를 보태드릴 때까지...
누나는 큰아들이자 공부를 조금 잘하던 학생이었던 나로 인하여 대학 시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했다.
남동생은 누나와 형에 대한 부모의 집중 양육에 개인적인 성격에 따른 보살핌이 부족하여 외톨이같은 인생을 살아왔고 자잘한 사고와 사건이 연속된 가운데 지금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제대로된 연애 한 번 하지 못하고 홀몸으로 막노동을 전전하며 부모와 기거한다.
그나마 서울에 올라온 후 아버지가 10여년 가까이 직업을 가지게 되어 생활비에 보탬이 되었고 1993년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후 3년 동안 부모님과 나, 동생까지 전가족이 매달 번 돈을 모아 대출없이 어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아파트를 장만하시게 되었다.
2002년 이후 어머니는 생업전선에서 은퇴하셨고 지금은 나와 누나, 동생이 매달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노년을 즐기신다.
어머니는 공부에 한이 많으신 분이기에 구민회관의 각종 교육, 노래교실, 한자교실, 한글교실에 이어 영어교실을 다니셨고 올해부터는 컴퓨터를 배우시기 시작했다.
거의 반평생을 걸어다니시면서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셨기에 어머니는 손가락, 손목, 발목, 무릎, 허리 등 언제나 관절이 불편하여 고생하신다.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싶으신 그 분은 10년 전부터 수영, 요가, 자전거를 이용해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소식을 하신다.
다행한 것은 아버지가 서울 올라오신 이후 자신 나름대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력했고 외도를 하시지는 않았으며,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는 것...
아버지는 30대 시절 시작한 낚시가 취미가 되어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도 주말이면 낚시대를 매만지면 함께 낚시갈 친구분들이 당신을 태우러 오는 것을 기다리신다.
그리고 낚시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 운동을 하시고 소식에 식이요법까지 병행하신다.
늘 내가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지만, 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실 수 밖에 없는 분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문장이다.
과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 ’일주일’이지만,
엄마를 잊어버린 것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생각했을까?
 
이 소설은 굳이 지하철에서 잃어버리지 않더라도 한국 현대사의 상당히 많은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불행하고도 안타까운 가족사를 보여준다.
직업이 불안정하고 가족생계에 무책임한 가장, 사랑없는 결혼생활에 무책임한 남편에다가 자식들의 생계와 학업까지 감당하는 어머니, 장남과 아들에 대한 편애, 가정의 곤궁과 아들의 학업 때문에 밀려난 딸들의 수난,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헌신, 서울의 험한 경쟁구도 속에서 지쳐가는 아들과 딸들,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자식들, 부모는 ?어가고 밥벌이에 얽매이면서 자신들의 자식들을 돌보기 시작하고...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40~50대는 전체적인 소설 속의 가족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40~50대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이 소설은 우리 어머니들 세대의 한과 헌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들 세대의 현실과 처신을 말해준다.
눈물을 흘려본 기억이 아득한 나마저도 소설을 읽는 중간에 울컥하는 마음과 뜨거운 눈시울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가 더 늙기 전에, 우리가 더 잊어버리기 전에 무언가 느끼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 순간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고 나면
무언가 살아오면서 텅 비어있던 느낌과 잃었던 그 무엇을 되찾고,
앞으로의 자신감과 안정감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드라이하게 말하면,
인간이 다른 포유류, 영장류보다 진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러한 감정과 의식일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버리는 인간은 인류 전체의 돌연변이이고
그러한 돌연변이는 자연선택에 의하여 제거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크게 흠잡을 데라고는 없었는데,
소설 끝에 모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면서 무지 짜증이 났다.
왜 그렇게 자신이 똑똑하고 잘난체 하기 위하여 어려운 용어들을 써대는지...ㅉㅉㅉ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사전을 찾아 설명을 써넣기도 힘들다...)
- 소설의 견고성, 견고성 : 굳고 단단한 성질.
- 소설의 층위(??), 층위 : 어떤 유(類)의 언어 요소가 전체 언어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음(音)에서 문장에 이르기까지 ...
- 통절한 시간, 통절한 :
- 가족적 인륜성 :
- 이기적인 전유(專有) : 혼자 독차지하여 가짐.
- 사실감과 핍진성 :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 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핍진(逼眞)하다 : 실물과 아주 비슷하다. 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
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지다.  (乏盡)
- 세계의 구체 : 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춤. 전체를 구비함.
- 평명(平明) : 해가 뜨는 시각. 또는 해가 돋아 밝아질 때.
- 필사(筆寫) : 베끼어 씀. 
 
[ 2010년 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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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에게
김현종 지음 / 홍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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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기회에 한미 FTA에 대한 기사와 의견을 접하면서 여름 들어서면서부터 한미 FTA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현재도 한미 FTA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정부관료와 학계/시민단체, 국민 여론에 걸쳐 국가 전체적으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설프게 언론기사 몇 개와 정부관료나 국회의원, 언론인 몇 명의 짧은 의견이나 성명서를 읽고서 한미 FTA에 대해 나의 입장이나 의견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을 찾게 되었고 그 중 4권을 골라 읽기로 했다.
즉, <2.1 연구소> 소장인 우석훈씨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2006)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에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한미 FTA를 체결할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씨의 책을 읽었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은 17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원인 최재천씨의 [한미 FTA 청문회](2009)를 읽는 중이다.
 
우석훈씨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한미 FTA 반대 입장을 가진 측이 제기하는 주요 쟁점은 1. 준비부족(국내 및 미국 상황) 2. 정부의 업무추진과 의사결정 시스템에서의 비민주성/독재성 3. 국가주권 침해(입법권과 사법권의 침해, 헌법 부정) 4. 협정문/협상결과의 불평등/불공정 5. 국민주권 원리 침해 6. 개별 협정조항의 문제 등이다. 6가지 핵심 문제제기에 대하여 당시 정부의 실무 총책이었던 김현종씨가 어떤 입장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는 책 속에 국민으로부터 행정권을 위임받은 정부관료로써 쟁점에 해당하는 반대 의견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있게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반대 의견에는 전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썼고 반대 의견을 폄하해 버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많은 문제제기를 받는 한미 FTA 체결이 범민주진보세력과 중산층,서민들의 지지로 등장한 참여정부(한미FTA를 알면 알수록 '참여정부'라는 단어가 얼마나 반어법적인지...)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 * 김현종은 누구인가? -----------
그에게는 동양인 최초ㆍ최연소 WTO 수석변호사, 참여정부 최장수 각료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외국을 전전하다가 1977년 윌브럼 앤드 먼슨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 대학교에 진학해 정치학 학ㆍ석사를 취득, 동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월가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한국에 입국 법무법인 김신&유 변호사, 홍익대 경영대 조교수로 근무시절 WTO에 도전, 몇 년만에 취업되었다, 동양인이 아무도 없던 WTO에서 수석변호사로 활동하던 그에게 통상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해달라며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 접촉을 해온다. 2003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2004년부터 근무한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미FTA를 참여정부에 강력하게 추진하여 협상을 체결. 2007년, 유엔대사에 임명되었고 2009년부터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 
 
 
책은 프롤로그와 4부의 챕터, 1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노무현 대통령과의 첫 만남
1부 22세기 희망전략

1장 FTA 로드맵―FTA 낙제생에서 FTA 모범생으로
2장 동시다발적 FTA―캐나다, 미국, EU, 멕시코, 아세안, 뉴질랜드와의 FTA 출범
2부 한미 FTA 협상 과정
1장 숨 가빴던 출범 과정―“정치적 부담은 크지만 결단 내고 갑시다!”
2장 1~7차 협상 과정―죽고자 하면 산다
3장 마지막 일주일―남산의 적벽대전
4장 미국의 신통상정책―추가협상 요구한 USTR
5장 4대 선결조건의 진실―의약품, 자동차, 쇠고기, 스크린쿼터
6장 투자협정―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
3부 동아시아 3국 패러다임 전쟁
1장 한일 FTA―첫 단추를 잘못 꿰다
2장 한일 김 분쟁―일본을 WTO에 제소하다
3장 한중 FTA―한미 FTA를 유심히 지켜보는 중국
4장 남북 FTA―통일로 가는 길
4부 가능성은 2퍼센트 미만, 그래서 도전한다
1장 유학 시절―좌절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장 유엔대사 시절―통일 한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후보
3장 인사는 만사―흙 속에서 진주 찾기
4장 대한민국 미래 동력―FTA는 과정일 뿐이다
에필로그―승산은 있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소감과 평가를 해야겠다. '한미 FTA'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개인 또는 일개 정부관료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김현종 개인과 참여정부(노무현 전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정점과 정부관료 집단) 모두에 대한 평가가 함께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 인정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 > 책을 읽고 저자 김현종이 주장하는 부분 중 인정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일부 있었다.


1. 선의(순수성)와 애국심 : 저자는 WTO 법률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던 2003년 초 노무현 전대통령이 당선자이던 시기에 처음 통상분야에 대해 노전대통령에게 부름을 받고 한국에 입국하여 통상분야에 대해 브리핑했다. 여기서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 중심 국가의 일원이 되려면 '개방형 통상국가'가 되어야 한다. 주변 국가들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WTO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전략적인 통상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통상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그는 청와대로부터 차관보급인 통상교섭본부 조정관자리를 제의받고 거절했다가 일주일 후 수락했다. 저자 자신의 주장으로는 국제사회의 경쟁력있는 강력한 국가가 되는데 자신은 열정을 다바쳤고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외국생활을 전전하면서 애국심이 커졌다고 했다.
그가 공식적인 자료나 언론보도에서 어떻게 발언해왔고 또 사석에서는 어떤 입장과 발언을 견지했는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책 속에서 주장하는 저자의 말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애국심'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행위에 있어서는 책을 읽는 내내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오히려 책 속에 '애국심'과 '국익'을 너무 자주 강조하는 것이 불편했다. 목소리가 크거나 자주 애국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목적을 위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한국의 관료 시스템 : 한국정부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안일함에 대해 비판하는 김현종씨의 지적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동의한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에게 '무뇌층'이라는 표현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보신주의와 안일함을 넘어서 '사냥개'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요즘 관료들은 법과 제도, 상식과 국민여론은 아랑곳 하지 않고 권력의 말과 의지를 ?아다니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3권 분립' 제도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법원을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왕국의 사또'처럼 억누르고 다스리려 하고 있다. 그처럼 열정을 가지고 소신(?)을 가지고 정부정책을 입안하고 설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반직 관료와 공무원들이 보신주의와 안일함을 가지고 있으면 국가로서도, 국민들로서도 불행한 일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가 통상교섭조정관과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취한 태도는 오히려 자신의 비판을 무색하게 했다. 김현종씨 역시 국회와 언론, 국민의 알권리를 수시로 침해했고 마치 노무현 전대통령과 자신이 한국의 모든 경제를 두 어깨로 책임지도록 무한대의 권력위임을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3. 2차 책임자로서의 지위와 역할 : 책 속에서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는 노 전대통령으로부터 국제무역협상과 FTA에 대해 거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국민들이 기한과 내용을 한도로 대통령에게 위임한 국가권력 중에서 통상협상권을 받은 것이다. 핵심적인 결정사항이야 노 전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고 인정되겠지만, 책 속에서 김현종씨는 한미 FTA에 대한 대부분의 주요 정책을 스스로 입안하여 대통령을 설득했고 협상과정과 협상내용, 협상전략과 전술, 협정문과 부속문서를 주도했다. 그는 노무현 당선자의 주요 국정과제에서 누락되어 있던 한미 FTA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았고 대통령을 설득하여 '4대 선결조건'을 수용토록 하였고 노 전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관료들을 설득했다. 그는 책 속에서 스스로가 한미 FTA 협상이 결렬되면 언제든지 옷을 벗을 각오로 일했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40대 미국 로스쿨 출신의 한국인이 세계 각국의 통상 전문가들이 쩔쩔매는 미국 USTR과 협상을 담당했다(그 결과의 유불리를 떠나..)는 것은 대단할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그가 그 만큼 협상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내용을 판단,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김현종씨는 비록 '한미 FTA 협상'에서 2인자였지만, 결정권만큼 그것에서 죽을 때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


4. 최선의 협상 태도 : 비록 책 속에 자세한 데이터와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중국 일본 EU와 협상에서 뿐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최선을 다한 것으로 스스로를 기록했다. 실제 한미 FTA 협상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물리적으로도 그는 시간과 내용에 ?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만큼 잠 잘 시간마저 줄인채 협상에 임해야 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통상교섭본부에 자리잡으면서 스스로가 FTA 전략을 공격적으로 진행했고 그렇게 노 전대통령과 관료들을 설득했기 때문에 미국에게 먼저 FTA를 하자고 제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물론, 책 속에서 그는 캐나다, 중국과 협상을 미끼를 제시하자 미국 실무자가 먼저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묘사했다.) 미국의 TPA에 맞추어야 했기에 무조건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쳐야 했다. 
또한 자신의 전략상으로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해야 했기에 미국이 요구한 '4대 선결조건'을 미련없이 받아들였고 노 전대통령과 더불어 '한국민의 위대한 잠재력'을 믿었기에 아무런 한도와 범위 없이 개방할 수 있었다. 그것이 상품이든, 제도든, 관행이든, 법이든...
 


< 인정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는 부분 > 하지만, 김현종씨가 책 속에서 주장했지만, 내가 인정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1. 개방형 통상국가와 FTA 모범생? : 저자는 2003년 노무현 당선자에게 브리핑할 때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국제통상에 대한 다자협정이 무산될 것이기에 공격적으로 FTA에 뛰어들어 '낙제생'에서 '모범생'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2000년대 들어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2007~2008년 미국발 세계적인 금융위기시 한국경제에서 무역과 금융이 너무 과도하게 개방되어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내수경제 활성화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 
미국이나 일본, EU나 한국, 중국이나 아세안 등 세계 어느나라도 자국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서는 상대국에게 무역장벽을 낮추기를 요구하고 경쟁력이 낮은 부분은 무역장벽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 국제무역의 상식이고 자국경제의 안보와 자국민의 복리를 위해 기초적인 태도이다. 역사적으로 무조건 무역장벽을 낮추는 근대에 제국주의에게 강압적으로 침탈당한 식민지 밖에 없었고 예외없이 그런 나라는 모두 자국경제가 피폐해졌다. 김현종씨가 무엇을 근거로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주장은 국제무역의 장벽을 없애는 것이 주요 목적인 WTO에 근무했던 실무자의 인식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마치 멕시코가 'FTA 우등생'이기에 FTA를 통해 멕시코 경제가 발전하고 멕시코 국민들의 경제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멕시코 경제는 외형은 조금 늘었지만 자국의 경제자립도, 내수경제, 고용, 빈부격차, 환경 등 제반 측면에서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의견이 더 많다. 김현종씨는 멕시코의 경제가 단순히 경제분야 뿐 아니라 정치, 사회문화 등 다른 분야의 후진성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지만,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정치수준, 경제수준, 사회문화 수준이 그다지 선진적이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일 뿐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낮은 정치구조, 경제구조, 사회문화구조와 관료시스템은 한미 FTA를 서두르면 안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2. 왜곡된 식민사관 : 한미 FTA를 찬성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개방' 대 '쇄국' 논리다. 김현종 역시 '1장'에서 100년 전 조선의 개방개혁 세력이 좌절하여 쇄국을 불러왔고 그것이 망국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국제 정세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는 정치세력의 부재, 지도층의 안일한 정책 운영으로 조선은 일본에게 강점당하고 말았다."(p.26) 이것은 김현종을 비롯한 관료들과 기득권층의 전형적인 역사인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료와 기득권층의 역사인식을 듣다보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사관이 얼마나 뿌리 깊게 한국인들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지, 얼마나 초등고육 과정에서 역사 공부가 필요한지 뼈저리게 생각하게 한다.
조선이 망하기 시작하는 전조는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사망한 1800년 이후부터 였다. 정조는 세계 정세의 변화와 조선 내부의 구조혁신을 뼈저리게 느끼고 혁신과 개혁을 꾀했다. 정조의 개혁에 거세게 저항하던 봉건 지주세력과 기득권 사대부들은 정조 사후 정조의 모든 개혁정책과 제도를 무효화시키고 개혁 추진세력을 모조리 숙청한 후 조선 중기로 조선을 돌려놓았다. 그것은 바로 이미 망한 명나라 추종, 농업개혁 부정, 지주세력 강화, 신분제도 강화, 당쟁격화, 부정부패와 매관매직, 민중 수탈, 일부 가문의 정치경제력 독식 등이었다. 당연히 국내의 계급계층간의 통합도, 계급/계층 내부의 공동체도 붕괴되었다. 그렇게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정조 이후의 임금인 순조, 헌종, 철종, 고종의 시대가 그러했다. 그렇게 보낸 체제니만큼 일본, 러시아, 청나라, 영국,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대해 무엇을 알 것이며, 당시의 지배세력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겠는가? 고종 임금 시대에 들어 뒤늦게 갑오농민전쟁과 갑신정변 등이 일어났지만 개혁의 맥이 끊긴 시대에 따른 한계로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러한 장구한 조선 후기 역사적 배경과 구조를 분석하지 않은 채 대원군의 쇄국정책만을 탓하는 것은 정말이지 중학교 내지 고등학교 수준의 역사인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수준의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협상했으니 이미 협상 과정과 결과의 절반은 결론이 나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3. 근거가 미약한 반일, 반중 논리와 사대주의 & 친미주의 : 김현종은 동시다발적으로 FTA가 필요하고 전략을 구상하고 접촉하다가 중국과 일본과의 FTA 추진을 포기한다. 그 이유는 "중국은 이미 시장이 크고 일본은 원천기술이 우세하다. 패권을 잡는 데 혈안이 된 일본과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먼 곳에서 큰 시장과 먼저 FTA를 하는 것이 순서"였다. "지정학적으로 강국들에 들러싸인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가까워야 동북아 지역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p.29~30) 국제통상 전문가이자 정부관료로서는 참으로 궁색하고 어처구니 없는 표현이다. 시장이 큰 규모로는 중국 뿐 아니라 미국, EU도 있고 원천기술이 우세한 것은 기술분야에 따라 EU와 미국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서비스와 금융상품에 대한 기술은 미국이 세계 최강임을 그는 몰랐을까? 21세기에 이 지구상에서 '패권을 잡는 데' 가장 혈안이 되어있는 국가가 미국임을 그가 모를까? 그 두가지를 몰랐다면 노 전대통령은 정말이지 무식하고 무능한 자를 FTA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고 그가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사기꾼이자 거짓말장이에 불과하다.
또 그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북한체제를 장악하는 중국의 힘과 보이는 영향력으로 한국체제를 지원하는 미국의 힘"이 필요하고 "2003년 당시 190억 달러에 달하는 대일 무역적자가 점차 300억 달러로 늘어나는 추세에서 한일 FTA를 통해 제2의 한일합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 나라와의 FTA를 포기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장악'이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지원'이라고? 이 또한 어처구니 없는 '친미주의자'의 왜곡이다. 외교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어차피 국제관계가 국가 대 국가의 영향력은 협조와 대립, 지원과 배제의 연속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김현종씨는 자신의 눈에 씌인 색안경으로 동북아의 안보환경과 구조를 바라보고 있다. 한미 FTA만을 추진하기 위해 억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교, 경제 분야의 수사를 동원하면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고 말았다. 웃기는 소리고 한심한 일이다. '제2의 한일합방'이라는 단어를 통해 대통령과 관료,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에 불과하다. FTA로 인해 '제2의 합방'을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게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는 왜 못할까? 


4. 미국이 먼저 FTA를 제안했다? : 저자는 도지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말을 계속한다. 스스로가 동시다발적 FTA만이 한국의 살길이고 한미 FTA를 제일 먼저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라는 주장을 할 필요가 무엇인가? 굴욕적으로 미국에게 FTA를 구걸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그러기에는 그의 말과 주장은 참으로 허전하다. 미국에게 '4대 선결과제'를 약속한 마당에 '먼저'와 '나중'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따라서 책 속에 들어있는 각 국 실무자들과 FTA에 대한 비화는 믿을 수 없다. 상대국가의 실무자들에게 그 말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5. 4대 선결조건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 절하 : 김현종씨는 미국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주요 통산 현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은 '국가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명분보다 실리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고 그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기로 결정한다. '4대 선결 조건'이란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조정, 스크린 쿼터 축소, 의약품 약가제도 변경 유예를 말한다.
그는 '의약품 약가 제도 변경 유예'의 경우 "양보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협상 당시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변경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이 말은 일국의 정부관료가 내뱉은 말이라 하기에는 너무 한심한 수준의 발언이다. 그는 국제 통상 전문가라고 하면서도 FTA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말만 골라서 한다. 한미 FTA는 협상이 완료되고 협정문에 서명하고 양국의 국회에서 비준해야만이 최종 완료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국회 비준 전에 재협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결렬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의약품 약가 제도 변경 유예'를 결정해서 약속하면 한미 FTA가 추진되다가 결렬된다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의약품 뿐 아니라 스크린 쿼터, 쇠고기, 자동차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4대 선결 조건'이 합의되더라도 FTA 협상문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는 이런 정책과 외교의 관계와 역진성을 과연 몰랐을까? 몰랐으면 정말이지 '무능력의 극치'이고 알면서 했다면 '제2의 매국노'에 근접하게 된다.
그 이외에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낮추는 문제와 스크린 쿼터, 쇠고기 수입 등에 대한 그의 구질구질한 답변과 변명도 궁색하여 서평에 소개하고 싶지도 않다.


6. 통상협정인가, 경제통합현정인가 : 김현종씨는 책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미 FTA'를 통상협상(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협정문의 내용도 그렇고 한미 FTA를 처음 공개한 노 전대통령이나 총리, 통상교섭본부장 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미 FTA는 '통상협정'이 아니라 '경제협정'이다. 본인 스스로도 미국과 협상에서 통상 분야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서비스, 정부조달, 조세정책, 정부정책, 금융투자, 직/간접수용, 투자자-정부소송(ISD) 등 경제분야의 대부분에 대해서 협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한미 FTA로 인해 수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50~60개(국회의원 최재천에 따르면 최대 169개)에 이를 정도다. 노 전대통령도 2006년 11월 "한미 FTA는 경제구조를 선진화하는 계기"라고 말했고 한덕수 전총리는 2007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 FTA는... 우리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 계기"라고 밝혔다. 
처음 FTA는 '개방형 통상국가'를 위해 추진되었고 결과는 '미국 수준으로 제도와 관행을 맞추는 것'이 되었다. 미국과 경제통합을 위해 한 단계 진전되었다고 말한다 한들 김현종씨는 이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한미 FTA 반대자의 주장은 '경제통합'을 넘어서서 '사회통합'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고 그것은 결국 김현종씨가 걱정하는 '제2의 합병'이 될 것이다. '한일합병'이 아니라 '한미합병'으로... 지금도 국방과 외교에 있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자의반 타의반으로...) 제도와 경제까지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감히 '독립국가'라고 말할 수 있으랴...


7. 한중 FTA에 대한 거짓말 : 김현종씨는 이 책에서 한중 FTA에 대해 핵심적인 협상내용을 숨겼다. 그는 책에서 2006년 5월 중국 상무부장관 일행과의 면담에서 '개성문제'를 꺼내면서 중국측을 당황하게 만든 후 '패키지' 협상을 추진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해에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관료조직에서 반발이 드세져서 한중 FTA 신중론이 우세해졌고 이로 인해 8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패키지 협상'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한다.(그 해 10월 북한의 핵실험도 외부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하지만, 2006년 8월 <한겨레>의 기사에 따르면 2005년 9월 중국측이 농업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양보의사를 포함하여 FTA 추진을 제안했는데 미국의 압력에 의해 포기했음이 드러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록을 공개했다. 김현종씨는 2005년 중국측과 접촉에 대해 이 책에서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이 2006년 중국측과 FTA에 대하여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밝힌 것이다. 이 책이 2010년 12월에 발간되었는데 <한겨레>의 관련 기사를 몰랐는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8. 투자협정과 법률에 대한 전문가 같지 않은 모습 : 김현종씨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전 기간 동안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정부 관료, 통상 전문가, 그리고 변호사로써 자기 의무와 역할에 대해 충실하지 않은 관점과 태도를 유지했다. 
가장 크게 그렇게 느낀 것은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태도와 전략에 대한 것이다. 통상협상 전문가를 떠나서 어떤 정부부처 관료나 변호사라 하더라도 스스로가 먼저 기한과 결과를 결정하면 그 협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미 FTA를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와 그것도 '미국 행정부의 TPA 기한에 맞춰야 한다'라고 통상교섭본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세우면 상대방과 협상에서 무조건 불리해질 수 밖에 없고 최대가 아닌 최소한의 결과 밖에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목표와 기한을 미리 세워놓았기 때문에 '4대 선결조건'도 먼저 내줄 수 밖에 없었고 굴욕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본인은 90점짜리라고 우기지만...)
또 하나는 '역진방지조항' 관련이다. 모든 법률과 제도, 협정과 조약은 시행 중에, 운영 중에 각 주체에 의해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정부의 법과 제도의 경우에는 시대의 변화나, 국가 내부 상황의 변화 등 너무 많은 변화요인들로 인하여 언제든지 국가 내부의 이해관계자들의 논의에 따라 변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현종씨가 체결해 놓은 한미 FTA 협정문은 한 번 결정되면 물러설 수 없는 조항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영리법인을 시범적으로 허가했다가 문제가 되어 취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항은 임기 5년의 일개 행정부가, 한 세대의 국민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수 백, 수 천년을 이어갈 한국의 후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가 미리 박탈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협정문의 '네거티브 방식'도 문제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어떠한 법과 제도, 규정에서 '문서에 기재된 것들 이외에는 모두 적용된다'이고 그 반대인 '포지티브 방식'이란 '문서에 기재된 것들만 적용된다'이다. 즉, '네거티브' 방식은 미래의 가능성도 한미 FTA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고 '포지티브' 방식은 미래의 가능성이 FTA에 추가되려면 추가 협상을 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명확성과 후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미래를 위해 결정의 여유를 두기 위해서도 그가 전문가라면 '포지티브' 방식을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혀 법률 전문가같지 않다. 한국의 헌법과 각종 관련 법률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건강권, 주거권, 알권리, 행복추구권 등 국민의 헌법상 권리와 자신의 관료로서의 의무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 모습이다. 
 
9. 미국과 한국의 한미 FTA 협상에서 타협할 수 없는 대상 : 이 부분이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하여 김현종씨가 무엇을 위해 협상하고 어떤 자세와 태도로 임했는지 알 수 있다.
협정 체결 후 국회에 제출된 '협상팀이 보고한 자료'를 보면 "'협상 내용 중 한미 양국이 의회의 권한, 국내법 문제 등을 들어 협상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부분'으로 미국측은 TPA(통상증진권한)의 지침에 어긋나는 부분, 개성공단은 정치적 사안이므로 불가, 일시입국비자는 의회권한 사항, 주정부 비합치조치 열거는 통제력 부족등의 이유로 불가'라고 규정했고 한국측은 '쌀'만 제외"했다. 미국측은 당연히 '국내법이 수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나 조건은 제외'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럼에도 김현종씨와 김종훈씨는 협상 처음부터 협정문 공개 때까지 개성공단과 입국비자, 주정부 비합치조치, 간접수용, ISD, 쌀 등에 대해 국회와 국민들에게 거짓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김현종씨는 모든 것을 협상 대상으로 삼았고 미국측의 협상 제외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협상이 불리하도록 만든 셈이다. 거기에 더해 '4대 선결 조건'까지 미리 다 들어주었으니 미국측으로서는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한국의 정부관료라면 국회에서 법이나 제도를 개정해야 하는 사항을 미국처럼 '미리' 제외하던지, '옵션'으로 걸어놓고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결과를 끌어내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변호사에 통상전문가임을 자부하면서도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많은 무기와 방패를 미리 버리고서 FTA 전장터로 나아간 것이다. 미친게 아니고서야, 한국의 경제와 법,제도 전반을 미국측에 거저 주기로 마음먹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가...


 
< 국민을 속이고, 잘못한 것은 모두 감추고... > 이 책에서 보여주는 김현종씨의 가장 큰 도덕적 문제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아예 꺼내지도 않는 것이다. 아래는 한미 FTA와 관련하여 그가 말하지 않은 중요한 문제들과 그가 국민들을 속인 사항들이다.


1. '4대 선결조건'을 노 전대통령이 공개 인정한 때가 2006년 7월이었다. 하지만, 김현종씨는 처음 미국과 협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미국에게 '4대 선결조건'을 약속한 2005년부터 2년 가까이 약속한 것과 문서를 국회, 언론, 국민들에게 부정했다. 이 책에서 그는 '4대 선결조건'이 아무 문제가 아니라도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는 통상교섭조정관과 본부장 재직 시절 국회와 기자들의 확인 요구에 철저하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였던 것이다. 이 책이 나오는 2010년 12월 쯤이면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그런 거짓말을 모두 잊어버린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또한 이미 WTO 협상에서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쌀을 개방하기로 이미 합의가 되었음에도 "미국의 연안 조선업 개방을 압박하여 쌀 개방을 방어했다"라는 김현종씨의 주장은 이 책의 내용이 진실한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2. 그는 철저하게 재벌과 대기업, 기득권자들의 편이었다. 책 속에서 그가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자동차, 전자, 섬유 등 제조상품의 수출물량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한국의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 서민, 중소 서비스업자가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 몇 십만대를 더 팔기 위해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 변형식품이 무리없이 들어오도록 하여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지게 했고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여 한국 영화업계와 관련산업의 축소와 관련자들의 실업을 가속화시켰고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약화시켜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정부의 의약품 약가결정권을 제약하여 환자들의 약값이 올라가도록 허용했다.
그가 유엔 대사를 마치고 삼성전자 해외법인에 재빨리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삼성이 정부관료 중에서 어떤 자들을 재빨리 데려가는 것을 잘 안다. 그것은 한미 FTA의 조기 타결에 대한 수고비, 보너스임과 동시에 앞으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경제를 재벌 족속의 마당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3. 그는 한국 헌법의 규정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 즉 '간접수용 부정'과 한미 FTA 협정문이 충돌함에 따라 협정문이 헌법 및 각종 법과 제도와 충돌한다는 것에 대해 그 이전에 체결한 3건의 FTA와 89건의 투자보장협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심각한 것은 이전에 체결한 FTA의 경우 '직접 또는 간접적인 수용'이라는 포괄적인 정의에 불과하나 한미 FTA의 경우 미국의 '간접수용'에 대한 개념 정의가 특별하고 NAFTA 체결 이후 간접수용에 대한 투자자와 국가간 소송이 빈발한데다가 그 여파가 국가정책에 미치는 파급이 크다는 데 있다. 간접수용은 ISD와 연결될 경우 심각하게 정부정책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자들이 다른 FTA나 투자협정이 아닌 한미 FTA의 수용 조항과 ISD를 왜 문제삼는지에 대해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설립과 구조가 다른 국민국가들과 전혀 다르고 헌법도 다르다.

4. 그는 법률가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가 사법부의 사법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협정문이 전반적으로 헌법의 많은 조항과 대립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한미 FTA 협정문은 헌법 6조, 12조, 16조, 17조, 18조, 23조, 27조, 35조, 40조, 101조, 103조, 110조, 119조, 120조, 121조, 122조, 123조, 126조, 
그는 ISD가 EU와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을 EU가 투자조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식석상에서 그는 그와 반대로 "민감한 사안이라 제외키로 합의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5. 지적 재산권 분야 : 김현종씨는 지적재산권 분야의 경우 과도하게 미국 USTR의 의견을 수용하여 헌법과 관련법률, 제도 및 국민들의 자유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였다. 그는 모든 대학의 관련부처와 관계자들, 교수, 대학생들에게 사전에 어떠한 협의나 논의도 거치지 않고 "모든 대학으로부터 협조와 정보를 구하고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라는부속서한을 미국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협정문에 '지적재산권의 침해'에 대한 개념 규정을 헌법과 법률의 조항에 상관없이 '영화 또는 영상제작물을 녹화장치를 사용하거나 하용하려고 시도하는 행위'까지 형사절차가 적용되도록" 작성하였고 죄형 법정주의를 무시하고 협정문에 "충분한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형벌을 규정한다"라고 표기했다. 김현종은 이제 국회의원, 법원, 대통령보다 더 높은 막강한 입법권까지 행사한 셈이다. 미국의 지적 재산권자를 위해서...!!



6. 그는 칠레나 아세안, EU와의 FTA 협정문에 포함된 '개성공단', '독도 국경', '비자쿼터'를 미국에게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향후 협상 가능성'을 만들어 놓아 다행이다라는 수준에서 자위한다. 미국에게 농축업, 금융서비스, 지적재산권을 모조리 열어주었으면서도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의 미국 군수산업과 조선업 진출, 노동력 수출에 대해서는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 김현종과 김종훈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초기부터 협정문 체결까지 과정에서 수 차례 '협정문에 반영된다'라고 국회에 답변했지만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하고 스스로 '90점'을 매겼다.

 
7. 김현종은 통상교섭본부, 노 전대통령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주의와 국민의 알권리 무시, 국회 무시로 일관했다. 미국 USTR은 협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라도 미국 의회와 업계, 노조, 언론 등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와 조율을 거듭했다. 하지만, 김현종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는 한국의 국회와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함께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국내 관계자들을 별도의 '협상대상'으로 삼아 정보를 통제하고 숨기고 목소리를 틀어막았다.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선언했지만, 협정문은 영문만 있고 국문은 없었다. 그 자체도 국어법에 위반이지만, 외국과의 협상과 문서 작성에서 한국어 문서를 동시에 동일한 급으로 사인하지 못한 것은 도대체 김현종, 김종훈, 통상교섭본부 사람들이 한국인이 맞는지, 한국 관료가 맞는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8. 그는 한미 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비판과 의혹에 대해 조용히 뭉개고 있다. 처음 한미 FTA를 시작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국회와 경제전문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연구원은 세부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 의회의 압력을 무기로 협상에 임하는 미국과 국회를 따돌리고 자신들이 애국자이고 다른 사람들은 '무식'하고 '애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부관료들의 모습은 이 시대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보면서 느끼는 몇 가지 느낌과 교훈이 있다. 
 
서평 서두에서 나는 김현종씨가 책 속에서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쟁점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다루지 않고 일방적으로 반대자를 폄하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더 우울한 것은,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5,000만 국민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한미 FTA 협상' 과정을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처럼 서술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종종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곤 했다. 물론 그 영화에서 그(김현종)가 주인공이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및 관료들은 조연이다. 카운트 파트너는 USTR 대표와 미국 관료들인 것이고...
혹시 그에게 '한미 FTA' 협상은 일종의 게임이었을까? 그가 책 속에서 한 말과 그의 성장환경과 배경을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이 말이 개인적인 인격을 폄하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서구적인 환경 속에서 자란 그가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국의 공동체 사회, 한국의 법체계와 법구조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음에도 한미 FTA 협상을 주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국회와 사법부, 그리고 국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관료, 수준 떨어지는 협상 능력, 국가와 국민의 위임 수준을 넘어서는 월권 협상, 국내 이해관계자 및 국회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는 관료, 국회와 국민에게 사전-진행-사후 협상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비밀주의, 역사인식의 부재와 왜곡, 자신만이 최고이고 다른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안하무인, 국민들과 주변의 의견을 참고하지 않는 외골수, 끝까지 이어지는 거짓말, 국내 경제산업 현황 및 미국의 경제산업 현황에 대한 무지, 한국어와 국문 협정문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태도, 편협한 대중-대일 태도와 사대주의적인 친미적 입장, 경제통합과 통상협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 낮은 관료...
그는 '참여정부'를 내세우는 노 전대통령이 선발한 관료임에도 가장 이 시대와 '참여정부'에 걸맞지 않은 관료였다. 그가 위와 같은 수준이었기에 한미 FTA 협상과 협정문 합의가 1년이 채 걸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5천만 국민과 7천만 겨레의 미래가 달려있는 엄청난 한미 FTA 협상을 혼자서 1년 이내에 끝내버린 '종결자'라 할 수 있다. 과연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웠을까?
 
현재의 한미 FTA 협정문이 폐기 또는 한국 입장에서 대대적으로 수정되지 않은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그리고 10년, 몇 십년이 흘러 한국경제가 어떻게 귀결되고 얼마나 피폐해지고 얼마나 미국경제의 마당이 되는지 판가름나게 되면(개인적으로는 간절하게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김현종'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후손들에게 '을사5적'과 이완용보다도 더 악명높은 매국노로 남을 것이다. 김종훈과 함께...!!
 
[ 2011년 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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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 파격제안 내치고, ‘4대조건’ 내주며 한미FTA 강행
[한겨레]
 


등록 : 20060810 07:12 | 수정 : 200608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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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대외경제위 자료’ 단독 입수
 

 
 

? 한중 FTA, 한미 FTA 추진과정과 관련된 의문점들
 
 
 

정부 ‘정치적 민감성’ 고려…김현종 본부장 “미국쪽, 한-중협상 우려”

 

중국이 지난해 5월께 우리나라 정부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안하며 농산물 시장에서의 양보라는 파격적 조건까지 내놓았으나, 정부는 우리에게 불리한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양보한 ‘4대 선결조건’은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약값 재평가 개선안 추진 등 네 가지다. 

한겨레가 9일 단독으로 입수한 2005년 9월12일치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사진)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5월 이후 “양국간 경제통상 협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이 필요한데, 한국 쪽 입장이 불분명하므로 조기에 분명한 입장 표명을 기대한다”고 알려왔다.

 

 이샤오준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같은 해 8월 “쌀 등 우리 쪽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인정 등 유연하게 처리 가능하다”며 한-중 협정의 최대 걸림돌인 농산물 문제에서 큰 폭으로 양보할 뜻까지 전달했다. 정부는 2004년 말까지만 해도 한-중 협정이 한-일, 한-미 협정이 비해 경제적 득이 가장 크다고 보고 협정 추진 우선순위에서 중국을 1위로 두고 있었으나, 농산물 문제 등으로 미뤄진 상태였다. 대외경제위는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해 자유무역협정 등 대외 경제전략을 논의·점검하는 회의체로,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직접 주재한다.

 

정부는 중국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7월25일 직접 미국을 방문했는데,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대경위 안건 자료는 밝히고 있다.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위원은 “미국에 앞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때, 워싱턴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엄청난 실수(enormous mistake)가 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 1994년 제네바 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이기도 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미국 조야에서 불만의 소리(some unhappiness)가 들릴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5차 대경위 안건자료를 보면 정부는 이런 중국의 제안과 미국의 강한 우려를 감안해 “한-중 협상을 조기에 추진하는 1안과, “국내외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한-미 협상 출범 뒤 한-중 협정 추진”이라는 2안 등 두 가지 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해 11월1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경주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벌여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5차 대경위에서 정부는 한-중 협정 대신 한-미 협정 추진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 협정 협상개시를 선언한 것은 올해 2월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미국 쪽이 막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쪽의 협박에 가까운 반대도 문제지만 정부가 한-중 협정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4대 선결조건까지 수용하면서 한-미 협상을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해 적극적으로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300여개 품목에 이르는 농산물 피해 문제가 너무 크다고 보고 피했다”고 말했다.

 

안창현 안선희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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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대외경제위 자료’ 단독 입수
 

 
 

? 한중 FTA, 한미 FTA 추진과정과 관련된 의문점들
 
 
 

정부 ‘정치적 민감성’ 고려…김현종 본부장 “미국쪽, 한-중협상 우려”

중국이 지난해 5월께 우리나라 정부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제안하며 농산물 시장에서의 양보라는 파격적 조건까지 내놓았으나, 정부는 우리에게 불리한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양보한 ‘4대 선결조건’은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약값 재평가 개선안 추진 등 네 가지다. 

한겨레가 9일 단독으로 입수한 2005년 9월12일치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사진)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5월 이후 “양국간 경제통상 협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이 필요한데, 한국 쪽 입장이 불분명하므로 조기에 분명한 입장 표명을 기대한다”고 알려왔다.

 이샤오준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같은 해 8월 “쌀 등 우리 쪽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예외인정 등 유연하게 처리 가능하다”며 한-중 협정의 최대 걸림돌인 농산물 문제에서 큰 폭으로 양보할 뜻까지 전달했다. 정부는 2004년 말까지만 해도 한-중 협정이 한-일, 한-미 협정이 비해 경제적 득이 가장 크다고 보고 협정 추진 우선순위에서 중국을 1위로 두고 있었으나, 농산물 문제 등으로 미뤄진 상태였다. 대외경제위는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해 자유무역협정 등 대외 경제전략을 논의·점검하는 회의체로,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직접 주재한다.

 정부는 중국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해 7월25일 직접 미국을 방문했는데,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대경위 안건 자료는 밝히고 있다.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위원은 “미국에 앞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때, 워싱턴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엄청난 실수(enormous mistake)가 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 1994년 제네바 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이기도 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미국 조야에서 불만의 소리(some unhappiness)가 들릴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5차 대경위 안건자료를 보면 정부는 이런 중국의 제안과 미국의 강한 우려를 감안해 “한-중 협상을 조기에 추진하는 1안과, “국내외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한-미 협상 출범 뒤 한-중 협정 추진”이라는 2안 등 두 가지 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해 11월1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경주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벌여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5차 대경위에서 정부는 한-중 협정 대신 한-미 협정 추진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 협정 협상개시를 선언한 것은 올해 2월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동아시아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미국 쪽이 막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쪽의 협박에 가까운 반대도 문제지만 정부가 한-중 협정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4대 선결조건까지 수용하면서 한-미 협상을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해 적극적으로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300여개 품목에 이르는 농산물 피해 문제가 너무 크다고 보고 피했다”고 말했다. 
 

안창현 안선희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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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공개 문서들이 말하는 진실.


한국과 미국은 내년 3월 발효를 앞두고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협상 도중 교환한 문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18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2차 사전 준비회의에서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이와 관련,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미국의 협상 원칙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미국 쪽에서 “앞으로도 다른 나라들과 해야 할 협상이 많은데 문서가 공개되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종훈 우리 쪽 협상 대표는 “미국 쪽에서는 10년으로 하자고 했는데 줄여서 3년이 됐다”고도 했다. 

도대체 한미 FTA 협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 의회나 국제무역위원회 등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바라는 것, 그리고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공식 또는 비공식 문서에 드러난 한미 FTA 경과와 현재 상황, 그리고 핵심 쟁점을 살펴보자. 비공식 문서라고 해도 웬만한 문서는 이미 구글 등 검색엔진에 올라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먼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2001년 보고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미 모두 GDP나 고용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한국과 교역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한국이 무역 적자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4년 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출은 54% 늘어나는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수출은 21% 늘어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작성된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초 한국이 미국 쪽에 FTA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한국 쪽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 설명회를 열었고 그 이듬해인 2005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사전 실무회의가 열렸다.  

2005년 11월 미국 의회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 미국 농업과 자동차, 영화, 제약 산업의 우려를 충분히 검토했다. 협상에 앞서 이런 쟁점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최근 한국의 통상장관은 이런 우려들이 적절한 시점에 처리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결국 핵심 쟁점과 관련, 미국 정부의 사전 요구가 있었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를 양보했다는 이야긴데 지난해 2월 우리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두루뭉술하게 처리돼 있다. “한미 FTA는 정부가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며 누구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서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오히려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미 경제 규모와 의존도를 볼 때 미국이 협상의 의제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불만은 한국의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부 등 외국 정부나 기업과 접촉이 없는 국내용 부처들과 관련돼 있다. 미국 쪽 전략은 핵심 쟁점에 한국 국무회의가 직접 나서서 해당 부처에 압력을 넣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몇몇 ‘촌스러운’ 해당 부처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무회의 전체 안건으로 상정해 해당 부처를 고립시켜 관철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크린쿼터가 미국의 이런 전략에 말려든 전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에는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김현종 통상장관에게 말했다”는 내용에 이어 “자동차와 의약품, 소고기와 스크린쿼터 등 4대 분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한국 정부의 정치적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테스트로 보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땠을까.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 1월 말 4개 부문 모두를 양보한다고 미국 정부에 알려왔다.”  

한편 한미 FTA의 경제효과를 놓고도 두 나라의 전망이 다르다. 2001년 미국 보고서를 보면 한국과 대미 무역수지는 2002년 98억달러에서 FTA 체결 4년 뒤에는 9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내총생산이 최대 1.99%까지 늘어날 거라는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보고서는 상당부분 왜곡 날조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 FTA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투자 관련 조항이다. 과거 미국이 싱가폴이나 칠레 등과 체결한 FTA 협정문을 살펴보면 투자자의 투자유치국에 대한 제소권이 포함돼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투자유치국의 현지 법원을 우회 또는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항인 셈이다.

이해영 교수는 “국제투자분쟁중조정센터에 접수된 85건의 분쟁 가운데 피소국은 대부분 제3세계 개발도상국이고 청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다국적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절차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 실패를 투자 유치국 정부에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투자 관련 조항과 관련해서는 이미 2004년에 체결된 한미투자협정(BIT)의 조항이 대부분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전 단계부터 내국민 대우를 적용한다거나 최고경영자의 국적을 문제 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은 주권 침해의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무런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를 비롯해 교육과 통신, 방송, 법률 시장 등 공공 서비스의 개방도 비슷한 우려를 더한다.  

올해 2월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 의회에 보낸 보고서는 한미 FTA의 초안이라고 할만하다. 이 보고서에는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철폐, 자유무역기구(WTO) 기준에 맞는 지식재산권 보호, 각종 투자 장벽의 축소 또는 제거, 독점기업과 공기업의 경쟁제한 제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미국이 호주와 싱가폴, 칠레 등과 체결했던 FTA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미국이 5년 이상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해왔던 반면 우리나라는 실증적 검토는커녕 협상력조차도 갖추기 못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분명한 것은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통상협정 가운데 가장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신자유주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통상협정이 한일합방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체결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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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천재들의 수학공식 7가지
권승희.이윤 지음, 오덕환 감수 / 맑은소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인터파크에서 구입했을 때(2008년 4월)가 <무한의 신비>, <수학의 확실성>, <0의 발견>, <쿠르트괴델의 불완정성>, <리만가설>, <힐베르트>, <허수> 등을 읽고 있었다.
대부분의 수학 교양서적이 외국서적의 번역본이기에 한국 수학자들이 직접 발간한 수학 교양서를 찾는 중, 한국인이 발간한 <한국수학사>와 이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한국수학사>와 이 책을 구입한 후 얼핏 ?어보니
일본 와세대대학을 졸업하여 현재 단국대 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저자가 발간한 <한국수학사>의 경우, 일본 서적을 그대로 배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 1970년대식으로 편집하고 대부분의 용어에 한자를 사용하는 바람에 포기했고
이 책의 서문을 읽어보니 고교생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게 하기 위하여 수학문제 푸는 기술을 나열하고 있기에 포기했다.
(언젠가 충분히 시간 여유가 생기면 옥편을 꺼내들고 읽으리라...^^)
 
어느덧 세월이 2년 넘게 흘렀다.
요즘은 자연과학과 정치경제학에 주로 포커스되어 있던 책읽기 분위기를 잠깐 벗어나기 위해 책장 속의 책을 하나씩 짚어가다가 이 책을 발견하였고
한창 수학에 열을 올리던 어렸을 적 생각도 나고 카이스트를 다니던 후배들과 지도교수들이 수학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궁금하여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 것...
 
회사에서 일하는 매일매일 틈틈히 밤 시간을 쪼개어 며칠 동안 읽었다.
이 책이 애기하고자 하는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의, 명제, 공리, 공식,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자.
2. 수학에 관련된 중요한 데이터를 확실하게 암기하자.
3. 단계적으로 각 단원을 시작하면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한 번에 끝내자.
4. 수업을 받기 전에 반드시 예습을 하고 시작하자.
5. 수학문제는 반드시 풀린다. 문제를 잘 분석하고 전략을 세운 후 끈기있게 집중하자.
6. 수학문제를 볼 때 절대 해답을 먼저 보지 말자.
7.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여유를 가지고 꾸준하게 머리 속에서 풀어보자.
 
즉, 이 책은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한 선배들의 경험담이다.
수학이 무엇이고 수학에서 배울 것은 무엇이며,
수학을 통해 대학과 직장, 사회에서 어떤 기초가 되었는지가 아니라,
고등학교 선생들이 학원강사들만큼 가르치지 못했던 기술적인 방법론을 알려준 것일 뿐...
좋게 해석하면 수학 때문에 힘들었던 수학 잘하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전수하는 것이고
나쁘게 받아들이면 어려운 수학을 잘했던 카이스트생들이 수험생들에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책을 통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미련하게 ’수학공식 7가지’라는 제목에 속은 것 뿐이고...
사실 난 카이스트생들이 21세기 세계적인 수학 미제에 도전하는 것을 다룬다고 착각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은 한 마디로 인간이 동물(포유류, 영장류등)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인간의 ’이성’과 ’의식’ 중 가장 위대한 결과 중 하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고 의식하고 기억하고 사고하고 계획하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고 지구가 탄생한 지 45억년 만에, 생명이 탄생한 지 35억년 만에, 인류가 나타난 지 700만년 만에 우주 속에서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었다.
또한 인류가 타나난 700만년 전 이후 인간이 언어와 기술을 사용하여 거친 자연을 이겨내고 자연과 우주에 숨은 진리와 법칙을 찾으면서 온갖 민간신앙과 종교를 극복하여 ’이성의 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있어 수학은 자연과학과 함께 가장 선두에 서왔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들이 일구어낸 문화와 의식을 조직적,집단적,계획적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더 개선시키면서 진화해왔다.
 
그 이후 수학은 ’공리와 정리’, ’명제와 함수’, ’증명과 논리’에 의하여 ’확실성’과 ’엄밀성’의 대명사가 되었고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기둥이자 어머니 역할을 자임해왔다.
수학개념과 공리가 물질서계의 관찰에서 부터 생겨났고 논리학 법칙, 정리를 낳는 문제와 증명방식에 대한 암시까지도 경험의 산물일 것이다.
수학시간에 공리, 정리, 명제를 배우는 이유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가 좀 더 분명하고 정확하고 엄밀하게 다듬어지도록 하기 위함이고
증명과 논리는 사고와 의식을 이성적,합리적으로 전개시켜 나가게 하기 위한, 인간들 사이에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집단적인 이성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며,
도형과 기하학, 방정식과 함수, 지수와 로그, 미적분과 확률통계는 인간만이 가진 추상화,개념화 능력을 통하여 자연과 사물, 현상을 분석하고 그 관계를 규정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모든 자연과학의 합리성과 논리성은 수학의 언어를 통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수학과 자연과학은 인류가 인류를 위하여 탄생시킨 것이기에 오로지 모든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이러한 수학의 개념과 정의, 수학의 지위와 역할, 수학의 역사와 취지를 배우고 익히지 못한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원, 석박사, 교수들은 그저 자동기계나 정부,기업들의 기술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한국 과학,공학분야 종사자의 인문학 부재를 어이해야 할꺼나...ㅠ.ㅠ;;
 

[ 2010년 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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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진실들 한겨레지식문고 1
마크 마슬린 지음, 조홍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온실가스, 환경, 생태, 기후변화, 녹색성장 ...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단어들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기후변화를 다룬 책들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처럼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과 사진을 통하여 감각적인 충격과 각성을 제기한 것과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처럼 지구시스템 과학과 환경공학 차원에서 다룬 책도 있었다. [실험실 지구]는 기후변화의 역사적인 증거(데이터)를 제시하고 지구의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을 지적하면서 인류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외에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김창섭의 [그린 패러다임], 마이클 클레어의 [21세기 지구자원 쟁탈전]이나 최근에 독후감을 쓴 문하영의 [기후변화의 경제학]은 ’기후변화’ 자체를 다루기 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정치,경제,사회의 변동과 갈등, 위협 등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종류의 책이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논의를 진행하기 보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객관적으로 ’지구의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 같으니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이 각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여러 기후변화 관련 도서 중에서 ’기후변화’의 개념, 논쟁, 증거, 이론, 미래영향 등 ’기후변화’ 자체에 대하여 가장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관계,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 온도/강수량/해수면 등 지구온난화의 증거, 과거와 미래의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기후모델링 연구의 역사와 현재, 해수면/폭풍/홍수 등 기후변화가 미래에 끼칠 영향, 현재로서는 예상하기도 어려운 추가 위협 요인 등을 핵심적으로 짚어내면서 인류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환경연구소 소장이자 고기후학자인 저자는 기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도 기후변화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기후변화에 관한 책들이 기후 그 자체에 관한 논란을 얼버무리기 십상인 데 반해 이 책은 기후 논란의 쟁점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자연과학적 관심사만이 아니라는 점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쟁점들을 통해 균형감 있게 전하고 있다. 
 
수 많은 과학자와 양심적인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는 정부의 수반이나 관료, 정치가나 환경운동가 뿐 아니라 모든 지구인에게 닥친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서로가 자신들의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면 누구도 그 ’재앙’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끔직한 피해는 경제개발이 덜 된 나라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해안가와 강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집단일수록...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았던 ’투모로우’같은 재난영화는 충분히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이 막연하게 ’온실가스’나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우리 스스로도 변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할 수 없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먼 자본가들이나 정치가들, 언론에서 약간 수준 높은 반대 명분을 제시하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 과학자들이 해야할 일이 있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물론,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는 일까지 포함하여...^^)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무엇이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이라도 사서 몇 번이고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작다. B6 사이즈에 270쪽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과학적인 지식이 조금 더 필요하면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를 함께 읽으면 좋다.)
 
----------- * 마크 마슬린은 누구인가?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환경연구소장, 카본 오디터스 이사, 기후변화와 예술을 잇는 시민단체인 티핑포인트의 이사 겸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뛰어난 기후학자인 그의 주전공분야는 과거 지구와 지역의 기후변화이다. [뉴사이언티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기고했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일했다.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에 관해 많은 책을 썼으며 9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지올로지]에 게재했다. -------------
 
저자는 이 책을 10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1장 - 지구온난화란 무엇인가 : 지구의 대기층은 사과의 껍질 정도의 수준 만큼 얇다. 하지만, 대기층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일부 반사시킨다. 대기층을 통과한 태양 에너지의 일부가 다시 대지와 바다에서 반사되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데 대기층(특히 온실가스)은 그들 중 일부를 다시 흡수하거나 대지와 바다로 반사시킨다. 그래서 지구의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가 너무 많이 대기층에 존재하게 되면 대기층 내에 태양 에너지가 많아져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구 온난화’다.(아래 그림 참조)
 
그린란드 빙하에는 지난 65만년 동안의 지구 기온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한 최근 250년간의 지구의 기온,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O)의 농도는 그 이전의 수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확연하게 상승일로에 있다.(아래 그림 참조)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인류, 인류의 에너지 사용, 산업생산, 화석연료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2장 - 간단히 알아본 지구온난화 논쟁의 역사 :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에 의한 유엔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설립, IPCC의 보고서 출간,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공식 서명, 이 협약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교토의정서가 합의된 2007년 7월 본 당사국 총회, 2005년 2월 16일 교토의정서 발효 등을 세계인들이 지구온난화 가설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IPCC 2007년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는 명백하며, 그것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데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천명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과학 뒤편에 자리잡은 동기를 조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관한 많은 주장이 주로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된 로비 압력에 의해 퇴색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상당수의 선진국 언론과 관변 과학자들의 주장이 석유업계, 원자력업계, 석탄업계, 가스업계 등과 이에 연결된 금융자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3장 - 기후변화의 증거는 무엇일까 : 과학자들은 지난 1,000년의 지구 북반구 기온을 재구성하기 위해 나무의 나이테, 산호초, 얼음시료, 시추공의 기온을 분석했다. 북반구의 기온은 20세기 들어 지난 1,000년 동안의 어느 시기보다 더워 이른바 ’하키 스틱’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이전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의 온도는 0.74도 상승했다.
지구 해수면의 높이는 지난 100년간 12~22cm 상승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지역의 영구동토대가 지난 50년간 지표면에서 땅속 1미터까지 3도 가량 높아졌다.(영구동토대 속에는 거대한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북극, 그린란드, 알래스카, 록키산맥, 남극, 히말라야,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그 주장을 비판한다.



4장 - 모델링으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 며칠 앞의 기온도 밝히지 못하는 현재의 과학이 긴 기간의 기후를 밝힐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뒤이어 홍수와 가뭄, 열파, 폭풍 등이 우리 자연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밝힌다. 여기에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해안선에서 96㎞ 이내에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20개 중 13개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십억 인구가 강제로 추방돼 환경 대이주를 시작할 수 있음도 시사한다.


5장 - 미래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 저자는 기후모델링이 예측한 결과를 통해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수면, 폭풍과 홍수, 열파와 가뭄, 엘리뇨 남방진동, 공중보건, 생물다양성, 농업의 위협을 제시한다. 아래의 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5~6도 상승할 경우까지 요약하고 있다. 만약 6도를 넘어서면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 얼음평상이 다음 세기에 녹기 시작하고 그후 해수면은 12미터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6장 - 예상치 못한 일들 : 지구온난화는 북대서양의 깊은 바다 밑을 순환하는 해류에 변화가 생겨 유럽에 극단적인 계절 날씨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존 우림이 미래에 불타버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바다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어마어마한 바다 밑바닥 속 가스 수화물을 끌어올려 극단적인 지구온난화의 격화를 가져올 수 있다.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4,000~5,000년 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인더스, 홍산문명 등 고대문명이 붕괴한 것으로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7장 - 기후변화의 정치학 : 따라서 저자는 IPCC의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세계 각국이 강력한 ’포스트 2012 협약’을 작동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세계적인 탄소 거래와 개발도상국의 의무감축을 포함시켜야 함을 역설한다.

8장 - 해결책 : 저자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근본적인 원칙에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생활양식에 의문을 던져야 하고, 지구촌의 일원들이 스턴 2007년 보고서에 따라 세계 GDP의 약 1~2%를 투자해서 미래의 큰 비용을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효율화, 대체에너지원, 탄소 거래, 탄소 상쇄 등과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통해 인류를 기후변화의 충격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대한 전망으로서 미래의 가정, 사무실, 도시, 수송, 경제의 모습을 그리면서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9장 -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 : 탄소 제로가 이루어진 미래 사회의 모습... 꿈만 같은...

10장 - 결론 :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위해 무려 1조 달러를 지출했다. 지구촌 세계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신속한 정책에 대한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많은 한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정치가와 경제인들이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했다면, 사회 공동체 구성원을 생각했다면, 국가 경영과 사회운영을 한국 전쟁 후 60년 동안 그런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천민 자본주의, 관료독재, 언론독과점, 부정부패한 기득권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덕분에 사회가 극단적인 불신과 대립,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로 인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정치사회적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눌리고 양보와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전국민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가 처리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수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대신, 국민들이 동네 불량배 수준의 정치가와 경제인을 믿고 60년을 지나온 것을 이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다행인 것은, 이처럼 어려운 조건에서도 일부 양심적인 지식인과 과학자들, 교사와 환경운동가, 일부 관료와 많은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이 일정정도 형성되어 있고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정부예산을 일부라도 집행해왔고  ’쓰레기 분리 수거’라도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밑바닥 곳곳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와 시민들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사회구조에 대한 움직임이 싹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관료와 정치권이 보여준 부정과 부패, 무기력함과 무능함이 오히려 시민들, 민중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에 의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 2011년 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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