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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 -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미 FTA의 진실
최재천 지음 / 향연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마지막으로 6월부터 시작한 '한미 FTA' 관련한 책을 4권 읽었다. 책의 발간시기로는 우석훈씨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가 2006년으로 가장 빠르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가 2007으로 다음, 이 책이 2009년 2월로 세 번째이고 통상교섭본부장이던 김현종의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가 2010년으로 가장 뒤에 출간되었다. 그렇지만 앞의 두 권을 먼저 읽고 그에 대해 정부 실무책임자의 반론이라고 간주하여 김현종씨의 책을 읽었고 마지막으로 국회 '한미FTA특위' 소속이던 최재천의원의 책을 읽은 후 전체적으로 종합해보고자 했다. 물론, 김현종씨의 책 뿐 아니라 외교통상부 사이트에서 한-칠레 FTA, 한-아세안 FTA, 한-싱가폴 FTA, 한-EFTA, 그리고 한미 FTA 소개자료 및 홍보자료도 읽었고 인터넷의 각종 기사와 몇 건의 연구소 자료도 읽어 보았다.
국내자원이 거의 전무하고 국제무역이 GDP의 70%가 넘는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WTO 차원의 다자간의 무역협상이 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기 때문에 수출신장을 위해 FTA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타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현실은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자립경제율과 적절한 무역구조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자국 내 천연자원이 부족함에도 수출액과 국제무역수지 이상으로 국내 자립경제 비율도 높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의 GDP 수준과 낮은 '지니계수', 사회보장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부의 철학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진다. 또 외국과 무역협상을 체결할 때에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립경제에 보탬이 되고 조금이라도 불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꿈꾸는 미래, 공정하고 호혜로운 자유무역, 우리가 후손에게 넘겨줄 나라가 아닌, 후손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나라,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이자 주권자로서, 헌법이라는 엄중한 잣대로 한미 FTA를 바라본 결과이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했던 2009년 2월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다시 실물경제의 위기로 파생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오로지 개방과 무역, 수출이라는 대외편중, 대외지향적 경제구도만으로 살아온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참으로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자는 당시에 제기된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오히려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좀 더 공정한 자유무역협정으로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이명박 정부의 관계자들이 국내용으로 입발린 소리만, "재협상은 없다"고만 주장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미 FTA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절차적 민주주의, 주체적인 대외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리라 여겨진다.
---------- * 최재천은 누구인가? ----------
1963년 해남 출생. 1987년 사법시험(29회)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거쳐 내설악 원통에서 군법무관으로 3년을 복무했다. 1993년 변호사의 길을 선택, 일반적인 법률 서비스 외에 의료소송과 청소년 문제를 특화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교육위원장을 역임했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청년전문가연합회’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당선, 17대 상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06년 10월 한미 FTA 특위 위원으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17대 하반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이자 김대중 평화센터 법률고문을 맡고 있으며 한-파나마 의원 친선협회 이사, 한-구주 의원 연맹 간사, 한-일 의원 연맹 간사로서 의원외교의 장을 넓히고 있다.
[알기 쉬운 민법], [형사정책], [끝나지 않은 5.18], [의료과실과 의료소송], [담배와의 전쟁], [굿바이 Mr.솔로몬] 등 20여 권의 저서와 '인권 A규약 정부보고서에 대한 NGO의 반박보고서'를 비롯한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이 책의 필자인 최재천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률가이자 성실하게 연구하는 정치가, 날카로운 논리로 핵심을 관통하는 빼어난 토론가로 꼽힌다. TV 시사토론장이나 국회 청문회 등에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국회의원 시절 한미 FTA 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던 필자가, 한미 FTA와 관련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인터뷰들을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헌법은 한미 FTA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대전제 아래 헌법적 관점에서 한미 FTA를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풍부한 자료조사와 논리적인 글쓰기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확장과 국익 우선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특별좌담"이 덧붙여져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한미 FTA의 실체에 대해 좀 더 쉽게 구어체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다. 한미 FTA의 기본적인 의미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 바람직한 대처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이해영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그리고 송기호 변호사가 책의 첫 머리에 추천사를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한미 FTA에 대한 늦더라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제1장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미 FTA의 진실]에서 저자는 그동안 계속된 정부의 주장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한미 FTA의 '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가장 핵심적인 진실은 2008년 초 미국으로부터 제기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하나라는 것, 한미 FTA이 결국 대한민국 헌법 위에서 막춤을 추게 될 것이라는 것, 머지않은 장래에 돈 없으면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 현행 한미 FTA 협정문은 부모세대가 우리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임을...
제2장 [위헌적인 한미 FTA와 밀행주의]에서 저자는 헌법 전문가답게 한미 FTA의 주요 내용이 우리나라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미 FTA가 위헌'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 협정과 한미 FTA 협정이 협상 준비와 협상 과정, 국회 및 국민과의 협의 과정, 국회 무시, 3권 분립 무시, 불평등 조약, 국회와 국민 속이기 등에서 서로 닮았음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제3장 [하나둘 드러나는 협상전략 실패]에서 저자는 건강보험 민영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점,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통해 한국정부가 지향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제기하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도입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위험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한미 FTA 영토조항이 헌법과 남북관계 등 미래에 정부정책 진행에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
제4장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에서 저자는 2008년 '춧불시위'를 통한 전국민적 저항을 야기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쇠고기 수입문제, 미국의 덫에 걸린 셈"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헌법을 어겼음을 지적한다.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먹어라'는 식으로 미국 쇠고기를 앞장서 홍보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 주장대로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이 안 된다면 '추가협상'할 것을 촉구한다.
제5장 [재협상은 현실이고, 선비준론은 허구]에서 저자는 미국의 정부체제와 의회의 권한, 2008년 4월 이후 상하원 양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에 의한 미국 의회의 조기 비준이 불가능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기존 발언과 정책을 분석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선비준"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위험한 주장인지 밝힌다.
저자는 한미 FTA 반대론자와 미 민주당의 논리가 비슷함을 비교하고 오바마가 집권한 후에는 결국 한미 FTA 재협상아 '현실'이 될 것임을 지적하면서 이번(2009년 2월 기준) 기회에 한미 FTA를 차라리 '재협상'할 것을 정부에게 요구한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야당 국회의원 전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서 쬐금 벗어날 수 있었다. 최재천 전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국회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97%에 해당하는 거대 여당(한나라당)과 야당(열린우리당&민주당) 국회의원 중에서 유일하게 헌법과 법률, 제도, 그리고 한미 FTA에 대해 나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7~2008년 당시로서는 여당의 국회의원이면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비민주적, 독재적 정부운영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정면 비판을 제기한 '선량'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 전에도 노 전대통령의 여러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비판하기는 했지만, 최재천 전의원처럼 단순한 말이나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글과 분석결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곁들어 중심을 가진 국회의원은 드물었던 것 같다.('같다'라 함은 내가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들의 활동을 평가해보지 않았기 때문...^^) 그는 한미 FTA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권을 넘어서서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직접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수용까지 보상하는 문제, 우리의 사법질서를 해체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헌법의 경제질서편에 나타난 국가의 농업과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하는 의무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개발정책 자체의 의무의 결여, 책임성과 반응성이 결여된 정책 결정 형태로 인한 대의제 원리에 대해 중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식 법과 질서가 그대로 한국에 이식되는 한미 FTA가 법률적 효력을 갖는 단순한 조약이 아닌 '초법률적 조약'으로서 이는 헌법 개정에 준하므로 마땅히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어야 함 또한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2007년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왜 "그토록 조급하게, 미국의 시간표에 쫓겨가면서 체결해야 했는지", "어떤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추구했는지", "쇠고기와 자동차, 의약품, 스크린쿼터 등 네 가지 선물까지 바쳐가면서 굴욕적으로 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미 FTA가 철저하게 미국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협상으로서 정치적 굴욕과 경제적 자유와 공정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이 단순히 경제적 개방이나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수준의 개방, 즉 전략적 개방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들어선 미국 오바마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인 대외 경제정책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을 제시하면서, 한미 FTA의 재협상이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미 FTA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결코 아닙니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미 FTA는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만들고 고쳐나가는 데 엄청난 제약 조건이 될 것입니다. ..... 한미 FTA는 정책주권의 자율성을 침해합니다. 한미 FTA는 궁극적으로 국민주권의 문제입니다."
요즘, 진보정당 통합과 야권연대를 위한 국내 민주진보 성향 정치세력의 논의가 뜨겁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주당 뿐 아니라 문재인 전비서실장과 유시민 전보건복지부 장관, 기타 참여정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시민단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한미 FTA의 협상과정과 협정문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과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의 경우 '진보정당 통합'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미 FTA 문제는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문제로 삐걱거리고 있지만, 그리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관심사로 인하여 한미 FTA 문제가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앞으로 수 년, 수 십년간 보수야당과 진보정당의 정책과 노선, 연대와 통합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노 전대통령을 존경하고 그분의 노력과 열정을 사랑했지만, 한미 FTA를 필두로 한 적지 않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수 많은 문제점과 한계, 오류를 일으켰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진지한 논의하고 서로에 대해 인정,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합의할 수 있는 것과 쟁점을 구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주장하고 행동하고 선택하는지 되새기는 것이다.
[ 2011년 7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