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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나의 어머니는 1942년 시골에서 태어나 오빠와 남동생이 학업을 계속하고 대신 어머니의 어머니의 요구대로 논과 밭에서 일을 하셨다.(그렇게 가난한 집안이 아니었음에도...)
그나마 어려서 글이라도 배우려고 다닌 초등학교는 2학년 때 발생한 한국전쟁과 그 여파로 한글을 깨우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어머니는 21살 때, 부모들의 중매로 한국전쟁 때 익산으로 피난 내려와 정착한 아버지를 만나 그냥 그렇게 결혼했고 결혼 한 그 해에 누나를 임신했다.
한 해를 걸러 내가 태어났을 때까지 아버지는 변변한 직업 없이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차장을 하다가 패싸움을 하거나 건달처럼 행사하면서 제대로 생활비를 가져오지 못했다.
급기야 어머니는 강보에 쌓인 나를 방에 내팽겨치고 외가집으로 도망갔고 아버지는 외가집으로 찾아와 빌고나서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또 얼마 안되어 아버지는 과거의 행태가 다시 도졌고 급기야 어머니는 당시 수색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고 할아버지의 지엄한 명령으로 아버지는 수색으로 호출이 되어 몇 달을 할아버지 밑에서 밭일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어머니는 가지고 있던 몇 푼의 돈으로 리어카를 구입해서 시내 여기저기서 소규모 생필품이나 호떡,순대,떡복이를 팔기 시작했다.
그 리어카 장사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오랜기간 동안 아버지는 직업다운 직업을 가진 적이 없이 어머니의 리어카 행상을 돕다가 놀고 놀다가 돕는 것을 반복하였다.
결국 나는 어머니가 행상을 하여 푼돈을 벌어 모은 돈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입학금까지 다닐 수 있었고 내가 대학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오신 어머니는 서울에서도 리어카, 우유배달, 식당 주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버셨다. 내가 졸업하여 제대로 생활비를 벌고 생활비를 보태드릴 때까지...
누나는 큰아들이자 공부를 조금 잘하던 학생이었던 나로 인하여 대학 시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했다.
남동생은 누나와 형에 대한 부모의 집중 양육에 개인적인 성격에 따른 보살핌이 부족하여 외톨이같은 인생을 살아왔고 자잘한 사고와 사건이 연속된 가운데 지금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제대로된 연애 한 번 하지 못하고 홀몸으로 막노동을 전전하며 부모와 기거한다.
그나마 서울에 올라온 후 아버지가 10여년 가까이 직업을 가지게 되어 생활비에 보탬이 되었고 1993년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후 3년 동안 부모님과 나, 동생까지 전가족이 매달 번 돈을 모아 대출없이 어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아파트를 장만하시게 되었다.
2002년 이후 어머니는 생업전선에서 은퇴하셨고 지금은 나와 누나, 동생이 매달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노년을 즐기신다.
어머니는 공부에 한이 많으신 분이기에 구민회관의 각종 교육, 노래교실, 한자교실, 한글교실에 이어 영어교실을 다니셨고 올해부터는 컴퓨터를 배우시기 시작했다.
거의 반평생을 걸어다니시면서 돈을 벌기 위해 고생하셨기에 어머니는 손가락, 손목, 발목, 무릎, 허리 등 언제나 관절이 불편하여 고생하신다.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싶으신 그 분은 10년 전부터 수영, 요가, 자전거를 이용해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소식을 하신다.
다행한 것은 아버지가 서울 올라오신 이후 자신 나름대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력했고 외도를 하시지는 않았으며,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는 것...
아버지는 30대 시절 시작한 낚시가 취미가 되어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도 주말이면 낚시대를 매만지면 함께 낚시갈 친구분들이 당신을 태우러 오는 것을 기다리신다.
그리고 낚시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 운동을 하시고 소식에 식이요법까지 병행하신다.
늘 내가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지만, 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실 수 밖에 없는 분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문장이다.
과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 ’일주일’이지만,
엄마를 잊어버린 것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생각했을까?
이 소설은 굳이 지하철에서 잃어버리지 않더라도 한국 현대사의 상당히 많은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불행하고도 안타까운 가족사를 보여준다.
직업이 불안정하고 가족생계에 무책임한 가장, 사랑없는 결혼생활에 무책임한 남편에다가 자식들의 생계와 학업까지 감당하는 어머니, 장남과 아들에 대한 편애, 가정의 곤궁과 아들의 학업 때문에 밀려난 딸들의 수난,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헌신, 서울의 험한 경쟁구도 속에서 지쳐가는 아들과 딸들,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자식들, 부모는 ?어가고 밥벌이에 얽매이면서 자신들의 자식들을 돌보기 시작하고...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40~50대는 전체적인 소설 속의 가족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40~50대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이 소설은 우리 어머니들 세대의 한과 헌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들 세대의 현실과 처신을 말해준다.
눈물을 흘려본 기억이 아득한 나마저도 소설을 읽는 중간에 울컥하는 마음과 뜨거운 눈시울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가 더 늙기 전에, 우리가 더 잊어버리기 전에 무언가 느끼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 순간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고 나면
무언가 살아오면서 텅 비어있던 느낌과 잃었던 그 무엇을 되찾고,
앞으로의 자신감과 안정감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드라이하게 말하면,
인간이 다른 포유류, 영장류보다 진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러한 감정과 의식일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거나 버리는 인간은 인류 전체의 돌연변이이고
그러한 돌연변이는 자연선택에 의하여 제거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크게 흠잡을 데라고는 없었는데,
소설 끝에 모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면서 무지 짜증이 났다.
왜 그렇게 자신이 똑똑하고 잘난체 하기 위하여 어려운 용어들을 써대는지...ㅉㅉㅉ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사전을 찾아 설명을 써넣기도 힘들다...)
- 소설의 견고성, 견고성 : 굳고 단단한 성질.
- 소설의 층위(??), 층위 : 어떤 유(類)의 언어 요소가 전체 언어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음(音)에서 문장에 이르기까지 ...
- 통절한 시간, 통절한 :
- 가족적 인륜성 :
- 이기적인 전유(專有) : 혼자 독차지하여 가짐.
- 사실감과 핍진성 :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 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핍진(逼眞)하다 : 실물과 아주 비슷하다. 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
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지다. (乏盡)
- 세계의 구체 : 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춤. 전체를 구비함.
- 평명(平明) : 해가 뜨는 시각. 또는 해가 돋아 밝아질 때.
- 필사(筆寫) : 베끼어 씀.
[ 2010년 8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