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진실들 한겨레지식문고 1
마크 마슬린 지음, 조홍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온실가스, 환경, 생태, 기후변화, 녹색성장 ...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단어들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기후변화를 다룬 책들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처럼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과 사진을 통하여 감각적인 충격과 각성을 제기한 것과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처럼 지구시스템 과학과 환경공학 차원에서 다룬 책도 있었다. [실험실 지구]는 기후변화의 역사적인 증거(데이터)를 제시하고 지구의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을 지적하면서 인류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외에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김창섭의 [그린 패러다임], 마이클 클레어의 [21세기 지구자원 쟁탈전]이나 최근에 독후감을 쓴 문하영의 [기후변화의 경제학]은 ’기후변화’ 자체를 다루기 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정치,경제,사회의 변동과 갈등, 위협 등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종류의 책이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논의를 진행하기 보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객관적으로 ’지구의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 같으니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이 각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여러 기후변화 관련 도서 중에서 ’기후변화’의 개념, 논쟁, 증거, 이론, 미래영향 등 ’기후변화’ 자체에 대하여 가장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관계,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 온도/강수량/해수면 등 지구온난화의 증거, 과거와 미래의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예상하는 기후모델링 연구의 역사와 현재, 해수면/폭풍/홍수 등 기후변화가 미래에 끼칠 영향, 현재로서는 예상하기도 어려운 추가 위협 요인 등을 핵심적으로 짚어내면서 인류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환경연구소 소장이자 고기후학자인 저자는 기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이면서도 기후변화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기후변화에 관한 책들이 기후 그 자체에 관한 논란을 얼버무리기 십상인 데 반해 이 책은 기후 논란의 쟁점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자연과학적 관심사만이 아니라는 점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쟁점들을 통해 균형감 있게 전하고 있다. 
 
수 많은 과학자와 양심적인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는 정부의 수반이나 관료, 정치가나 환경운동가 뿐 아니라 모든 지구인에게 닥친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서로가 자신들의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면 누구도 그 ’재앙’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끔직한 피해는 경제개발이 덜 된 나라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해안가와 강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집단일수록...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았던 ’투모로우’같은 재난영화는 충분히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이 막연하게 ’온실가스’나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우리 스스로도 변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할 수 없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먼 자본가들이나 정치가들, 언론에서 약간 수준 높은 반대 명분을 제시하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서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 과학자들이 해야할 일이 있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물론, 정치가와 관료, 기업가들을 압박하고 감시하는 일까지 포함하여...^^)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무엇이 기후변화를 가져오고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이라도 사서 몇 번이고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자식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작다. B6 사이즈에 270쪽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과학적인 지식이 조금 더 필요하면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를 함께 읽으면 좋다.)
 
----------- * 마크 마슬린은 누구인가?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환경연구소장, 카본 오디터스 이사, 기후변화와 예술을 잇는 시민단체인 티핑포인트의 이사 겸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뛰어난 기후학자인 그의 주전공분야는 과거 지구와 지역의 기후변화이다. [뉴사이언티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 기고했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일했다.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에 관해 많은 책을 썼으며 9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지올로지]에 게재했다. -------------
 
저자는 이 책을 10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1장 - 지구온난화란 무엇인가 : 지구의 대기층은 사과의 껍질 정도의 수준 만큼 얇다. 하지만, 대기층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일부 반사시킨다. 대기층을 통과한 태양 에너지의 일부가 다시 대지와 바다에서 반사되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데 대기층(특히 온실가스)은 그들 중 일부를 다시 흡수하거나 대지와 바다로 반사시킨다. 그래서 지구의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가 너무 많이 대기층에 존재하게 되면 대기층 내에 태양 에너지가 많아져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구 온난화’다.(아래 그림 참조)
 
그린란드 빙하에는 지난 65만년 동안의 지구 기온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한 최근 250년간의 지구의 기온,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O)의 농도는 그 이전의 수준에서 완전하게 벗어나 확연하게 상승일로에 있다.(아래 그림 참조)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을 인류, 인류의 에너지 사용, 산업생산, 화석연료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2장 - 간단히 알아본 지구온난화 논쟁의 역사 :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88년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에 의한 유엔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설립, IPCC의 보고서 출간,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공식 서명, 이 협약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교토의정서가 합의된 2007년 7월 본 당사국 총회, 2005년 2월 16일 교토의정서 발효 등을 세계인들이 지구온난화 가설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IPCC 2007년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는 명백하며, 그것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데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천명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과학 뒤편에 자리잡은 동기를 조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관한 많은 주장이 주로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된 로비 압력에 의해 퇴색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상당수의 선진국 언론과 관변 과학자들의 주장이 석유업계, 원자력업계, 석탄업계, 가스업계 등과 이에 연결된 금융자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3장 - 기후변화의 증거는 무엇일까 : 과학자들은 지난 1,000년의 지구 북반구 기온을 재구성하기 위해 나무의 나이테, 산호초, 얼음시료, 시추공의 기온을 분석했다. 북반구의 기온은 20세기 들어 지난 1,000년 동안의 어느 시기보다 더워 이른바 ’하키 스틱’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이전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의 온도는 0.74도 상승했다.
지구 해수면의 높이는 지난 100년간 12~22cm 상승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지역의 영구동토대가 지난 50년간 지표면에서 땅속 1미터까지 3도 가량 높아졌다.(영구동토대 속에는 거대한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북극, 그린란드, 알래스카, 록키산맥, 남극, 히말라야,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그 주장을 비판한다.



4장 - 모델링으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나 : 며칠 앞의 기온도 밝히지 못하는 현재의 과학이 긴 기간의 기후를 밝힐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뒤이어 홍수와 가뭄, 열파, 폭풍 등이 우리 자연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밝힌다. 여기에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해안선에서 96㎞ 이내에 살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20개 중 13개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십억 인구가 강제로 추방돼 환경 대이주를 시작할 수 있음도 시사한다.


5장 - 미래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 저자는 기후모델링이 예측한 결과를 통해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수면, 폭풍과 홍수, 열파와 가뭄, 엘리뇨 남방진동, 공중보건, 생물다양성, 농업의 위협을 제시한다. 아래의 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5~6도 상승할 경우까지 요약하고 있다. 만약 6도를 넘어서면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 얼음평상이 다음 세기에 녹기 시작하고 그후 해수면은 12미터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6장 - 예상치 못한 일들 : 지구온난화는 북대서양의 깊은 바다 밑을 순환하는 해류에 변화가 생겨 유럽에 극단적인 계절 날씨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존 우림이 미래에 불타버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바다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어마어마한 바다 밑바닥 속 가스 수화물을 끌어올려 극단적인 지구온난화의 격화를 가져올 수 있다.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4,000~5,000년 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인더스, 홍산문명 등 고대문명이 붕괴한 것으로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7장 - 기후변화의 정치학 : 따라서 저자는 IPCC의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세계 각국이 강력한 ’포스트 2012 협약’을 작동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세계적인 탄소 거래와 개발도상국의 의무감축을 포함시켜야 함을 역설한다.

8장 - 해결책 : 저자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근본적인 원칙에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생활양식에 의문을 던져야 하고, 지구촌의 일원들이 스턴 2007년 보고서에 따라 세계 GDP의 약 1~2%를 투자해서 미래의 큰 비용을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효율화, 대체에너지원, 탄소 거래, 탄소 상쇄 등과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기술을 통해 인류를 기후변화의 충격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대한 전망으로서 미래의 가정, 사무실, 도시, 수송, 경제의 모습을 그리면서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9장 - 탄소 제로에 대한 미래 비전 : 탄소 제로가 이루어진 미래 사회의 모습... 꿈만 같은...

10장 - 결론 :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위해 무려 1조 달러를 지출했다. 지구촌 세계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신속한 정책에 대한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많은 한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정치가와 경제인들이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했다면, 사회 공동체 구성원을 생각했다면, 국가 경영과 사회운영을 한국 전쟁 후 60년 동안 그런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천민 자본주의, 관료독재, 언론독과점, 부정부패한 기득권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덕분에 사회가 극단적인 불신과 대립,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로 인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정치사회적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눌리고 양보와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전국민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가 처리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수준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대신, 국민들이 동네 불량배 수준의 정치가와 경제인을 믿고 60년을 지나온 것을 이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다행인 것은, 이처럼 어려운 조건에서도 일부 양심적인 지식인과 과학자들, 교사와 환경운동가, 일부 관료와 많은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이 일정정도 형성되어 있고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정부예산을 일부라도 집행해왔고  ’쓰레기 분리 수거’라도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밑바닥 곳곳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와 시민들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사회구조에 대한 움직임이 싹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관료와 정치권이 보여준 부정과 부패, 무기력함과 무능함이 오히려 시민들, 민중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에 의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 2011년 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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