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Art & Ideas 3
새러 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아트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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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야, 영혼의 거울]과 함께 지난 화요일 공부모임 세미나 교재였다. [고야, 영혼의 거울]에서 흐릿하게 보였던 고야의 생애와 화풍, 시대의식과 근대 미술계에 대한 영향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고야, 영혼의 거울]은 고야의 그림과 동판화를 중심으로 고야의 미술가로서의 삶과 작품활동을 설명하였고 평생의 절친한 친구인 ’마르틴 사파테르’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고야가 매 시기마다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이 책은 고야의 작품과 증거 자료를 토대로 추론할 수 있는 ’고야의 인간성’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고야의 드로잉, 유화, 프레스코, 태피스트리, 판화 등을 에스파냐의 미술 전통이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하며 고야가 유럽 전역에 미친 엄청난 영향과 20세기 미술에서 고야가 갖는 의미를 추적하면서 가장 최근의 연구성과와 새로 발견된 이 복잡미묘한 예술가의 다양한 초상화들도 소개한다.
 
프란시스코 고야는 실로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런 만큼 그에게는 다양한 수식과 평가가 주어졌다.
‘근대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젖힌’ 위대한 예술가, 이것은 앙드레 말로가 [토성, 운명, 예술, 그리고 고야]에서 한 말이다. 고전주의를 주류로 삼았던 예술이 고야라는 커다란 걸림돌을 만나면서 그 흐름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저자는 "고야를 거치면서 고전주의적 조화가 파탄에 이르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고야가 17~18세기의 현실 속에서 통찰한 ‘근대’는 차라리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카오스였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어둠. 그곳, 이성과 합리성의 이면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인간의 광기와 야수성이었다. 민중은 세계 질서를 앞세운 나폴레옹의 야욕 아래서 신음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귀머거리 고야에게 세상은 온통 소리 없는 절규였다. 유럽의 중심부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을 때, 변방의 깨어 있는 예술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질서 속의 혼돈이었던 것이다. 궁정화가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고야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창작 활동이 결국은 가장 사적이고 음울하고 불가사의한 ‘검은 그림’ 연작으로 마무리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 그림은 ’검은 그림’ 연작 시리즈)
 



 
 
-------------- * 새러 시먼스는 누구인가? --------------
영국 애식스 대학 미술학과의 전임강사이며, 에스파냐 낭만주의 미술에 대한 국제적인 권위자이다. 저서로는 [고야: 후원자를 찾아서]와 [플랙스먼과 유럽, 윤곽 일러스트레이션과 그 영향]등이 있다.  


이 책은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불확실한 출발]에서는 스페인 아라곤과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그림 수업을 받던 시절의 고야를 다룬다. 젊은 시절 고야는 화가로서 출발했지만 스페인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고야는 아카데미에서 2회 연속 낙선한 후, 25세가 된 1770년 당시 여느 미술 지망생들처럼 미술과 예술의 본고향이자, 르네상스와 고전주의의 본고장인 로마로 홀로 건너갔다. 거기에서 고야는 대가들의 예술작품과 고전주의의 현장을 직접 접하고 그림 수업을 받으면서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고 연구하고 연습하였다.

2장. [궁정생활과 궁정예술]에서 고야는 부르봉 왕실의 후원을 받기 시작하고 궁정에서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그리는 업무에 종사하면서 미술가로서의 본격적인 공식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다. 고야는 로마에서 돌아온 후 고향 사라고사로 돌아와서 ’엘 필라르 성당’의 프레스코화 ’코레토’를 그렸고(1771년) 스페인 왕가와 미술계에서 촉망받던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동생 ’호세파 바예우’와 결혼한다(1773년). 결혼 후 1775년 고향을 떠나 마드리드로 상경하였고 그 해에 ’산타 바르바라’의 왕립 태피스트리 공장에 취직하여 멩스와 바예우의 감독을 받았다. 그는 1780년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아래)>를 제출하여 왕립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다.

마드리드에 온 처음 몇년 동안 피나는 노력과 인상적인 초기 태피스트리 밑그림은 고야의 잠재적 예술성을 보여주었다. 1780년에는 이미 화려한 옷과 보석을 구입하고 사냥에 몰두하면서 유복한 화가로 성공적인 인생을 기대할 수 있었다. 고야는 귀족 후원자도 만나게 되면서 개인적인 그림을 그릴 여유도 일부 확보했다. 왕가와 후원자의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고야는 또 한편으로는 신중하고 내성적이고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고귀한 계층과 비천한 계층을 양쪽 다 냉철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고야는 이후 몇 년간 굴욕과 실패, 고난과 질병에 직면하게 된다.

3장. [오만하고 까다로운 사내]에서는 에술적 영감에 사로잡힌 고야와 교회의 비난에 시달리는 고야를 다룬다. 고야는 1774년 첫 아이를 시작으로 모두 일곱 명의 아이를 가졌는데 여섯 아이가 일찍 죽었다. 자식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직업적 야망을 성취하려는 노력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고야의 그림은 계속 사실주의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때 고야는 <이탈리아 화첩>에서 옛 거장들이 폭력성과 추악함을 걸작으로 변형시킨 방법을 시험적으로 탐구했다. 그리고 공적 야심과는 별도로, <교수형 당한 남자(아래)> 등 고야의 작품은 대체로 범죄와 폭력에 대한 병적인 흥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동판화에 대해 꾸준히 실험하고 작품을 만들었다.

1780년부터 시작한 사라고사 ’엘 필라르 대성당’의 예배당의 재장식을 맡은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조수로 참여한 고야는 그 해에 바예우와 그림의 주제와 색채, 방식으로 갈등이 벌어진다. <순교자들의 여왕, 성모 마리아>



4장. [숭고한 초상화가]에서는 고야의 개인 후원자와 고야가 그들을 위해 그린 초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남긴 후원자의 초상화로는 <플로리다블랑카 백작의 초상>, <돈 안드레스 델 페랄>, <호베야노스 초상>, <후안 멜렌데스 발데스>, <마누엘 고도이의 초상>, <프란시스코 카바루스>, <돈 루이스 데 부르봉 왕자의 가족>, <오수나 공작 가족>, <베나벤테 공작부인의 초상>, <폰테스 후작부인>, <알바 공작부인>, <돈 세바스티안 마르티네스>, <마르틴 사파테르>, <마누엘 오소리오 만리케 데 수니가>, <카를로스 4세의 초상>, <마리아 루시아의 초상>, <주세페 바레티> 등이 있다.
고야는 그림 그리는 생애 동안 처음부터 꾸준히 자화상을 그려 남겨놓았는데, 후원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자화상을 작품 속에 포함시켰다. 고야는 이런 대담한 실험 때문에 오늘날에도 아낌없는 찬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고야의 자화상과 초상화에는 그 시대 문화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요소들과 더불어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암시하는 단서를 삽입했다. 
 
5장. [질병과 광기와 마녀]에서는 1790년대 고야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다. 유럽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전파되고 이어진 독재와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유럽 사회 전역은 혼란에 빠졌다. 이 시기에 이르자 고야에게는 사회 현실에 대한 지적 이해와 궁정화가로서의 공적 의무가 충돌했고(사라테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그런 혼돈과 욕망이 드러난다.) 그의 주제는 전보다 훨씬 뚜렷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여름>, <겨울>, <성 이시드로의 목장>, <작은 거인들>, <정신병자 수용소>
고야는 1793년 큰 병에 걸렸고 그 결과 청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더욱 자신의 그림에 몰입했고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주제에 파고들었다. 
그는 1798년 ’마녀를 주제로 한 그림 여섯 점’을 완성했는데 여기서 그는 문학적, 사회적 풍자, 그리고 정치적인 풍자를 담아냈다. 그리고 연이어 1799년 80점의 판화로 이루어진 동판화집 [변덕 - 카프리초스 Los Caprichos]을 발간했다. [변덕]은 고야가 처음으로 내놓은 독립적이고 원숙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는 직업화가로 살아온 30년 동안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것들을 모두 재검토한다. 교회, 국가, 궁정, 법률, 의술, 예술, 과학, 거리, 시골생활, 철학, 빈민, 부자, 환자, 젊은이, 늙은이, 결혼 등은 악습과 부도덕과 허영심이 뒤죽박죽된 혼란 상태가 하나의 거대한 테두리 안에 통합된다. 작품의 대개 염세적이고 냉소적이고 고야가 사용한 기법은 복잡하고 최신식이었다. 

6장. [사면초가에 빠진 군주제]에서는 18세기 초의 정치적 불안과 그 속에서 예술적 성취를 위해 분투한 고야의 모습을 다룬다. 1799년부터 1808년까지 11년 동안 스페인의 정세는 폭발 직전이었고 결국 1808년 참혹한 전쟁과 경제 파탄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그는 ’산 안토니오 데 라 플로리다 교회’의 천장화를 그렸고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공식 초상화로 꼽히는 두 점(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 부부의 대관식>과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집단 초상화>) 중 하나를 그렸다. 그리고 고야는 1800년 미술 애호가들에게 고야를 기억하도록 각인시킨 ’마하’ 두 점을 그렸다.  
19세기 초에 고야의 미학적 관심을 지배한 것은 부정적 가치와 대조법이었다. 고야가 외부 주문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그린 작품에서 원시적인 사람과 광기에 더욱 몰두했다. <희생자를 잡아먹고 있는 식인종>
 

7장. [전쟁의 참화]에서는 고야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증인으로서의 화가’로 인정받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1808년 5월 2일 프랑스 기병대가 민중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마드리드에 진입했고 스페인군은 교외로 빠져나가 이를 방관하였다. 다음 날인 5월 3일 프랑스군은 봉기를 진압한 후 봉기 참여자들을 공개 처형했고 고야는 후일 <5월 2일>과 <5월 3일>을 통해 민중들의 봉기와 프랑스군의 학살을 그림으로 남겼고 82점의 판화로 구성된 동판화집 <전쟁의 참화>를 통해 
전쟁기간 동안 시골의 참상과 민중들의 영웅적 행위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전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고야는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점령하여 통치하기 시작한 후 식민지 통치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많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전쟁 기간 동안 자유주의 헌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으나  결국 전쟁이 끝난 후 다시 권력을 장악한 왕족과 종교세력은 반동적인 숙청을 실시하였고 종교재판소는 고야의 ’마하’ 시리즈 두 점과 마누엘 고도이가 소장하고 있던 그림도 몰수되었다. 

8장. [여파]에서는 전쟁 이후 고야의 작품활동과 공직생활에서 은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1808년 전쟁 후 전쟁 이후에도 고야는 여전히 주요한 궁정화가로 남았고 동시에 과거로 회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그림으로 남겼다. <정어리 매장>, <종교재판소 광경 (아래)> 

그는 판화집을 연이어 제작했는데 1816년 석판화집 [어리석음]을, 1815년에는 동판화집 [투우집]을 발간했다. [투우집]은 작품의 시점이 극적이고 각도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리석음]은 [변덕]보다 난해하고 [전쟁의 참화]보다 추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래는 ’어리석음’의 판화작품들)
 


고야는 1819년 공직에서 벗어나고 마드리드를 떠났고 시골 별장에서 지내던 중 두 번째 중병에 걸렸다.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 고야는 1820년부터 시골 별장의 벽면에 ’검은 그림’ 연작 시리즈를 벽화로 그렸다. ’검은 그림’ 시리즈는 이해하기가 어렵고 고야가 병적인 몽상가였다는 느낌을 준다. 
1824년 고야는 복고된 왕정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가 세밀화, 석판화, 유화, 자화상 등 마지막 작품활동을 했다.  
 
9장. [후세의 찬사] 1828년에 고야는 죽었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 영향력은 계속 높아졌다. 고야의 유족이 소장한 컬렉션이 팔리고 판화가 복간되어 널리 유포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고야의 예술은 세상의 온갖 가혹한 현실을 반영했다. 그가 사후에 얻은 국제적 명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그런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가 창안한 예술적 기교의 다른 측면들도 화가와 수집가들의 의식 속에 스며들었다. 대형 재난과 인간의 허약함을 물감과 초크와 잉크로 분석한 그의 작품은 존재의 혼란에 사로잡힌 인물을 보여주었고, 밑바닥 사회의 타락한 영혼들과 추방자들, 상궤를 벗어난 도착적인 행동에 지배되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도 후세의 작가와 화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p.318)고 설명한다.

고야의 작품은 후세의 대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 <감옥에 갇힌 여자>의 불안과 공포는 들라크루아의 <변덕>과 뭉크의 <사춘기>에 옮겨졌다. 프랑스 화가 오딜롱 르동은 석판화 연작에 [고야에게 바친다]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마네가 파리꼬뮨시 총살을 다룬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그릴 때, 피카소가 1951년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릴 때 고야의 <5월 3일>을 상기시켰다. 벨라스케스는 고야의 <교수형을 당한 남자>을 다시 그렸고 파블로 피카소는 <눈먼 남자>를 통해 고야를 재해석했다.폴 세잔은 고야이 초상을 모사하였고 살바도르 달리는 <삶은 강남콩이 있는 부드러운 구조>를 통해 스페인 내란을 환기시켰고 제이크 채프먼은 <시체에 이 무슨 만용인가>를 통해 고야의 판화집 [전쟁의 참화]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식으로 고야의 예술은 ’보편적 고통에 대한 영원한 깨달음’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아 있다. 앙드레 말로는 [토성, 운명, 예술, 그리고 고야]에서 고야를 ’근대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젖힌 위대한 예술가’로 칭한다. 고전주의를 주류로 삼았던 18세기 말 ~ 19세기 초의 예술이 고야라는 커다란 걸림돌을 만나면서 그 흐름을 바꾸었다는 뜻이고 고전주의가 미와 예술의 결합을 추구했으나, 고야는 오히려 그 둘의 결별을 꾀했다는 것이다.
고야는 이성과 합리성으로 상징되는 ’근대’의 이면에 인간의 광기와 야수성을 간파하고 폭로했다. 유럽의 중심부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대를 추구하고 있을 때, 변방의 깨어 있는 예술가의 눈에 포착된 것은 그 속에 감추어진 ’혼돈’이었다.
 
 
고야도 천재일까? 공부모임 세미나가 한창 진행 중에 참석자 한 사람이 발언하던 중 ’고야가 천재’였다고 표현할 때, 내 머리 속에는 반 고흐와 함께 ’고야가 천재였나?’라는 생각과 ’도대체 천재가 뭐지?’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반 고흐가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발간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어보면, 고흐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작품 대상을 연구, 분석하고 자신이 원하는 물감과 색을 만들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스케치를 여러번, 기초 붓칠과 완성 붓칠을 계속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 고흐가 원하는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은 몇 개월, 어떤 것은 1년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흐도 그렇고 고야도 그렇고 그들이 그림을 배우고 나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스스로 만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오랜 기간 훈련과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즉, 고야와 고흐가 천재라면, 그 천재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천재적 자질이 태어나면서부터 또는 어느 날 갑자기 몸 속에서 나타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끝없는 자기 성찰과 대상에 대한 연구,분석 스케치와 물감과 구도와 색채와 색칠과 주제에 대한 수 백, 수 천번의 연습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작품 수는 의외로 많다. 고야는 77세에 사망했고 첫 작품을 그린 1771년부터 1828년까지 57년 동안 판화집을 포함하여 164점의 작품을 남겼다. 1년에 3점 꼴로 작품을 완성한 셈이다. 역시 일반인들로부터 ’대가’ 또는 ’천재’라고 인정받는 빈센트 반 고흐는 48년을 살았고 고야보다 더 적은 기간 작품활동을 했지만 스케치 포함하여 무려 264점의 작품을 남겼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는 93을 살았고 그림 13,400점과 700여점의 조각을 남겼다. 이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아직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고야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았고 그가 후대의 화가들에게 끼친 영향도 느꼈다. 저자가 고야를 ’근대 미술의 창시자’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근대 미술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은 나에게 어려운 분야다. 미술가들이 어려서든, 나이가 들어서든 미술에 뛰어드는 동기나 미술을 통해 실현 또는 창조하고자 하는 ’그 무엇’을 아직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래도 <5월 3일>이나 <한국에서의 학살>, [전쟁의 참화]와 같은 그림과 판화가 당시의 사람들에게, 동류 화가들에게, 후대의 사람들에게 예술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세계관이나 사회의식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나 역시 강렬한 그림 하나로부터 내 생각과 생활, 태도에 영향을 받은 적이 여러번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화, 음악, 만화, 소설, 시 등 예술이나 문학과 관련된 인간의 창작물, 결과물들은 일상적으로, 또 가끔 폭발적으로 인간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 것이다. 콘텐츠 장사나 광고처럼 돈 벌이로도 전락하기도 하고...
  
 
[ 2011년 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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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혁명 - 석유 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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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주말에도 자동차를 이용하여 약15km를 이동했다.
사무실과 집에서 에어콘, 전등, 컴퓨터, 프린터, 인터넷을 이용했고
집과 식당에서 도시가스로 만든 음식을 4번 먹었다.
다가오는 주 중에는 업무차 강남과 광주를 다녀와야 한다.
 
나는 일주일에 평균,
14회의 음식을 먹고 자동차로 100~150km를 이동하며,
내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제품의 전기용량을 계산해보면,
대략 일주일에 100kw/h의 소비전력을 사용한다.(1년이면 5메가와트!!!)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석유와 전기로 만들어진다.
한국 전력발전은 70% 정도가 화력발전으로 알고 있다.
내가 먹는 쌀과 반찬 역시 화학비료, 트랙터, 트럭, 철도 등으로 만들고 유통되어 밥상 위에 놓일 것이다.
 
석유는 영원한 자원인가???
 
<유러피안 드림>으로 유명한 저자는,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지구상의 석유자원은 2020년~2050년 사이에 최대 생산량에 도달할 것이며, 그 후로는 가파르게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석유 이외의 ’화석연료’는 그 뒤 10~20년에 걸쳐 또한 최대 생산량에 도달할 것이라고...
(물론, 석유 이외의 화석연료인 석탄, 중질유 등은 석유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므로 지구온난화는 더 극심해진다.)
문제는 세계적인 정유업체들과 산유국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석유 생산의 피크점 전후부터 석유가격은 폭등할 것이며,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간, 국가간 경쟁과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
이미 20세 후반기부터 중동지역은 석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가 더 이상 쉽고 적절한 가격에 사용할 수 없다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물가 폭등과 경제활동이 억제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지구상의 에너지와 연료가 수소를 기반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지구상의 문명을 에너지 관점에서 분석하여 인류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해당 문명이 사라져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음을 설명한다.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 증가)
저자는 화석연료가 산업시대를 등장시켰지만, 동시에 에너지와 권력의 중앙집중과 전지구적 차원에서 부와 행복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고착화시켰다고 비판한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하여 지구상 에너지의 정상적 순환이 막혔으며,
기상악화와 생태계 파괴가 점점 심해짐을 고발한다.
그리고 21세기 내에 석유가 고갈될 뿐 아니라 고갈되는 과정에서 석유매장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이슬람으로 인하여 에너지 문제가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수소가 우주상, 지구상에서 가장 많고 보편적인 연료이며,
수소 경제의 바탕이 이미 지구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고
수소 경제는 단순하게 풍부한 연료, 환경친화적인 연료, 재생가능한 연료일 뿐 아니라
’분산전원’ 방식을 통하여 에너지의 민주화와 전세계적인 정치경제의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 1970, 1980년대 석유 파동은 정치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앞으로 석유 파동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 원인은 진짜 석유가 모자라서이다.
  1956년 발표된 ‘허버트의 종형(鐘形) 곡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석유 생산이 1965-1970년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관계자들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놀랍게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970년에 절정에 이른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 지금까지 석유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제어해 온 국가, 기업, 국민들은 전에 없던 엄청난 부(富)를 향유해 온 반면, 석유 수출에 대부분의 돈을 들이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빈국들이 수입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이러한 세계 경제 구조의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석유 시대의 종말은 머지않았다.
- 사실 현대 사회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덕이다. 본질상 상업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아니면 사회적인 것이든, 과거 두 세기 동안 이뤄진 모든 진보는 화석 연료 이용으로 촉발된 동력의 엄청난 급증과 어떤 식으로라도 연관돼 있다.
  한 사회의 상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다.
  지난 200년 동안 서구 사회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역사에 기록된 다른 모든 사회를 합해 산출한 1인당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았다.
- 현대인은 전례 없이 높은 생활 수준을 구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운은 수백만 년 전 형성된 화석 연료 덕이다.
  석유 산출국들은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석유 매장량을 부풀려 발표하고 있으며, 또 학자마다 ‘매장량’을 달리 해석하기 때문에 매장량 추정치가 매번 다르게 발표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석유가 조만간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 수소는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 가운데 가장 흔하기 때문에 ‘영구 연료’가 될 수 있다.
- 또한 수소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공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및 일본의 유수 자동차업체들은 수소 에너지 차량의 상용화를 확신하고 있고, 각국의 정부들도 수소 에너지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2002.10.16)는 EU의 에너지 프로젝트와 석유 에너지의 대안이 수소밖에 없다는 점을 보도했다.
- 현재 수소 에너지의 실용화를 확신하고 있는 로얄 더치/셸, 다임러-크라이슬러, 롤스로이스 사 등이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EU에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유럽 위원회는 향후 5년 동안 수소 에너지를 위한 기술 개발에 21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다.
 
- 세계 수소 에너지망(HEW)은 또 하나의 기술, 상업, 사회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HEW는 인터넷 통신망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참여 문화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수소가 ‘만인의 에너지’로 등장하느냐 못하느냐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수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인류를 HEW로 한데 묶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하다.
  자연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수소이지만 화석 연료, 바이오매스, 물 등 자연으로부터 추출해 연료전지에 주입한 뒤 전기로 변환시켜야 한다.
  즉 수소의 추출, 저장, 이용에 시간, 노동, 자본이 들어간다.
  하지만 수소는 화석 연료와는 달리 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데다 공급량도 무한해서 생산 비용은 계속 감소하여 결국 ‘제로’에 가깝게 될 것이다.
- 분산전원과 HEW는 1980년대 후반 인터넷처럼 현재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하지만 분산전원 운영자들이 한데 결집하여 수소 에너지의 흐름을 제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분산전원 소비자라면 피크부하에서 일반 전기는 차단하고 대신 분산전원을 가동시킬 수 있다.
  그만큼 전기료가 절감되는 것이다.
- 이제 대체 에너지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이 시대에 분산전원을 이용한 수소 에너지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정부의 강력한 지도 아래 민간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하면 인류는 또 한번 거대한 진보를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 책 속의 글... ]
’오늘날 500개도 안 되는 다국적 기업이 모든 경제 활동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세계화는 화석 연료 시대의 마지막 단계를 대변한다.’ - p. 14

’현재 엑슨/모빌, 로열 더치/셸, BP, 토탈 피나 엘프가 세계 판매량의 32퍼센트와 정유 용량의 19퍼센트를 손에 쥐고 있다.

한편 국유업체들은 탐사, 개발, 채유 등 상류 부문을 손에 쥐고 있다.
아람코, 페트롤레오스, NIOC, 페멕스는 세계 석유의 25퍼센트를 생산하며 매장량 42퍼센트를 보유 중이다.
10~12개에 불과한 슈퍼 메이저 정유업체와 국유업체들이 세계에너지를 지배하고 있다.’ - p.106

’세계 상거래와 무역을 장악하기 위한 기업 집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해마다 국제경제에 군림하는 기업 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매출과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비교치를 바탕으로 산출한 세계 100대 경제 집단 가운데 쉰한 개가 기업이고, 나머지 마흔아홉 개가 국가다.
세계 200대 기업의 총매출 규모는 상위 10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의 경제 규모보다 크다.
 1999년 세계 5대 기업의 매출은 182개국의 GDP 총규모를 각기 웃돌았다.’ - p.119 

’2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제작, 저장, 전송하는 데만 석탄 1파운드가 필요하다’ - p.220
 

[ 2010년 8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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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영혼의 거울 - 개정판 다빈치 art 6
프란시스코 데 고야 지음, 이은희.최지영 옮김 / 다빈치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공부모임에서 세미나 교재로 이 책과 새러 시먼스의 [고야]를 선정했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의아했다. 일단 '프란시스코 데 고야'라는 미술가의 이름을 들었던 기억도 없었고  지난 세미나 교재였던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크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에 이어 두 번 연속 미술 관련 책으로 세미나를 한 것도 공부모임에서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100회 넘도록 인문, 사회, 정치, 경제 분야 세미나에 치중했기 때문에 최근에 그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예술분야를 연속해서 공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다빈치 출판사의 기획에 따라 미술가들에 대해 연속으로 도서를 출판한 시리즈 도서 중 하나다. 2001년 처음 출간했다가 올해 개정판을 내놓은 것이다. 나는 미술분야에 문외한이라 잘 몰랐지만,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는 스페인(에스파니야)에서 가장 위대한 미술가로 칭송받는 3~4명 중의 한 사람이고 세계 미술가와 관련 학자들로부터 '근대미술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스페인이라는 국가는 '정열'을 쉽게 떠올린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스페인의 감성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지...
 
저자 최지영과 이은희는 정열적인 에스파냐인 고야의 삶과 예술을 들여다보기 위해 책 속에는 그의 유화, 드로잉, 판화 대표 작품들을 모으고 가장 친한 친구와 이십 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글이 들어 있다. 특히 60여 점에 이르는 유화 작품들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화풍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세련된 에칭과 에퀴틴트 판화 작품들로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꿰뚫어보는 판화집 [카프리초스(Los Caprichos)]의 전편 80개 작품을 고야가 직접 쓴 해설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 * 고야는 누구인가? ---------------------
18-19세기 초, 전통과 혁신, 발전과 퇴보, 전쟁의 참상 등으로 혼란스럽던 에스파냐에서 화가 고야는 인간의 본성, 특히 광기와 야수성에 집중하고 희비극과 부조리로 가득한 인간의 삶을 관찰하여 화폭에 옮겼다. 그가 궁정 화가로 활동하면서 그려낸 많은 초상화와 인물화, 종교화 등에서는 고루한 전통적 표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와 인물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가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능숙한 에칭 기법으로 제작한 판화 작품집에서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허위의식과 폭력성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우의적으로 비판하고 고발했다. 인생의 절정기에 찾아온 병으로 청력을 상실했지만, 이후 내면의 고통이 더해진 고야의 작품들은 원숙미와 심오함이 한층 강화되었다. 현대 미술에 한 걸음 다가간 화가로 평가받는 고야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비롯한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
 

 

<자화상>                                                               <말년의 고야와 의사>

 
책은 1장. [고야, 영혼의 거울]과 2장. [카프리초스]로 나누어져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카프리초스]에 대해 20세기 영국 출신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가 설명하고 평가한 글이 들어 있다. 
 
1장의 전반부에는 고야의 생애 기간 동안의 유럽과 스페인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묘사한다. 정치가와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술가들 역시 생존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과 의식, 문화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18~19세기 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다. 15~16세기 강력한 함대와 식민지 개?으로 유럽의 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은 17세기부터 몰락하기 시작했다. 18세기와 19세기는 그러한 스페인이 유럽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처음 스페인 미술계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고야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미술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 돌아와 아카데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30대 후반부터 궁정 화가가 된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는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와 종교화를 그리면서 명성을 얻은 한편, 끊임없이 전통에 도전하고 혁신을 꿈꾸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자 했다.
 

 

 

 
< 처음 인정받기 시작한 '성 요셉의 죽음'>         < 고야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18세기 후반, 후기 로코코 시대 스페인은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했다. 왕족과 귀족, 성직자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지배 계층은 사치와 허영, 탐욕과 부정부패에 깊이 물들어 있었으며, 전 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나폴레옹군은 코밑까지 진격하여 위협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오랜 정체기가 막을 내리고 변화와 발전을 향한 진통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 고야는 궁정 화가로서 지배 계급의 비위를 맞추는 한편 구태의연한 전통적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기를 들었다. 당시 그가 그린 초상화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주문자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주면서 내면을 관찰하고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자신의 개성을 담뿍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카를로스 4세 가족 >

  

<프란시스코 바예우>                    <알바 공작부인>                       <마르틴 사파테르>

 

< '벌거벗은 마야' 와 '옷을 입은 마하' >

 
그러나 이들 근엄한 초상화와 더불어 에스파냐 민중의 삶을 밝고 화사한 색채로 표현하던 고야의 화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밤낮 없는 노력으로 비로소 인정받아 성공 가도를 내달리던 사십 대 중반에 청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내면세계로 점점 파고들던 고야의 눈앞에 프랑스군의 침략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과 두려움, 참혹한 현실이 펼쳐졌다. 그의 화폭은 인간의 광기와 야수성이 지배하는 악몽 같은 풍경으로 변해갔으며 음울한 색채와 휘두르는 듯한 붓 터치로 폭발할 지경이었다.
 

 

<정신병자 수용소>                                     <도자기 파는 여인>

 

 

 

<엘 마라가토의 무기를 빼앗는 살디비아 신부>   <거인>

 

 
 

1장의 후반부에는 고야가  자신의 가족보다 더 각별히 여긴 친구 마르틴 사파테르(Martin Zapater)와 이십 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글을 수록했다. 친구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전하는 편지에는 고야의 가족 관계와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생활, 경제적인 상황, 사냥과 초콜릿에 몰두하는 취미 생활, 왕족이나 귀족들과의 관계, 작품 제작에 대한 어려움,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등이 함께 나타나 있다. 허물없는 친구에게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 편지들은 후대에 작성된 그 어떤 해설보다도 고야 자신을 드러내준다.

2부에서는 세련된 에칭과 애쿼틴트 판화 작품들로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꿰뚫어보는 판화집 [카프리초스Los Caprichos]의 전편 80작품을 고야가 직접 쓴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인간 정신의 어두운 측면과 삶의 다양한 양상을 관찰하여 제작한 이들 작품에서는 꿈과 환상적 요소에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을 버무리고 헌신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에 도피적인 요소를 뒤섞어 놓았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빛과 어둠을 적절하게 대비시키는 능숙한 판화 기법으로 인간과 인간이 처한 현실에 대해 매섭고도 씁쓸하게 논평하는 이 판화집으로 고야는 에스파냐를 넘어 프랑스와 영국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뒤러와 렘브란트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화가이면서 판화가인 예술가의 계보에 자리하게 되었다.

 

 

  

<사형수>                             <이빨을 찾아서>    <여자들은 제일 먼저 청혼하는 남자에게 '예'라고 답한다>


고야의 작품들에 가득한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붓 터치, 솔직하며 때로는 고뇌의 찬 감정을 전달하는 그의 글보다 고야를 더 잘 말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여러 참고 문헌에서 발췌한 고야와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첨가하여 좀 더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한 권의 작품집으로 고야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란 가당치 않다. 그러나 당대 낭만주의 미술가들이 열광하고 이후 인상주의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야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작품들에 감동하고, 그가 비판하고 풍자하며 혹독하게 그려낸 18세기 말~19세기 초의 세계가 지금의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고야의 작품 중에서 몇 개는 앞으로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1808년 프랑스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붙잡혀 총살당하는 장면을 표현한 <1808년 5월 3일>과 동판화집 [카프리초스] 속의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와 <힘껏 불어라>의 경우가 그렇다.
작품 <1808년 5월 3일>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1867)>과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1937)>, <조선에서의 학살(1951)>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놀랍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피카소와 마네의 학살 그림 밖에 알고 있었다.

고야의 동판화집 [카프리초스]는 80여 점의 그림 모두 놀랍고 충격적이다. 특히 19세기 초에 미신과 우화, 인간의 악마성을 판화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고 특히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와 <힘껏 불어라>는 강인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

 
사실 이 책 속에는 고야 생전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자세하고 폭 넓은 이야기가 들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고야 이전의 유럽과 스페인의 문화나 미술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없다. 그래서 주로 저자들이 설명하는 대로 고야의 생애와 미술과의 만남, 작품 세계, 작품의 의미 등에 대한 저자의 주장과 의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고야의 작품활동과 미술계에서의 위치, 궁정화가로의 등극과 작품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취득할 수 있었다. 
 
저자들의 고야에 대한 평가는 너무 상식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다.
1771년 고야가 스페인 아카데미아 디 발레 아르티의 입학심사에서 2등을 했는데, 저자들은 아카데미가 고야의 작품을 호평하는 기록('고야가 주제에 더 충실하고 색채 사용에 있어 자연색에 좀 더 유의했더라면 1등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을 "아직 무명의 청년 화가에 불과한 고야가 당시에 이미 전통에 맞서는 반항아였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p.14)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고야가 아직 스페인 미술계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카데미의 주제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주제 파악을 못하거나 실력 부족으로 색채 사용에 실수했을 수도 있음을 간과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고야의 18세기 말~19세기 초 작품세계를 수 십 년 전부터 맹아가 싹튼 것이라는 치우친 결론을 내린 것이지 않나 싶다.
저자들은 고야가 '유약한 성격으로 실패나 빈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대결에서 타협하는 자세를 취하곤 했다'라고 분석하면서도 아카데미와 왕실에 제출한 그림을 두고 "고야는 공식적인 견해와 늘 대립했는데 그 이유는 항상 똑같았다. 그는 작품이 구도, 주제, 전반적인 구상을 당시의 취향에 따라서 설정하려 했지만 터져 나오는 자신의 개성을 억누를 수 없었다."(p.16)라면서 약간 상반된 의견을 피력한다. 그렇지만, 평생에 걸쳐 성공과 안락한 생활과 높은 공식 지위를 원했던 고야의 생애를 고려해보면 그가 공개적으로 공식적인 견해와 대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평생 절친한 친구였던 사파테르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더라도 고야는 궁정 화가로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책 속에서는 친구 사파테르와의 편지글 속에 들어있는 애정강도가 높은 글의 표현을 통해 사파테르와 고야가 '동성애' 관계였다는 분위기를 내보이는데 실제 그 때 당시 스페인이나 유렵에서 절친한 친구들의 편지글 형식이 어떠했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고야는 후대에게도 높이 평가받았고 '천재'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예술가로서는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그것은 궁정화가로서 왕실과 귀족 등 지배층, 기득권층에게서 평생동안 인정받으면서도(심지어 19세기에 스페인을 점령한 프랑스 지배자들로부터도 인정받았음) 개인적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탐구하면서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점과 두 번에 걸쳐 죽음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병에 걸리고 나서도 회복하여 성공과 창조의 열정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천재들은 고흐나 모짜르트, 베토벤처럼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또 열학한 조건에서 예술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보통의 예술가들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깊이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야는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고 아주 성공적인 직업과  삶의 조건을 영위했음에도 후대의 미술가들에게 인정받는 정도의 예술성을 창조했던 것이다. 물론, 40대 초와 말년에 고야에게 찾아온 청력 상실과 죽음에의 공포 이후 고야의 예술성이 높아지고 자신과 인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했다는 정황을 볼 때 고야 역시 '예술가의 창조성의 원천'이라는 큰 환경적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지만...
 
[ 2011년 7월 15일 ]



<1808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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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패턴 - 이언 스튜어트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 사이언스 마스터스 8
이언 스튜어트 지음, 김동광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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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먼저 ’어려움’과 ’두려움’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수학’이 ’어려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 자체이며 ’재미’와 ’호기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수학’의 진짜 존재 이유가 무엇이고
수학이 무엇에 쓰는 용도인지,
수학의 대상은 무엇인지,
자연의 패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명체와 수학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앞으로 수학은 어떤 부분이 재미있을지
차분하게 알아볼 수 있다.
(저자의 의도와 달리 수학용어가 적지않아 읽기 어려울 수도 있음...^^)
 
’방정식’, ’로그’, ’미적분’, 행렬’, ’기하학’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늘 그리워하고 우리를 늘 편안하게 만드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창문 가로, 차창 사이로, 나무 가지 아래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쏟아지는 비와 비 사이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구름...
비가 갠 하늘에 예쁘게 걸쳐지는 무지개...
이 무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눈송이...
달마시안, 얼룩말, 호랑이와 표범의 줄 무늬와 얼룩 무늬...
강릉 경포대와 변산반도 격포의 파도...
사하라사막의 모래언덕...
꽃과 꽃잎과 나무와 가지...
밤 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과 별들...
업무와 약속에 긴장해 있다가도 그것을 바라보거나 그것들을 생각하면 문득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모든 자연(자연현상)은 하루하루 일상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
 
’수학’은 인간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수(Number)’를 창조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1,2,3,4,.....
엄밀하게 말하면 ’수’는 실체가 없다.
’수’는 인간의 집단 지성이 만들어낸 개념이고 정신이고 문화이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달과 별, 눈송이, 무지개, 물방울, 구름, 꽃과 나무, 파도...
자연은 스스로 온갖 형태를 갖추면서 인간을 유혹하고 인간을 감동하게 한다.
기원전부터 인간은 그런 형태, 즉 패턴에 대한 개념을 조직하고 체계화시키는 과정에 ’수학’을 이용하면서 엄청난 비밀을 발견해 왔다.
그 비밀이란 자연의 패턴이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면서 우리의 칭송만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 현상과 과정을 지배하는 규칙들을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사실이다.
 
그런 단서들에서 출발해서 그 속에 내재한 법칙과 규칙성을 연역해내는 과정 자체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다.
그리고 자연의 패턴들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유용하다.
우리가 기본적인 패턴을 식별하는 방법을 배우기만 하면, 그런 배경에서 벗어나는 예외들은 두드러지게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여덟 번째 책으로, ’수학의 세계’를 주제로 삼았다.
 
1. 수학의 질서
-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종류의 패턴을 배운다.
  인류가 프랙털과 카오스라 불리는 두 가지 패턴을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을 불과 30년 전이었다.
- 한마디로 말하자면, 구름의 모습이 프랙털이고 날씨의 변화가 카오스다.
- 피보나치 수열은 해바라기 씨앗을 포함한 자연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 무지개는 제각기 다른 색을 띠는 원들의 집합이다.
- 구름은 물이 기체에서 액체로 ’상변이(phase transition)’을 일으킬 때 생성된다.
 
2. 수학의 쓸모
- 공학자의 본능은 자연계와 인공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연과학자의 본능은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수학자의 본능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세부적인 부분들을 관통하는 보편성을 찾아서 이해의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 수학은 자연에서 관찰되는 패턴이나 불규칙성 뒤편에 숨어있는 법칙과 구조를 찾아내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그런 다음에 그 법칙과 구조를 이용해서 거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 역시 수학이다.
- 문화적 측면으로 보면, 수학은 실용적인 방법들에 대해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그들로 하여금 그 방법들이 유효한 근본적인 이유를 파고 들어가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수학자들이 미적분의 논리적 타당성에 대해 만족하는가 여부는 별반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러한 내적 차이에 대한 의구심을 좇는 과정에서 얻어진 새로운 사상과 개념들은 외부 세계에 무척 유용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왔다.
- 달팽이가 껍데기를 만드는 방식에는 유전학과 화학이 관여한다.
  여기에서 수학은 달팽이의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화학 반응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자적인 부기를 만든다.
  즉, 수학은 달팽이 껍데기에 사용되는 분자들의 원자적 구조를 기술한다.
  그리고 달팽이의 약하고 부드러운 몸체에 비해 단단하고 질긴 껍데기의 특성을 기술한다.
- 사실 수학이 없다면 우리는 물질이 실제로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원자들이 어떤 배열을 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없다.
  유전에 관여하는 물질인 DNA 분자구조의 발견은 수학적인 실마리가 없었다면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 수학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예측이다.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수학으로 설명한 후에 천문학자들은 일식과 월식현상, 그리고 혜성이 주기적으로 지구 근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위치 변화로 인한 밀물과 썰물. 그를 통해 과학자들은 몇 년 앞서 조수간만을 예측할 수 있었다.
- 그 밖에 수학은 비행기의 최적화 경로, 비행기 레이더 화상을 제공하는데 사용되는 신호처리 방식, 텔레비전의 3차원 기하학,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텔레비전 신호를 전송하는 부호와 방법, 인공위성의 궤도 운동을 가능케 하는 방정식 등에 사용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수학이 바로 금전적인 이득과 연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수학적 개념이 공장에서 생산되거나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 ’호기심에 의한 연구’라는 말 자체가 상상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관료들이 그런 유형의 연구를 의도적으로 깍아내리기 위해 극히 최근에 만들어낸 말이다.
  확실한 단기 이익을 주는 깔끔한 프로젝트를 향한 그들의 열망은 지극히 어리석은 것이다.
  목표지향적인 연구는 예상 가능한 결과물만을 내놓기 때문이다.
- 진정 중요한 돌파구는 항상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전혀 새로운 방법과 접근 방식이 의미를 갖는 이유가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이다.
 
3. 수학의 대상
- 수학의 대상은 가장 기본적으로 ’수(Number)’다.
  ’수’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복소수로 이루어진다.
- 그 다음 대상은 연산과 함수(Function)다.
- 그 다음은 증명...
  전문적인 수학자는 어떤 사실이 논리적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전혀 없음이 입증되지 않는 한 어떤 진술도 참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4. 변화의 상수
- 카오스와 복잡성(complexity)의 과학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역명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변화가 법칙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 달:지구:태양으로 이루어진 계의 운동을 흔히 ’3체 문제(three-body problem)’라고 부른다.
  뉴턴 이래 3세기 이상의 기간에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학자들는 아직도 3체 문제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 1994년 3체로 이루어진 계는 적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그런 계가 아르놀드 확산이라는 신기한 현상을 나타낸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아르놀드 확산이란 상대적인 궤도 위치에서 극도로 느리고 임의적인 드리프트(흐름)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드리프트는 실제로는 임의적이지 않다.
- 그것은 오늘날 카오스라고 알려져 있는 행동 유형의 한 보기이다.
  ’카오스’란 순수하게 결정론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지만 겉으로는 임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말한다.
- 수학자들은 오늘날 공식으로 포착할 수 없는 풀이에 정성적인 측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늘날에는 운동의 주된 정성적인 측면들을 직접적이고 훨씬 정확하게 다룰 수 있는 이론을 통해 답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성적인 이론을 향한 이 움직임은 퇴행이 아니라 크나큰 진보이다.
- 역사상 처음으로 수학자들은 패턴들을 그 고유한 모습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5. 바이올린에서 비디오까지
- 텔레비전은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이라는 수학의 두 측면이 한데 결합해서 두 분야가 독자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중요한 결과를 낳은 본보기이다.
- 텔레비전의 발명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바이올린의 현의 진동에 얽인 문제에서 시작된다.
- 바이올린의 현의 진동은 파동방정식을 이끌어냈다.
  그 파동방정식은 정확하게 ’편미분방정식’이다.
- 전자기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 사이를 네 가지 미분 방정식으로 설명한다.
  그 전자기파가 무선전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레이더, 텔레비전, 비디오테이프의 발명까지 이르게 되었다.
- 수학은 단순한 예를 보편화시켜서 실세계의 복잡성에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해준다.
 
6. 대칭붕괴
- 대칭은 우리의 시각에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미적 감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완전한 대칭은 반복적이고 예측이 가능한 한편 우리의 정신은 놀라움을 좋아한다.
  구로 우리는 종종 불완전한 대칭 겨시 정확한 수학적 대칭 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느낀다.
- 자연계 속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두드러진 패턴들은 모두 대칭이다.
  다른 한편으로 자연은 지나친 대칭성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는 것 같다.
  자연 속의 거의 모든 대칭적 패턴들은 실제로 그 패턴들을 만들어내는 원인에 비해 덜 대칭적이기 때문이다.
- 자연의 대칭은 소립자의 구조에서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모에서 발견된다.
  메탄 분자는 중심에 하나의 탄소 원자와 그 주위에 4개의 수소 원자들을 가진 사면체 구조이다.
  벤젠은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6겹 대칭이다.
  버크민스터풀러렌 분자는 60개의 탄소 원자로 된, 끝이 잘린 20면체이다.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의 깊숙한 내부에는 중심체라를 구조가 있다.
  중심체의 구조는 대칭적이고 그 내부에는 중심립이라는 두 가지 구조가 서로에 대해 직각 방향으로 들어있다.
  각각의 중심립은 원통 모양이고 27개의 미소관으로 이루어진다.
  이 미소관들은 세로 방향으로 3개씩 완전한 9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유행성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나선형이다.
- 자연은 바이러스의 여러 가지 형태 중에서 이십면체를 가장 선호한다.
  그 보기로는 포진, 수두, 사마귀, 개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간염, 순무에서 일어나는 황색모자이크병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이다.
- 우리가 자연 속에서 관찰하는 대칭성은 대량 생산된 우주의 광대한, 보편적 대칭성이 붕괴되고 남은 흔적이다.
  잠재적인 의미에서 우주는 가능한 상태들의 방대한 대칭적 계들 중 어느 하나든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과정에서 우주는 관찰 불가능한 잠재적 대칭성을 위해 일부 대칭성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대칭적인 패턴의 대부분은 이러한 보편적인 메커니즘의 부분적인 변형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 대칭 붕괴의 수학은 일견 전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하나로 통합시켜 준다.
  대칭 붕괴의 보편성은 생물계와 무생물계가 많은 패턴을 공통적으로 갖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생명 그 자체는 대칭 창조-그리고 복제-의 과정이다.
 
7. 생명의 리듬
- 자연은 리듬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리듬은 무수히 많고 다양하다.
  자연의 리듬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유지된다.
  거기에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 작동하는 정해진 패턴이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 작동해서 즉각적인 요구에 자신의 리듬을 맞추는 복잡하고 정교한 제어 메커니즘도 있다.
- 이런 종류의 제어가능한 리듬들은 보행 동작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다리를 가진 동물들에게서 의식적인 제어가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지정된 운동 패턴을 보조(gait)라 한다.
  동물의 개체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상호 작용은 집단에서 일어나는 그것과 상당한 차이를 갖지만, 그 밑에는 수학적 통일성이 내재하고 있다.
- 생물학적 주기 뒤편에 숨어있는 조직원리는 진동자(oscillator)라는 수학적 개념이다.
  진동자란 자연적인 역학이 그 동일 패턴을 끝없이 반복시키는 단위이다.
  생물학은 상호 작용을 통해 복잡한 행동 패턴을 만들어 내는 진동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회로(circuit)’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 왜 계들은 진동하는가?
  그것은 가만히 있고 싶지 않거나 가만히 있을 수 없을 때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 동물의 보행과 동기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자연의 리듬이 종종 대칭적으로 연결되며,
  그때 나타나는 패턴들은 대칭 붕괴의 보편 원리에 힘을 빌려 수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흔히 수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연의 여러가지 측면들을 수학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8. 신과 주사위
- 아이작 뉴턴이 남긴 지적인 유산은 우주가 그것이 탄생한 시점부터 작동을 시작해,
  그 이후 충실한 기계처럼 미리 정해 준 홈을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해 온 시계장치라는 상(像)이다.
- 양자역학이 가장 작은 미시 규모에서 나타나는 불확정성에 대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거시 규모에서 우주는 결정론적 법칙을 따른다.
  이런 현상은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불리는 효과의 결과이다.
  이 효과는 충분히 큰 규모의 양자적 계가 거의 모든 불확정성을 상실하고 뉴턴적 계와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은 현상과 실험을 예측 불간응한 무엇으로 바꾸어 놓는다.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의 과학적 용어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다.
  그 때문에 초기 조건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계를 ’카오스적’이라고 한다.
  카오스적인 운동은 결정론적 법칙에 따른다.
  그러나 그 움직임이 너무 불규칙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거의 임의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카오스는 분명 복잡하고 겉보기로는 아무런 패턴을 갖지 않는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순하고 결정론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 앙리 푸앙카레는 처음으로 위상공간을 발명해냈다.
  위상 공간은 어떤 동역학적 계의 가능한 모든 운동을 나타내는 수학적 가상 공간이다.
  푸앙카레의 이대한 혁신의 결과로 동역학이 끌개(attractor)라 불리는 기하학적 형태로 시각화될 수 있었다.
- 카오스의 발견으로 그동안 법칙과 그 법칙들이 만들어 내는 움직임 사이의 관계(인과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근본적이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결정론적 원인이 반드시 규칙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해 있었지만,
  이제는 결정론적 원인이 자칫 임의성으로 잘못 해석될 만큼 불규칙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한 원인이 복잡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우리는 법칙을 이해했다고 해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 카오스는 임의적인 것이 아니다.
  ’겉보기로는’ 임의적인 움직임인 것 같지만 엄밀한 법칙에 의해 나타나는 움직임이다.
  카오스는 숨겨진 질서의 한 형태이다.
- 카오스에 관해 최종적으로 풀리지 않은 문제는 양자라는 불가사의한 세계일 것이다.
  초끈이론은 종래의 양자역학과 마찬가지로 ’끈의 진동’의 불확정성을 순전히 임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양자적 불확정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초끈 이론의 유리한 특성들을 가지면서 동시에 내부 변수가 카오스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9. 물방울, 동역학 그리고 데이지꽃
- 인류의 주류 이론은 뉴턴의 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만물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으로 이어져 왔다.
- 최근 들어 종전까지의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법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복잡성이론(complexity theory)’이다.
  복잡성 이론의 중심 개념은 무수한 구성 부분들의 상호 작용에서 대규모적인 단순성이 창발된다는 것이다.
- 그 사례로는 물방울의 형태, 동물 집단의 동역학적인 움직임, 식물의 꽃잎과 연관된 기이한 수비학적 패턴이 있다.
- 물방울이 수도꼭지에서 떨어질 때 취하는 형태는 매우 특이하다.
  물방울이 분리되기 전에 길쭉한 뜨개질 바늘과 같은 모양이 생겨난다.
  점성도가 높아지면 두 번째 뜨개질 바늘이 생겨나고 거기에 동근 오렌지가 매달린 모습이 된다.
  점성도가 점점 높아지면 세 번째 뜨개질 바늘이 생겨난다.
  계속 점성도가 높아지면 계속 가느다란 실이 무한히 증가하게 된다.
- 동물의 집단 동역학(population dynamics)을 ’셀룰러 오토마톤(cellular automaton)’으로 실험하면,
  (셀룰러 오토마톤이란 일종의 수학적 컴퓨터 게임과 비슷하다.)
  중간 규모의 토끼 집단의 동역학의 94%가 4차원 위상 공간 속의 카오스적 끌개에서 나타나는 결정론적 운동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즉, 겨우 4개의 변수를 가진 미분 방정석이 토끼 집단의 동역학의 주요 특성들을 단지 6% 오차로 포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실험에 대한 속 깊은 의미는 간단한 대규모적인 특성들이 복잡한 생태 게임의 미세한 구조를 창발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 꽃잎의 숫자...
  식물에서 나타나는 수는 여러 가지 수학적 규칙성을 보여준다.
  그 규칙성들이 이른바 피보나치 수열의 시초를 형성한다.
  이는 문제의 숫자가 임의적인 유전 명령보다 수학적인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식물의 성장 과정에 작용하는 일종의 동역학적 제약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피보나치 수열이 나타나는 것이다.
  꽃잎의 수는 모든 원시 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동역학적 상호 작용의 결과이다.
  그 수는 황금각을 통해 우연히 피보나치 수열로 연결된다.
 
저자는 책의 후기에서 자신이 꿈꾸는 ’형태수학(morphomatics = morphology + mathematics)에 대해 설명한다.
그 파편들은 동역학적 계, 카오스, 대칭 붕괴, 프랙털, 셀룰러 오토마톤 등이다.
그것은 자연의 패턴이 ’창발적인 현상(emergent phnomena)’라는 메세지라 정의하면서 시작된다.
그 패턴들이 자연이 지닌 심오한 단순성의 간접적인 산물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인류가 그 패턴의 창발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과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제 새로운 수학이 꽃피울 시기가 무르익었다.!!!! "

















 

 [ 2010년 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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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
김광수경제연구소 엮음 / 프라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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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연구소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시리즈 3권 중 마지막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집권하던 2006년 참여정부의 각종 정책과 관련하여 한국경제의 현실을 분석하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정부 정책의 공과를 공부하고자 하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06년에 발간된 책이지만,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사회경제 분야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후퇴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한국경제의 현실과 이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무릇 ’개혁이란 미래 개방경제 하에서 질적 성장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결코 과거 폐쇄경제 하에서의 양적 성장패러다임을 보전하기 위해 거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개혁이란 미래의 선진 한국경제 건설을 위한 ‘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개혁이 투자인 이상 계층간 이해상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등의 위험부담이 동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맹목적인 진보니 보수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적 대립으로 개혁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위험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이다. 개혁의 가시적 성과 없이 위험부담만 너무 커지게 되면 개혁에 대한 무기력증이나 거부감 그리고 공동체의식의 붕괴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작용이 커지게 되면 미래의 선진 한국경제 건설을 위한 개혁은 좌초되고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와 자기방어적 주장만이 넘쳐나게 된다.
저자는 2006년의 한국정치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유감스럽게도 작금의 한국사회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여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계층간 갈등이 확대되고 공동체의식마저 붕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갈수록 깊어가는 위기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p.111) 
이제 앞으로 11개월 후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고 1년 5개월 후면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국민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정치 게임’을 즐기는 자세로 총선과 대선에 임한다면, 정책과 방향을 집어내지 못하고 당리당략과 개인적인 호불호, 인맥이나 학맥을 기준으로 정당과 후보자를 평가하게 되면 한국사회와 한국경제는 절대 나아질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과 후손들은 우리보다 더 심각한 위기와 조건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어떤 부분이 잘 구성되어 있고 어떤 부분이 잘못 구성되어 있는지,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인 흑백논리가 아니라 21세기 한국경제 현실에서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이 어떤 것인지 알고나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국민들 개개인의 이해와 선택이 있어야만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고 정당정책과 정부정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책은 독자 개개인이 한국경제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각 정당과 시민단체, 연구기관들의 개혁정책의 세부내용과 동 연구소의 개별정책 제안을 교차하여 비교,검토하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제1편 [부동산투기 대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부동산정책의 철학과 비전 / 2장 공영개발 영구임대주택 사업의 이론적 모델 / 제3장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오류 비판 :
 
저자는 1장에서 2005년 부동산 대책으로 판교개발을 추진하던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전혀 없음을 비판한다. 부동산 투기 발생의 원인은 제도적 미비, 주택수급의 불균형, 투기적 심리, 정책당국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라고 분석하면서 판교신도시 개발방향(토지분양, 채권입찰제, 저가분양)이 결국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국가가 취하여 주거생활 안정에 투입해야 할 개발수익을 건설회사와 일부 분양자에게 몰아주게 됨을 비판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주택정책은 주택시장에서 공영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구분하여 공공부문은 저렴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민간부문은 거래투명성과 보유세 합리화를 현실화시킨다는 전제하에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실제 주택공사는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토지분양으로 5조원의 개발이익을 취했고 일반 분양자들 역시 5조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두어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직접, 간접적으로 실행, 조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자는 1장과 2장에서 판교신도시 개발사례를 이용하여 영구임대주택의 사업성 모델을 분석한 후 제시한다. 그 결과는 판교신도시를 영구임대주택으로 조성하여 무주택자에게 공급할 경우 원칙적으로 사업성도 확보하면서 동시에 저렴한 임대료의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임대주택 사업성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보면, 사업성은 토지공급가격과 공사비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 하지만, 연구소의 임대주택사업 시뮬레이션에서 검토할 부분은 공익사업자 내지 공공자금 투입시 ’투자수익율’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임대주택을 현가화시키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장에서는 2005년 재경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정부가 ’실질주택가격’을 추정하는데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정부 관료들과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무책임한 ’사이비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옹호하면서 스스로의 전문성을 제고하지 않고 무능함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현재의 정부관료들이 과연 한국경제를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해나갈 능력이 되지 못함을 개탄한다.
 
제2편 [성장패러다임의 변화와 개혁]은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장 성장패러다임의 변화와 개혁 / 제5장 일자리 위기에 관한 논쟁 / 제6장 인구변화와 일자리 창출 / 제7장 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 방안 / 제8장 공교육의 이상 - 천재론과 기회균등론 / 제9장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의 대학개혁 / 제10장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지주회사 제도 :
 
4장에서 저자는 ’잠재성장율’의 개념적, 요소별 분석을 통해 한국의 장재성장율과 실질성장율이 모두 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IMF 사태를 계기로 급격한 시장개방, 제조업의 전통업종에서 IT업종으로의 급속한 구조변화, 대중국 투자의 급증,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전환 등 성장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투자와 고용 증가를 동반하지 않는 경제성장이라는 성장패러다임 전환기에 나타나는 성장패턴을 보이고 있다.




성장패러다임 변화의 증거는 기술개발 특허출원 추이 분석, 제조업 업종별 생산비중 변화 분석, 고용의 서비스업 종소기업화 현상 심화, 제조업 국내총생산 증감율 추이를 통해 확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성장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개혁이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이것은 IMF 이전의 자본집약적 양적 성장패러다임 하에서의 게임의 규칙을 21세기 기술집약적 질적 성장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게임의 규칙은 "철학적으로는 인권존중, 사회적으로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열린 공동체 실현,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발전,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의 효율성 극대화, 환경적으로는 자연과의 공존에 기여하는 것"(p.162)이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정부관료들이 오히려 개혁추진의 주체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예고되었음을 의미한다.







 
5장에서 저자는 2006년 3월 KBS 스페셜 <이해의 충돌, 일자리의 위기>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자본의 파업(특히 해외로의 공장 이전)’을 극단적인 이윤극대화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만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하면서 현실적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사결정이 큼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한국 재벌그룹의 ’순환출자구조’에 의한 기업지배방식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었음을 비판한다. 기업들이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고용창출을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재벌들이 극히 낮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의 대물림 상속을 하려고 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IMF 이후 실업자와 비정규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가 급속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의 적응 실패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수립,집행하지 못한 정부의 안이한 정책과 태도를 비판한다. 특히 한국의 기업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만 비정규직을 증가시키는 것은 결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스스로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부메랑이 될 것임을 주장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동일노동’에 대해 차별적인 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정규직 노조의 강성화만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KBS 프로그램이 제안하는 노사간의 신뢰 회복, 일부 강성노조의 양보와 타협, 생산성 향상, 노동자의 교육 강화 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가 경제발전과 기업성장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려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기업과 노동자,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술집약적 성장패러다임으로 변해가는 과도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고용안정과 임금소득, 배당소득 증대를 달성하는 것이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한국경제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을 때 비로소 경제발전과 기업성장의 자기순환적 확대재생산이 가능"함을 당부한다.(p.193)

 
6장에서 저자는 한국, 미국, 일본의 인구추이와 고용구조의 변화, 창업동향, 계층간 취업과 소득격차, 자살과 범죄의 급등 등을 분석하면서 고용구조의 양극화와 소득구조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처럼 한국사회가 하위소득 계층의 빈곤 탈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이른바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사회적 좌절감과 계층간 갈등 심화 등 공동체 붕괴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일자리 창출의 기본방향으로 중소기업상생기금 출연 등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벤처창업 촉진방안,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도시근로자 귀농방안, 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생계형 서비스업의 전략적 육성방안을 제시한다. 











 
7장에서 저자는 국민연금제도가 강제저축의 적립방식, 즉 소득발생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1년 전의 합산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정해놓고 강제적으로 저축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금가입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음을 문제제기한다. 이에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비교를 통해 미국의 조세방식, 일본의 세대간 급부방식, 한국의 적립방식을 장단점을 비교 검토한다. 결론으로 기존의 적립방식+확정기여형 국민연금제도를 강제징수+확정급여형 기초연금과 직립방식+확정기여형 민간연금제도의 이원화된 구조로 개혁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국민연금 적립금의 연금운용에 있어서도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동시에 사회보장 제도로서의 연금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행정개혁이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첫째는 기존의 동사무소(지역주민센터)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산재보험 별도의 조직구조와 서비스 조직을 단일화하여 지역주민들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연금료와 보험료 징수를 국세청의 세금징수 업무로 통합할 것도 제안한다.


 
8장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사회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진 자들의 ’천재론’과 없는 자들의 ’기회균등론’식의 이분법적 주장이 난무하는 천민 자본주의의 공교육 논리로는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갈 유능한 인재를 절대로 키워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학도 모자라서 초중고등학교마저도 외국 유학을 가야만 된다면 한국의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p.291)는 것이다.
공교육의 현실은 일류대, 특목고, 자사고 등 불과 몇 백명, 몇 천명의 우수학생 선발을 위해 매년 수 십만 명의 학생들이 이러한 사교육의 상업적 들러리가 되고 있으며 비교육적 경쟁논리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형태로 서로 역할분담과 교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사교육을 무조건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순기능적 역할을 하루빨리 정립하여 교육서비스 산업의 활성화와 건전한 발전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한국의 공교육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의 준비없는 무리한 ’고교평준화’를 추진하여 문제사학을 양산하고 학교에 자질부족 교사가 넘쳐나게 만들었음을 지적한다. 거기에다가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의 대학입시제도 개악(졸업정원제, 본고사 폐지, 학력고사 실시, 고교내신제 도입, 과외금지)로 대학을 부실화시키고 전국의 대학을 점수에 따라 서열화시켜 버렸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사립중고교와 사립대학의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주었다. 여기에 김영삼은 대학설립을 자유화시켜 학업 능력이 없는 대학생 수와 간판뿐인 대학수만을 늘리고 말았다.
무모한 대학설립 자유화는 시간강사 수만 늘리고 2000년대 저출산 시대에 들어 대학생 수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의 부실이 가속화되고 등록금만 천정부지로 오르게 만들었다.
저자는 결론으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학교의 투명성 강화, 특목고 개혁(당초 도입 취지대로 운영), 대학의 개혁(대학간, 교원간 경쟁체제, 국립대학의 특성화/평준화/통폐합, 시간강사와 전임교원의 차별 처례, 등록금 감액 등), 영어교육 개혁을 제시한다.



 
9장에서 저자는 한국 대학의 양적, 질적 문제점을 검토, 분석하면서 항간에 주장되는 ’이공계 위기론’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10장에서 저자는 과거 한국 재벌들이 금융사업 실패 처리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한결같이 극심한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을 드러냈음을 지적하고 국가의 공적자금이 투자되어 살아났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한국의 재벌 소속 금융사들이 재벌 계열사를 위한 자금원으로 왜곡되었음을 밝히면서 한국에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재벌그룹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하루빨리 분리하여 상호 견제 기능이 작동될 수 있독 해야 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과 일본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독과점 금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역사적 진통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히 가장 국가적,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삼성의 그룹 계열사를 금융지주회사와 산업지주회사로 분리하고 오너 일가가 한 곳으로 지분을 집중토록 하며 지주회사 전환과 동시에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해야 함을 제안한다.

 
제3편 [농업정책의 기본방향]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1장 농업경쟁력 강화 - 현장조사 사례 / 제12장 농업경쟁력 강화 - 농협 개혁 / 제13장 쌀시장 개방과 농업경쟁력 강화 전략 : 2004년 3월 동 연구소에 충남테크노파크의 본부장이 찾아와서 "새로운 시각에서 한국의 농업문제를 객관적으로 연구해야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2004~2005년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 농업의 현실과 방향을 분석했던 것이다.

 
11장에서 연구소는 한국의 농기업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의하면서 가족형 농기업 및 귀농협 창업 사례, 벤처기업형 농기업 사례, 농업 후계자형 농기업 사례, 민간영농조합형 농기업 사례를 조사,검토,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12장에서 저자는 지역 농협 및 사업소의 운영 사례를 조사, 분석한 후 여러가지 농협의 개혁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2004년 정부의 농업정책 개혁 및 농협법 개정안에 상당부분 반영되었다고 한다. 개정안에는 농협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전환, 이사회 내에 대표이사가 소관별 소이사회 설치, 조합장 비율을 2/3에서 1/2로 줄이고 회계,유통 전문 사외이사 확대, 신용/경제사업 분리 추진, 조합장 선거를 선관위에 위탁, 시군별 1구역 1조합 원칙 폐지, 상임이사 도입, 조합장 연임 제한 등이 담겨있다.
 
13장에서 저자는 쌀시장 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고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그동안 정부의 농업정책에 있어서 문제점은 데이터 농업의 부재와 장기 비전과 전략의 부재, 가격 경쟁력 부재와 패배주의의 만연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995년 우루과이 쌀시장 개방 정책 결정 이후 쌀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곡수매제도에 의해 생산농가에 대한 쌀 수매를 전량 보전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쌀 정책을 운영하지 못했다. 또한 정부가 시행 중인 ’농업관련 소득보전 직불제’는 농가소득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전면적인 쌀 개발에 대비하여 쌀 가격 예상 시나리오, 소득직불제 효과 시뮬레이션 분석, 경작면적별 전업농가 소득직불제 효과 시뮬레이션 분석 등을 통해 (정부와 일각에서 주장하는)쌀 농업의 경쟁력 강화가 규모화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서는 먼저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여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방지해야 하고 쌀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결론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한국 농업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데이터 농업의 구축, 가공기업농의 활성화, 가격경쟁력 확보, 인프라 정비라고 제시한다.
 
 

2011년 현재 한국사회는 변화와 개혁을 향한 거대한 흐름과 이에 편승하려는 흐름, 그리고 이를 막아내려는 흐름이 공존하면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
첫 번째 흐름은 한국현대사 전 과정에서 억압받고 고통받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민중들과 정의, 평등, 평화, 인권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하는 노동자,농민과 시민세력과 지식인과 학생, 진보적인 정치조직과 일부 관료들과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째 흐름은 첫 번째의 거대한 흐름이 자신들의 뱃지를 거두어갈 지 모른다고 위협받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인, 기회주의적인 지식인과 시민단체와 언론인과 정부관료, 기타 영특한 정치세력과 개인 등이다. 마지막 흐름은 거대한 흐름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길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 극우세력, 정부관료, 사법관료, 재벌, 사학재단, 언론, 보수적인 교수를 비롯한 지식기사들, 투기 자본가와 1%의 기득권자들, 오세훈과 같은 교묘한 정치인,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보수언론에 길들여져 있는 관변단체와 일부 노인계층이다.
 
1987년 이후 한국의 10년은 해방 후 40년간 억눌려 왔던 민중들, 시민들의 기본적인 정치사회경제적 ’인간 선언’이 정착되는 시기였다. 그 기간 동안 군사독재와 기득권층게게 빼앗겨 왔던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서, 정당하게 헌법적 권리를 누려할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미약하게나마 법과 제도로 세워졌지만, 1987년 김대중/김영삼의 ’양김 분열’과 1990년 김영삼의 ’3당 합당’은 더 이상의 개혁과 진보를 가로막았다. 민주개혁,진보세력은 분열하였고 상당수는 좌절하였다.
노태우와 김영삼은 최소한의 변화와 개혁을 진행하면서 기득권층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였고 탐욕과 폭력을 기반으로하는 기득권층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IMF 사태를 불러왔다. IMF 사태는 1987년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게 또 다른 계기와 기회가 되었다.
 
한국민들은 1997년 IMF를 일으킨 기득권 세력에게서 벗어나고자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개혁세력을 지도자로 선출했다.
새로운 정부는 10년 동안 4대 보험을 전국민적으로 적용하여 ’사회적 안전망’의 기초를 세우고 과거 근현대사 기간 동안 국가의 부정과 불의를 바로잡고 지역갈들과 빈부격차를 어느정도 해소하고 언론, 사상, 집회, 결사, 학문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남북대결 구조를 완화시켜 대화를 시작하고 재벌경제구조 개혁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전략,정책이 부족하고 분열되어 있던 민주진보세력은 10년 동안 지연되었던 변화와 개혁을 위해 뭉치지 못했고 민중들과 지지세력과 함께하지 못한채 대통령 따로, 집권당 따로, 진보세력 따로, 민중 따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개혁의 질과 깊이, 속도와 강도는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외적 경제성장과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그 성장의 열매는 민중들과 국민 대다수가 아닌 기득권층에게 집중되었고 경제의 양극화, 사회적 양극화, 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 사교육 팽창, 경제구조의 부실 등 문제는 더 커지기만 했다. 그래도 그나마 10년 동안 민주개혁세력은 최소한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와 평등을 위한 개혁을 이루었다.
 
급기야 분열과 실망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통해 이명박을 정점으로하는 사이비 성장주의자가 국가권력을 차지하도록 만들었고 이명박과 한나라당, 관료와 기득권층은  ’10년간 이룩해놓은 소중한 정치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무너뜨렸다.
 ’부자감세’를 통해 기득권층에게 수십 조원의 현금이익을 돌려주고 4대강과 각종 토목,건축공사로 재벌 건설회사를 살찌우게 했다. 재벌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설 자리를 없애고 무능하고 비리로 가득한 사학재단을 보호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집회, 결사, 학문, 경제적 자유와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공공 방송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고 극우언론에게 선물로 선사했다.
지금 한국은 수출 재벌기업을 위해 온 국민은 물가상승을 감내해야 하고 ’부동산 버블’은 차기 정권에게 ’폭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되 부당해고는 빠르게 늘어나고 빈곤층은 빠르게 늘어나되 기득권층은 더 빨리 소득이 증가했다. 자살자는 OECD의 몇 배나 늘어났고 출산율은 OECD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부정한 ’사법권 행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갔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고 얼마되지 않아 국민들과 민주진보세력은 자신들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전국에서 수 백만명의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또 수 백만명이 반성하고 추모하고 분노했다.
그런 결과는 야권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2010년 5월 전국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승리를 가져다 주었고 2011년 6월 보궐선거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10월에도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 대통령 선거가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야권이 단합하고 연대하게 되면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승리를 안겨다줄 것이다. 그 결과는 오로지 현재의 민주당과 진보개력세력(진보정당, 시민단체)과 국민들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1997년~2007년 민주개혁세력의 집권과정과 그 이후 4년을 돌이켜보면 단기적인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장기적으로는 아직도 ’한밤중’인 것 같다. 기득권 세력의 국가권력 장악을 막아내는 것은 1차적인 목표이지만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아님은 분명한데 민주당이 그 태생과 과정, 구성원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어낼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내용과 그간의 과정으로만 보았을 때 ’개혁’에 더 적합한 진보개혁세력은 국민들로부터 수권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아직 서로 분열되어 있고 민중들과 호흡하기 보다 자신들의 이념과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보정당 역시 ’아래로부터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정당’이기 보다 진보적인 상층 인사와 간부들의 노력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보수화하거나 자기논리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진보개혁세력의 집권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할 것이다.
 
[ 2011년 7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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