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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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 어떤 직장인의 통화 내용...
"잘 사냐구? 나야 잘 살고 싶지만, 이렇게 치열한 사회(경쟁)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냐? 직장 다니랴 가족들 챙기랴 친구 만나랴 바쁘기만 하고,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어(권태). 스트레스 풀려고 어제는 친구 만나서 화끈하게 놀았는데(자극) 오늘은 견디기가 더 어렵고 짜증이 나네(피로). 안 그래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글쎄 오늘 나보다 실력이 한참 딸리는 직장 동료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기세가 등등하지 않겠어?(질투)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부장님한테 칭찬 받은 이야기는 하던데, 혹시 부장님 앞에서 날 깍아내린 건 아닌지 몰라(피해의식). 난 왜 이렇게 안 풀리나 몰라. 어렸을 때 부모님 말씀 안 듣고 뺀질뺀질 놀았던 벌을 받나 봐. 요즘도 친구들 만나서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 얼굴을 못 보겠다니까.(죄의식) 서른이 한 참 넘었는데도 결혼 안 하고 비실거리는 자식 보는 어머니 속이 오죽하겠니. 난 결혼하기 싫은데, 독신으로 살면 남들이 괴팍한 성격이라 그렇다고 욕 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여론에 대한 두려움)..."
 
이 책은 작년 7월 법정스님의 저서 < 내가 사랑하는 책들 >에 소개된 책 50권 중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에서 <끝없는 여정>까지 여덟 권에 이어 아홉 번째로 읽은 책이다. 러셀이 이 책을 처음 출간한 것은 1930년, 그가 58세 되던 해였다.
 
즉, 지금으로부터 무려 80년 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긴 세월을 뛰어넘어 21세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깨달음과 울림을 전해준다. 그리고 러셀의 이야기는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꾸뻬씨가 지적한 ’행복의 비결’과 비슷하며, 두 가지 모두 법정스님의 말씀에 맞닿아 있다.
 
법정스님이 러셀의 저서 중에서 이 책을 추천도서 목록에 포함시킨 이유는 러셀이 이 책을 통하여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대지와 통해야 하고 온갖 생각을 내려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데서 싹터온다고 말한다. 이는 스님이 <버리고 떠나기>에서 "욕망을 채워 가는 삶은 결코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가치 있는 삶이란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러셀의 불안의 원인과 행복의 정복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결국 스님의 ’욕망’과 ’가치있는 삶’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 되는 것 같다. 
 
사춘기 때에는 삶을 증오하여 늘 자살할 생각을 품고 있다가 수학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자살 충동을 피할 수 있었다는 러셀은 당대에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석학 중의 한 사람으로 분석철학의 창시자라 불리웠음에도 학자나 특정한 지식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다. 러셀은 "불행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노력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일부만이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거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기(p.09)"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그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책과 같이 ’행복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
 
러셀은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 또는 행복이 사람들 곁은 떠난 이유를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1930년 당시 서구 상황에서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가 80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슷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영원히 풀기힘든 인간의 고독과 불완전함을 느끼게 되고 종교적인 단어인 ’고역’과 ’고행’이 떠오른다. 그 9가지는 1장 각 단락의 소제목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각각 자기 안에 갇힌 사람, 이유 없이 불행한 사람,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사람, 인생의 끝 권태, 걱정의 심리학, 질투의 함정, 불합리한 죄의식, 모두가 나만 미워해, 세상과 맞지 않는 젊은이다.
 
그리고 러셀은 사람들이 행복으로 가기위한 길을 역시 2장의 소제목으로 달았는데, 이는 각각 인간이 느끼는 행복, 열정이 행복을 만든다, 사랑의 기쁨, 좋은 부모가 되려면, 일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 폭 넓은 관심 튼튼한 인생, 노력과 체념 사이, 나는 행복한 존재 등 8가지로 되어 있다.

러셀이 이야기하는 불행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비슷하고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도 <불안>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1930년 러셀이 지적한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정복방안이 21세기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부분적으로 적용이 곤란한 단락이나 구절이 있음에도(특히, 종교적인 죄의식 등) 러셀의 지적은 현재에도 타당하다고 본다. 더욱이, 러셀이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사회적, 제도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근 평균적인 30~40대가 대학까지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전문직 포함)을 영위하고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개인들을 더 험하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개인적, 가족적인 차원에서 불행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러셀의 생각을 살펴 보는 데 있어서는 조금 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행의 원인과 정복 방안을 모두 모두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하여 다루었다. 그것은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하기 전에 이미 <결혼과 도덕 Marriage and Morals(1929)>, <정치 사상 Political Ideals(1917)> 및 <사회 개조의 원리 Principles of Social Reconstruction(1916)> 등에서 사회적, 제도적인 불행의 원인과 처방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겪는 여러 가지 불행은 일부분은 사회제도에, 일부분은 개인적인 심리에 그 원인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심리도 사회제도의 산물이다.(P.15)"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구절을 놓친 후 책을 계속 이어서 읽다 보면 저자가 불행의 원인과 책임을 너무도 개인에게만 묻는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러셀이 사회 제도를 떠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불행과 행복을 다뤘다고 밝혔음에도 이 책이 크게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객관적이니 현실 때문일 것이다. 사회와 제도를 떠난 현대인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셀과 같은 대학자나 종교인, 성인, 철학자가 아닌 이상 사회와 제도를 떠나 개인적으로 행복을 정복하기 위하여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즉, 러셀은 독자를 ’일반인’으로 삼아 글을 썼으나 일부 지식인 정도가 이 책을 이해하고 동감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내가 ’버트런드 러셀’ 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해 조금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고 따라서 당연하게도 내가 기대가 컸던 만큼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그 만큼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러셀의 다른 작품을 마저 읽고나서야 러셀에 대한 실망이 존경으로 돌아설 것 같다...^^ 
 
[ 2011년 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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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2007년부터 위키리스크는 전세계의 ’위험한 진실’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대형 폭로들을 잇달아 터트리면서 세계를 뒤흔들었다. 위키리크스의 등장으로 전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 및 알권리와 국가기밀의 보장이라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미국을 필두로 하여 여러 국가의 정부는 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위키리크스 창립자이자 대표격)를 ’디지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공격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자체가 또 하나의 권력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저자는 2007년에 위키리크스에 합류한 이후 몇 년간 공개적인 대변으로 활동하면서 ’2인자’로 불리기도 했으며 어산지와 가깝게 지냈으나 권력 남용을 폭로하고 정보 공개를 추진하는 위키리스크의 내부 문제를 제기한 후, 어산지와 논쟁을 벌이다가 위키리크스를 떠났다. 이 책은 한 때 세계적인 ’권력’의 비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에서 주요 활동을 전개한 저자가 위키리크스의 내부를 폭로하고자 써낸 것이다.
 
이 책은 [평화나눔아카데미] 3월 31일 강연(강사 안병진 경의사이버대학 미국학과 교수)의 주제인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혁명, 위키리크스’를 듣기 위해 급하게 구하여 읽은 2권 중 첫번 째 책이다. 작년에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의 대규모 비밀 외교문서를 폭로하여 전세계적으로 파란을 일으켰고 그 폭로가 부분적인 이유가 되어 중동에 ’재스민 혁명’이 발발하였다는 소식에 위키리크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의 주요 내용은 미국 최대의 시스템컨설팅회사에서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로 근무하던 저자가 우연히 호기심으로 위키리크스에 발을 들이는 1장 [만남]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위키리크스에 발을 들인 후 얼마되지 않아 위키리크스에서 2인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2007년 말 유럽에서 가장 큰 해커 그룹인 카오스컴퓨터그룹(CCC)이 개최하는 카오스커뮤니케이션콩그레스에서 처음 어산지를 만났다.
 
2장 [율리우스 베어은행]은 위키리크스가 처음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폭로였다. 위키리크스는 스위스 법정에 기소를 당하지만 여론의 힘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3장 [사이언톨로지]는 두 번째로 이름을 알린 폭로였다. 위키리크스는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이비종교(라고 여러사람들이 규정하는...)’ 사이언톨로지의 비밀성경과 관련 기업, 단체를 고발한다.
 
3장 [언론의 생리를 터득하다]는 언론파트너의 필요성을 느끼고 처음으로 언론과 협력하는 과정과 폭로자료의 저작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5장 [줄리언과의 동거]에서는 2009년 두 달간 줄리언 어산지가 저자의 집에서 머문 동안에 함께한 모습과 어산지의 독특한(괴상한?) 성격과 행동방식을 알게 된다. 6장에서는 위키리크스의 재정문제를, 7장에서는 인터넷 검열에 대한 전세계적인 전쟁을, 8장에서는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인 카우프싱 은행의 내부 자료 폭로와 아이슬란드를 ’언론자유 무역항’으로 만들고자 했던 노력을 이야기한다.
 
9장부터 14장까지는 오프라인 모금활동, 아이슬란드 언론보호 관련 법 추진과정을, 이라크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를 민간인을 저격 살인한 ’부수적인 살인’ 비디오의 폭로, ’부수적인 살인’ 비디오를 내부자료로 올린 브래들리 매닝의 체포, 아프카니스탄 전쟁기록과 ’최후의 심판’ 파일의 공개, 어산지의 스웨덴 여성 성폭행 혐의에 대한 고소와 수배 과정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자신과 줄리언 어산지가 최초로 외부적인 갈등모습을 보인 것은 아이슬란드에 4주간 머무는 기간동안이었다. 그 사건 이후 어산지와 저자는 화해하지 못했고(저자는 어산지가 화해를 거부했다고 말한다.) 둘 사이의 골을 점점 깊어간다. 줄리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타이틀에 대한 소문으로 저자를 못미더워하고 미행 강박증도 심해진다.
 
위키리크스의 핵심 멤버들 사이에 본격적인 갈들이 발생한 것은 ’성폭행 혐의건’이었다. 저자와 몇몇은 어산지가 당분간 은신한 것을 제안하지만, 어산지는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제안을 주도한 저자를 정직처분시킨다. 위키리크스 핵심 멤버 여러명이 위키리크스를 떠난 것은 결국 저자의 정직 처분에 대한 내부 논란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 위키리크스에 가장 큰 시련이 닥친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자를 보호하거나 폭로기술이 아닌 위키리크스의 활동과 정책, 자금과 의사결정 등에 대해서 백악관이나 펜타콘처럼 베일에 쌓여있게 되면 위키리크스도 또 하나의 ’빅 브라더(Big Brother)’(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거대 권력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진실 여부, 저자가 위키리크스를 탈퇴한 동기나 향후 거취에 상관 없이 위키리크스 내부를, 내부의 논쟁과정을,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에 대한 비판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역은 없어야 한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주장이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위키리크스’라는 조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밀과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는 상징과 아젠다로써 의미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제2, 제3의 위키리크스는 당연히 등장해야 하며 웹2.0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위키리크스를 함께 탈퇴한 동료들과 ’오픈리크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정부와 권력층은 미국의 좋은 측면보다 나쁜 측면을 더 배워왔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당연하게 국민에게 알려할 권리마저 정부와 권력층이 통제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경향리크스와 같은 노력이, 또 다른 IT 전문가들의 노력이 계속 등장하기를 원한다.
 
[ 2011년 4월 6일 ] 
 
* 책 속의 문장 
- 혹시 위키리크스도 몇 달 사이에 종교적 숭배처럼 변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다. 솔직히 내부비파닛스템에 있어서는 거의 종교적 숭배 수준이다. 뭔가 잘못 되면 그것은 외부 원인 때문이다. 지도자에게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외부의 위험이 항상 우리를 공격하기 때문에 우리는 내적으로 더욱 강하게 응집하여야 한다. 너무 비판적인 사람은 벌로 채팅에서 퇴장당하거나 문책을 받게 된다.(p.66)
 
- 나중에야 비로소 줄리언이 나의 친절을 복종으로 이해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저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줄리언은 나를 자기보다 한참 낮은 사람으로 여긴 듯 싶다.(p.95)
 
- 그(줄리언)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이고 위키리크스에 대한 권리가 그에게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에게도 그것은 명확했다. 하지만 나 또한 성공에 대한 내 몫을 갖고 싶었다. 나는 열심히 일했다. 내 몫을 요구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p.151)
 
- 받은 자료를 즉시 공개하는 것 그리고 독립적 결정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원칙은 한낱 우수갯소리로 전락했다. 언론은 원했던 대로 우리를 자기들 발밑에 두었다. 우리의 손이 묶여 있는 동안 이들은 독점기사를 판매했다. (p.227)
 
- 위키리크스와 달리 오픈리크스는 더 이상 문서를 발행하는 사이트가 아니며, 대신 전체 폭로 과정에서 처음 절반에만 집중한다. 제보자는 익명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당연히 안전을 보장받으며 협력파트너는 받은 자료를 분석하여 발행할 수 있다. (p.319)
 
* 책 속의 책 : 피에르 조제프 푸르동 <재산이란 무엇인가>, 제레미 스캐할 <블랙 워터>, P. W. 싱어 <전쟁대행주식회사>, 구스타프 란디우어 <혁명>, 닐 스티븐슨 <크립토노미콘>, 솔제니친 <제1원 First 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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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안병진 교수 강의 요지 ]
http://www.nanum.com/site/153905  

 위키리크스의 폭로 : 모든 권력은 비리와 음모로 유지된다
글쓴이 | 안병진 조회수 231 2011.04.04 02:33 http://www.nanum.com/site/153905


“세계는 지금 ‘제1차 세계 정보전쟁’에 돌입했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위키리크스와 줄리안 어산지

2010년 4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동영상 한 편이 인터넷에 공개되었습니다.

17분 남짓의 영상에는 마치 전자게임을 즐기듯 이라크 민간인을 사살하는 미군의 모습이 담겨있었는데요.
전쟁의 추악한 실상과 진실을 드러낸 이는 다름아닌 ‘위키리크스’, 그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였습니다. 

“전쟁을 전자게임 즐기듯 하는 이라크 민간인 살상의 모습은 가장 충격적인 영상이었습니다.

평범한 미군 병사들이 그저 낄낄 웃으면서 민간인을 살육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전쟁이 만들어 내는 추악한 실체와 전쟁을 수행하는 자들의 ‘사이코패스’같은 면모가 드러났던 겁니다.
이 영상은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는 상대를 자신과 같은 삶의 의미를 지니는 인격체가 아니라,
전자오락기에 있어서 그냥 제거해야 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사실을 전해줬습니다.”

이 밖에도 위키리크스는 두터운 장막에 가려왔던 수많은 진실들을 차례로 폭로해왔습니다.

2007년 케냐 대선 당시 독재정부와 야권주자가 야합한 내용의 비리문건을 공개해 대선의 결과를 뒤집었고, 2010년엔 미군의 민간인 학살 등이 담긴 아프간 전쟁 관련 기밀문서 9만 2000여건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UN 사무총장의 생체정보를 파악하라는 지시내용과 세계 각국 정상들에 대한 원색적인 평가를 담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까지, 모두 위키리크스를 통해 처음 세상의 빛을 보게 되며 묻혀있던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졌는데요.
위키리크스의 활약으로 이제 우리는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결정권자들의 무능, 부패, 무모함을
보다 실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구’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된다 

위키리크스의 이런 폭로와 활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마트폰’, ‘스마트TV’에 ‘스마트 슈즈’, ‘스마트 워터’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요즘 ‘스마트’라는 표현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많은 최첨단 기술이 과연 ‘스마트한 개인’을 만드는가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습니다.

안병진 교수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인류가 이뤄놓은 기술 진보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지만
같은 도구를 가지고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위키리크스의 운동은 어떻게 보면 단순합니다.

낡은 서버와 300불짜리 PC, 그리고 단 두 명의 멤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이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것입니다.
여기 나무젓가락이 있다면, 그것을 제가 들고 있으면 그냥 식사할 때의 나무젓가락이겠지만 이소룡이 들고 있으면 살인무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날 21세기는 테크놀로지를 누가 어떻게 드느냐에 따라 그것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순수한 열망이 세상을 바꾸다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세상의 중요한 정보들을 어째서

소수의 위정자와 분야 전문가들만 쥐고 있는가’에 의문을 던진 줄리안 어산지.
안병진 교수는 평범한 도구가 진실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키리크스는 시대의 흐름 속에 이해해야 한다며
위키리크스 이전에 순수한 열망으로 세상을 바꿔낸 사례들을 소개했는데요. 

 “세계적인 음원공유 사이트 ’냅스터’를 만든 숀 패닝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서로가 가진 음악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살 수 있을까?’
그래서 밤을 새워 만들어 본 것이 음원 공유 사이트 ‘냅스터’죠.
돈을 주고 사서 들어야 했던 음악을 공짜로 주고 받을 수 있게 하자
’워너뮤직 그룹스’와 같은 다국적 음반회사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세상에! 여드름투성이의 이 청년이 전세계적인 규모의 다국적 회사를 충격에 몰아넣은 겁니다.”

“이 친구는 수익성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들과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꿈이었던 거예요.(웃음)
그것이 이러한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죠.
그러나 그때부터 ‘제국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이 어린 청년의 행동을 해적질이라 규정하고, 여러 공격을 가했고 그 전쟁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지요.
물론 이 주제와 관련해 여러 논쟁의 여지는 있습니다만, 그러나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다국적 기업이나 권력에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죠.
이런 사람들의 문제제기와 변화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권력은 비밀과 음모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진실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안병진 교수는 실상 모든 권위있는 정부와 권력이 비밀과 음모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들은 왜 끊임없이 기밀을 만들어내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요?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임을 자랑하는 CIA에 관한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CIA가 기밀을 유지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찰머스 존슨이라는 세계적 석학이 CIA에서 자문으로 일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하나가 거의 탐정소설 같은 CIA의 기밀 자료들을 보는 일이 너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늦은 밤까지 서재에서 자료를 뒤져본 이 분의 결론은 ‘CIA 의 분석자료 대부분은 그렇게 탁월한 내용이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채널들을 통해 모은 정보들일 텐데도 말이죠”

“가령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당시
CIA는 ‘소련이 서둘러 진주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정책제안을 한다든가, 사실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알아챌 수 있는, 별로 기밀로 여길 가치가 없는 것들도 모두 기밀로 엮여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분이 한 말은 이렇습니다.
‘CIA가 기밀을 유지하는 진정한 이유는 정보의 분석과 보고서 자체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을 자신들의 경쟁 조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익이나 안보라는 명분에서 기밀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조직의 기밀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로부터 조직 보호를 꾀한다는 것인데,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소통’이 아니라 ’저항’

“우리가 어산지의 운동을 주목하고,
앞으로 세계는 위키리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할 만큼 의미있게 여기는 것은 미 제국의 실체를 폭로하고 끊임없이 확장하려고 하는 미국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저항을 굉장히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꿈틀거리고 저항하는 뜨거운 영혼들을 위해

안병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소통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로 우리는 소통을 너무 많이 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창조이다. 
우리는 현재에 대한 저항이 부족하다” - 들뢰즈 & 가타리

바야흐로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위키리크스가 이룩한 혁명을 통해
강력한 무기 하나를 쥐게 된 셈입니다.
하지만 무기는 그 자체로 빛을 발하지 않습니다.
어둠을 향해 진실의 탄환을 쏠 때에만 비로소 무기는 빛날 수 있다는 교훈과
그 용기를 가슴에 담아봅니다. 

정리 | 이유만 (대학생나눔문화)

2010년 타임지 온라인 독자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위키리크스’와 ’줄리안 어산지’였습니다.
이들의 활약으로 지금까지 비밀로 유지되던 수많은 진실들이 폭로되었고, 세계는 위키리크스에 열광하거나 이들로 인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후 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진실의 내용을 분석하고 위키리크스가 불러일으킨 새로운 운동에 주목해 왔는데요. 
 

평화나눔 아카데미 두 번째 강사로 모신 안병진 교수는 ’위키리크스로 새로운 정치운동의 지평이 열렸다’고 합니다.  


특히 위키리크스는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미 제국을 향한 자유로운 개인들의 창조적 저항’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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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3.0 - 김광수 소장이 풀어쓰는 새시대 경제학
김광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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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2011 글로벌 리포트>와 <프리라이더>를 읽고 난 후 본격적으로 연구소의 간행물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으면서 '가진 자의 경제학'이나 '권력의 경제학'이 아닌 '가지지 못한 자의 경제학'과 '변화의 경제학'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2000년 처음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소장을 엮임하고 있는 김광수소장이 지난 2009년에 발간한 것이다. 연구소 설립 이후 여기저기 언론에 실었던 글과 연구소의 경제시평 중에서 자신의 경제학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 편찬한 것이다.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속에는 IMF 이후의 한국경제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평가와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과 정책에 대한 진솔한 비판이 담겨있다. 
 
2009년 현재 한국경제의 뿌리깊은 문제점은 무엇인가?
- 정부 관료/정치인의 무능과 무지/도덕적 해이,
- 고용의 불안정성(비정규직이 50% 전후), 
- 차상위 소득이하의 잠재적 빈곤층 증가일로(전체 1,590만 가구 중 30%),
- 첨단미래산업 투자 부진,
-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 임대주택 공급부족으로 전세/임차난,
- IMF 이후 빈부격차 확대,
- GDP 중 비생산적 건설업 비중 과다,
- 무리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수출대기업만 이익),
- 학력과잉 & 공급과잉의 대학
- 검찰/법원의 보수화, 재벌 기득권화
- 한탕주의, 투기주의 극성
- 정치 무관심
 
이승만 독재의 붕괴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까지 35년간 이어진 군사독재이자 개발독재 체제가 마감한 이후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염원을 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태어났다. 하지만, 국민들과 개혁세력을 기반으로 설립한 두 정부는 일부 정치외교부분에서 성과를 이루었지만, 세계경제의 시대의 흐름과 사회문화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여 경제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실책을 거듭했다. 그 과정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그 결과는 그대로 이승만 이래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최악의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2012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기 위한 분주한 동작들이 보이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한 암중모색과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다. 정당 안팎에서는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의 선거연합을 바라는 각계각층의 희망을 담아내기 위해 모임과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다. 2011년을 전후로 국내외에서 이명박정부의 밀실인사, 회전문인사, 군사정권식 정책과 통치, 언론통제, 일방정치, 소통 불능, 무능 외교, 부정부패의 결과가 동시다발로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과 사람들의 우려처럼 레임덕이 조기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울하고 안타깝다. 조기 레임덕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반대 정치가들에게는 환영할만 한 일이겠지만, 국가적인 입장과 중산층/서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정책집행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 모두 한나라당이 패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 이명박정부였던 만큼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 밖에 없어 민심을 잃었기 때문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경험해 본 결과 한나라당의 패배가 국민들의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조직이나 세력이 정권을 교체하게 되면 또 다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불확실한 개혁이 진행되다가 중단될 것이고 새로운 정권측에서는 재벌과 보수언론, 부정부패한 검찰과 공무원에게 놀림빵만 당하다가 시간만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없는 정권교체는 교체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그 시작은 지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엄정하게 평가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두 번의 정권교체에서 진행된 정책의 공과를 구분하여 잘한 부분을 다시 되살리고 잘못한 부분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나가야 할지에 대해...  한국경제에 대해 수 많은 책들이 나와있는 가운데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교훈을 찾아야 할지 깊게 심사숙고하는 데 있어 이 책과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여러 책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저자의 결론은 장기적으로 현재의 정치경제 주도세력을 과감하게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일회적인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철학과 정책을 지닌 세력과 조직을 구성하고 그들이 소통하고 대안을 세우고 정책을 수립하여 중산층/서민과 함께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한나라당 뿐 아니라 기존 야당의 부정부패한 정치/경제인들 역시 물갈이를 해야 한다. 말 뿐이 아니라 진정한 행동으로 사리사욕을 버리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그 과정을 위해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참여'하는 것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 2011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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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4-0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허술한 서재에 놀러와주셔서 고마워여 ^^

잘 보고 갑니다 ^^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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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산골에는 / 산울림 영감이 / 바위에 앉아 / 나같이 이나 잡고 / 홀로 살더라." 
 
2003년 서울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 관련 직책과 업무에서도 모두 떠나고 난 후, 스님은 강원도 오두막에 온전히 칩거한다. 수행자로서의 자신의 삶과 정진에 집중하시면서 우주와 자연의 진리를 거듭 탐색하신 것... 
 
스님은 이 책에서 '홀로 사는 삶'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펼쳐보인다. 특히 홀로 사는 사람은 남은 세월이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함을 역설하신다.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 젊음만은 아니며,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삶을 가꾸고 관리하면서 새롭게 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으로서는 이러한 새로움이 생활 뿐 아니라 자신의 말과 글도 마찬가지로 새롭게 나타나야 함을 의미한다.
 
홀로 산다는 것이 스님처럼 수도자나 수행자만의 삶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부부나 형제, 가족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각자 혼자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스스로가 온전하게 홀로 사는 삶이 가능할 때만이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순간,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매일매일 삶을 돌아고 낡은 생각과 관행에서 벗어나야만이 어제와 다른 오늘, 그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엄청난 쓰나미로 인해 수 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십만명이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거기에 더하여 원자력발전소가 차례로 문제가 되면서 '체르노빌'의 악몽이 재현되는 상황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 말고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일본이 군사 제국주의자로 한반도를 침탈하여 무고한 생명과 자산을 앗아갔고 전후에도 재일 조선인을 차별해 왔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고 슬픔에 잠겨있는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인간성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해왔음에도 지구의 작은 몸부림에도 그렇게 커다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에 덮친 쓰나미의 위력과 피해를 보면서 20세기 이후 지구상에서 확대일로에 있는 현대문명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문명의 전지구적인 확대와 소비의 확대가 가져온 것이 원자력 발전이고 얼핏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는 인류에게 잠재적인 원자폭탄인 셈이고 자연의 변동에 무기력할 뿐이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빠르고 더 높은 것이 반드시 인류에게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니 후손들까지 고려하여 오랜 기간을 내다볼 때, 더 크고 많고 빠르고 높은 것은 결국 미래의 자원을 현재로 앞당기는 것이고 쓰레기와 비극과 폐해를 미래로 떠넘기는 것이 될 것이다.
 
여러 권 스님의 저서를 읽었는데 이 책은 배움과 깨달음이 다른 책만큼은 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은 아마도 여러 권의 책에 비슷한 스님의 생활과 생각, 철학과 말씀이 담겨있기 때문에 내가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거칠고 힘든 사부대중의 삶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스님의 생활이 못마땅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가치있는 삶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스님이 말하는 홀로 있다는 말의 의미는 외떨어져 혼자 사는 단순한 의미만은 아니다. 홀로 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스님은 명상가 토마스 머튼의 말을 인용한다. 즉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는 것이다. 결국 홀로 있다는 말은 개체의 사회성을 내포한다. 또한 인간은 본래 전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며,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존재할 때 그의 삶에도 생기와 탄력과 건강함이 생긴다고 알려준다. 결국 홀로 사는 즐거움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내가 스님처럼 홀로 사는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즐거움보다 고독함과 게으름이 더 많다...^^
 
 <아름다운 마무리>와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서있는 사람들>,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에 이어 아홉 번째 법정스님의 저서를 읽었다. 이 책은 <오두막 편지> 이후 2004년까지 스님의 삶과 생활, 그리고 생각을 모은 것이다.
 
[ 2011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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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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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경험한 두 가지 상반된 삶의 현장이 있다.
하나. 며칠 전 내가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나눔문화]라는 단체의 총회에 참석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처음 참석한 것이기에 조용히 사무실에 찾아가서 저녁식사(그 단체에서 진행하는 텃밭의 채소로 만든 반찬이 나왔다)를 대접받고 총회가 진행되었다. 단체가 설립된지 10년이나 되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언론 홍보도 시도하지 않은채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되는 신선한(?) 시민단체였다. 내가 특별하게 경험한 것은 총회와 총회 후 강연(우희종교수) 후 단체의 연구원 25명(대다수가 20~30대)이 회원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였다. 단체 사무차장의 소개로 "연구원들의 평균 월급이 104만원"이라고 들었지만, 그 연구원들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과 활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발랄함과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에서 직업과 노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둘. 최근 어떤 중소기업에서 그 단체와 비슷한 숫자의 직원들을 상대로 고용재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반영하듯이 그 회사는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매출이 급감(손익은 손실상태)하였고 지난 달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에 전체 직원에 대한 '연봉동결'을 결정한 상태였다. 직원들은 월급은 최저가 1백몇십만원이고 최고는 3백만원이 넘는다. 평균 월급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면담을 하다보니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급여가 작다고 생각했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서 이직을 못하고 참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결국 한 두명은 연봉인상이 좌절된데 항의하여 퇴사하였고 한 명은 고용재계약 체결을 보류) 처음 회사에서 '연봉동결'을 결정하면서 한 두 명에 대한 연봉인상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직원들의 대표자격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은 그것을 거부하고 '전원 동결'을 선택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이 언듯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두 가지 모습에서 나는 상반되는 세계관과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은, 최저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월급임에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이고 노동과 직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논의하고 그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실천하는 젊은이들과 어느 정도의 급여에서도 자신이 듣고 배운 한정된 지식을 이용하여 하루, 한 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세상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고 휴식과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다행인 것은, 그래도 그들 중 일부는 자신만의 작고 소박한 목표를 세워놓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직업과 노동의 차이나 조직의 성격의 차이로 말미암아 직원들의 가치관과 행복감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쪽은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 주식회사이고 한쪽은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시민단체다. 그럼에도 그런 설명은 그것이 차이를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삶과 행복과 희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 단체와 회사의 직원들의 현재 차이는 목표와 목적, 사람과 방식의 차이일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생각하는 만큼 느끼는 것이고 움직이는 것 만큼 얻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철학이고 사람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 주 공부모임 교재다. 
 
저자는 제1편 [기쁨의 연대], 네그리와 박노해를 시작으로 21명의 한국 시인들의 시구를 통해 21명의 현대 철학자들(그중 20명이 해외 학자)이 21세기에 고민하는 철학의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전의 저서 <철학, 삶을 만나다>에서 "철학은 삶을 낯설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시와 철학이 인간에서 있어서 동일한 주제, 즉 인문학적 성찰이 일상적 세계를 동요시키고 낯선 세계를 도래시키는 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하여 글을 쓴 것이라고 말한다. 시와 같은 예술이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인생과 세상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 온 시와 철학을 책 한 권에 묶어내는 저자와 출판사의 저작 & 편집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는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민중이 아닌 다중의 논리가 필요함을,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를 통해 언어에는 뼈가 있음을, [아렌트와 김남주]를 통해 인간의 사유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임을, [알튀세르와 강은교]를 통해 삶의 우발성과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인간적인 에로티즘의 비밀을, [벤야민과 유하]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논리와 유혹을, [레비나스와 원재훈]을 통해 무한으로서의 타자와 기다림의 신비를,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의 지혜를, [푸코와 김수영]을 통해 미시정치학의 경향과 자발적 복종의 무서움을, [고진과 도종환]을 통해 대화의 재발견과 타자로서의 비약이 지닌 신비를, [하이데거와 김춘수]를 통해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들뢰즈와 최두석]을 통해 마주침과 주름의 논리를, [샤르트르와 최영미]를 통해 애무와 섹스의 비밀을, [아도르노와 최명란]을 통해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과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데리다와 오규원]을 통해 죽음과 삶의 관계, 해탈을 위한 해체론을, [아감벰과 한하운]을 통해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와 생명정치의 무서움을, [메를로-퐁티와 정현종]을 통해 육화된 마음과 사랑과 고독의 진실을, [리오타르와 이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를, [바디우와 황지우]를 통해 사랑의 내적 구조를,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에 목마른 인간과 인정투쟁의 심리학을, [박동환과 김준태]를 통해 한국인의 사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덕분에 전혀 몰랐던 한국 시인들의 시와 느낌으로 다가오는 몇몇 시구를 만났고 현대의 철학자들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주제와 철학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기형도시인의 [소리의 뼈]와 유하 시인의 [오징어], 김수영시인의 [하... 그림자가 없다] 등을 통해 새롭게 알고 싶은 시인, 읽고 싶은 시집을 소개받은 셈이고 오랜만에 박노해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와 김남주시인의 <사랑의 무기>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푸코, 니체, 샤르트르, 하이데거의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현대 철학자인 네그리, 아렌트, 벤야민 등의 철학세계도 기회가 되면 접하고 싶다.
 
이름있는 많은 시인들의 시 구절과 더불어 책 속에는 인문학적 고찰을 위해 다양한 에피소드와 비유, 음악과 노래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도 않았다. 책을 덮고 난 후, 저자의 발간 의도대로 현대 철학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과 논의하는 주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부제처럼 '한국 시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의 풍경을 바라본' 셈이다. 500쪽도 되지 않는 책 속에 42명의 철학자와 시인이 등장하니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책 속에 나타나 있는 몇 명의 철학자나 시인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시구에서 주제를 뽑아내는 과정과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규정하고 설명하는 저자의 글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음에도 저자가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적용하면서 쉬운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였기에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훌률한 철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독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저술가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독자들이 시인의 문학 세계를 한 구절의 시구를 통해, 그리고 철학자의 세계관을 그의 저작 중의 몇 개의 문단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저자가 많은 시집을 읽어보고 비교,연구해본 후에 21개의 시구를 선정한 것에 대해, 그리고 현대철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소개하는 현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을 소개, 설명한 것에 대해서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다. 내가 저자만큼 그 시인들의 시집을 읽어본 적도, 비교하거나 연구한 적도 없고 철학자들의 저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몇 가지 시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구체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 전체의 설명에 대해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저자는 박노해시인의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들어 있는 시구 [인다라의 구슬] 한 편으로 박노해시인이 민중을 벗어던지고 '다중'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단정짓는데 이것은 박노해시인의 시 세계와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다시 읽어보고 최신 시집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읽어보면, 박노해시인이 시집의 제목을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정한 이유가 1990년대까지 한국의 지성계를 휩쓴 이념이나 노선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 즉 '민중'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디라의 구슬]은 시인이 바라보는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이 매우 폭넓어졌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사람(민중)을 중심으로 여러 종교와 철학을 재해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시와 철학이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비슈켄스타인의 표현을 빌려 사실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나도 최근 몇 십년 만에 시집을 몇 권 읽기 시작했고 철학적인 서적들도 읽어왔지만, 저자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 생각으로는 시와 철학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이해와 의지의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서 나타나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부터도 그렇고 학교를 다닐 때에도 가정, 학교, 사회생활에서 우리 모두가 문학이나 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입시교육, 정치경제, 경쟁, 영상음악 등을 주로 접해 왔지 않은가...  
 
[ 2011년 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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