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심심산골에는 / 산울림 영감이 / 바위에 앉아 / 나같이 이나 잡고 / 홀로 살더라." 
 
2003년 서울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 관련 직책과 업무에서도 모두 떠나고 난 후, 스님은 강원도 오두막에 온전히 칩거한다. 수행자로서의 자신의 삶과 정진에 집중하시면서 우주와 자연의 진리를 거듭 탐색하신 것... 
 
스님은 이 책에서 '홀로 사는 삶'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펼쳐보인다. 특히 홀로 사는 사람은 남은 세월이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함을 역설하신다.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 젊음만은 아니며,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삶을 가꾸고 관리하면서 새롭게 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으로서는 이러한 새로움이 생활 뿐 아니라 자신의 말과 글도 마찬가지로 새롭게 나타나야 함을 의미한다.
 
홀로 산다는 것이 스님처럼 수도자나 수행자만의 삶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부부나 형제, 가족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각자 혼자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스스로가 온전하게 홀로 사는 삶이 가능할 때만이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순간,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매일매일 삶을 돌아고 낡은 생각과 관행에서 벗어나야만이 어제와 다른 오늘, 그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엄청난 쓰나미로 인해 수 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십만명이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거기에 더하여 원자력발전소가 차례로 문제가 되면서 '체르노빌'의 악몽이 재현되는 상황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 말고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일본이 군사 제국주의자로 한반도를 침탈하여 무고한 생명과 자산을 앗아갔고 전후에도 재일 조선인을 차별해 왔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고 슬픔에 잠겨있는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인간성일 것이다. 그리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해왔음에도 지구의 작은 몸부림에도 그렇게 커다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에 덮친 쓰나미의 위력과 피해를 보면서 20세기 이후 지구상에서 확대일로에 있는 현대문명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문명의 전지구적인 확대와 소비의 확대가 가져온 것이 원자력 발전이고 얼핏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는 인류에게 잠재적인 원자폭탄인 셈이고 자연의 변동에 무기력할 뿐이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빠르고 더 높은 것이 반드시 인류에게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니 후손들까지 고려하여 오랜 기간을 내다볼 때, 더 크고 많고 빠르고 높은 것은 결국 미래의 자원을 현재로 앞당기는 것이고 쓰레기와 비극과 폐해를 미래로 떠넘기는 것이 될 것이다.
 
여러 권 스님의 저서를 읽었는데 이 책은 배움과 깨달음이 다른 책만큼은 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은 아마도 여러 권의 책에 비슷한 스님의 생활과 생각, 철학과 말씀이 담겨있기 때문에 내가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거칠고 힘든 사부대중의 삶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스님의 생활이 못마땅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 가치있는 삶이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스님이 말하는 홀로 있다는 말의 의미는 외떨어져 혼자 사는 단순한 의미만은 아니다. 홀로 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스님은 명상가 토마스 머튼의 말을 인용한다. 즉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는 것이다. 결국 홀로 있다는 말은 개체의 사회성을 내포한다. 또한 인간은 본래 전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며,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존재할 때 그의 삶에도 생기와 탄력과 건강함이 생긴다고 알려준다. 결국 홀로 사는 즐거움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내가 스님처럼 홀로 사는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즐거움보다 고독함과 게으름이 더 많다...^^
 
 <아름다운 마무리>와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서있는 사람들>,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에 이어 아홉 번째 법정스님의 저서를 읽었다. 이 책은 <오두막 편지> 이후 2004년까지 스님의 삶과 생활, 그리고 생각을 모은 것이다.
 
[ 2011년 3월 16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