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이름을 올린 단체?는 자연과학분야에 중점을 둔 중국의 교육플랫폼이라고 한다. '작게는 아원자세계의 전자에서 크게는 성운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23가지 공식'을 다룬 이 책은 인류의 문명에서 큰 획을 그은 공식을 통해 그러한 공식들이 어떻게 얼마나 자연과 사회의 역사를 탐구하고 변화를 추동했는지 설명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이론편과 응용편.
이론편은 수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굵직한 공식들이 소개되고 응용편에서는 그 공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 폭넓게 조망한다.
시작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익숙한 자연수와 덧셈에 대해서다. 수의 포함단위에서 최소단위라 할 수 있는 자연수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자연수는 그저 기본값이었고 자연수를 포함한 정수 그다음 유리수 그다음 실수 그다음 복소수 이렇게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다른 수집합 정의들만 배웠던 것 같은데 자연수의 정의는 신선했다. '우리는 자연수계를 정의할 수 있다. 자연수계 N에서 원소가 공리1~5를 모두 만족할 때 그 원소를 '자연수'라고 한다. (p. 22)' 페아노공리 라고 불리는 이 공리들을 보며 수학은 규칙과 정의의 학문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그러니까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of기초' 라고나 할까.
기존에 이미 배워알고있다고 여긴 공식들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알게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예를들어,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우주가 평평한지 판단하는데 이용된다는 것(피타고라스 정리가 성립하지 않으면 우주는 평평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p. 45)이나, 제논의 역설에 대해 제논은 미분만 했을 뿐 적분은 하지 않았(p. 71) 기 때문에 제논의 (거북이와 아킬레우스의 경주)역설이 일면 타당해보일 수 도 있었다는 것 등등
수학자들의 업적을 읽다보면 그렇게 골치아프고 실생활에 그닥 유용해보이지 않는 규칙에 대해 왜 그리 골몰하나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페르마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보기에 페르마의 추측은 인류 수학계에 큰 공을 세웠다. 다수의 학자들이 페르마의 추측을 연구할 때 수많은 새로운 수학 이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p. 61)' 즉 누군가에게는 그 공식 자체가 의문이 되고 성과가 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그 공식이 도출되기 까지 그리고 도출되고 나서 응용되는 활용도가 굉장히 의미있다는 것이다. 공식 자체로는 무용해 보일 수 있으나 그 공식이 기초가 되어 세워지는 건물은 인류문명의 금자탑이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공식들은 어려웠고 다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공식의 기호들을 읽을 수 조차 없다해도 큰 상관 없었다. 나는 그 공식들을 이해하고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그런게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저렇게까지 이용될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면 그뿐. 예를들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p. 113)' 이라는 오일러공식에 대해 나는 저 공식이 왜 아름답다는 거지?하며 의문이 생기지만 '수학의 5대상수를 융합' 했기에 수학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고 말한다는 것에 아하 하며 고개끄덕이면 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E=mc² 이라는 아인슈타인공식이 왠지 멋있어보였었는데 이 공식이 '고전역학에서 서로 독립된 질량 보존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결합해 '질량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되었다. 따라서 질량은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질량이며 시간은 공간이고 공간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p. 213)' 을 읽고나니 진짜 대단한 법칙이구나 싶어서 새삼 또멋져보이기도 했다.
다른 수학책을 읽었을 때 '베이즈의 법칙' 에 대해 그 주관적 확률이 왜 그토록 칭송되고 활용되는지 '베이즈의 정리'을 다룬 책한권을 다 읽고도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베이즈의 논문은 인류가 가장 최신의 정보로 갱신될 것이라는 뻔한 견해를 내놓았다. 처음 어떤 것에 대한 신념이 자리 잡은 후에 우리는 새롭고 향상된 신념을 얻게 된다. 쉽게 말해 경험이 이론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p. 381)' 는 일종의 '역확률' 문제로 '경험'의 확률로 읽고나니 '베이즈의 확률'계산법이 조금 이해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 뜻밖의 수확이었다.
저자의 '이 '쓸데없어 보이는' 공식이야말로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인류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눈앞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p. 430)' 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책속에 나오는 공식들이 그 탄생과 발전에 있어 인류문명발전에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한 티비프로그램에서 김상욱교수의 '공식선물'을 본 적이 있다. 김교수는 자신만의 특별한 선물에 대해 소개하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에게 공식을 적은 메모를 선물해주었다. 세상의 수많은 공식중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공식이 무엇일까 그때 처음 생각해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선물을 받는다면 어떤 공식이 적힌 메모를 받고 싶을지 골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며 기왕이면 정말 '아름다운 공식'이었으면 좋겠다싶다. 그러면 이 책속의 23가지 공식에서 골라봐야 하려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