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라는 소설의 첫문장으로 시작하는 <한낮의 시선>은 말테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물아홉 한명재 라는 청년의 독백이다. [말테의 수기]라는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한낮의 시선>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 작품의 인용들로 미루어보건대 <한낮의 시선>은 [말테의 수기]를 오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말테의 수기]라는 작품은 <<삶의 본질을 냉철하게 바라본 릴케의 유일한 장편소설 『말테의 수기』. 작가 지망생인 스물여덟 살의 덴마크 청년 말테는 화려한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 오지만, 오히려 곳곳에 가득한 죽음과 불안의 냄새를 맡는다. 지독한 가난과 소외, 죽음마저 규격화된 도시의 비정함. 그는 예민한 감성으로 대도시의 허상을 기록하는 한편, 자신의 내면으로 점점 깊이 침잠해 들어가 실존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 철저한 고독을 깨달아 간다.>> 라고 소개되는데, <한낮의 시선>의 줄거리와 흐름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감성적인 시로 유명한 릴케의 소설인만큼 문장도 남다를 것 같은데, <한낮의 시선> 또한 줄거리 자체보다는 문득문득 여운을 주는 문장이 좋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릴케의 감성이 스며든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