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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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찾은 행복

그림이 예뻐서 눈길이 가던 책이었다. 게다가 그 예쁜 그림의 장소가 제주도였다. 제주는 언제나 옳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호주에서 유학한 후 제주에 정착한 루씨쏜 이라는 작가를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평생의 반려자를 어떻게 만나 어떤 시간을 함께 해왔는지를 담은 이 에세이는 그러니까 일종의 사랑의 세레나데다.

고향도 아니고 인연도 없는데 해외이민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에 정착하게 된 이 에세이는 그러니까 일종의 정착 도전기이다.

화가가 꿈이었으나 결혼과 출산 등으로 줄어들어다가 미루었다가 접어두었다가 다시 활짝 펼치고 개인 아뜰리에까지 갖게된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는 그러니까 일종의 꿈의 실현기이다. (무엇보다도 한달살이 두달살이도 큰맘먹고 해야 하는 모두의 로망 제주살이를 정착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가장 꿈의 실현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

사랑을 만나고 꿈을 이루고 원하던 곳에 정착을 했으니 행복하지 않을리 없다. 그러니 이 책의 소제목이 '제주에서 찾은 행복'이 되었으리라.

사실 나는 그림이 궁금해서 본 책이었다.

그래서 다행히도 한페이지 가득 채워진 그림들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 다감한 색채의 향연 같은 그림들이 한지에 채색한 한국화라니 실물이 더없이 궁금해졌다.

흰색 종이에 먹색 선들로 여백의 미 만 있는 줄 알았던 동양화가 이렇게 파스텔톤으로 핑크핑크하게 가득 채색될 수 있다니 놀라우면서도 하얀색 바탕에 먹으로만 그린 저자의 그림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여하튼, 여러모로 부럽고 또 부러운 제주살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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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고전의세계 리커버
장 자크 루소 지음, 황성원.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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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해두자면, 이 책은 <에밀>의 전편을 담고 있지 않다. 문고판으로 머리말과 1장만 가볍게 묶은 책이다.

<에밀 또는 교육론>은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자신의 저서 중 가장 훌륭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쓰기까지 '20년의 성찰과 3년의 작업'을 거쳐야 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루소는 1740년에 리옹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교육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고, 그로부터 20년 후인 1760년에 1천 쪽에 달하는 원고를 탈고한다. (p. 7)-들어가는 말 中-

그러니까 <에밀>은 원래 1천 쪽에 달하는 엄청난 벽돌책이다. 하지만 교육관련 전공을 한 사람들이라면 루소의 교육론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상이었다. 아니 교육관련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중고생의 사회과목에도 사상가로서 루소는 꼭 등장하는 인물이다. 천재사상가였던 그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양극으로 갈린다. 무엇보다 교육론인 <에밀>을 쓴 저자가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고아원에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생애를 잘 알지 못하고서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모순이다.

후대의 많은 인물이 <에밀>의 사상에 흠뻑 빠져들었다. 평생 시계처럼 날마다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를 산책하던 칸트가 딱 한 번 산책을 거른 적이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에밀>을 읽던 날이었다고 한다. 괴테는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호메로스를, 그리고 머리에는 언제나 <에밀>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폴레옹 또한 자신의 진중문고에 <에밀>을 꼭 챙겨 다녔다고 한다. (p. 9) -들어가는 말 中-

어떻게 보면 시대의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던 개혁사상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사상가가 루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에밀>은 저자 자신이 손에 꼽은 저작이기도 하지만 교육론을 넘어 당대의 많은 모순점들을 포괄하여 지적하고 있는 책이기에 더욱 널리 읽히고 큰 호응 및 거부를 일으켰을 것이다. 루소는 '아이가 작은 어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인격이요 완전한 존재임을 발견한 것이며, 자연에 따라 '인간을 양성하는 기술'로서의 교육을 발견 (p. 15)' 한 사람이다. 따라서 '루소는 20세기의 모든 교육 개혁가가 택한 길의 교차점에 있다. (p. 18)' 끊임없이 읽혀지는 고전들은 읽고나면 그 이유를 깨닫게 되곤 한다. 루소의 <에밀>도 그러한 고전임에 분명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가정 교육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보다 나은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p. 24) 나로서는 인간이 태어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내가 제안하는 바에 따라 그들 자신이나 타인에게 최선의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p. 28) -머리말 中-

루소는 책을 시작하는 짧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사려깊고 훌륭한 어머니 한 분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p. 23)' 고 말한다. 의도와 달리 쓰다보니 엄청난 두께의 책이 되어버렸다고 ㅎㅎ 아마도 루소는 가정교사라던가 당대 귀족들의 집에서 도움을 받으며 살다보니 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됐고 그 많은 사실들이 무척이나 문제가 많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조물주의 손에서 나온 모든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온전한 반면, 인간의 손에 들어오면서 속수무책 나빠진다. (p. 33)

라는 에밀 1권의 첫 문장은 무척이나 유명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 문장에 대해 옮긴이의 주석을 보면 '대부분의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이 대목을 '선'과 '악'의 관념을 사용하여 '모든 것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하지만 인간의 손에 들어오면 타락한다'로 번역한다. 물론 이런 번역이 오역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서로 상반되거나 대립되는 내용을 즐겨 사용하는 루소의 표현 방법을 빌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점도 있다. 다만 원문에는 '악mal'이라는 말이 '선bon, bien'과 서로 맞대어 비교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염두하고 신중하게 원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주석19 p. 172)' 라고 설명되어 있다. 불어를 모르므로 옮긴이가 써준 불어 원문을 보고도 알수 없었지만,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첫 문장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무르고 약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힘이 필요하고,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며, 어리석은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판단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 갖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한 모든 것을 교육에서 얻는다. (p. 35)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그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일이다. 내 손을 떠날 때 그는 분명히 법률가도 군인도 성직자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누구 못지않게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p. 44)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갈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p. 47)

루소의 문장들은 지금 읽어도 고개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니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관점이 당대에는 파란을 일으켰던 것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서구사회 지식인들이 흔히 그렇듯 루소도 고대의 지식들을 자주 활용한다. '공공교육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면 플라톤의 <정체 politeia>를 읽어 보라.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되는 바와 같이 정치에 관한 것이 전혀 아니다. 이는 지금까지 쓰인 가장 훌륭한 교육론이다. (p. 41)' 에 대해 옮긴이는 주석에서 ''정치와 교육'에 대한 고대적 논의가 플라톤의 <정체>라면, 이것에 관한 근대적 논의는 루소의 <에밀>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석37. p. 177)' 라고 덧붙인다. 플라톤의 <국가>는 정치체제에 대한 책이라던가 고대철학서로 읽히는 경우가 많지만 루소의 말처럼 교육서로 읽을만한 책이기도 하다. 고대의 지식을 다시 찾는 사상가들을 볼때마다 고대이후 2천년간 인류는 참 변한게 없구나 하는게 새삼 느껴져서 좀 허탈한감도 없지않다. 여하튼, 루소는 자신의 교육론을 펼쳐내기 위해 '가상의 제자를 한 명 만들었다. 또 내가 그를 교육하는 데 적합한 나이, 건강 상태, 지식수준을 비롯한 모든 재능을 가졌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한 사람의 성인이 되어 자신 외에 다른 안내자가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그를 교육해보기로 했다. (p. 68)' 그가 바로 에밀 이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그것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p. 71)

사실 지금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 가르침을 루소는 어떻게 해낼 것인가? 그 본격적인 교육이 책 <에밀>에서 펼쳐진다.

이 책은 원본의 1장까지만 다루고 있는 얇은 책이지만 <해제>에 <에밀>전체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상세히 되어 있다. 사실 나는 이 요약본을 읽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한 것이다.

루소의 <에밀>은 한 교사가 에밀이라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결혼하기까지, 건전하고 자유로우며 공화국에 합당한 시민으로 어떻게 자라는지 다양한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루소는 이 책에서 아동의 성장 발달 단계를 다섯 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적합한 교육 과정을 제시한다. 이 발달 단계는 크게 영,유아기, 아동기, 소년기, 청년기 그리고 성년기로 나뉜다. 전부 5권(각각 나뉜 5권이라기보다 한 저작 안의 5부로 보는 것이 좋다)으로 이루어진 <에밀>의 각 권은 이 다섯 단계와 일치한다. (p. 138)

책<에밀>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성장사를 읽음으로써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치관이 들어가는 과정은 굉장히 폭넓은 사상을 투영하게 됨으로 읽기 어려운 책이라고도 한다. <해제>에서 짧게 언급된 각 권의 설명들을 보며 만만치 않겠다 싶으면서도 무척 궁금해진다. 루소는 에밀을 과연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잘 교육 시켰을지.

ps. '누구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토록 신성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자는 오래도록 자신의 잘못에 대해 쓰라린 후회의 눈물을 쏟게 될 것이며 결코 그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것이다. (p. 65)' 라는 문장은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담은 문장이라고 한다. 옮긴이는 주석에서 '루소는 <에밀>을 쓰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읽게 될 젊은 이들이 같은 잘못으로 과오를 범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고백2> 121쪽)'라고 말한다. (주석48. p. 180)' 라고 부연설명한다. 루소는 천재적인 사상가였고 특히나 교육론에 선구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 다섯을 모두 고아원에 버렸다. 물론 당시 루소의 상황이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는 하나 분명 잘못은 잘못이다. 후에 상황이 나아졌을때 고아원에 아이들을 찾으러 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루소의 아이들은 루소를 비판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큰 비난요소가 되었다. 개인사적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루소 본인의 아버지로서의 입장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에밀> 책 자체만 봤을 때는 분명 대단하다. 1장만 봤는데도 그랬다. 비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좀더 잘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루소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루소의 교육론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에밀>은 읽어봐야 할 고전이 아닐까하고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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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갈 땐, 주기율표 - 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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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화학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력이 참 다채롭다. 짧게 말하자면 공학박사이자 작가인데 세세히 보자면 화학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라디오나 티비에 출연하기도 하며 펴낸 책도 소설부터 과학책까지 그 범주가 널을 뛴다. 그러니까 본업은 과학 특히 화학인데 즐기는 것은 온갖 상상의 세계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번 책은 간만에 그의 본업을 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졌고, 화학은 그 모든 것을 어떻게 만들고 분해하고 고칠 수 있는지 따져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병을 낫게 하는 약에 관한 화학도 있었고, 육중한 기계가 돌아가는 거대한 공장을 유지하는 데 이용하는 화학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화학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에 이름만 간단히 소개된 그 원자들이 주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소개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p. 7) -시작하며 中-

저자는 특유의 그 폭넓은 활동 중에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던 코너에서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읽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쉽고 편안한 과학에세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8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중 1번부터 20번까지에 해당하는 전형원소만 다루었다. 차례도 보면 주기율표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이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는 사실 중학교 과학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원소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중학생 이상의 대중은 누구나 읽을만한 책인 셈이다.

수소, 헬륨, 리튬, 질소, 산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원소 기호들은 생각해보면 은근히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이 (나름은) 익숙한 원소들에 대해 새로운 특성들을 연결지어 설명해준다. 차례에서 원소와 짝꿍지은 힌트들만 봐도 그 신선함이 느껴지는데,

1. 수소와 매실주, 2. 헬륨과 놀이공원, 3. 리튬과 옛날 노래, 4. 베릴륨과 보물찾기, 5. 붕소와 애플파이, 6. 탄소와 스포츠, 7. 질소와 목욕, 8. 산소와 일광욕, 9. 플루오린과 아이스크림, 10. 네온과 밤거리, 11. 소듐과 냉면, 12. 마그네슘과 숲, 13. 알루미늄과 콜라, 14. 규소와 선글라스, 15. 인과 기차 여행, 16. 황과 긴 산책, 17. 염소와 수영장, 18. 아르곤과 제주도, 19. 포타슘과 바나나, 20. 칼슘과 전망대

를 보며 어떤 원소의 힌트는 아하~! 싶기도 하고 어떤 원소의 힌트는 뜻밖의 소재와 연결되어 있어 뭐지뭐지??? 싶기도 하다.

118가지 원자를 대체로 가장 가벼운 것부터 점점 무거운 것 순서로 차례대로 나열하면서, 서로 성질이 비슷한 원자들을 알아보기 쉽게 배치해 놓은 도표가 바로 주기율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항상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순서로 적혀 있지는 않으나 대략적인 순서는 그렇다. 주기율표에서는 대체로 아래위로 같은 줄에 있는 원자들끼리, 그러니까 같은 열에 적힌 원자들끼리는 성질이 비슷하다고 한다. (p. 27)

학창시절에 달달 외우며 배웠던 주기율표가 지금 뭐 생각나는 내용이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렴풋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내용들로 신선하게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내가 지금과 같은 몸을 물려받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DNA에 포함된 수소가 다른 부분을 끌어당기는 수소결합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켰기 때문(p. 18)' 이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90%가 수소 아니면 헬륨(p. 35)' 이며 '지구상에서 리튬 덩어리보다 더 가벼운 덩어리는 없다. (p. 49)' 라거나 '아름다운 초록빛 에메랄드를 이루는 핵심 성분은 베릴륨이다. (p. 67)' 등 원소들의 이야기는 휴가갈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편이다.

'생명체의 삶이란, 탄소가 많이 들어 있는 온갖 물질을 만들고 분해하고 주고받고 빼앗고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p. 103)' 라거나 '질소 기체의 삼중 결합을 끊어 생명체가 활용하기 좋은 질소 원자로 바꿔 주는 이 세균들이 없다면 식물이 자라지도 못하고, 동물도 살아갈 수 없다. (p. 121)' 등 원소들을 통해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고, '네온은 과학 발전이라는 퍼즐의 빈자리를 채우는 중요한 물질이었던 셈이다. (p. 177)' 라고 과학사를 잠깐 알게 되기도 하며, '모든 풀과 나무의 평화로운 초록색은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화학물질 때문에 생긴 것이다. (p. 197)' 라거나 '강대원은 모스펫을 개발한 공적을 인정받아 세상을 떠난 뒤에 미국 발명가명예의전당에 올랐다. (p. 254)'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미 알고 있던 기호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다른 호칭으로 부르는 원소가 있어서 뭘까 싶은 것이 Na 소듐과 K 포타슘이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책의 뒷부분에 가서 읽을 수 있었다.

2016년에 대한화학회가 원소 이름을 영어 발음에 가깝도록 바꾸는 지침을 마련하면서 칼륨이라는 이름이 포타슘으로 또 한 번 바뀌었다. 이때 나트륨은 소듐으로, 플루오르는 플루오린으로 바뀌는 등 몇몇 원소가 새 이름을 얻었다. (p. 341)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알겠는데 아직 제대로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들은 중학교 과학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교과서에도 여전히 소듐이 아니라 나트륨으로 포타슘이 아니라 칼륨으로 쓰여지고 있다. 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서로 소통하기에는 영어식 통일화가 편리했을지 모르나 수십년간 사용되어온 호칭을 바꾼다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몸속에 있는 칼슘을 제외하고 살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칼슘이 아마 시멘트 속에 있는 칼슘이 아닐까 싶다. (p. 357)' 칼슘은 우리 신체의 구조만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구조도 만들었었구나~ 이처럼 일상과 그닥 상관없어 보이는 원소들이 실은 생각보다 밀접하게 우리의 모든 일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친근하게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들을 읽고나니 다른 원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저자가 다른 원소들의 이야기도 언젠가 이처럼 쉽고 재밌게 책으로 써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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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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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냉혹한 '스노볼'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창비에서 새로 시작한 영어덜트 문학 시리즈 소설Y. 운좋게도 그 시리즈를 차근차근 다 읽을 기회를 얻었다. 나나, 나인, 스노볼. 지금까지 나온 세편의 작품 모두 기막히게 재미있고 압도적으로 빠져든다. 눈이 읽는 속도가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다음이 궁금한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조급해하며 읽게되는 소설들이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모두 이럴수가!!! 청소년문학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시리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꽁꽁 얼어붙은 세계에서 스노볼은 유일하게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유리 천장이 돔처럼 둘렸고, 그 모습이 장난감 스노볼같이 생겼다고 해서 스노볼로 불리게 됐다. 그리고 고해리처럼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액터라고 불리며, 액터의 삶은 리얼리티 드라마로 편집돼 만천하에 방송된다. (p. 11)

지구가 얼어붙은 미래사회 각 지역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자가발전을 통해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계절의 변화와 삶의 여흥이 남아있는 지역은 스노볼 뿐.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촬영되고 드라마로 편집되어 세계에 방송되는 것을 직업이자 책임으로 인식한다. 삶이 드라마가 되는 액터와 그들의 삶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디렉터 그리고 그런 인생드라마를 설계한 스노볼의 책임자 이본미디어그룹.

전 세계에는 총 열네 개의 기차 노선이 있고, 각 노선마다 기차가 한 대씩 배정돼 있다. 모든 기차는 스노볼에서 출발해 '가'부터 '하'까지 각 노선을 따라 달리며 마을 발전소들과 학교 급식에 필요한 식량,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물품, 마을 사람들이 아주 이따금 주문하는 스노볼의 물건 따위를 배달한다. (p. 20)

설국을 달리는 기차, 전 세계에 방영되는 리얼리티 드라마 속 액터 이 설정들은 당연히 설국열차와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스노볼 속 기차는 유일무이한 한 대가 아니고 스노볼 속 드라마는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 헝거게임이 아니다. 스노볼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에 일희일비하는 전세계 시청자들이 좌우되는것 같지만 사실 흔들리는 건 스노볼 속 세상이다. 장난감 스노볼이 그러하듯이.

나와 타인의 삶이 딱히 구별되지 않는 이 쳇바퀴 무덤을 떠나, 오직 나만이 연출할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스노볼을 향해 나는 부지런히 달린다. 쳇바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부쩍 스노볼에 가까워진다. (p. 28)

"그래서 말인데"

차설 디렉터가 부러 말을 한 번 끊어 간다.

"지금부터 초밤 양이 해리의 대역을 해 주면 좋겠어요" (p. 51)

비유적 쳇바퀴가 아니라 정말 쳇바퀴처럼 생긴 기계를 돌려 발전소를 운영해야 하는 일상은 그야말로 정말 '쳇바퀴 굴리는 삶'이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발전소의 노동자가 된 열일곱살 전초밤, 그녀의 꿈은 디렉터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초밤의 롤모델인 차설 디렉터가 찾아와 초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디렉터가 아니라 액터가 되어 달라고, 그것도 스노볼 드라마 중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고해리의 대역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초밤의 인생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누가 올라타든 상관없이 빙빙 돌아가는 쳇바퀴의 삶이 아니라,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인생이었다. 오로지 나만이, 해리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p. 60)' 자신만의 인생을 갈망하던 초밤, 시작은 대역일지라도 언젠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거라 믿었기에 했던 선택, 그 선택으로 인해 스노볼 세상도 뒤집어지게 된다.

스노볼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이본 가 사람은 출연하지 않는다. 이본 미디어 그룹은 지금의 스노볼 시스템을 만든 재건 가문으로서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액터와 디렉터를 보조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전력을 생산하거나 사생활을 공유하라는 시민의 기본 의무가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p. 105)

공정한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본 가문에 대해 사람들은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그러니 차기 회장 이본회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똑똑한 지성과 넘사벽 외모에 독보적 매너까지 갖춘 이본회, 그에겐 어딘가 비밀스런 구석이 많다. 초밤은 우연히 그 비밀을 엿보게 된다. 그의 거울 속 세상에서.

난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야. 너희와 함께 (p. 430)

스노볼 1권에서는 고해리로 살게 된 전초밤이 고해리의 죽음을 파헤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차설 디렉터가 한 저 말 한마디는 보기보다 의미심장하다. 초밤이 알지 못하는 더 엄청난 세상의 비밀이 2권에서 펼쳐진다.

"넌 세상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니?"

"몇 번을 말해. 그딴 일에, 아무 관심 없다고!"

"영웅은 타인을 위해 세상을 구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

"뭐?"

"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 (p. 145 -2권 中)

초밤은 고해리프로젝트를 진행한 차설 디렉터 가문과 맞선 것으로 세상이 알아야 할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밤이 알게된 이본회의 비밀 그 가문의 거울을 초밤이 본 것을 알게된 이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권보다 더 거대해진 그 비밀은 지구를 스노볼처럼 만들어 버리는 스케일로 2권에서 숨가쁘게 펼쳐진다.

내가 청소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성장기가 대부분 해피엔딩이라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그 과정을 읽는 내내 점점 빠져드는 몰입감은 한순간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소설은 역시, 일단 재밌고 볼 일이다! 그 재미에 있어서 <스노볼 1, 2> 는 정말 짱이었다!! 앞으로도 한껏 기대해본다. 소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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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 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서가명강 시리즈 20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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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위기와 변화의 풍랑 속에서 불멸의 역사를 만든 4인의 로마 황제들

저자는 서양사에서 국내 대표적 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로마사. 더구나 내가 감탄하며 읽었던 <하이켈하임 로마사>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로마사에 있어서만큼은 믿을만한 저자라는 의미다. 또한 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의 20호 이다. 얇지만 알찬 서가명강 시리즈 몇 권을 읽고난 후 난 이 시리즈의 팬이 되었다.

서양사에 있어서 가장 굵직한 줄기는 아마도 '로마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유럽사는 곧 로마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로마의 흔적은 지금도 유럽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로마사 중에서도 제국을 이룩한 황제 4명에게 포인트를 맞춰 '리더'의 역량에 대해 고찰해보려 한다. 그 4명은 바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 이다.

주인공이 4명인만큼 책의 구성도 4부로 각 챕터당 한명의 황제를 집중분석한다. 사실 분석이라기 보다는 황제의 일대기와 당대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따라서 서양사나 로마사를 좀 읽은 독자라면 각 황제에 대한 요점정리 같을 것이고 역사에 큰 관심이 없던 독자라면 로마사 핵심황제들의 작은 위인전 처럼 읽을 수도 있을 책이다.

각 인물들에 대한 정리 이후엔 2가지의 질문과 답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몇페이지들 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인물들의 평가와 업적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그 황제들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4인의 리더인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는 로마를 강력한 국가로 만드는 데에 기여한 리더들이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장점과 단점은 있다. 그럼에도 역사상 등장했던 많은 제국들 중 '영원한 로마'라고 불리는 것은 많은 부분 이들의 업적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중략) 훌륭한 리더는 본인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준다. (p. 243)

이력서 (履歷書) 라는 단어의 한자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이 단어는 내게 역사적 의미가 있는 단어가 되었다. 밟을 리(이) 지날 력(역) 이라는 것은 한글로 쉽게 풀어쓰면 신발이 지나온 길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 신발이 밟고 지나온 길 그것이 바로 내 이력이다. 역사책은 인간의 이력서인 셈이다. 그 시간들은 현재를 반추하게 하고 미래를 수정하게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를 해석하는 기준이고 관점이다. (따라서 역사서는 다양하게 많이 읽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리더를 선출해야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책을 마무리하지만, 로마제국 4명의 황제들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4명의 황제의 리더십은 은근 잘 정리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결심과 그 선택이 나의 이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황제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황제의 입장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황제들과 동시대에 살았던 대다수 민중의 삶을 생각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책속에 등장하는 4명의 황제는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시대의 리더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비교해가며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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