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갈 땐, 주기율표 - 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주기율표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초사흘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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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주기율표의 찰떡 케미스트리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화학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력이 참 다채롭다. 짧게 말하자면 공학박사이자 작가인데 세세히 보자면 화학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라디오나 티비에 출연하기도 하며 펴낸 책도 소설부터 과학책까지 그 범주가 널을 뛴다. 그러니까 본업은 과학 특히 화학인데 즐기는 것은 온갖 상상의 세계라고나 할까. 여하튼 이번 책은 간만에 그의 본업을 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졌고, 화학은 그 모든 것을 어떻게 만들고 분해하고 고칠 수 있는지 따져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병을 낫게 하는 약에 관한 화학도 있었고, 육중한 기계가 돌아가는 거대한 공장을 유지하는 데 이용하는 화학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일단은 화학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에 이름만 간단히 소개된 그 원자들이 주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소개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p. 7) -시작하며 中-

저자는 특유의 그 폭넓은 활동 중에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던 코너에서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읽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쉽고 편안한 과학에세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8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중 1번부터 20번까지에 해당하는 전형원소만 다루었다. 차례도 보면 주기율표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이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는 사실 중학교 과학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원소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중학생 이상의 대중은 누구나 읽을만한 책인 셈이다.

수소, 헬륨, 리튬, 질소, 산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원소 기호들은 생각해보면 은근히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이 (나름은) 익숙한 원소들에 대해 새로운 특성들을 연결지어 설명해준다. 차례에서 원소와 짝꿍지은 힌트들만 봐도 그 신선함이 느껴지는데,

1. 수소와 매실주, 2. 헬륨과 놀이공원, 3. 리튬과 옛날 노래, 4. 베릴륨과 보물찾기, 5. 붕소와 애플파이, 6. 탄소와 스포츠, 7. 질소와 목욕, 8. 산소와 일광욕, 9. 플루오린과 아이스크림, 10. 네온과 밤거리, 11. 소듐과 냉면, 12. 마그네슘과 숲, 13. 알루미늄과 콜라, 14. 규소와 선글라스, 15. 인과 기차 여행, 16. 황과 긴 산책, 17. 염소와 수영장, 18. 아르곤과 제주도, 19. 포타슘과 바나나, 20. 칼슘과 전망대

를 보며 어떤 원소의 힌트는 아하~! 싶기도 하고 어떤 원소의 힌트는 뜻밖의 소재와 연결되어 있어 뭐지뭐지??? 싶기도 하다.

118가지 원자를 대체로 가장 가벼운 것부터 점점 무거운 것 순서로 차례대로 나열하면서, 서로 성질이 비슷한 원자들을 알아보기 쉽게 배치해 놓은 도표가 바로 주기율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항상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순서로 적혀 있지는 않으나 대략적인 순서는 그렇다. 주기율표에서는 대체로 아래위로 같은 줄에 있는 원자들끼리, 그러니까 같은 열에 적힌 원자들끼리는 성질이 비슷하다고 한다. (p. 27)

학창시절에 달달 외우며 배웠던 주기율표가 지금 뭐 생각나는 내용이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렴풋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내용들로 신선하게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내가 지금과 같은 몸을 물려받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DNA에 포함된 수소가 다른 부분을 끌어당기는 수소결합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켰기 때문(p. 18)' 이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90%가 수소 아니면 헬륨(p. 35)' 이며 '지구상에서 리튬 덩어리보다 더 가벼운 덩어리는 없다. (p. 49)' 라거나 '아름다운 초록빛 에메랄드를 이루는 핵심 성분은 베릴륨이다. (p. 67)' 등 원소들의 이야기는 휴가갈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편이다.

'생명체의 삶이란, 탄소가 많이 들어 있는 온갖 물질을 만들고 분해하고 주고받고 빼앗고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p. 103)' 라거나 '질소 기체의 삼중 결합을 끊어 생명체가 활용하기 좋은 질소 원자로 바꿔 주는 이 세균들이 없다면 식물이 자라지도 못하고, 동물도 살아갈 수 없다. (p. 121)' 등 원소들을 통해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고, '네온은 과학 발전이라는 퍼즐의 빈자리를 채우는 중요한 물질이었던 셈이다. (p. 177)' 라고 과학사를 잠깐 알게 되기도 하며, '모든 풀과 나무의 평화로운 초록색은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화학물질 때문에 생긴 것이다. (p. 197)' 라거나 '강대원은 모스펫을 개발한 공적을 인정받아 세상을 떠난 뒤에 미국 발명가명예의전당에 올랐다. (p. 254)'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미 알고 있던 기호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다른 호칭으로 부르는 원소가 있어서 뭘까 싶은 것이 Na 소듐과 K 포타슘이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책의 뒷부분에 가서 읽을 수 있었다.

2016년에 대한화학회가 원소 이름을 영어 발음에 가깝도록 바꾸는 지침을 마련하면서 칼륨이라는 이름이 포타슘으로 또 한 번 바뀌었다. 이때 나트륨은 소듐으로, 플루오르는 플루오린으로 바뀌는 등 몇몇 원소가 새 이름을 얻었다. (p. 341)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알겠는데 아직 제대로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들은 중학교 과학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교과서에도 여전히 소듐이 아니라 나트륨으로 포타슘이 아니라 칼륨으로 쓰여지고 있다. 학자들이 세계적으로 서로 소통하기에는 영어식 통일화가 편리했을지 모르나 수십년간 사용되어온 호칭을 바꾼다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몸속에 있는 칼슘을 제외하고 살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칼슘이 아마 시멘트 속에 있는 칼슘이 아닐까 싶다. (p. 357)' 칼슘은 우리 신체의 구조만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의 구조도 만들었었구나~ 이처럼 일상과 그닥 상관없어 보이는 원소들이 실은 생각보다 밀접하게 우리의 모든 일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친근하게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들을 읽고나니 다른 원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저자가 다른 원소들의 이야기도 언젠가 이처럼 쉽고 재밌게 책으로 써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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