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자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다"냉혹한 '스노볼'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선택받은 자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냉혹한 '스노볼'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창비에서 새로 시작한 영어덜트 문학 시리즈 소설Y. 운좋게도 그 시리즈를 차근차근 다 읽을 기회를 얻었다. 나나, 나인, 스노볼. 지금까지 나온 세편의 작품 모두 기막히게 재미있고 압도적으로 빠져든다. 눈이 읽는 속도가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다음이 궁금한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조급해하며 읽게되는 소설들이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모두 이럴수가!!! 청소년문학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시리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꽁꽁 얼어붙은 세계에서 스노볼은 유일하게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유리 천장이 돔처럼 둘렸고, 그 모습이 장난감 스노볼같이 생겼다고 해서 스노볼로 불리게 됐다. 그리고 고해리처럼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액터라고 불리며, 액터의 삶은 리얼리티 드라마로 편집돼 만천하에 방송된다. (p. 11)
지구가 얼어붙은 미래사회 각 지역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자가발전을 통해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계절의 변화와 삶의 여흥이 남아있는 지역은 스노볼 뿐.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촬영되고 드라마로 편집되어 세계에 방송되는 것을 직업이자 책임으로 인식한다. 삶이 드라마가 되는 액터와 그들의 삶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디렉터 그리고 그런 인생드라마를 설계한 스노볼의 책임자 이본미디어그룹.
전 세계에는 총 열네 개의 기차 노선이 있고, 각 노선마다 기차가 한 대씩 배정돼 있다. 모든 기차는 스노볼에서 출발해 '가'부터 '하'까지 각 노선을 따라 달리며 마을 발전소들과 학교 급식에 필요한 식량,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물품, 마을 사람들이 아주 이따금 주문하는 스노볼의 물건 따위를 배달한다. (p. 20)
설국을 달리는 기차, 전 세계에 방영되는 리얼리티 드라마 속 액터 이 설정들은 당연히 설국열차와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스노볼 속 기차는 유일무이한 한 대가 아니고 스노볼 속 드라마는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는 헝거게임이 아니다. 스노볼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에 일희일비하는 전세계 시청자들이 좌우되는것 같지만 사실 흔들리는 건 스노볼 속 세상이다. 장난감 스노볼이 그러하듯이.
나와 타인의 삶이 딱히 구별되지 않는 이 쳇바퀴 무덤을 떠나, 오직 나만이 연출할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스노볼을 향해 나는 부지런히 달린다. 쳇바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부쩍 스노볼에 가까워진다. (p. 28)"그래서 말인데"차설 디렉터가 부러 말을 한 번 끊어 간다."지금부터 초밤 양이 해리의 대역을 해 주면 좋겠어요" (p. 51)
나와 타인의 삶이 딱히 구별되지 않는 이 쳇바퀴 무덤을 떠나, 오직 나만이 연출할 수 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스노볼을 향해 나는 부지런히 달린다. 쳇바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부쩍 스노볼에 가까워진다. (p. 28)
"그래서 말인데"
차설 디렉터가 부러 말을 한 번 끊어 간다.
"지금부터 초밤 양이 해리의 대역을 해 주면 좋겠어요" (p. 51)
비유적 쳇바퀴가 아니라 정말 쳇바퀴처럼 생긴 기계를 돌려 발전소를 운영해야 하는 일상은 그야말로 정말 '쳇바퀴 굴리는 삶'이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발전소의 노동자가 된 열일곱살 전초밤, 그녀의 꿈은 디렉터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초밤의 롤모델인 차설 디렉터가 찾아와 초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디렉터가 아니라 액터가 되어 달라고, 그것도 스노볼 드라마 중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고해리의 대역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초밤의 인생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누가 올라타든 상관없이 빙빙 돌아가는 쳇바퀴의 삶이 아니라,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인생이었다. 오로지 나만이, 해리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 (p. 60)' 자신만의 인생을 갈망하던 초밤, 시작은 대역일지라도 언젠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거라 믿었기에 했던 선택, 그 선택으로 인해 스노볼 세상도 뒤집어지게 된다.
스노볼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이본 가 사람은 출연하지 않는다. 이본 미디어 그룹은 지금의 스노볼 시스템을 만든 재건 가문으로서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액터와 디렉터를 보조하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전력을 생산하거나 사생활을 공유하라는 시민의 기본 의무가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p. 105)
공정한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본 가문에 대해 사람들은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그러니 차기 회장 이본회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똑똑한 지성과 넘사벽 외모에 독보적 매너까지 갖춘 이본회, 그에겐 어딘가 비밀스런 구석이 많다. 초밤은 우연히 그 비밀을 엿보게 된다. 그의 거울 속 세상에서.
난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야. 너희와 함께 (p. 430)
스노볼 1권에서는 고해리로 살게 된 전초밤이 고해리의 죽음을 파헤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차설 디렉터가 한 저 말 한마디는 보기보다 의미심장하다. 초밤이 알지 못하는 더 엄청난 세상의 비밀이 2권에서 펼쳐진다.
"넌 세상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니?""몇 번을 말해. 그딴 일에, 아무 관심 없다고!""영웅은 타인을 위해 세상을 구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뭐?""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 (p. 145 -2권 中)
"넌 세상을 바꾼다는 게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니?"
"몇 번을 말해. 그딴 일에, 아무 관심 없다고!"
"영웅은 타인을 위해 세상을 구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거야"
"뭐?"
"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 (p. 145 -2권 中)
초밤은 고해리프로젝트를 진행한 차설 디렉터 가문과 맞선 것으로 세상이 알아야 할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밤이 알게된 이본회의 비밀 그 가문의 거울을 초밤이 본 것을 알게된 이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권보다 더 거대해진 그 비밀은 지구를 스노볼처럼 만들어 버리는 스케일로 2권에서 숨가쁘게 펼쳐진다.
내가 청소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성장기가 대부분 해피엔딩이라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그 과정을 읽는 내내 점점 빠져드는 몰입감은 한순간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소설은 역시, 일단 재밌고 볼 일이다! 그 재미에 있어서 <스노볼 1, 2> 는 정말 짱이었다!! 앞으로도 한껏 기대해본다. 소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