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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에세이는 남의 삶과 생각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는 이석원이라는 사람을 전혀 모른다. 그의 생김새나 생활이 어떤 사람인지? 직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책을 낸 것인지 알지 못한다. 색다른 경험이다. 작가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을지 두근거림이 앞선다. 1971년생 그이 나이이다. 노란색 첫 장을 넘기면 그의 약력은 ‘나이 탐험가’이다. 알 수 없는 직업 그리고 조금은 신비스러움을 얻으려는 전략인가? 그에 대한 탐험을 시작해야겠다. 내 인생과 같은 고민을 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세계의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지
책을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버릇 때문인지 처음 만난 분이 좋은 것 같다며 무례가 아니면 전해 주고 싶다 시면서 건네주신다. 사양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받아들고는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에 첫 장을 넘기다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두 번째 장, 누군지 모를 사인이 있다. “아픔이 위로가 되길”이란 문구와 함께 사인이 있다. 누구의 사인인지 모른다. 그 분 사인인지 아니면 저자의 사인인지 참 이상하게 이 녀석은 그렇게 내손에 들려 있다. 노란색 표지에 의자 세 개 [보통의 존재]는 이렇게 내 손안에 놓여져 있다. 건네주신 분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나는 조금씩 작가의 생각과 생활 속으로 들어가 준비를 해야 한다.
38살 작가의 나이는 나와 비슷한 고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현실에 투항하게 될까? - Page186
세상을 살아온 시간이 부모님 속에서 살아온 시간과 스스로 생계를 고민하며 살아온 시간이 얼추 반반쯤 되어가는 시기에 나는 세상과 타협하기 싫어서 튕겨져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모른 척 눈감고 살면서 세상 속에서 하나처럼 움직이기도 하였다. 나에게 선택할 권리도 생기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혹독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항상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서 후회가 없기를 기도하며 살았다.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 구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동질감을 얻는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에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식은 서로 다른 것 같다. 서툴게 다가서기도 하고 아니면 세련된 여인의 패션처럼 매끈하고 주목을 받으면서 접근하기도 하지만 나이의 굴레는 벗어나기 힘든 하나의 핸디캡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럴 때 어떻게 자신을 위로하며 앞으로 나가길 바랄까?
그러니까 능룡아, 중요한 건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마
넌 정말로 삼십이 아니라 사십으로 살게 될지도 몰라
알았지? 부디 하루하루를 카르페디엠하며 살길.
역시 조언이란 건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 Page 114~115
후배들, 나이를 먹어오는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우리는 나를 좀더 젊게 만들고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렴, 몸이 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머리까지 말을 듣지 않는 건 아니니까.
사회에 대한 그리고 나이 먹음에 대한 고민은 여러 꼭지에서 저자의 위로가 있지만 나는 두 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세상살이에 고민과 나이 먹음에 대한 위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 같다. 역시 저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보통의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다.
조심스럽게 꼭지를 읽어 나가면서 같은 고민과 같은 해답을 찾으려는 인생의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일반적인 어른들의 말씀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맞는 답을 찾으려 고민하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보여주고 있다. 아픔을 담고 사는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이 느끼는 공감된 감정일 것이니까
‘남들도 다 외롭다는 사실마저 위로가 되지 않을 땐 책을 읽어봐. 조금은 나아질 거야.’ -Page 21
어지럽고 복잡할 때 나는 책을 잡아든다. 책 속으로 도망가는 나의 모습을 보지만 고민으로 가득 찬 나의 머리 속에는 책의 글이 모두 나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 곳에 길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급하고 촉박한 순간에도 나는 책을 읽으며 안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꼭 어린시절 껴안고 자던 인형을 성인이 되어도 옆에 있어야만 안정되고 잠이 잘 오는 그런 심리와 같을지 모르겠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는 없지만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 나를 돌아 볼 수 있다는 매력은 책만이 주는 선물이 되는 것 같다.
작가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부분은 나에겐 경험이 없는 부분이다. 공감은 가지만 느끼지 못한 부분을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가정을 이루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생각에서 조금은 이질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작가의 고민이 담긴 글에서 그의 고민은 언젠가 내가 격고 싶지 않지만 그 때가 생긴다면 그 또한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와의 공감은 많은 부분에서 나를 위로해 준다. 적지 않은 어린시절의 상처와 그리고 많은 만남과 그리움이 담긴 그의 글에서 나는 이상 하리 만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으로써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며 나만의 고민을 왜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비슷한 것이지, 모두가 비슷한 고민 그리고 다른 상황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많이 아파하면서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아픔이 위로가 되길” 이글은 저자의 글이 맞는 것 같다. 그의 많은 아픔이 나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는 것도 그리고 그의 삶이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나에겐 많은 위로가 되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