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과는 달리 제가 만성질환을 치료하면서 느낀 점은, ‘만성질환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라 환자가 직접 공부하고 스스로 영양을 섭취할 때 고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P12

미쓰이시 이론이란 분자영양학을 말합니다. 미쓰이시 박사는 분자생물학, 생화학 등 과학적인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분자영양학을 확립한 물리학자입니다. 박사는 단백질섭취가 힘든 일본인의 식생활을 예로 들며, 이것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1) - P13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자신의 만성질환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미쓰이시 박사는 "건강은 스스로 관리하라"는 말을 남겼으며, 미국 분자교정의학의 대가 사울 박사는 "Doctor Yourself(당신이 자신의 의사)"라고 말합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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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은 쓸쓸해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태어난 탓인지 나는 비라는 녀석이 좋아서 미치겠다. 여름비, 겨울비, 봄비. 어느 계절에 내리는 비라도 저마다의 정취가 마치 포근한솜처럼 기분 좋게 머리를 에워싼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보통 때보다 두 배 정도 글이 잘 써진다. 아니,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 P31

도쿄 야나카 집은 넓은 마당에 울창한 나무, 긴 차양이 예스럽고 우아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모든 방에햇빛이 곧바로 들이치지 않아서 눅눅하다. 완전히 개방되어 있던 오다와라 집과는 너무나 다르다. 아이가 걷기만 해도 흔들릴 만큼 지진으로 반쯤 무너졌을지언정 저쪽 집은 계절마다 바람과 빛을 더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마치 초목이나 곤충의세계에 셋방살이라도 하듯 자연을 마음껏 즐겼다. 서재도 거실이었다가 침실이었다가 때론 객실이었다가 식당이었다가 심지어 아이 놀이방이나 공장 비슷한 공간이 되는 어수선한 가운데 기분 좋은 통일감이 있었다.  - P35

글을 쓸 수 없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병이 날 지경이다.


-기타하라 하쿠슈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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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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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틴이 떠난 것은 화자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알베르틴이 스스로 떠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결국은 다시 돌아올 거다, 그녀와 결혼을 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떠난 건가, 그러다가도 헤어짐을 예고하는 남자에게서 떠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알베르틴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오래전부터 도주 계획을 세웠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 등 복잡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베르틴을 다시 찾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하다.

생루에게 부탁을 해서 봉탕 부인을 만났다가 알베르틴이 알게 되고 화자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낸다. 나를 필요로 했다면, 직접 편지를 썼다면 기쁘게 돌아갔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화자도 편지를 쓰는데 속마음과는 달리 반대로 쓴다. 그러니까 헤어지자 운운했던 말이 진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심을 표현하지 않는데 알베르틴이 화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알베르틴이 반드시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질베르트와 교제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는다. ‘무관심을 가장했고, 그 무관심이 드디어는 현실이 되었다.’(P84) 알베르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 그것이 자존심 때문이었다니! 요즘 말로 하면 사랑 표현을 못 했던 것이다. 남겨진 화자의 마음에서 참담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다지 알베르틴을 좋아하지 않았던 프랑수아는 속마음이 어떨까. 쾌재를 불렀는지도 모르지만 그걸 도련님에게 대놓고 내색할 수도 없었겠지. 화자는 알베르틴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자꾸 프랑수아에게 주지시킨다. 아주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프랑수아가 믿지 못하도록. 그러던 중 알베르틴이 서랍에 반지를 두고 갔다는 걸 알게 된다.

 


한편, 성공하리라 믿었던 생루에게 부탁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화자는 다시 고통에 빠진다. 오히려 생루가 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음모를 꾸미지 않았을까 의심까지 하면서. 한번 질투와 의심에 빠진 인간의 마음은 한이 없는 것 같다. 알베르틴을 혼자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일이 단 일 분이라도 미칠 지경이었다는 속마음을 드러낸다. 이 정도면 정말 편집증적인 상태가 아닌가. 이러한 화자의 행동을 아무리 무덤덤해 보이던 알베르틴이라도 모를 리가 있을까. 여성 특유의 예민함은 갖고 있을 텐데. 거기다 헤어지자는 예고와 좀더 머물러 보라는(마치 큰 배려를 하듯이)말을 알베르틴에게 했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화자의 너무도 서툰 연애에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앞에서 스완이 오데트가 사고로 죽기를 바라는 장면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화자도 알베르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자신은 끊임없는 질투로 영원히 오염되지 않은 채,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온함은 되찾을 수 있을 거라며. 그러다가도 스완이 살아있다면 그런 소망은 범죄일 뿐이며,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그를 해방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을 거라며 한탄한다.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려고 하려고 했는데……. 화자는 알베르틴이 산책하던 중 낙마하여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봉탕 부인의 소식을 듣는다.

 


돌아오리라는, 다시 찾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찬 화자의 희망은 이제 기약할 미래도 없었고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알베르틴을 처음 만나고 조금씩 알아갔던, 그리고 사랑했던 날들을 회상한다. 질투로 인한 힘든 마음, 사랑했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 가장해야 했던 복잡한 마음 등을 풀어 놓는다.

 


사랑을 할 때에도, 정신적 대기 상태가 불안정하고 내 믿음의 압력이 변하면 어떤 날에는 내 고유한 사랑의 시계(視界)가 좁아지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무한히 넓어지고, 또 어느 날에는 미소를 짓게 할 만큼 아름답다가도 다른 날에는 폭풍우를 일게 할 만큼 일그러지지 않았던가? 우리는 오로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실제로 우리 옆에 있는 것만을 소유한다. 얼마나 많은 추억과 기분과 관념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 우리의 시계로부터 멀어지는가! 그때 우리는 그것들을 더 이상 우리 존재를 이루는 전체 속에 포함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는 비밀 통로를 가지고 있다.’(P125)

 


알베르틴을 향한 화자의 마음을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지 않은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 더구나 그녀가 죽어 세상에 없다는 것, 그 자체가 화자의 마음을 얼마나 황량하게 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함께 했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내면의 깊은 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비밀 통로에서 알베르틴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왜 알베르틴에게는 그걸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 질투심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알베르틴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까. 속마음과 전혀 반대된 마을을 함으로써 화자가 말하는 알베르틴의 악행(?)을 막아보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알베르틴은 떠나버렸다. 자유롭지 못한 그 갇힘에서 벗어나고자 떠났을까. 격렬한 질투로 인해 정열적이고, 무관심하고, 질투하는 남자로 시시각각 변했던 자신의 모습에 처절하게 후회를 쏟아놓는다.

 


한 마디로 11권을 요약한다면 화자를 떠나고 죽은 알베르틴에 대한 애도와 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생루와 에메의 탐문을 통해서 알베르틴이 한 일을 알게 되고 앙드레의 고백을 듣고 알베르틴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한 채 이기적이었던 자신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발베크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하게 된 과정, 질투와 의심으로 점철되었던 관계, 질투에 빠져 알베르틴을 죽게 한 죄책감은 할머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읽는 내내 화자의 사랑에 대해서 의문을 자아내게 했고, 그가 과연 진정한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씁쓸한 마음이 컸다. 연인을 소유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며 소유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되었다. 인간이란 살아가는 내내 얼마나 많은 실수투성이로 살아가는가. 연습도 없고 실전인 삶에서 한번 오류가 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과 삶과 죽음의 문제는 더욱더.

 


어머니와 베네치아를 여행하면서 어느 정도 알베르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이 옅어졌을 때 질베르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친구였던 생루와 결혼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스완이 죽고 오데트는 포르슈빌과 결혼하게 되고 스완의 이름은 사라졌다. 오데트와 질베르트를 게르망트가에 그토록 초대받고 싶었던 스완의 소망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생루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 낯설고 슬픔을 느낀다. 더구나 탕송빌에 갔다가 질베르트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어린 시절 사랑했던 질베르트가 자신을 경멸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랑했었다는 말을 듣는다. 결국, 화자는 인정한다. ‘어중간한 감정의 대화를 통해 첫 순간처럼 솔직해지는 것이 두려웠, 자신의 서투른 행동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아무리 빨라도 후회란 늦다고 했다. 화자는 질베르트의 고백을 듣고 생각한다.


그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황혼 속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어쩌면 나의 모든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그때 그 일에 관해 질문을 했다면, 그녀는 아마도 내게 진실을 말해 주었을 것이다. (중략) 또 사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여인들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난다 해도 그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죽음이 놓여 있는 게 아닐까?’(P470~471)

 


그 먼 시절이 긴 고통에 지나지 않았던 영혼의 상태로부터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마멸되고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폐허로 변하는 것, 아름다움보다 잔해를 덜 남기면서 보다 완전하게 파괴되는 것은 바로 슬픔이기 때문이다.’(P471)

 


어쩌면 너무 완벽한 사랑을 꿈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질투와 의심에 파묻혀서 혼자 단정 짓고 궁금한 점이 있어도 묻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소통의 부재와 소통이 불능했기에 질베르트와 알베르틴과의 사랑도 모두 어긋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생루와 결혼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기에 더욱 참담했을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과 죽음과 사투하며 마지막으로 쓴 것이 이 11권의 내용인 [사라진 알베르틴]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랑했던 알베르틴을 향한 회상과 애도, 죄책감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물론 끝없는 의구심도 들어있다. 그리고 결국은 사랑했던 사람들을 망각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글쓰기를 통해서 구원받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알베르틴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대한 반성과 성찰적인 문장이 많았는데 몇 가지 옮기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우리 감각 세계의 건물을 떠받치는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며, 믿음이 없으면 건물은 흔들린다. 우리는 바로 이 믿음이 사람들의 가치와 무용성을 결정하며 또 그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열광이나 권태의 감정을 결정하는 걸 보아 왔다.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아 끝나리라고 확신하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슬픔이 돌연 커져서 한 존재를 우리의 목숨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에 믿음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P57)

 


한 존재와 우리의 관계는 오로지 우리 사유 속에만 존재한다.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 관계는 느슨해지고, 우리는 환상에 쉽게 속아 넘어가고 싶어 하면서도, 또 사랑이나 우정, 예의나 체면, 의무감 때문에 타인을 속이면서도 결국은 홀로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다.’(P65)

 


삶을 알고 싶다는 이 거대한 욕망을 나는 예전에 발베크의 길에서나 파리의 거리에서 느꼈으며, 그 욕망이 알베르틴의 마음속에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 외의 다른 이들과 그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을 그녀로부터 빼앗고 싶어 했을 정도로 그것은 나를 괴롭혔다.’(P231)

 


그런데 인간이란 불행하게도 우리 사유 속에서 쉽게 마멸되는 수집품 진열대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가 그들에 대해 세우는 다양한 계획에는 사유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사유는 피로해지고 추억은 파괴된다.’(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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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4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11권을 읽으셨군요~! 엄청난 속도 입니다 ㅋ 전 아직 구매도 못했어요 😅 마음이 급해집니다 ^^ 언제나 후회는 늦는거 같아요ㅜㅜ

모나리자 2022-03-14 23:26   좋아요 2 | URL
엄청난 속도는 새파랑님이시죠~~ㅎㅎ
감히 못 따라가는 속도의 달인이신 새파랑님께선 손에 잡기만 하면
금세 읽으실 거예요.
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님.^^

미미 2022-03-14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이예요~♡
연애할때 하는 엉뚱한 생각과 혼란을 문학적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서 독자로 하여금 그 진상을 음미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무척 재밌고 계속 놀라워요ㅎㅎ

모나리자 2022-03-14 23:29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군요.ㅎ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천천히 음미하듯 읽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회한과 반성, 그럼에도 끝없는 의구심으로 복잡한 화자의 마음속을
들여다 본 것 같았어요.
엇갈린 사랑이 참..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즐독 하세요. 미미님~굿밤 되시고요.^^
 

내가 그녀의그림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에 담긴 그녀의 마음 때문이었다. 모드의 작품은 똑같은 그림이 많은데 그녀가 회상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고 한다.
행복한 시절을 추억하던 모드는 기억 속 한 장면을 마치 노래를 부르듯‘ 반복해 그려냈다. 그녀에게는 그림이감정 쓰레기통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감정 쓰레기통은 무엇일까. 누군가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부러워할 수 있지만, 아무도 뺏아갈 수 없는 강철로 된 감정 쓰레기통이있다. 그것은 아무 글이라도 쓰는 습관‘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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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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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뒤랭의 집에 가는 길에 브리쇼를 만나게 되고 스완의 죽음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완의 죽음이 충격이었고, 당시 어린아이였지만 지금은 당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더 오래도록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화자의 말이 들어있다. 그의 죽음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질베르트를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가책과 고통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스완이 대공과 가졌던 대화의 고백 상대로 화자를 선택했던 이유를 영원히 듣지 못하게 된 것, 부셰의 어떤 장식 융단과 콩브레에 관해서 스완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미루기만 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 그 어떤 사람의 죽음보다 고통을 주었기에 죽음에 관한 이런 생각에 이른 것 같다.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이고,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P14~15)

 


 브리쇼와 함께 마차에 타고 베르뒤랭의 집으로 가면서, 예전에 엘스티르가 기이한 행동이나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나타나서 당혹하게 했던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는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화자는 스완과 함께 했을 때 제대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일을 자책하고, 그가 훌륭한 달변가였다는 점을 회상한다.

 


 브리쇼와 화자가 베르뒤랭 부인 댁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한 몸을 휘저으며 두 사람 쪽으로 오는 샤를뤼스 씨와 마주친다. 화자가 발베크에 체류했던 첫해에 보았던 근엄하고 남성다움을 가장한 오만한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의 샤를뤼스 씨다.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면서 그가 애정하는 모렐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용인되지 않은 일은 아슬아슬하기 마련이다. 동성애 이야기 또한 그런 분위기가 짙었다. 거짓말을 하게 되고 속게 된다. 하인을 시켜 탐정에게 감시하도록 일을 맡기고 연회가 끝난 후 어쩌다가 샤를뤼스 씨가 모렐에게 온 편지를 실수로 보았다가 큰 고통과 놀라움에 빠진다. 유명한 여배우 레아와 모렐이 아는 사이였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샤를뤼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거짓말, 특히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 대한, 그들과 가졌던 관계며 우리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행동 동기에 대한 완벽한 거짓말,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랑하는 것, 또 우리를 사랑하고 또 우리를 하루 종일 포옹하고 있어 우리를 자신과 닮은 존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존재에 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거짓말, 이런 거짓말이야말로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을 향한 전망을 열고, 또 마비된 감각을 일깨워 우리가 결코 알지 못했을 세계를 관조하도록 하는, 이 세상에서 드문 것 중 하나이다.’(P42)

 


 모렐의 거짓말이 들통나 고통에 빠졌음에도 샤를뤼스 씨는 모렐의 모든 것을 찬미했고, 모렐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으며, 연주회나 카드 게임에서 이긴 것처럼 기쁨을 느끼기까지 한다. 어딜 가도 모렐은 창녀나 종업원들이 바라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음악가로서 모렐의 재능과 명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남작의 마음이 느껴져서 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샤를뤼스와 달리 모렐의 속마음은 교활함도 느껴졌는데, 그런 그가 얼마나 샤를뤼스 씨의 마음을 헤아릴까 싶었다.

 


 알베르틴은 베르뒤랭의 집에 오고 싶어했는데, 뱅퇴유의 딸과 그 친구가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화자는 격심한 고통을 느낀다. ‘의 안색이 나빠지자 주변 사람도 그걸 알아차리게 된다. 헤어질 결심을 했으면서도 아직 마음 정리는 안 되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알베르틴의 숱한 거짓말을 들어왔고 그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화자의 마음속은 또다시 새로운 의혹으로 마음속이 혼란스럽다.

 


만일 우리가 팔다리 같은 것만 가진 존재라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마음이라 불리는 작은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마음은 병에 걸리기 쉽고 또 병에 걸린 동안에는 어떤 사람의 삶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극도로 민감해져서, 만일 거짓말이(중략) 그 사람으로부터 와서 우리의 작은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 외과 수술을 통해 그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P56)

 


 베르뒤랭의 살롱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 그대로 그려진다.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지만 좋은 풍경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인물이 살롱에 편입되고 나면 그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일게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에는 기존 친구들과 관계가 미세한 틈을 만들면서 알싸한 분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신도 하나가 베르뒤랭 씨 부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를 조롱하거나 그 버릇없는 태도에 두 사람이 분노의 시선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접하다 보니 살롱에 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초대된 것인지 궁금하다. 생틴의 경우는 샤를뤼스 씨가 여러 유보 조항을 붙여 허가했던 유일한 사람이라 한다. 이렇듯 베르뒤랭 부인은 자기 집에 초대해도 괜찮은 사람들의 이름을 제시했었다. 샤를뤼스 씨는 그다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사랑받는 건 아니었으면서도 살롱에 초대되는 사람들을 제외하거나 승낙하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베르뒤랭 부인은 여주인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며 싫어했고, 사교적으로도 샤를뤼스 씨에게 마이너스가 되었다. 초대한 사람에게 엄청난 호의를 베푼 만큼 실추시키는 일도 비례했으니 그 영향은 더욱 컸다.

 


 살롱에서는 샤를뤼스와 브리쇼의 사교계의 평판이나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길게 이어지다가 샤를뤼스에 큰 곤경에 빠지는 장면에 이루게 된다. 평소부터 샤를뤼스를 못마따하게 여겼던 베르뒤랭 부인은 샤를뤼스가 모렐의 험담을 했다는 둥 샤를뤼스가 없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이간질을 부추긴다. 급기야는 샤를뤼스가 젊은 음악가를 겁탈하려는 순간 베르뒤랭네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동성애라고는 해도 샤를뤼스가 모렐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모렐을 추앙하고 찬미한 죄밖에 없었는데. 이런 모욕을 받다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P273)

 


 샤를뤼스를 곤경에 빠뜨리고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베르뒤랭 부부가 화자에게 곱게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 부부에게 선입견이 생기게 마련이었을 것이다. 또한 알베르틴과 를 어떻게 하는 건 아닐까 의혹도 있었다. 그런데, 의사인 코타르가 큰 빚을 지고 곤경에 빠졌을 때 선뜻 도움을 주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흔히 우리는 자신이 본 것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지도 모른다. 악한 모습보다는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다는 통찰적인 문장에 깊은 공감이 간다. 나이어린 화자가 어떻게 어른들 틈에서 참을성 있게 대화를 듣고 있나 신기했는데, 머릿속에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알베르틴 생각으로 가득하다.

 


 알베르틴과 헤어질 결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었는데, 내용의 절반을 훨씬 넘기고서 나온다. 9권에서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화자의 심경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면 여기서는 뚜렷한 윤곽을 알려주는 것처럼 선명해진다. 발베크에서 처음 만났던 장면부터 앙드레와 뱅퇴유 양의 친구와 어울리면서 했던 말이 거짓말의 연속이었다는 것, 그로 인해 화자는 많은 고통을 받았다. 베르뒤랭네서 돌아올 때 알베르틴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집에 들어가 갇힌 여자를 만난다는 느낌 대신 갇힌 남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동안 의심을 하고 프랑수아즈의 도움을 받아 감시하는 등의 행동을 취했어도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는 일은 없었다. 궁금한 점을 모두 알아내려는 듯 둘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는 점점 알베르틴의 거짓말로 인해 비탄에 빠지고 절규한다.

 


어쩌면 우리가 입 밖에 내는, 거짓으로라도 하는 슬픈 말은 그 자체로 슬픔을 담고 있으며, 또 우리 마음 깊숙이 이 슬픔을 주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략) 모든 거짓말에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우리가 속이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불확실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런 이별의 연극이, 실제 이별로 이어진다면! 비록 사실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이는 듯하다.’(P282~283)

 


 화자는 왜 그렇게 알베르틴에게 집착했을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알베르틴에게 그 말을 전하고도, 좀 더 지내보자고 연장을 한다. 좀 우습기도 하고 우유부단한 성격도 느껴졌고, 그만큼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할머니와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여성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포르투니 의상에 요트, 마차, 자동차 등 그녀에게 베풀어준 것이 있으니 더 많이 소유했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이 주었으니 그녀가 그에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알베르틴은 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헤어지지 않은 것이 불행이었음을 절감한다.

 


알베르틴과의 삶은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때는 권태로웠고, 질투를 느낄 때는 고통스러웠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고 해도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P350)

 


 알베르틴에 대한 의 사랑을 압축한다면 위의 문장을 꼽을 수도 있겠다. ... 안타까운 사랑이지 않은가. 질투와 집착, 애착으로 점철된 사랑이라고 할까. 그녀의 거짓말을 듣고 고통만 당하지 말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해서 바로잡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저 혼자 아파하고 그녀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했던 화자의 나약함이 안타까웠다.

 


 다음 날 아침, 극구 말렸음에도 편지를 남겨 놓고 새벽에 알베르틴이 떠났다는 프랑수아즈의 말을 듣게 된다. 태연자약했지만 나는 숨이 막혀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녀가 에게서 멀어지려는 모습을 감지해야 했던 그 모든 것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열 권 시리즈는 여기서 막을 내렸다. 이제 겨우 의식흐름기법에 적응될 만하니 완독을 마쳤다! 다음 권이 나올 예정이라 하는데 이제는 내가 책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화자의 변화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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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16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축하드려요!!
다음 이야기가 저도 참 궁금합니다.ㅎㅎ 하루 빨리 번역되어
완성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나리자 2022-02-16 21: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미미님~
힘든 길 걸어 올라와서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느낌? 이라고 할까요?ㅎㅎ
뿌듯함이죠~ 우리 함께 기다려요~ 심심하지 않게!

굿밤 되세요~미미님.^_^

새파랑 2022-02-16 0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완독 하셨군요~!! 완전 고생하셨어요 ㅋ 저는 아직도 8권에 ㅜㅜ 내용도 다 까먹었어요 😅

모나리자 2022-02-16 21:48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고생했어요. ㅎ 흰머리가 몇 개는 생겼을 것 같아요.
다 까먹는 게 정상입니다. 리뷰에 많이 기록해 두시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편안한 밤 되세요.**

이하라 2022-02-16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는 무협지 말고는 10권이 넘는 책은 엄두가 않나던데 완독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2-02-16 2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이하라님~^^
마음먹고 실천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가능하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