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춘심산촌의 관정 개통은 38일에 이뤄졌다. 38, 관정 속 모터에 마중물을 붓고서 전기를 넣으면 파바박!’ 소리에 이어 콸콸콸!’지하수가 별 일 없이 잘 나왔던 것이다.

그 지하수가 배출되는 수도 시설은 세 군데다. 관정 바로 옆의 수도와, 농막 앞 개수대의 수도와, 농막 안 씽크대의 수도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3월 1일) 모처럼 관정 개통을 일주일 앞당겨봤다. 지난겨울이 예상 외로 덜 추웠을 뿐만 아니라 요즈음 맞는 봄 햇살이 아주 화사했기 때문이다.

관정 쇠판 덮개를 열고 들어가 모터에 관을 이은 뒤 마중물을 부었다. 전기를 넣자 이내 파바박!’소리에 이어 관정 바로 옆의 수도꼭지에서 지하수가 콸콸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날씨가 예년보다 따듯했으니까 일주일을 앞당겨 개통해도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다음으로 농막 앞 개수대까지 부지런히 걸어가서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이런, 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농막 안 씽크대의 수도도 마찬가지였다. 그 수도꼭지들을 틀어놓은 채 저물녘까지 기다려봤지만 변화가 없었다. 물론 관정 바로 옆의 수도에서는 줄기차게 지하수가 나왔다.

깨달았다. 관정에서 농막까지의 거리가 30m. 그 사이의 땅이 여전히 얼어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그 사이의 땅까지 다 녹으려면 천생 일주일쯤 지나야 할 듯싶었다.

 

몇 년째 춘심산촌의 관정 개통은 38일에 이뤄졌다. 누구도 그 날짜를 어길 수 없다. 춘심산촌 또한 대자연의 일부이며 대자연의 순행(順行)은 어느 한 개인이 어길 수 없는 것임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