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심산촌의 밭 한가운데에서 목격했다. 독사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린 채 죽어 있었다.(첨부 사진 참조) 무엇을 삼키다가 목구멍에 걸렸거나 혹은 무거운 무엇에 밟혔거나 한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길을 잘못 들어 춘심산촌 밭에 들어섰다가산 채로 죽어버린 것이다.

그럴 만했다. 우리 밭이 산속에 있어서인지 잡초가 별나게 기승을 부린다. 그 까닭에 우리 내외는 밭두둑마다 비닐멀칭 한 것은 기본이고 밭고랑까지 잡초방지매트를 다 깔아놓았다. 예전의 허술한 느낌의 부직포 잡초방지매트가 아니라 최근에 개발돼 나온촘촘하고 질긴 플라스틱 재질의 것이다. 하필 검은색이라 밭고랑마다 깔린 그 광경을 보면 숨이 탁 막힐 것 같은 느낌을 어쩔 수 없다.

, 밭이 그 모양으로 무장되자 잡초는 방지할 수 있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시작됐다. 어쩌다가 밭으로 기어들어온 지렁이들이 꼼짝 못하고 잡초방지매트 위에서 말라죽는 꼴들인 것이다. 그러면 얼마 안 가 개미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그 귀중한 음식을 집으로 옮기느라 바빴다.

그러더니 마침내 독사 한 마리까지 지렁이처럼 매트 위에서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 개미들은 보이지 않았고 흉칙하게도 아가리를 벌린 채다. 독사의 역정을 추리해 봤다.

숲에서 먹이를 찾다가 마땅치 않자 우리 밭으로 기어들어왔다. 근래에 우리 내외가 울타리 망까지 둘러놓아서 네 발 짐승들은 밭에 들어올 엄두를 못 내는데 독사는 다행히(?) 발 없이 기어 다니므로 가능했다. 그런데 독사 놈이 맞닥뜨린 것은 사방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의 사막! 어느 방향으로 가야 그늘 있는 숲이 나올지 막막하다. 게다가 땡볕에 뜨겁게 달아오른 잡초방지매트 사막에 몸이 구워질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국 목이 타 아가리를 딱 벌린 채 죽어갈 수밖에.

 

유례없는 폭염 탓이다. 예전에는 밭은 물론이고 주위의 숲에서 개구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올해 여름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그 놈이 숲에서 며칠을 굶다가 불가피하게 우리 밭까지혹시나싶어 진출한 결과 아가리를 벌린 채 죽게 된 것이다. 놈의 마지막 절규가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

 

말라 죽은 게 분명해 보이지만 워낙 맹독의 무서운 존재라 조심해야 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서 삽날 위에 그 놈 시신을 얹었다. 그리고는 숲속으로 멀리멀리 던져버렸다. 안됐긴 하지만 결코 정이 안 가는 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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