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을 쓰고 나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답변글을 쓰면,
그 다음부터는 양쪽 글의 추천수가 하나둘씩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추천의 개수가 어느 한쪽의 정당성을 입증해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받은 96개의 어마어마한 추천은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하이드님에 대한 광범위한 안티세력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 뿐,
제가 잘했다는 징표는 아닐 겁니다.
마찬가지로 하이드님이 받은 50개의 추천은
하이드님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저에 대한 힐난이 담겨 있을 겁니다.
어떤 행위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공격해줬으니까” 추천을 던지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다시금 궁금해집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한 하이드님의 페이퍼는 “그럴 수도 있는 페이퍼”일까요,
아니면 제 생각처럼 “저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악의적인 페이퍼”일까요?
양쪽 서재에 달린 댓글들이 대부분 비밀글이라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문제를 제기했던 하이드님의 페이퍼에 대한 님들의 의견을 듣고자
다시금 글을 쓰게 됐습니다.
하이드님은 이런 페이퍼를 썼습니다.
[정혜원의 <런던을 속삭여줄께> 와... 근래 3대 짜증나는 책이 '길거리에서 브랜드 ..어쩌구' , '최강희의 사소하고 소소하고 어쩌구', 그리고 이 책. 깝깝해서 가슴이 막 벌렁거린다. 세번째 책인걸로 알고 있고, 50%에 팔리는거 보니 베스트셀러인가본데, 본문에서 책, 가이드북 인용구 다 들어내면 조사만 후두둑 떨어질 기세 ;; 그나마 몇 페이지에 몇 줄 안되는 자기이야기는 이 사람이 지금 자기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고 하나 싶고, 가독성 떨어지고, (가동성 떨어지는거에는 비문외에 문장부호, 똥종이탓도 있겠다) 진짜 재미없는데, 오버까지 하니, 앞으로 남은 분량을 다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다. 닉 혼비는 재미없는 책은 덮으라고 했고, 다니엘 페낙 아저씨도 재미없는 소설을 읽지 않을 독자의 권리를 소리높여 외쳤는데, 난 그래도 이왕 깔꺼 끝까지 읽고 까자는 '혹평 or 악평의 기본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면서 한껏 즐거워하다가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에서 살짝 질투를 느끼고, 런던을 속삭여줄께에서 이빠이 짜증을 느끼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제가 이 책의 저자가 아닌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자 이름이 틀린 건-정혜윤입니다-그렇다 쳐도
“몇 안되는 자기 이야기는 ...자기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고 하나 싶다”다는 식의 표현은
글쓴이의 뒤틀린 감정의 표출로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가장 이해가 안되는 대목은 다음 구절입니다.
“본문에서 책 가이드북 인용구 다 들어내면 조사만 후두둑 떨어질 기세”
용감하게 실명댓글을 달아주신 차우차우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전작이 맘에 안든 작가라도 혹시나하는 맘에, 후속작들도 계속 읽어볼 수 있는거 아닌가요? (전 그런 경우 많은데..)
혹시나 하는마음에 다시 읽어본 책이 역시나 별로였다면 그런 솔직한 리뷰(악평이라할지라도)를 쓰는 것도 자연스런 일일테구요.”
물론 그렇습니다.
LG에서 전혀 못하던 김상현 선수가 기아에 가서 36홈런을 치기도 하잖습니까?
하지만 제가 하이드님의 비판에 수긍을 전혀 하지 못하는 건,
이 책이 정혜윤의 세 번째 책이고,
그는 첫 번째 책인 <침대와 책>에서부터 ‘인용’을 컨셉으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책을 세 번째로 읽으면서 고작 한다는 비판이 “인용구가 많다”는 것이라면,
이게 악의적인 감정 말고 대체 무엇일까요?
쥴님의 댓글입니다.
“글쎄 다른 건 모르겠는데 트랙백에 언급된 책은 저에게 진작에 카피 때문에 찍혔어요. '지독한 독서가...'라니. 한 마디로 조까라 마이싱입니다.”
마음에 안든다면서 매번 책을 사고, 매번 악의적인 악평을 써서 저자를 상처주는 것보단
이렇게 싫어하는 작가에겐 관심을 꺼 주시는 게 좀 더 바람직한 태도지요.
아무리 본인이 남을 욕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류의 사람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독자는 악평을 써서는 안되는가요?
물론 아니죠.
하지만 악평을 하더라도 뭐가 문제인지 정도는 얘기해 주고 까는 게 저자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윗글처럼 “오버한다, 짜증난다, 가독성 떨어진다, 깝깝하다, 뭔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도배된 악평이
저자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 이외에 그 어떤 순기능이 있을까요?
로쟈님을 비롯해서 알라딘에서 글을 쓰던 여러 명의 서재인이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할만큼
저자와 독자의 구별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저렇듯 비난으로 점철된 악평이
언제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책을 내려면 그 정도의 악플은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릅니다.
그 말에 동의하신다면 다음과 같은 말에도 역시 동의해야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사람이 보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는 그에 대한 비판도 각오해야 되어 있는 거 아니냐?”
독자가 저자의 책을 사서 읽었다는 것만으로 비판을 할 자격이 주어진다면,
인터넷 유저들도 수많은 글들 중 해당 글을 클릭해 읽었다는 것만으로 비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평소 남에게 상처주는 비판을 즐겨하는 하이드님은
그간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한 비판에는 그다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내가 좀 심했다”고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여론이 불리하면 서재문을 닫고 나가기를 반복했지요.
그게 비겁한 이유는
잘잘못을 떠나 그를 나가게 된 원인제공자에게 갑자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런 이유로 엄청나게 욕을 먹은 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컴을 켜자마자 하이드님이 잘 계신지 확인하게 되더군요.
이야기가 너무 딴 데로 샜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말이든 좋으니, 댓글로 좀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제게 욕을 하신다면 특히 환영합니다.
시간 나는대로 성실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