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배경은 무산이라는 소도시의 낡은 로라 미용실이다. 로라 미용실의 정희자 원장과 전직 경찰 출신 노찬서. 그녀들은 데이트 폭력으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지만, 그 상처로부터 그녀들은 헤어 나오지 못한다. 결국 남은 시간을 다 들여서 복수와 또 자신들과 같은 처지를 경험한 그녀들을 위한 복수를 진행한다.
찬서는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엄마는 미용실 원장이었다. 언제부턴가 엄마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가 생긴다. 매너도 좋고, 호의적이어서 엄마도 조금씩 상처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와 결혼을 생각해도 좋을 즈음, 그가 아들이 둘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그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엄마를 놔 줄 생각이 없었다. 그날,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자는 전화에 엄마는 집을 나섰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 엄마를 몰래 따라갔던 찬서는 눈앞에서 엄마가 칼에 찔리고,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찬서의 삶은 바뀌었다.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그녀들을 대변하고자, 전탁근 같은 나쁜 놈들에게 제대로 벌을 주고자 경찰이 된다. 무당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그녀는 범인을 알아보는 탁월한 눈이 있었다. 물론 그동안의 눈칫밥이 찬서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사건 앞에서 찬서는 무너졌다. 과잉 진압으로 여러 가지 벌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놈 전탁근은 25년 형을 받고 형기를 살다가 얼마 후 출소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사표를 내고 전탁근이 돌아올, 무산으로 온다. 경찰 시절 조사를 통해, 전탁근의 아들인 전재호가 무산에서 이자카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탁근 역시 아들이 있는 무산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큰 물줄기는 찬서와 재호 그리고 전탁근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다. 그리고 정원장과의 만남으로 로라미용실 2층에 탐정사무소를 열게 된 찬서는 그곳에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온 손님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정원장, 찬서와 함께 세린이 힘을 합쳐 사건들을 해결한다. 찬서가 맡은 사연 중에 상당수는 데이트 폭력으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길게는 25년 전 사건부터, 그루밍 성범죄, 스토킹, 동영상 유포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25년 전 자신을 성추행한 남자와 강제로 결혼한 사건을 마주하고 진짜 경악했다. 자신을 아버지라고 속이고, 딸을 찾는다는 속임수로 찬서를 찾아온 남자 박수철과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 한 유민호는 결국 찬서 일행이 만든 덫에 걸려 죗값을 받고 만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그저 사람을 잘못 만나서라고 치부하기에는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로라 미용실을 읽으며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책 안에는 찬서 자신도 복수에 나름 성공(?) 하고, 가해자의 상당수는 어떤 식으로든 죗값을 받게 되지만 글쎄... 과연 그런 식으로의 복수가 유효한 걸까 싶다. 사적 복수가 아닌, 제대로 된 사회 안에서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럼에도 전탁근처럼 악으로 시작해 악으로 끝난다면 과연 처벌과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