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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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열린책들

 

올해는 도스또예프스끼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출판사에서 작가의 특별판 혹은 기념판 도서가 출간되고 있다.

고전에 취약한 나는 역시나 작가의 이름과 유명한 작품명만 알고 있을 뿐이라, 이번 소설 <백야>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호칭에 걸맞게, 또 <백야>라는 제목에서도, 이 작품이 무겁고 어렵고 난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앗, 그런데 이거 사랑 이야기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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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몽상가인 '나'는 어느날 밤거리를 걷다가 운하 난간에 기대어 울고 있는 여인 나스쩬까을 보게 되고 다가간다.

선뜻 말을 걸지 못하던 그에게 기회가 오고, 그는 나스쩬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스쩬까에게 반한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그가 떠났지만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나흘 동안 밤마다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돈독해진다.

나는 나스쩬까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감추고, 그녀가 그 남자를 기다리며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하자 위로하고 방법까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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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 읽고난 후에는 '그렇게 대단한 작품인지는 모르겠네.'였다.

갑작스럽게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 나도 이해가 조금 안되었고,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면서 나중에는 마음을 표현하고 그러다 결국에는 휙 떠나간 나스쩬까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흘 간의 백야는 어쩌면 몽상가인 나나 나스쩬까에게 꿈처럼 막연하고 희미한 어떤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갑작스럽게 사랑을 확신하고, 갑작스럽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저 지나가고 없어져버리는 것인가 보다.

전 연인이 돌아오자마자 나스쩬가는 휙 가버리고(근데 키스는 왜 한거야?) 말도 안 되는 편지도 보낸다.

리뷰를 쓰려고 다시 그 편지를 보니, 진짜 황당하다.

뭐야, 옛날 소설인데 요즘도 분명 저런 여자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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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는 도스또예프스끼가 지금의 우리가 아는 대문호가 되기 전 젊은 시절에 남긴 소설이라고 한다.

아직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느낌을 주어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밤에(만)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치 연애소설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보면 너무 장황하고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 없잖아있긴 하지만...^^

 

짧은 소설인만큼 도스또예프스끼의 입문 소설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렵지 않고, 약간 욕도 하면서(응?) 읽을 수 있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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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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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다자이 오자무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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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자이는 이 소설을 탈고한 후 한 달 뒤 애인과 함께 자살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다 읽고난 후 뭔가 우울해지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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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수기 앞뒤에 '머릿말'과 '후기'가 붙은 형식의 액자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머릿말'에 등장하는 사진 속에 등장하는 동일 인물로 보이는 한 남자는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모습, 그리고 머리칼이 다소 희끗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남자는 언뜻 웃고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길함과 스산함을 가진 얼굴을 하고 있다.

마지막 나이 든 모습에서조차 남자는 표정도, 인상도 없어서 보는 이를 놀랍고 소름 끼치게 만드는, 야릇한 얼굴을 가졌다.

 

그리고 그 남자, 수기 속 서술자인 '요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인간으로서 가진 본연의 감각을 가지지 못해 고통스럽고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웃거나 일부러 광대 짓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진으로 보건대 인물도 좋고 집안도 좋고 머리마저 좋았던 것 같은데, 요조는 필사적으로 남들과 같아 보이는 삶을 살려고 자신의 진짜 속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요조는 중학교 시절 자신의 진짜 모습을 눈치챈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는 요조에게 그가 여자들을 홀릴 것이라는 예언과 굉장한 화가가 될 거라는 예언을 한다.

 

그 뒤 도쿄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요조는 아버지 몰래 그림을 그리러 다니며 알게 된 호리키와 어울려 다니면서 술과 담배, 매춘부에게 빠져드는 생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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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신 병원에 갇힌 후 스스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때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그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아봐주고 손을 내밀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는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을 받아주는 여성들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그의 시선으로 쓰여 진 수기를 읽어보면 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긴, 스스로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 해도 그 자신을 온전히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실격이라고 판단하지만, 그의 삶을 보면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결국은 의지를 넘어서는 일을 하지는 못하고 이내 포기해 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또 그의 주변에 이기적이고 나쁜 이들도 많았다.

누군가는 그를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홀대했다.

물론 그를 받아주고 그를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수기의 마지막 그의 고백은 반전 아닌 반전으로 다가와 더욱 안타깝고, 그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을 한참 쳐다본다.

요조의 삶이 다른 이의 눈으로 보면 분명 '실격'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그가 살아온 삶이 일반적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의 삶을 실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지만, 다음 번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은 소설이다.

다시 읽는다면 요조의 모습을 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다른 마음이 들 것만 같다.

 

나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늘 버들버들 떨면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기 언행에 조금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온갖 고뇌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기를 쓰고 감추며,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점차 광대 짓만 하는 기괴한 사람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웃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내가 그들의 이른바 <생활> 밖에 있어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겠지

아무튼 그들의 눈에 거슬리면 안 된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그런 생각만 커져서 광재 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온 힘을 다해 광대 짓을 서비스했습니다.

_ 17쪽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닙니다. (P. 137)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재가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지르듯 처참하게 살아온 <인간> 세상에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딱 한 가지는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P.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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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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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 푸른숲

 

컴퓨터나 다른 기계가 다른 사람이 네가 맡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 빨리, 더 정확히, 뭐 어떻게든...

아무도 너보다 더 잘할 수 없는 것은, 네가 너 자신으로 있는 일이야.

 

_ <어둠의 속도> 225p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을 보는데, 복잡한 미로 그림을 그리는 한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이 단숨에 그린 것은 간단한 미로가 아니라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미로 그림이었고, 그림 자체에 메세지까지 담겨 있었다.

소년은 어릴 때 경계성 자페진단을 받았고 꾸준한 치료로 완치는 되었지만 외로운 날들을 보내다 우연히 보게 된 미로에 푹 빠져 미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소년의 재능과 미로 그림이 담고 있는 소년 마음 속 목소리까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읽은 <어둠의 속도>에는 근미래의 자폐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소설 속 자폐인들은 그들이 사는 나라에서의 마지막 자폐인 세대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그들 이후의 자폐아들은 태아나 영아일 때 이미 치료를 받아 '정상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이 마지막 자폐인 세대의 한 명인 '루 애런데일'이다.

 

루는 규칙적이고 정형화된 생활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고, 요일별로 정해진 계획대로 장을 보거나 빨래를 하거나 센터에 간다.

정기적으로 정신과 의사의 상담도 받아야 하는데, 루는 자폐인에 대한 의사의 확신에 찬 태도에 고통을 느끼지만 의사가 원하는 대답을 하며 그 시간을 견딘다.

의사에게도 말하지 않은 루의 생활이 있다면, 그건 바로 펜싱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 새로운 부장으로 '진 크렌쇼'가 부임하고, 그는 회사 내 자폐인들이 받는 대우에 불만을 제기하며 현재 연구중인 새로운 치료법에 그들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루를 포함한 A부서 직원들은 '정상인'이 되는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어쩌면 처음에는 루의 행동이나 사고 과정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생활하고, 우리가 보기에 일상적이고 평범한 상대방의 질문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점점 루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루의 주변에 있는 소위 '정상인'들의 비상식적인 모습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은 루를 그저 자신들과는 다른 '비정상인'이라고 판단하고 예의없고 무례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한다.

자폐인들을 그저 자신들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판단하고 끼어들고 결정한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은 '돈'이었다.

루가 자신보다 좋은 직장을 다니고, 펜싱을 더 잘하고, 자신이 마음에 둔 여자가 그에게 더 관심을 가지자 결국은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반성이나 후회는 하지 않고, 그저 루 때문에 자신이 펜싱 클럽에서 쫓겨났고, 허접한 일자리밖에 못 구하고 있다고 원망의 말을 쏟아낸다.

나 자신이 누구인가는 저에게 중요합니다.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_ <어둠의 속도> 394쪽

 

 

 

어쩌면 소설 속 몇몇 인물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정상인'으로 보이지만 결코 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루가 더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믿기 위해 애쓴다.

뭐, 소설 속에서 찾을 것도 없다.

뉴스만 보더라도 자폐가 아닌 정상인이라는 이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반인륜적 범죄 행위들이 수시로 보도되고 있으니까.

 

생각해 본다. 자폐를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치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시험 단계였지만, 만약 성공이 100% 확실한 치료법이 있다면, 나는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꼭 그들이 '정상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냥 그들 자체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저 '다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사람마다 고유의 개성과 특징이 있듯이, 그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그런 개성과 특징이 있다고 말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게 하는, 그래서 나와 조금은 다른 그들에게 무심코 차갑거나 무심한 시선을 주지 않도록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조금은 다를 수 있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많은 생각이 들 만큼 마음 속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소설이 될 것 같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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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이미 다 결론 난 것이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본질이 보이지 않는 남자다.

진심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재미로 즐기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몹시 머리가 좋은 것만은 확실하다고 모에는 판단했다.

_ 385쪽

 

모에와 친구들은 하나와 사장 일행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식사 자리에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모에는 하나와 리키야에게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묻고, 하나와는 자신의 가설을 이야기한다.

 

한때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저 똑똑한 하나와도 마가타 시키 박사의 천재성에 완전히 빠져있다.

분명 하나와도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 역시 마가타 시키처럼 보통의 인간성을 지니지 못한, 그래서 더 그녀에게 빠져있는, 그런 사람인 걸까?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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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타 시키라는 인물은 키보드의 딜리트 키를 누르는 것처럼 손쉽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

그저 새끼손가락을 뻗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녀에게 타인의 생명 따위는 코드 한 줄, 타인의 인생 따위는 커맨드의 한 행에 불과하다.

단순한 놀이(아니, 놀이야말로 인류의 궁극적인 목적이지만)로 주면 생명의 축적에 돌발적인 이스케이프 시퀀스를 보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끼어들어 제어할 수 있다.

_ 289쪽

 

모든 것이 마가타 시키의 덫이었다.

하지만 빠져나가면 분명 또 다른 덫으로 사이카와와 모에를 쫓아 올 것이고, 그때마다 아마 누군가는 죽음을 맞게 되겠지...

 

모에는 자신의 기억과 다른 상황에 혼란스러워 했지만, 친구들과의 우연찮은 대화로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마지막 이야기답게 살인 현장은 정말 불가사의하고 미스터리하다.

이야기의 반 이상이 진행되었지만, 사이카와와 모에는 제대로 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읽을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S&M 시리즈는 이공계 미스터리라는 외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과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를 펴는 사이카와의 모습은 철학적인 면이 꽤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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