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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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카르스텐 두세 / 세계사

 

명상을 통해 이너피스를 실현하고 살인을 하는 변호사 비요른,

<명상 살인>에서 비요른은 자신의 일상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명상을 통한 살인을 저질렀는데요, 1편을 읽을 때 '명상'과 '살인'이 이어지는 그 적재적소의 방법과 유머러스함에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임에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명상 살인'의 그 유쾌함과 신박함에 한동안 푹 빠졌었는데요, 오호, 이번에 《명상 살인 2》가 출간되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비요른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비요른의 옆에 무려 '살인 파트너'가 등장하는데요, 그 파트너의 정체가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비요른의 살인 파트너는 바로 그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5살 시절의 아이, 즉 비요른의 '내면아이'였습니다.

이번엔 어떤 사건들로 인해 비요른의 내면아이가 깨어나게 되었는지, 또 어떤 명상 살인들이 벌어지게 될지 궁금했는데요, 이번 《명상 살인 2》에서도 역시 비요른은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비요른은 카타리나, 에밀리와 함께 알프스 산장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는데요, 에밀리에게 추억 속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게 해 주고 싶었던 비요른에게 그 곳의 종업원인 닐스는 분노와 짜증을 유발시키는 존재였습니다.

닐스는 음식 주문도 제대로 받지 않고,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으며, 에밀리가 먹던 스무디를 보고는 탄소 배출을 이야기하며 원치도 않고 청하지도 않은 친환경적인 소망을 이야기하는 식이었어요.

그때 흥분한 내면의 어린아이 목소리를 들은 비요른은, 닐스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기로 생각하고 케이블카의 빗장에 손을 댑니다. 아차, 그런데 그가 한 소소한 복수 때문에 닐스는 계곡에서 추락해 죽고 말아요.

 

비요르은 오랜만에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만나 상담을 하면서 산장 사건을 이야기하게 되고(물론 종업원의 죽음까지는 말하지 않아요), 그에게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 때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고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소망을 꺾인 '내면아이'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렇게 비요른은 상담과 훈련을 통해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니다.

네, 그렇게 비요른과 내면아이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비요른과 내면아이의 파트너 주간이 시작되자마자 곤란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우선 지하감옥에 가둬 둔 '보리스'가 갑자기 없어지고, 보리스를 우연히 찾자마자 그를 죽이라는 협박범의 편지도 발견하게 되요.

그리고 비요른은 발터에게 없어진 보리스를 찾고 자신들의 경호를 부탁하게 되는데요, 드라간과 보리스의 일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어 경호의 이유를 우연히 발견한 신문기사의 내용에서 착안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느닷없고 허무맹랑해 보인 그 거짓말, 나중에 이것은 비요른의 발목과 뒷목을 잡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하하하.

 

어떻게 이렇게 될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연결됩니다.

세상 일이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비요른과 내면아이에게도 생각지 못한 일들은 연이어 생기고, 그때마다 비요른을 짜증스럽게 만드는 스트레스 목록은 늘어만 갑니다.

그때마다 비요른과 내면아이는 최고의 파트너쉽을 유지하며 갖가지 창의적인 계획들을 생각해내고, 실행하고, 또 누군가를 죽게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뭐뭐, 그렇습니다. 하하하.

 

사실 1편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2편에서 또 '명상'과 '살인'이 이어진다면 이제는 식상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거든요.

아, 전혀 필요없는 걱정이었습니다. 2편도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내면아이'를 통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더 의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언제 어느 때든 아이의 작은 소망이라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요.

 

<명상 살인 3>은 언제 나오나요?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요. 마지막 상황에 대한 결론도 너무 궁금하고, 다음에는 어떤 '명상'으로 돌아올지도 기다려집니다.

 

내면아이와 만나 어른으로서 도움을 제공하세요.

그런 다음 다양한 훈련으로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훗날 당신은 멍 없는 내면아이를 품게 될 거예요. 잠재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장난을 당신에게 치지 않는 내면아이죠.

 

이 여정의 마지막에 당신은 믿을 만한 파트너가 될 내면아이를 지닐 겁니다.

인생의 행복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강화시켜줄지도 모르는 파트너 말이죠. 어떻습니까?

 

_ 73쪽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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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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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범죄소설의 대가, 하드보일드파의 거장이라 찬사를 듣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하드보일드라고 한다면, 음울하고 어두운 도시에서 고독하고 무정한 탐정이 등장해 거친 세상을 홀로 상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하드보일드'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으로,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다고 해요.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5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살인의 예술》은 표지마저 취향저격인데요, 여성이 살해된 듯한 피웅덩이 위에 서 있는 트렌치 코트를 입은 탐정의 뒷모습과 번뜩이는 두 눈, 똑바로 겨누어진 총구, 매력적인 여성의 입술 등이 표현된 복고적인 느낌의 책표지는 고전적 매력이 느껴지는 범죄 소설을 기대하게 합니다.

 

또 《살인의 예술》에 수록된 5편의 소설은 각 소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탐정들이 활약하며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여성의 집에서 노란 실크 가운을 입고 죽은 채 발견된 유명 밴드의 리더 킹 레오파디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티브(황금 옷을 입은 왕), 호텔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감독 월든의 사건을 추적하는 달마스(영리한 살인자), 약혼녀 엘런의 요청으로 펜러독 부인의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기 시작하는 월터(사라진 진주 목걸이), 호텔에서 전남편을 기다리며 며칠째 숙박중인 크레시를 지켜보는 호텔의 새벽 무전담당자 토니(호텔 방의 여자), 자신이 거주하는 층의 다른 객실에서 수상한 남자와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고 그녀 주변의 사건에 접근하는 카마디(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등 각 소설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은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가진 인물들로 연이어 벌어지는 관련 사건들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노련한 방식으로 위기 상황을 벗어나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갑니다.

 

5명의 탐정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녔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들의 개성이 뚜렷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사실 첫 단편인 '황금 옷을 입은 왕'을 읽을 때만 해도 너무 숨가쁘게 사건사건이 이어져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왜 이렇게 다 죽어야 하나요?'라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하하하), 점점 이야기의 매력 속에 빠졌어요.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에, 문체는 건조해서 처음에는 흑백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사라진 진주 목걸이'에서 잠시 컬러로 화면이 반짝 바뀌었는데요, 매력적인 약혼녀 엘런에게 은근히 잡혀 사는 듯한 거구의 월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읽었더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결말마저 유쾌해서 마지막까지 즐거웠어요.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에서도 매력적인 탐정 카마디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답니다. 하하하.

살인과 협박, 납치까지 있으니 내용적으로 웃긴 것은 아닌데요, 특정 장면들에서 마치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카마디는 자신이 일부 소유한 호텔에서 생활하는데, 어느밤 같은 층의 열린 객실에 쓰러져 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일으켜 입 안으로 위스키를 조금씩 흘려 줍니다. 깨어난 여자는 속삭이듯 말해요. "위스키 괜찮네요. 조금 더 마셔도 돼요?(268쪽)"라고.

그리고 대화를 나눈 후 카마디는 방을 떠나면서 여자의 입술에 키스하며 말합니다.

 

당신과 함께 지옥에 가고 싶어, 천사아가씨.

당신이 마음에 드는군.

- 271쪽

 

 

하하하. 이게 뭐죠? 범죄소설인데 위트가 넘칩니다. 하하하

 

각 단편들은 하드보일드 거장의 소설답게 문체는 불필요한 수식이 일체 없이 긴박한 상황 속 사실만을 간결하고 담백하게 전달합니다. 사건은 지지부진한 부분 없이 빠르게 전개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탐정은 바쁘게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건의 진상을 향해 숨가쁜 질주를 해요.

그들은 때로는 거칠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은 정의감도 보이기도 하며 선악이 공존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저는 단편소설은 솔직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짧은 분량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말이 나는 경우를 몇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살인의 예술》 속 단편들은 모호한 결말도 없었고, 내용적으로도 군더더기없이 꽉 차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책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에 읽을 책은 작가의 대표작이자 전설적인 탐정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기나긴 이별>로 정했습니다.

 

참, 왜 제목이 《살인의 예술》인가 했더니, 레이먼드 챈들러가 기존의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짧은 에세이 'The Simple Art of Murder'가 있다고 하네요. 그 에세이도 함께 수록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조금 해 봅니다. ('하나비'님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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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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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에 이브 생로랑의 삽화라니,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거기다 플로베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역자님의 번역이니 여러가지로 특별하고 귀중한 책이네요.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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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기억 (Leaves)
스티븐 헉튼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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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기억

스티븐 헉튼 글, 그림 / 언제나북스

 

은은하고 따스한 느낌이 가득한 표지, 예쁜 마음들이 가득할 것 같은 그림책 《나뭇잎의 기억》을 읽었어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등장하는데요, 작은 나무는 묘목이었을 때부터 큰 나무의 보살핌 덕분에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답니다.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지켜 주고,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이 되어 주기도 했지요. 그런 큰 나무의 사랑 덕분에 작은 나무는 쑥쑥 자랄 수 있었지요.

그런 직접적인 보살핌 외에도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과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었지요. 주위를 배려하는 배려심,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그리고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것까지도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끔씩 멈춰 서서 지금을 즐기는 것이란다.

 

그렇게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게 삶의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소중한 잎,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서도 들려주죠.

 

 

걱정하지 마. 때때로, 어떤 순간들엔, 이렇게 놓아줘야 할 때도 있단다.

하지만, 소중한 잎들은 잘 지니고 있어야 해.

그 기억들은 네가 비바람을 마주쳤을 때 너를 보호해 줄 거거든.

좋은 기억들은 너를 따뜻하게 해 줄거야.

 

큰 나무의 소중한 가르침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작은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고, 큰 나무와 함께 했던 따뜻했던 기억은 작은 나무가 추위와 폭풍, 바람을 마주했을 때 그걸 이겨내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습니다.

 

 

 

-

그림책을 쓰신 작가님은 노르웨이 작가님이라고 하는데요, 그림이 은은하고 따뜻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작은 나무가 큰 나무로 성장해 가듯이, 큰 나무 역시 세월의 흐름을 겪게 되는데요, 그런 모습들이 그림과 문장으로 표현되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답니다.

 

누구에게나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소중한 기억들이 있을 거예요.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고 따스하게 안아준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억들은, 직장 생활이나 인간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어 주곤 해요.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게 알려준 세상의 지혜들은 마치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해 주신 따뜻한 조언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현재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의 따뜻했던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로 이어질테니, 현재를 즐기며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미래의 나에게는, 현재와 과거의 나의 소중한 '나뭇잎'이 어둠을 밝혀주는 이정표가 되어 줄테니까요.

 

문장도, 그림도 너무 따스하고 아름다워서 한참을 쳐다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어요.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책 <나뭇잎의 기억>, 우리 아기가 자라면 꼭 함께 읽어보고 싶은 그림책 1호가 되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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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지음,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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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글, 나히드 카제미 그림 / 보물창고

 

여기 한 할머니가 있어요.

할머니는 낡은 집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늙은 개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할머니와 개는 언덕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발 밑에서 가랑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 사이로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할머니, 오랜만에 이 길을 걷고 있지만 바위들과 나무들은 그녀가 기억하는 그대로였지요.

 

할머니는 산책을 하면서 맞게 되는 모든 것들에 만족하면서 순간순간을 즐겨요.

할머니는 날아가는 까마귀를 보면서 잠시 나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굵고 긴 막대기는 지팡이로 쓰기에 좋겠다고 생각하며 짚어보기도 하고, 딱 앉기 좋은 반들반들한 바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쉬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하루가 영원할 순 없을까, 를 생각하기도 하며 거대하고 웅장하고 따뜻하고 아슴아슴한 가을빛의 보름달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다음 날 일찍 잠이 깬 할머니는 "항상 이렇지만 그 어느 날도 다른 날과 같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우선 그림이 너무 은은하고 따스한 느낌을 줬는데요, 그림을 그린 '나히드 카제미' 작가가 파스텔과 초크를 사용해 부드러운 톤으로 그려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좀 더 몽환적이고 아련하고 따스한 느낌의 그림들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낡은 집에서 늙은 반려견과 살고 있는 할머니, 외형적 모습만 본다면 할머니에게 도대체 어떤 기쁨이나 즐거움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감히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대하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삶을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왔어요.

집에서 쉬거나 산책을 하거나, 어쩌면 단조롭고 무료한 하루하루일 수도 있는 할머니의 오늘이었지만, 사실은 할머니의 말처럼 '그 어느 날도 다른 날과 같진 않아'요.

어제의 날씨, 어제의 태양, 어제의 바람 등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이고, 나의 마음가짐과 기분도 어제와 같지 않지요.

어제보다 하늘은 더 밝아지고, 더 따뜻해지고, 바람도 고요해진 오늘... 작은 일상 하나하나에도 감사함과 만족을 느낀다면,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몇 시간씩이나 노느라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하루가 영원할 순 없을까를 생각했던 할머니지만, 그녀에게 오늘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어요.

오늘도 할머니는 자신의 오랜 친구와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겠지요. 할머니와 오랜 친구를 밝게 비춰주는 아름다운 햇살이 느껴져 제 마음도 따스해집니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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