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루씨쏜(글, 그림) / 자음과모음

 

책 속에 담긴 그림도, 작가의 마음과 문장도 너무 예쁜 책을 만났어요.

<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은 제주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제주의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고 있는 동양화가 루씨쏜의 에세이입니다.

제주의 모습 속에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독특한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는데요, 책을 읽고나니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주 사랑을 알리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반해버리고 말았어요.

 

작가는 영국 유학에 오르기 전 영어 공부를 위해 간 호주에서 일생의 짝인 옆지기를 만나게 되었고, 호주로 이민을 간 후에는 회화가 아니라 디자인은 전공해야 했다고 해요.

그러다 결국에는 바다가 좋아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제주로 와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은 마음에 한때 비혼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일을 지지하고 존중해주는 남편이 있어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 중 감사하게 새 생명이 찾아왔고, 지금은 아기와 함께 좋아하는 작업을 계속 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요.

 

당연하지만,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제주의 이야기가 많아요.

그녀가 제주에 정착하면서 느낀 이웃들의 따뜻한 정, 제주의 다양한 풍광들, 그리고 그녀의 일.

그녀의 문장 속에는 그림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제주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었어요.

그리고 책 속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건, 역시나 그녀의 그림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매력적인 그림들이 가득해서, 작가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의 아틀리에도 제주여행 리스트에 체크해 두었답니다.

한지에 채색되어 밝고 영롱한 색을 띄고 있을 제주의 풍경과 그 속의 고양이 부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거든요.

 

잠시 여행을 가는 것과 그 곳에서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르고, 보이는 것도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녀가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제주는 더 역동적이고 기발하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훨씬 깊이있게 제주에 닿아 있는 듯 해요.

잠깐 보고 느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그들을 오래 들여다보고 그래서 더 애정하게 된 그 소중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주에 온 이후로 가득 찬 매일매일을 살고 있다는 작가, 그녀의 문장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그 행복이 온전히 느껴져서 저 역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다음에 제주여행을 간다면 꼭 작가의 아틀리에에 들러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생동감 있는 그녀의 그림들도 보고 싶습니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의 풍경도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삶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큰일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작은 점으로 느껴지고,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오름의 풍경처럼 고요하고 잔잔해진다.

누군가는 인생을 끝없는 오르막길이라고도 하고 소풍 길이라고도 한다.

기왕 걷는다면 소풍 길이라 여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모두 나다.

삶이 힘들 땐 하던 일을 멈추고 높은 곳에 올라가 풍경을 바라본다.

거리를 두고 본 내 삶은 그 풍치만큼이나 언제나 아름답다.

_ 51쪽

 

 

세상에는 변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있다.

가치 있는 것들은 때론 그 존재 자체로 충분히 빛이 난다.

내게 제주가 그렇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더 이상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과거의 제주와 지금의 제주를 그린다.

그것이 내가 제주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

_ 286쪽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뒤틀린 집

전건우 / 안전가옥

 

 

근데 그거 알아?

이 집. 뒤틀려 있다는 거.

 

 

우리가 생각할 때 '집'이란 내가 온전하게 편안히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고, 주변 사람들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집으로 돌아가면 잠시나마 나쁜 기억들은 잊은 채 편안하게 나 자신을 쉬게 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집이 더이상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면?

사람으로 인한 것이든 다른 무엇으로 인한 것이든 집이 무섭고 두려운 곳이라면?

그렇다면 이들이 돌아갈 곳은 어디일까?

 

-

<뒤틀린 집>은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이 피할 수 없는 공포로 가득한 곳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명혜와 현민 가족이 서울에서 시골의 2층 양옥으로 이사온 날부터 시작된다.

명혜, 현민, 그리고 첫째 아들인 동우의 시선으로 이 집으로 이사한 첫날부터 겪은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을 이야기한다.

 

잘 나가는 그림 동화 작가였던 현민은 '도깨비 탐정' 시리즈로 대박이 났고, 그 성공은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날 초등학생이 저지른 잔인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학생의 가방에서 현민의 책이 나온 이후 끝없이 추락한다.

그렇게 성공의 가도에서 내려 선 현민은 명혜와 별다른 의논없이 시골로 이사를 결정했고, 명혜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

 

이사 온 첫날부터 명혜는 한낮인데도 이상하게 어두컴컴하고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냉기가 넘치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서운 게 있다며 우는 막내 지우,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밀 친구가 생겼다는 둘째 희우, 그리고 명혜 자신도 악몽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명혜에게 들리는 악의에 가득찬 목소리, "아이들은 어디 있니?"...

 

이전에 살던 가족은 어느날 갑자기 모든 세간살이를 두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 집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그 악의에 가득찬 목소리는 누구일까? 또 희우가 말하는 비밀 친구는 도대체 누구일까?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

게다가 더 끔찍한 일이 아직 남았을 것만 같아

현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174쪽

 

 

뒤틀린 집이란, 집의 방위에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한데 그 배치가 반대로 섞이면 뒤틀린 집, 즉 오귀택이 된다고 한다.

뒤틀린 위치 때문에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온갖 나쁜 기운이 흘러나와 귀신을 불러 모은다는 오귀택.

 

이 집으로 이사온 후 제일 먼저 변한 건 명혜였다.

명혜의 몸에서는 악취가 풍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가장 소중히 여겼던 딸 희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혜의 곁에는 이웃이라고 하는 묘한 여자 이은영이 있었다.

 

공포소설의 대가인 작가님의 소설답게 읽는 내내 으스스했다.

"아이들은 어디 있니?"라는 알 수 없는 냉기로 가득 찬 목소리가 마치 나에게도 들리는 듯 해서 몇 번이나 몸을 움츠려야 했다.

 

이 소설은 집을 소재로 한 공포소설이지만, 내용은 공포와 호러에 국한되지 않고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메세지까지 품는다.

요즘 뉴스에는 아동학대에 관한 사건들이 많이 보도되었던 것 같다. 적절한 보호 속에서 자라나야 할 아이들은 책임감 없는 부모 옆에서 방치되어 생명을 다하기도 하고, 나쁜 의도를 가진 부모 때문에 희생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공포소설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했다.

 

소설의 마지막, 나도 궁금해졌다.

사람은 나쁜 집의 기운으로 사악한 존재가 되는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원래가 그런 존재였던 걸까.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쁜 기운 따위에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이 소설은 출간 전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초청되어 상영되었다고 한다.

소설도 너무 무서웠는데, 영상으로 얼마나 잘 구현되었을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방인

알베르 카뮈 / 열린책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소설은 뫼르소의 어머니 사망 소식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뫼르소는 양로원으로 가서 장례를 치르는 동안 크게 슬퍼하지 않았고 잠이 들기도 했다.

그는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열두 시간 동안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수영을 하러 간다.

그 곳에서 예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마리를 만났고 함께 물놀이를 하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잤다.

 

언제나처럼 또 하루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 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일터에 나갈 것이고, 그리고 어쨌든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_ 40쪽

 

뫼르소는 같은 층에 사는 레몽이 정부를 때렸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해 달라는 레몽의 부탁을 승낙한다.

그리고 레몽의 초대로 알제 근처의 해변에 있는 오두막에 가게 되었고, 그 곳으로 가는 길에 아랍인들이 자신들을 뒤쫓는 걸 알게 된다.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두막에서 식사를 한 후 뫼르소와 레몽, 마송은 해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나선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들을 뒤쫓던 아랍인들을 다시 맞닥뜨리고 싸움이 벌어져 마송이 다친다.

그뒤 레몽과 뫼로스는 다시 아랍인들과 대치하지만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해변을 향해 걷기 시작한 뫼르소는 아랍인을 다시 마주치게 되고 싸움이 벌어졌으며 그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그렇게 살인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 뫼르소, 그런데 이상하게 변호사는 그에게 엄마의 장례식 날에 슬픔을 느꼈는지 묻는다.

장례식 날의 일은 이번 살인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재판을 하는 내내 그 문제는 계속 중요하게 취급된다.

엄마의 장례식에서 엄마를 보려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잠을 자고 밀크 커피를 마신 아들...

 

아니, 대체 피고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것 때문에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사람을 죽여서 기소된 것입니까? _ 132쪽

 

뫼르소는 자신의 재판마저 아무 감정없이 지켜본다.

발언을 하려는 뫼르소를 변호사는 막고, 뫼르소의 재판은 뫼르소의 개입이 배제된 채 진행된다.

 

-

읽는 동안 뫼르소의 심리가 이해될 듯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뫼르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뫼르소는 조금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딱히 이것저것 지적하고 따지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태도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할일을 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과정하지 않는다.

제목인 <이방인>처럼 그는 공동체 사회에서 조금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속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번번히 그의 이야기를 묵살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지 않는 뫼르소는 그들에게 위협이 되는 '이방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카뮈는 1958년 런던에서 발간된 영문판 <이방인>의 서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라고 적었다.

고독하고 사적인 사회의 가장자리를 떠도는 이질적인 존재, 그는 술책을 부리지 않고 거짓말을 하기를 거부했다고 말이다.

 

여전히 쉽지는 않은 소설이다.

책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데,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층 마법사의 성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15
노하나 하루카 지음, 도담 옮김 / 아이노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층 마법사의 성

노하나 하루카 / 아이노리

 

너무너무 예쁜 그림책을 만났어요.

호기심 많고 예쁜 것 좋아하는 아기들의 必템이 되어도 좋을 듯한 샤방샤방한 책 <10층 마법사의 성>이에요.

 

마법사가 되고 싶은 한 소녀가 있었어요.

달이 빛나는 밤, 다락방에 올라간 소녀는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는 의자에서 낯선 편지를 발견하게 되요.

그 편지는 바로, 마법사의 성에서 온 마법 파티 초대장이었어요.

어느 순간, 특이하게 생긴 성 앞에 서 있는 소녀는 검은 고양이를 따라 마법사의 성 안으로 들어가 마법사가 될 준비를 시작한답니다.

 

예쁜 옷들이 가득한 첫 번째 방을 지나, 두 번째 방에서 머리 모양을 고르고, 세 번째 방에서는 어울리는 양말과 신발도 골라 봅니다.

신기한 식물과 생물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마법 도구도 고르면서 소녀는 점점 마법사에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열린 마법 파티의 문.

소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마법사가 되었답니다.

 

 

 

 

마법사가 되기 위해 한 층씩 올라가면서 선택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기특하고 예뻤답니다.

소녀가 마법 빗자루에 대해 공부하면서 마법을 쓰기 위한 중요한 마음가짐 "무엇이든 잘 찾아보고, 배우고, 연습하기.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기"를 알아가는 모습도 흐믓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속의 그림들이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각 층마다 가득한 아이템들을 보는 재미도 좋았고, 아이템들의 이름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소녀는 이것을 골랐네, 나는 어떤 걸 고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템들을 보는 재미에 어느 순간 책에 푹 빠지고 말았어요.

아직은 우리 아기가 어려서 무언가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책이 예쁜지 이리저리 만지고 펼치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아기가 조금 더 크면 함께 책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이템들을 골라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더라구요.

 

아직은 아기보다 제가 더 좋았던 책 <10층 마법사의 성>, 어서 빨리 아기와 함께 마법사의 성으로 떠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열린책들

 

작가의 이름도, 책의 제목도 낯설지가 않다.

처음 읽어보게 되었지만, 워낙 유명하고 많이 들어본 작가이고 작품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소설인 줄 알고 책을 폈다가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

<자기만의 방>은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여성과 소설'에 대하여 두 차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여성과 문학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 속에서 저자는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라고 말한다.

 

당시의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이 많았다.

대학만 하더라도 잔디밭은 연구원과 학자들만 출입할 수 있었고 여자들은 자갈길로 지나가야 했다.

또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칼리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했다.

 

저자는 모든 여성이 오랜 세월을 일하고도 2천 파운드를 벌기가 어려운 현실을 말하며, 어머니 시대의 여성들이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고 그게 가능했다 하더라도 번 돈을 소유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쪽 성별의 안전과 유복함, 다른 성별의 궁핍과 불안전함을, 작가 정신에 전통이 주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주는 영향을 생각"한다.

 

진리를 찾기 위해 영국 박물관으로 향한 저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견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중 여성이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교수를 보며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권력도 내 5백 파운드를 빼앗지 못합니다.

의식주가 영원히 내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과 노동만 중단되는 게 아니라 증오와 비통도 그치지요.

난 어떤 남자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요.

어떤 남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내게 줄 게 없으니까요.

_ 53쪽

 

저자는 소설 속 여성들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그녀들은 극중 중요 인물로 설정되어 다양하고 영웅적이고 눈부시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 현실의 여성은 갇혀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해야만 하고 만약 거부한다면 가족에게도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져도 당연시 되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여성들이 교육은 받았는지 글쓰기는 배웠는지 혼자만의 방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어린 나이에 좋든 싫든 결혼까지 해야 했으니 그녀들이 셰익스피어 같은 희곡들을 쓰기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상해 본다.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인생을 도모하고 있을 때, 가상의 여동생은 책을 읽으려다 부모에게 제지당하고 집안일을 하고 원치 않는 약혼을 해야 했고 재능의 힘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고 말이다.

저자는 분명 16세기에 큰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들이 존재했을 테지만, 그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극적인 삶을 산 천재 여성을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허난설헌이 떠오르기도 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재능을 분명 오히려 그녀들에게 덫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서도 그녀들은 불타오르는 자신의 재능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

 

-

얇고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놓고 다시 펼친 것이 여러 번이었으나,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당연히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 비하여 훨씬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이니 말이다.

 

진취적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평등한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 역시 저자의 남성 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어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의 선구가 되는 문학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