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열린책들

 

작가의 이름도, 책의 제목도 낯설지가 않다.

처음 읽어보게 되었지만, 워낙 유명하고 많이 들어본 작가이고 작품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소설인 줄 알고 책을 폈다가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

<자기만의 방>은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여성과 소설'에 대하여 두 차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여성과 문학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 속에서 저자는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라고 말한다.

 

당시의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이 많았다.

대학만 하더라도 잔디밭은 연구원과 학자들만 출입할 수 있었고 여자들은 자갈길로 지나가야 했다.

또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칼리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했다.

 

저자는 모든 여성이 오랜 세월을 일하고도 2천 파운드를 벌기가 어려운 현실을 말하며, 어머니 시대의 여성들이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고 그게 가능했다 하더라도 번 돈을 소유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쪽 성별의 안전과 유복함, 다른 성별의 궁핍과 불안전함을, 작가 정신에 전통이 주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주는 영향을 생각"한다.

 

진리를 찾기 위해 영국 박물관으로 향한 저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견해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중 여성이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교수를 보며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권력도 내 5백 파운드를 빼앗지 못합니다.

의식주가 영원히 내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과 노동만 중단되는 게 아니라 증오와 비통도 그치지요.

난 어떤 남자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요.

어떤 남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내게 줄 게 없으니까요.

_ 53쪽

 

저자는 소설 속 여성들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그녀들은 극중 중요 인물로 설정되어 다양하고 영웅적이고 눈부시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 현실의 여성은 갇혀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해야만 하고 만약 거부한다면 가족에게도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져도 당연시 되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여성들이 교육은 받았는지 글쓰기는 배웠는지 혼자만의 방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어린 나이에 좋든 싫든 결혼까지 해야 했으니 그녀들이 셰익스피어 같은 희곡들을 쓰기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상해 본다.

셰익스피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인생을 도모하고 있을 때, 가상의 여동생은 책을 읽으려다 부모에게 제지당하고 집안일을 하고 원치 않는 약혼을 해야 했고 재능의 힘으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고 말이다.

저자는 분명 16세기에 큰 재능을 갖고 태어난 여성들이 존재했을 테지만, 그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극적인 삶을 산 천재 여성을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허난설헌이 떠오르기도 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재능을 분명 오히려 그녀들에게 덫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서도 그녀들은 불타오르는 자신의 재능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

 

-

얇고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놓고 다시 펼친 것이 여러 번이었으나,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들을 맞닥뜨릴 때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당연히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 비하여 훨씬 여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이니 말이다.

 

진취적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여성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평등한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 역시 저자의 남성 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어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의 선구가 되는 문학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