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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창비청소년문학 80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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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읽기 전 주의할 점!

- 반드시! 꼭! 배를 채우고 읽을 것. 아니면 옆에 간식이라도 꼭 챙겨둘 것.

 

 

 

차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너무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 장마다 나오는 요리들 때문에 한밤중 책을 펼쳐 들었던 나는 결국.... 냉장고에 넣어둔 케이크를 꺼냈다...  

 

 

 

'제92회 도쿄-하코네 간 왕복 대학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이스 구간인 2구간을 맡은 하루마. 하루마는 반드시 이겨서 후지사와 대학의 종합 우승을 이끌고 싶다. 드디어 하루마의 차례! 첫 주자에게서 어깨띠를 전해 받고 달리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그의 앞엔 형, 소마가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루마의 대학 역전 마라톤에서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소마, 하루마 형제는 둘 다 육상부원이다. 소마는 무릎 부상으로 수술 후 재활 중이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더 이상 육상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동생인 하루마는 육상부에서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노루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가지고 미야코가 있는 조리 실습실에 온 소마. 부자가정이라 요리를 해야 하는 소마는 미야코의 도움으로 제대로 맛을 낸 요리에 입문하게 되고 점점 요리하는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다시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 이야기는 이렇게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소마는 자신이 더 이상 육상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도 있고, 갑작스럽게 변해 버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아마 그대로 상황을 방치하며 결정을 미루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며 그것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버린다면? 자신을 앞서 점점 발전하는 동생을 보면서 소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루마는 형이 왜 부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 속상하다. 세워진 계획대로 치료받고 재활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형은 그런 마음이 없어 보인다. 대신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형을 이해할 수 없다. 하루마가 소마의 복귀를 재촉하는 이유 중엔 죄책감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망쳐버린 경기를 형이 만회하느라 형의 다리가 망가져버렸다는 죄책감.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형이 복귀해 예전처럼 달려준다면 자신의 마음의 짐도 좀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p.120

사과를 해서 돌아오게 해야지. 마이에 소마가 이쪽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지.

"형이 다친 건 내 탓이잖아. ~ 내가 제대로 순위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무지막지하게 달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소마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돌아본 얼굴은 오싹할 만큼 무표정했다. 그의 등 뒤로 끔찍하게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사죄의 말은 지워져 버렸다.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하진 않아."

나는 나를 위해 달렸어. 내가 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달린 거라고.

스스로 달렸고 나 때문에 부상한 거야.

착각하지 마.

뭔가에 홀린 듯이 재빨리 말한 소마는 본 적이 없는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입술을 실룩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비닐봉지 손잡이를 움켜쥐는 메마른 소리가 몹시 크게 귓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은 닭다리와 가슴살이 본때를 보여 주마, 하듯이 몽땅 들어간, 게다가 채소까지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 카레였다. 달콤한 맛, 채소 맛도 고기 맛도 묻혀 버릴 정도로 다디단 카레였다.

 

소마가 육상을 그만둔 이유는 단순히 부상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잘 이겨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도 찾았다. 자신이 만든 것을 잘 먹는 동생을 보며 초딩입맛을 가진 동생을 제대로 먹이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때문에 너무 일찍 어른 연습을 시작한 미야코. 그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형편없었던 그녀의 요리 실력을 제대로 키워 냄으로써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흔히 인생을, 삶을 장거리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번에 힘을 내어 달려버리면 지쳐 버려 끝까지 달릴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계획 없이 달려 버리면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보이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직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굴곡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화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고, 험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달리는 동안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싸움이다.

 

『달리기의 맛은 장거리 달리기를 소재로 한 맛있는 인생 이야기이다. 

음식은 달리기와 더불어 우리 인생에서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한다.  

『달리기의 맛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달리기 같은 삶과 자연에서의 재료로 맛있게 밥을 만들어 그 밥을 먹으며 위로를 받는 요리가 서로 잘 버무려져 있다.

 

 p.275

제대로 달려라.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달린다는 것은.

제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삶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산다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제대로'를 '계속한다는 것'은.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있듯이 힘든 일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최선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최선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가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던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p.165

고민하고 싶으면 반년이고 일 년이고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건 변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주변 인간들 역시 기다려 주진 않는다. 고민 끝에 형이 육상으로 돌아와 봤자, 거기 그의 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일 년 이상 공백이 있었던 소마의 몸이 어느 정도나 달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에, 미래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에, 걱정하는 것이며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함께 견뎌줄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반려동물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 되었든,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그 무엇이 있다면, '괜찮아.'라고 마음으로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두렵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한 발짝 씩 앞으로 나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일단 한 발짝이라도 내디뎌야 무언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움에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변하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미노루 선생님의 텃밭+요리 연구부의 유일한 부원 미야코의 레시피+육상 부원이자 텃밭 도우미 소마의 맛있는 요리들로 가득한『달리기의 맛. 

 

 p.27~28

아스파라거스·토란·돼지고기볶음

청주, 맛술, 간장, 설탕, 소량의 고추냉이로 양념장을 만들어 돼지고기를 볶는다.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얼추 익었을 때 토란을 넣어 양념장이 잘 스며들 때까지 볶으면 완성.

 

 p.135

두유국수

냉장고에서 티포트에 넣어 둔 우린 국물을 꺼내 냄비에 붓고 불을 붙인다. 끓고 나면 작년 세밑에 밭은 소면과 다진 양파를 넣는다. ~ 소면이 익으면 간장과 맛술로 맛을 낸다. 위장을 자극하는 좋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비에 된장 큰 술 하나를 풀어 넣는다. 된장 맛이 우린 국물에 퍼지면 두유를 붓고 시금치를 넣는다. 시금치 줄기까지 연해지면 완성.

⁠… 

 

내 인생도 이렇게 맛있는 레시피들로 가득가득했으면 좋겠다.

 

일본 소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담긴 이야기였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오차즈케 한 그릇하고 싶어진다.

 

 

 

 

 

 *이 서평은 창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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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봉
원명희 지음 / 좋은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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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나팔봉'은 주인공 나팔봉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나팔봉. 나팔봉이라는 이름은 그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가 남의 집 머슴살이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팔자가 봉을 만나라'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남.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늙고 병드신 어머니와 한쪽 눈이 멀어버린 여동생. 가난의 무게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양쪽 어깨를 누르고 있지만 나팔봉은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그는 앞이 캄캄한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그의 가족과 함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팔봉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최고가 아닐지라도 차석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인물이다.

 

검정고시에 합격해 야간대학 장학생까지 되고, 10년간 일해 온 곳에서 인정까지 받아 나팔봉은 그동안 자신의 모든 즐거움을 절제하며 오직 안정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지치지도 않고 노력해 온 보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모든 행복을 앞두고 그는 군대에 가게 된다. 그는 그 외에는 부양할 가족이 없어 6개월의 군 생활만 버티면 의가사제대를 할 수 있다. 제대를 하게 되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동태 두 마리'만 아니었다면...

단지 그 동태 두 마리만 아니었다면 그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처럼 그가 희망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동태 두 마리가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의 운명에 반전이라는 것은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성실함과 노력만으로 채운 그의 시간들은 그에게 운명을 넘어서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를 끌어내려 버렸다.

그에게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모든 것들을 눈앞에 펼쳐두고서는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는 다 거두어 가버리는 잔인한 희망고문이었다. 운명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나팔봉은 장발장이 될 수도 있었으나 결국 장발장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쇠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원망, 복수라는 것은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어서라도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남은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눈에 밟힌다. 그는 다시 일어서기를 다짐한다. 그는 다시 희망을 꿈꾼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더 잘 살 수 있다고. 무엇이든 해낼 힘이 있다고 약속한다. 그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겐 아직 그를 생각해 주는 그의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최소 세 번의 기회가 온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놓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팔봉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기회가 왔고, 그것을 잡는 듯했으나 순간의 감정으로 그것을 놓쳐 버렸다. 작다면 작은 사건을 계기로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른 나팔봉이지만 그 죄만을 보기에는 그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다. 그에게 아직 남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젠 마음까지 단단해진 나팔봉이 꼭 그 기회를 잡아 모든 것을 이루어 그의 가족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좋은땅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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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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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으로 유명한한 스티븐 킹. 출간하는 소설마다 화제가 되고, 심지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장편소설은 빌 호지스 시리즈의 마지막 세 번째 소설인 '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시리즈는 경찰인 그리고 경찰이었던 주인공 빌 호지스가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처음엔 시리즈로 나온 책인 줄 모르고 책의 소개 글만 보고 읽어보고 싶었으나 이 책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사실 망설여졌다. 하지만!!! 혹시 나처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앞의 1, 2부를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 3부인 엔드 오브 왓치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가 있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 물론 1부, 2부를 읽고 나서 3부를 읽었다면 더 좋았을 수 있겠지만 나처럼 이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3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제목인 '엔드 오브 왓치'는 경찰들 사이에서 쓰는 용어인데 그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그들이 맡은 모든 일들이 끝나게 되니 '임무 종료 (End of Watch)'로 표현한다고 한다.


p.26

~. 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예전 파트너 피트 헌틀리가 보낸 문자다. 피트도 이제 퇴직을 앞두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경찰들은 그걸 임무 종료(End of Watch)라고 표현하는데 호지스는 암만해도 임무를 종료할 수가 없다.~

 

 

 

'엔드 오브 왓치'는 게임 중독과 청소년 자살을 중심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게임 중독과 관련된 범죄(게임을 말리는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갓난아기를 내버려두고 게임에 빠진 젊은 부모에 관한 뉴스), 청소년의 신변 비관 자살에 관한 뉴스를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다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이야기는 '2009년 4월 10일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의 등장으로 시작하게 되고(아마 1부에도 등장한 사건인 것 같다), 이후 그 사건으로부터 약 6~7년이 지난  2016년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경찰을 은퇴하고 사설 탐정으로 개업해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 빌 호지스와 그의 파트너 홀리 기브니와 자살 설계자 브래디 하츠필드와의 치열한 두뇌싸움.


브래디 하츠필드...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고, 엮이고 싶지 않은 인물. 이제는 귀신, 좀비, 괴물 이런 것 보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훨씬 더 무섭다. 

 

 

게임 중독, 자살 문제 이외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회 문제-정신병적인 것들, 인터넷 악플, 가정환경적인 문제, 공직자들의 태도 등-들도 등장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들이었고,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읽으며 곳곳에 등장하는 생각할 거리들 때문에 쉽사리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p.364

인터넷의 능력에 비하면 일말의 염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처음으로 든 생각도 아니다.) 그도 알다시피 악플이 만연하고 집단 괴롭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셜 미디어야말로 수천 명의 자살자를 배양하는 강력한 온상지다. 그곳에 바로 진정한 마인드 파워가 존재한다.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쳐짐이 없었다. 역시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다웠다.

빌 호지스의 '엔드 오브 왓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3부를 이미 읽었지만 1부, 2부는 영문판을 구매해 읽어 볼 생각이다. 곧 빌 호지스 시리즈가 미드로도 방영이 된다고 하니 책에 있는 내용이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될지 상당히 기대된다.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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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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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만 읽어서는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심장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는 걸 알고 보니 바로 이해가 되는 제목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세세한 심리묘사와 상황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 놓치는 것 없이, 감정 하나를 쪼개고 또 쪼개어, 최대한 쪼갤 수 있을 때까지 나누어 세밀하게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마치 시를 읽는 느낌까지 주었다. 게다가 내용도 무겁다 보니 심리묘사를 상상하며 따라가는 동시에 내 마음도 같이 답답해져 오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시몽 랭브르의 심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과거 시점. 무엇보다 서핑을 좋아하는 세 소년, 시몽 랭브르, 크리스토프 알바, 조앙 로셰. 이 셋은 어느 날 아주 이른 추운 새벽 그들만의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다를 찾고, 그렇게 원하던 서핑을 맘껏 한 후 소형트럭 (그들이 부르기를 밴)을 타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들 중 유일하게 면허가 있는 크리스토프가 트럭의 운전대를 잡았다. 새벽부터 나선 탓인지, 추위에 떨며 몸을 움직이고 난 후라 그런지, 그들은 결국 사고가 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트럭의 가운데 앉아 있던 시몽쪽에만 안전벨트가 없어 시몽은 다른 두 친구들보다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소생의학과 의사인 피에르 레볼의 등장. 그리고 시몽의 엄마인 마리안 랭브르의 등장.

집에서 잠에 취해 있던 마리안 랭브르는 어린 딸 루를 통해 충격적인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아들 시몽의 사고 소식이다. 패닉상태에 빠진 그녀는 루를 지인에게 맡기고 남편인 숀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리고 정신 없이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도착해 겨우 아들 시몽 랭브르의 이름을 뱉어내지만 아들 소식을 바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소생의학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p.64

마리안은 한 층 더 올라가는 동안 (길기도 하네. 시몽에게 가는 이 길이. 미로 같은 이런 병원들은 정말 괴로워) 그 말을 되뇐다.

 

소생의학과로 가는 길이 먼 거리도 아니었지만 아들에게 가는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무겁다. 아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나쁜 상황일 것 같은 불안감이 그녀의 가는 길을 더욱 멀게 느껴지게 만들었을 것이리라. 아들을 찾아가는 마리안의 심정이 전해져 나도 같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들을 만나기 전 피에르 레볼이 마리안을 바로 알아보고 그녀를 맞아 환우 가족실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간다. 그리고 레볼이 시간을 끄는 동안 마리안은 직감한다. 시몽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단순히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주 나쁜 상황임을. 그리고 레볼을 통해 아들의 상태를 전해 듣고는 그녀는 시몽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레볼은 시몽이 아직 처치 중이라 만날 수 없고, 처치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노르스름한 종이 한 장을 그녀에게 내밀며 시몽에 대해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레볼과 마리안은 간략하게 시몽에 대한 차트를 작성해 나간다. 이야기를 마친 그들은 사무실을 나선다. 그리고 마리안은 여전히 연락이 없는 시몽의 아버지, 숀을 찾아 나서면서도 혼자 있을 시몽 때문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온 레볼은 소생의학과 간호사이기도 했지만 현재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토마 레미주에게 전화를 건다.

드디어 만난 마리안과 숀. 둘은 시몽이 있는 병실로 간다. 시몽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하지만 기계덕분에 뛰고 있고, 여전히 비가역 코마 상태라 설명하는 레볼. 셋은 레볼의 사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한 명 더 토마 레미주까지 넷이 모였다. 그리고 레볼은 마침내 말한다. 시몽이 뇌사 상태임을, 사망했음을. 마리안과 숀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리고 토마로부터의 충격적인 말, 시몽의 장기 기증에 대한 고려.

 

p.142~143

벽이 춤을 춘다. 바닥이 출렁인다. 마리안과 숀은 거세게 얻어맞았다. 벌어진 입. 낮은 테이블 표면에서 떠도는 시선. 비비 꼬이는 맞잡은 두 손. 두텁고 어둡고 아찔한 그 침묵이 무너져 내린다. 두려움과 혼란의 뒤섞임. 구렁이 저기, 그들 앞에 입을 벌렸다. ~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그들로서는 표현할 길 없는 질문들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를 하며 결국은 장기 기증에 동의를 한다.

 

p.181

그 사람들이 해로운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어떤 해로운 짓도 안 할 거야. 마리안의 목소리가 천의 조직에 한 차례 걸러지며 들어온다. 그러자 숀이 손을 놓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는다. 그의 오열은 자연의 숨결의 연장이다. 그가 동의한다. 그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야지.

 

p.199~200

숀이 힘들게 소리를 내며 그들의 청을 내놓는다. 들어낼 때, 시몽의 심장, 그때, 시몽에게, 그러니까 정지시킬 때, 심장을, 말해 줘요, 내가, 그 애에게 꼭 말해 줘요, 우리가 있다고, 함께한다고, 우리 모두 그 애를 생각한다고, 우리 모두의 사랑을. 마리아가 뒤를 받는다. 그리고 루와 쥘리에트도요, 그리고 할머니도. 그러다니 다시 숀. 바닷소리, 들려줘요. 그가 토마에게 이어폰과 MP3 플레이어를 내민다. 7번 트랙이에요. 맞춰 놨어요. 아이가 바닷소리를 듣게요(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튀어나오는 생각들). 그러자 토마가 그 의식을 두 사람의 이름으로 완수하겠노라고 다짐한다.

 

시몽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마리안과 숀. 그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들이 마지막 가는 길에 전하고 싶은 말도 많을 텐데…… 마지막 가는 길을 좋아하는 바닷소리라도 듣게 해주려는 마리안과 숀.

 

마리안과 숀이 장기이식을 결정한 후부터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류작업부터 장기 이식 대기자들을 선정하는 작업까지. ‘죽은 자들은 땅에 묻고 살아 있는 자들은 고쳐야지라는 토마의 말대로 혹시라도 살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매 순간 이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마리안과 숀에게는 루가 있다. 그리고 시몽의 심장인 여자친구 쥘리에트에게도 전해줄 말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피이식자인 클레르 메장으로 넘어간다.

시몽의 심장은 클레르 메장에게 갈 예정이다. 심근염을 앓고 있는 그녀의 심장은 점점 더 그 기능을 상실해 갈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두렵다. 다른 사람의 장기가 자신의 몸 속에 들어온다는 것. 그것은 곧 그녀는 예전의 그녀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수술이 꼭 성공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수술에 대한 공포, 수술 후 치료에 대한 공포, 거부 반응으로 다시 그녀를 괴롭게 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 하지만 그녀는 심장 이식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자시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심한다.

이후 진행되는 심장 이식의 과정들.

 

이 모든 이야기가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일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끔직한 일을 겪고, 그 마음 추스를 시간도 없이 엄청난 결정을 해야 했던 마리안과 숀. 그들이 겼었을 그 수많은 고통의 감정들이, 길게만 느껴졌던 그 시간들이 단지 24시간이었다니……  

언젠가는 심장 이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은 해왔지만 갑작스럽게 제안이 오고 별다른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클레르 메장.

 

친구와 길을 가다 장기 이식에 대한 홍보물을 본 적이 있다. 그땐 친구나 나나 어차피 살 수 없다면 나 한 사람 희생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둘 다 긍정적이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건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이고, 만약 내 자식이, 내 가족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글쎄, 선뜻 그러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몸이 따뜻하고, 심장이 뛰고 있고, 혹시 모를 기적을 바라기도 하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더욱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느 누가 이성적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작 의식이 없는 본인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비록 시몽의 몸을 이루고 있던 장기들은 시몽을 떠났지만, 시몽이 아닌 또 한 번의 삶을 꿈꾸는 다른 간절한 아직은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어 시몽 또한 피이식자와 함께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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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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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5

우린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이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믿음으로 조직하고 설계하고 실행했어. 그게 우리의 일이었으니까. 우린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전하듯,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용접공이 철근을 이어 붙이듯이 우리 일을 한 거야.”

그런 일을 부역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을 부역자라고 하고∙∙∙∙∙.”

그건 옳은 일이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필요한 일이었어.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이정명 작가의 목소리로 전달하려고 한 80년대 분위기.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1987 6월 항쟁. 민주화를 위한 투쟁. 그 시기를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절박한 심정을, 그 분노를 감히 똑같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단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 시기를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의 분위기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피를 토하며 이뤄낸 민주화가 사실은 겉모습만 민주화, 거짓 민주화였다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느꼈을 그분들의 분노는 아마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소설의 중반 이후부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 소설은 중반부까지는 각각의 인물들을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보아 그 조각 하나 하나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펼치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그 퍼즐들을 짜맞추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결국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기준 & 최민석으로 시작해 김기준 & 최민석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 같다.

첫 시작은 김기준의 최민석 추적으로 시작된다. 정보기관 요원인 김기준은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운동가인 최민석을 잡으려고 공을 들이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그 결과 건진 것은 최민석의 옆얼굴과 손가락의 일부만 담긴 사진 1장이고 최민석 검거를 위한 그의 팀은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한 이태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줄리어스 시저라는 연극을 연출하게 되고 극을 올린 후 중간에 대사에 독재라는 단어를 쓰게 된 후 연극팀 전체가 잡혀 들어가게 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태주만 특별 대우를 받으며 조사를 받게 된 후 풀려나게 된다. 이후 연극계에서 이태주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게 된다.

세 번째 장은 그냥 배우가 아닌 여배우가 되고 싶은 김진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배우가 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 않고 일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중 오영수라는 인물을 만나 그의 후원아래 연기를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잘리게 되고 그녀는 삼류 극장에서 에로극을 하던 중 이태주를 만나게 된다.

네번째장에서는 최민석 검거에 실패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유일한 증거물인 최민석의 일부가 찍힌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계속해서 최민석을 향한 검거 의지를 굽히지 않는 김기준의 이야기이다. 김기준은 상사인 관리관을 찾아가 최민석에 대한 검거 의지를 밝히고 다시 그의 검거팀을 꾸리고 최민석 검거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다섯 번째 장에서 이태주는 엘렉트라의 변명이라는 연극을 준비해 올리게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풀려가고 있었지만 공연 중반에 폭발물이 터지게 되고 이태주는 외국인 대사 테러 혐의로 잡혀가게 된다.

여섯 번째 장, 외국인 대사 테러 혐의로 잡혀 온 이태주는 자신이 왜 그러한 혐의로 잡혀 오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김기준과 이태주의 진실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관리관. 이태주는 결국 재판을 받고 형을 살게 된다.

일곱 번째 장, 수년 간 형을 산 후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태주. 그는 모든 게 낯설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세상과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기준, 그리고 최민석. 드러나는 진실들과 또 다른 조작.

극을 하나 올리려고 해도 대본 검열을 수 차례 받아야 했던 그 시절. 지금은 그 시절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p. 297 (작가의 말 중에서)

1987 6월이라는 시점이 2017 6월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인간답지 못한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할까? 87년을 살아낸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준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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