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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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5

우린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이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믿음으로 조직하고 설계하고 실행했어. 그게 우리의 일이었으니까. 우린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전하듯,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듯, 용접공이 철근을 이어 붙이듯이 우리 일을 한 거야.”

그런 일을 부역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일을 하는 자들을 부역자라고 하고∙∙∙∙∙.”

그건 옳은 일이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필요한 일이었어.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이정명 작가의 목소리로 전달하려고 한 80년대 분위기.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1987 6월 항쟁. 민주화를 위한 투쟁. 그 시기를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절박한 심정을, 그 분노를 감히 똑같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단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 시기를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의 분위기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피를 토하며 이뤄낸 민주화가 사실은 겉모습만 민주화, 거짓 민주화였다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느꼈을 그분들의 분노는 아마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소설의 중반 이후부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 소설은 중반부까지는 각각의 인물들을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보아 그 조각 하나 하나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펼치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그 퍼즐들을 짜맞추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결국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기준 & 최민석으로 시작해 김기준 & 최민석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 같다.

첫 시작은 김기준의 최민석 추적으로 시작된다. 정보기관 요원인 김기준은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운동가인 최민석을 잡으려고 공을 들이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그 결과 건진 것은 최민석의 옆얼굴과 손가락의 일부만 담긴 사진 1장이고 최민석 검거를 위한 그의 팀은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이기도 한 이태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줄리어스 시저라는 연극을 연출하게 되고 극을 올린 후 중간에 대사에 독재라는 단어를 쓰게 된 후 연극팀 전체가 잡혀 들어가게 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태주만 특별 대우를 받으며 조사를 받게 된 후 풀려나게 된다. 이후 연극계에서 이태주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게 된다.

세 번째 장은 그냥 배우가 아닌 여배우가 되고 싶은 김진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배우가 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마다 않고 일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중 오영수라는 인물을 만나 그의 후원아래 연기를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잘리게 되고 그녀는 삼류 극장에서 에로극을 하던 중 이태주를 만나게 된다.

네번째장에서는 최민석 검거에 실패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유일한 증거물인 최민석의 일부가 찍힌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계속해서 최민석을 향한 검거 의지를 굽히지 않는 김기준의 이야기이다. 김기준은 상사인 관리관을 찾아가 최민석에 대한 검거 의지를 밝히고 다시 그의 검거팀을 꾸리고 최민석 검거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다섯 번째 장에서 이태주는 엘렉트라의 변명이라는 연극을 준비해 올리게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풀려가고 있었지만 공연 중반에 폭발물이 터지게 되고 이태주는 외국인 대사 테러 혐의로 잡혀가게 된다.

여섯 번째 장, 외국인 대사 테러 혐의로 잡혀 온 이태주는 자신이 왜 그러한 혐의로 잡혀 오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김기준과 이태주의 진실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관리관. 이태주는 결국 재판을 받고 형을 살게 된다.

일곱 번째 장, 수년 간 형을 산 후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태주. 그는 모든 게 낯설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세상과 떨어져 있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기준, 그리고 최민석. 드러나는 진실들과 또 다른 조작.

극을 하나 올리려고 해도 대본 검열을 수 차례 받아야 했던 그 시절. 지금은 그 시절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p. 297 (작가의 말 중에서)

1987 6월이라는 시점이 2017 6월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인간답지 못한 시대를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할까? 87년을 살아낸 사람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준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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