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맛 창비청소년문학 80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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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읽기 전 주의할 점!

- 반드시! 꼭! 배를 채우고 읽을 것. 아니면 옆에 간식이라도 꼭 챙겨둘 것.

 

 

 

차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너무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 장마다 나오는 요리들 때문에 한밤중 책을 펼쳐 들었던 나는 결국.... 냉장고에 넣어둔 케이크를 꺼냈다...  

 

 

 

'제92회 도쿄-하코네 간 왕복 대학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이스 구간인 2구간을 맡은 하루마. 하루마는 반드시 이겨서 후지사와 대학의 종합 우승을 이끌고 싶다. 드디어 하루마의 차례! 첫 주자에게서 어깨띠를 전해 받고 달리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그의 앞엔 형, 소마가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루마의 대학 역전 마라톤에서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소마, 하루마 형제는 둘 다 육상부원이다. 소마는 무릎 부상으로 수술 후 재활 중이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더 이상 육상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동생인 하루마는 육상부에서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노루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가지고 미야코가 있는 조리 실습실에 온 소마. 부자가정이라 요리를 해야 하는 소마는 미야코의 도움으로 제대로 맛을 낸 요리에 입문하게 되고 점점 요리하는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다시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 이야기는 이렇게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소마는 자신이 더 이상 육상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도 있고, 갑작스럽게 변해 버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아마 그대로 상황을 방치하며 결정을 미루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며 그것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버린다면? 자신을 앞서 점점 발전하는 동생을 보면서 소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루마는 형이 왜 부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 속상하다. 세워진 계획대로 치료받고 재활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형은 그런 마음이 없어 보인다. 대신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형을 이해할 수 없다. 하루마가 소마의 복귀를 재촉하는 이유 중엔 죄책감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망쳐버린 경기를 형이 만회하느라 형의 다리가 망가져버렸다는 죄책감.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형이 복귀해 예전처럼 달려준다면 자신의 마음의 짐도 좀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p.120

사과를 해서 돌아오게 해야지. 마이에 소마가 이쪽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지.

"형이 다친 건 내 탓이잖아. ~ 내가 제대로 순위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무지막지하게 달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소마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돌아본 얼굴은 오싹할 만큼 무표정했다. 그의 등 뒤로 끔찍하게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사죄의 말은 지워져 버렸다.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하진 않아."

나는 나를 위해 달렸어. 내가 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달린 거라고.

스스로 달렸고 나 때문에 부상한 거야.

착각하지 마.

뭔가에 홀린 듯이 재빨리 말한 소마는 본 적이 없는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입술을 실룩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비닐봉지 손잡이를 움켜쥐는 메마른 소리가 몹시 크게 귓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은 닭다리와 가슴살이 본때를 보여 주마, 하듯이 몽땅 들어간, 게다가 채소까지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 카레였다. 달콤한 맛, 채소 맛도 고기 맛도 묻혀 버릴 정도로 다디단 카레였다.

 

소마가 육상을 그만둔 이유는 단순히 부상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잘 이겨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도 찾았다. 자신이 만든 것을 잘 먹는 동생을 보며 초딩입맛을 가진 동생을 제대로 먹이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때문에 너무 일찍 어른 연습을 시작한 미야코. 그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형편없었던 그녀의 요리 실력을 제대로 키워 냄으로써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흔히 인생을, 삶을 장거리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번에 힘을 내어 달려버리면 지쳐 버려 끝까지 달릴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계획 없이 달려 버리면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보이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직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굴곡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화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고, 험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달리는 동안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싸움이다.

 

『달리기의 맛은 장거리 달리기를 소재로 한 맛있는 인생 이야기이다. 

음식은 달리기와 더불어 우리 인생에서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한다.  

『달리기의 맛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달리기 같은 삶과 자연에서의 재료로 맛있게 밥을 만들어 그 밥을 먹으며 위로를 받는 요리가 서로 잘 버무려져 있다.

 

 p.275

제대로 달려라.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달린다는 것은.

제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삶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산다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제대로'를 '계속한다는 것'은.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있듯이 힘든 일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최선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최선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가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던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p.165

고민하고 싶으면 반년이고 일 년이고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건 변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주변 인간들 역시 기다려 주진 않는다. 고민 끝에 형이 육상으로 돌아와 봤자, 거기 그의 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일 년 이상 공백이 있었던 소마의 몸이 어느 정도나 달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에, 미래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에, 걱정하는 것이며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함께 견뎌줄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반려동물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 되었든,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그 무엇이 있다면, '괜찮아.'라고 마음으로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두렵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한 발짝 씩 앞으로 나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일단 한 발짝이라도 내디뎌야 무언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움에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변하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미노루 선생님의 텃밭+요리 연구부의 유일한 부원 미야코의 레시피+육상 부원이자 텃밭 도우미 소마의 맛있는 요리들로 가득한『달리기의 맛. 

 

 p.27~28

아스파라거스·토란·돼지고기볶음

청주, 맛술, 간장, 설탕, 소량의 고추냉이로 양념장을 만들어 돼지고기를 볶는다.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얼추 익었을 때 토란을 넣어 양념장이 잘 스며들 때까지 볶으면 완성.

 

 p.135

두유국수

냉장고에서 티포트에 넣어 둔 우린 국물을 꺼내 냄비에 붓고 불을 붙인다. 끓고 나면 작년 세밑에 밭은 소면과 다진 양파를 넣는다. ~ 소면이 익으면 간장과 맛술로 맛을 낸다. 위장을 자극하는 좋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비에 된장 큰 술 하나를 풀어 넣는다. 된장 맛이 우린 국물에 퍼지면 두유를 붓고 시금치를 넣는다. 시금치 줄기까지 연해지면 완성.

⁠… 

 

내 인생도 이렇게 맛있는 레시피들로 가득가득했으면 좋겠다.

 

일본 소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담긴 이야기였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오차즈케 한 그릇하고 싶어진다.

 

 

 

 

 

 *이 서평은 창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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