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부하는가 -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질문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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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에 나오셔서 알게 된 분인데 이제보니 그간 쓰신 책도 많고 잠깐 정치에도 몸담기도 하셨던,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분이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공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풀어낸 이야기였다. 써놓고보니 어느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몇가지 인상적인 부분


- (전략) 이 인류학 교수가 끊임없이 강조했던, "너의 믿음을 흔들어라! Suspend your belief!"는 말은 너무도 강한 인상을 남겨서, 이후에 어떤 상황에 임할 때이든 나의 기본자세가 되었다. 어떠한 생각도, 어떠한 아이디어도, 어떠한 믿음도 의문과 회의와 탐구를 거쳐야 한다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은 항상 있다는 것, 내가 믿고 있는 것이 거짓과 허구와 조작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항상 흔들어보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100% 동의하는 부분이다. 항상 의식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보통 건축가를 다룬 영화들이 현실과 다른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며 건축가의 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영화 두편을 추천하고 있는데 하나가 우리나라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 또 하나가 영국 피터 그리너웨이의 건축가의 뱃속(The Belly of An Architect)였다. 전자는 봤고 후자는 언제 볼일이 있으려나. 그나저나 전자도 건축가의 입장에서 본것도 아닌데 한번 더 봐볼까나.


-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수없이 있고 온갖 여행 다큐도 있지만 아무리 책과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하더라도 실제 그 공간에 가면 완벽하게 다르다. 특히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 보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의 변수까지 겹치면, 공간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 막연한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규정할 수 없는 '스페이스space'가 아니라 삶이 담긴 '플레이스place'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의미있는 말. 오늘도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내일은 서점이라도 나가볼까나.


이밖에도 제주 올레 작명을 이분이 서명숙 이사장에게 제안해서 받아들여졌다는, 그러니까 원작자가 저자였다는 사실이나 지속가능한 멘토를 찾았다며 독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권하는 이야기 등 공부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 저자가 생각하는 공부의 이유를 밝힌 부분이 있어 이를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 공부를 하는 궁극적 이유는 사람과 통하기 위한 것이다. 공부란 사람들이 공유하는 폭을 넓히고, 대화할 수 있는 주제를 풍부하게 하며, 통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힌다. 진학, 취업, 경력, 출세, 재테크, 이기기에 대한 공부란 끝이 빤하다. 그러나 호기심, 지적 욕구, 팀플레이, 사회, 세계, 놀이, 뜻, 문화, 삶, 사람에 대한 공부는 결코 끝을 알 수 없다.


이부분도 너무나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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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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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독서, 책만 가지고 여러 관점에서의 생각을 담은 책이었는데 전혀 이런 접근법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감탄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는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나열한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첫부분 부터, 책의 외양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부터 신선했기 때문이다. 띠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가름끈(주로 양장본에 달려있는 끈을 부르는 이름이었는데 처음 들었다.) 독서대, 책갈피, 종이재질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가끔 특이한 책갈피를 사는 것을 소확행으로 여기는 나였기에 재밌게볼 수 있었는데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대입되었기 때문이다. 


2부도 마찬가지.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읽는 방법, 필사에 대한 생각을 보면서는 나는 어떻게 책을 고르고 읽는가를 돌아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잠깐잠깐 상상해보기도 했는데 그러고보면 독자에게 너는 어떠니, 너라면 어떻게 쓸것 같니, 너한테 책은 무엇이니라며 암묵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 책은 적어도 내겐 별 다섯개짜리 책.


다만 3부는 조금 딱딱했다. 다섯권의 책을 주제로한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감상을 담고 있는데 오래전 장미의 이름 말고는 읽어본 책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곘다. 바벨의 도서관은 이름은 들어봤는데 수많은 조합으로 모든 책을 담고 있다는 개념이 그때나 지금이나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더라는. 하얀 성이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은유가 된 독자도 혹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 이렇게 옮겨적어놓아본다.


저자는 유투브를 통해서도 책을 소개하고 있는 분이길래 찾아보니 꽤 많은 영상을 올려놓은 것을 넘어 이런저런 콜라보도 진행하고 있는 나름 유명해 보이는 유투버였다. 최근에는 심지어 아무런 말도 없이 책장을 정리하는 모습만 30분 넘게 보여주면서 여러분도 책정리를 하라고 그랬나 청소를 하라고 했나 권장하던데 다양한 영상이 있는건 알았지만 이런 영상은 신기해서 틀어놓고 책상정리까지 한번 했다는. 술술 잘 읽힌,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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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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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딱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본작가스러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작가명을 확인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도 될듯한 짜여진 장면장면들이 상상되며 새삼 일본 작품이구나 싶었다는. 아래는 간략한 줄거리. 


주인공은 직장때문에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회사 생활에 어떻게든 적응해보고자 노력했으나 커다란 계약을 앞두고 난데없는 실수로 인해 큰 문책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실수는 주인공의 잘못이 아니라 신입이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큰 계약을 따면 자신의 목표는 그만큼 더 높아지고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것을 예상한 상사의 컴퓨터 조작때문이었던 것.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은 좌절에 빠지게 되고 자살시도까지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순간 나타난 미스테리한 인물이 난데없는 동창이라며 접근하는데... 마저 더 쓰자면 이 미스테리한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말도 잘 들어주고 매력이 있어 술친구가 되었는데 어느순간 미심쩍은 일이 발생, 이 미스테리한 인물의 정체를 파헤치며 뭔가 반전이 기대되었으나 네버.(더 밝히면 너무 스포) 아무튼 이 이타적인 인물의 행동배경을 이해한 주인공은 결국 자신있게 회사를 그만두고 그 미스테리한 인물마냥 자신도 좌절에 빠진 한 이방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제부터는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는 감상.


- 일본은 영업직인데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탑을 주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암호도 안걸어놓고 아무나 자신의 컴퓨터를 켜서 파일을 조작할 수 있게 오픈해놓다니 주인공은 컴맹인건지 멍청한건지.


- 우리나라 지하철의 스크린도어가 참 좋은 시설이었다. 아직 설치되지 못한 역이 몇개 있는것 같던데 어서 빨리 모든 역에 설치가 완료되어 충동적으로 뛰어드는 기회자체를 없애버려야 할듯. 얼추 4년정도 지났는데 일본의 스크린도어 설치 상황은 어떠려나.


- SNS를 통한 신상추적이 어째 우리나라보다 인구수가 두배이상 많은 일본에서 더 수월한듯.


- 일본 회사문화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파워하라, 세쿠하라 뭐 이런거.


결론은 지나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회사생활은 재밌게 하는게 맞다고 다시한번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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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무너뜨리기 - 세상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교묘한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법
캐럴 길리건.나오미 스나이더 지음, 이경미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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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why does patriarchy persist?', 그러니까 '왜 가부장제가 지속되는가'이다. 가부장이라는 말 자체를 오래만에 접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니 말그대로 가장이 강력한 지배권을 가지고 가족을 통솔하는 가족 형태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장은 남성쪽인 경우가 많으나 분명 가모장제도 있을터이니 여기서의 가장이란 남성임을 명시해서 구별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전을 찾아보니 역시나 '가장인 남성이~'라고 되어있다.


서양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는 중이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닌 것처럼.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사고방식에 기초한 질문이라는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 당연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가부장제 또한 이러한 젠더 이분법에 기초한 문화라고 이야기한다. 


남성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숨길줄 알아야 한다는, 즉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줄 알아야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으며 자라나고, 그리고 여성은 돌봄을 내면화하고 관계를 중시하며 관계를 망칠 우려가 있을 경우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숨길줄도(심지어 그게 강간이라고 하더라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때로는 이성을 조금더 이해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은 82년생 김지영에서 등장하는 부부간의 대화 또한 이러한 가부장제에 입각해 있지 않았던가. 그 착한 남편이 김지영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이 '함께 하자'가 아니라 '내가 더 집안일을 도울께' 였으니.


또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 2008년에 실시된 '화를 내는 여성은 앞서갈 수 있는가'라는 연구에 따르면 화를 내는 남성은 보상받지만 화를 내는 여성은 남녀 모두에게 무능력하고 권력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부장제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인식속에 박혀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에, 나도 이렇지 않은가하고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에 딱딱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읽어볼만 했던 책이었다. 혹시 몰라 이 책 제목으로 유투브에서 검색해보니 가부장제 및 조던 피터슨에 대한 영상이 몇개 나온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무엇이냐는 제목이 눈길을 끄는데 한번 봐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서양쪽 말고 우리나라 버전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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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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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출간 3년이 지나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곧 영화로도 개봉할 모양. 그래서 읽은건 아닌데. 아무튼 생각보다 분량이 길지 않아 금방 읽었다. 이제보니 1인칭 소설이 아니라 액자식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정신과 의사가 내원한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내는 형태로 기술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중간중간 개입하는건 아니고 초입부분에서의 정신병 발발 부분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ADHD로 의심되는 자녀와 잘나가는 치과의사였으나 지금은 전업주부가 된 아내를 둔 정신과의사 본인 이야기를 마무리로 해서 본문은 김지영 이야기를 시기별로 나누어 풀어놓고 있는데 읽다보니 이 책이 페미니즘 관련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관련하여 눈에 띌수밖에 없었던 것이 르뽀가 아닌 소설임에도 여자 주인공, 그러니까 김지영이 겪는 일들이 있을법한 일들을 모조리 직간접적으로 겪어나가는게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이이는걸 넘어 심지어 중간중간 저자가 개입하여 관련한 여성차별을 드러내는 설문결과를 제시하며 저자의 의도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 몰입마저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 오래전 방영했던, 김희애, 최수종 등이 출연한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그것이 알고싶다' 분위기로 전환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혹자가 이건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72년생, 아니 62년생 김지영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생각난다. 그나마 남편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어머니는 끼인세대로 등장하는데 아예 처음부터 이러이러한 의도로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작품이었음을 선언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왜냐하면 뜬금없이 시작해서 뜬금없이 끝나버린 듯한 느낌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거 김지영 스토리의 결론이 어떻게 난건지도 애매. 사부인으로 빙의해서 미쳐버렸다는게 끝인가? 


영화 '파이란'은 비슷한 구성으로 감동이라도 느꼈지만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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