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맑은 날이 이어진다. 온 세상이 황금빛의 물결을 이루고 모든 풍경이 생명을 가득 채우는 듯 보이는 날들의 연속이다. R.ef의 이별 공식에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 봤니 비 오는 날 보다 더 심해,라는 가사처럼 이렇게 밝고 맑고 청조한 가을의 깨끗한 날에 더 우울하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랑하는 킬리를 잃어버린 타우리엘의 마음처럼 깨끗하지만 우울하다. 우울한 날에는 키리코다. 키리코의 그림 속에는 불길하고 깊은 우울이 가득하기 때문에 나의 어울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키리코의 그림을 보고 난 후 시원한 칼스버그를 마신다.


여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화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어서 화를 내는 거야. 여자의 속은 도무지 알 수 없지. 깊고 깊은 바닷속을 인류가 알 수 있나. 그건 알 수 없는 거야. 인류가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될까. 여자의 마음은 바다와 같아. 칼스버그나 마시자.


어느 날 뷔페를 갔다. 그곳의 뷔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았다. 무라카미 류를 닮지 않았다.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만나 이런 대화를 했다. 나는 열 명 중에 한두 명이 나의 글을 좋아해 준다면 족하다고 하루키가 말했다. 하루키 씨는 대단하네요. 나 같으면 열 명이면 열 명이 다 좋다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나쁠 텐데.라고 무라카미 류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서 칼스버그나 마시자.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어느 곳에선가 이렇게 썼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이루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다, 투우를 한다, 책을 쓴다, 아들을 낳는다.라고. 나는 도대체 뭔가. 헤밍웨이의 글에 따르면 나는 진정한 남자가 아니다. 나는 그저 진정 한 남자일 뿐이다. 그렇게 말한 헤밍웨이는 자신의 글로 구원받지 못했다며 총구멍을 입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세상은 뭔가 불공정한 공평함이 있다. 그러니까 칼스버그나 마시자.


사람들의 등에서 권태가 빠져나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장례식장이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어깨 위에 단단하게 박혀 힘들어했던 권태를 그리워했다. 고요한 장례식장은 꽤나 이질적이다. 적막과 고요가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그 틈을 벌리는 것은 냉장고가 우웅 돌아가는 소리뿐이었다. 거슬리는 소음이 소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 사이에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나왔다. 피아노맨은 모두가 즐거운데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이상한 노래다. 칼스버그를 마시는 것 그게 우리가 지금 할 일이다.


잠이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 잠을 깊이 들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깊은 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일어난다. 비슷한 꿈을 자주 꾼다. 비탈길 위의 자동차가 핸드브레이크가 풀려 슬슬 내려가더니 속력을 내며 어딘가에 가서 쾅하며 박힌다. 꿈속에서 자주 몸이 가렵다. 몸을 긁으면 피가 나고 그 자리에 수선화가 핀다. 나는 수선화를 꺾어서 그녀에게 내민다. 수선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별이 되어 하늘로 가버린다. 잠에서 깨어나면 아침이 힘겹다. 칼스버그나 마셔야지. 시원하게.


덴마크식 바다가 보이는 퍼브에 앉아 칼스버그 한 잔을 마시며 시저 샐러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행복이 있다. 이 집의 샐러드가 좋다. 싱싱한 채소에 짜지 않는 베이컨과 로메인과 달걀노른자, 크루통은 바삭하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가 듬뿍 들어있다. 그걸 먹으며 시원한 칼스버그 한 잔을 마시면 괜찮은 하루다. 하루키 말을 빌리면 맥주를 마시며 적당한 변명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이래도 괜찮은 건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뭐 괜찮겠지.



Billy Joel - Piano Man https://youtu.be/gxEPV4kolz0?si=xO4fH_8bhSGIQw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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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소주는 저렇게 소주병보다 작은 병인데 거의 칠천 원 정도 한다. 안동소주는 독한데 그 맛이 좋다. 사실 소주보다 훨씬 좋다. 이렇게 기름에 두른 생선구이를 먹을 때 독한 술이 꼴까닥 목으로 넘어가면 목이 화악 씻기는 느낌이다.


중국집에서 탕수육이나 유린기를 먹고 고량주를 한 잔 꼴까닥 넘기는 맛을 아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까지 고량주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뭐 그렇다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한 안동소주도 어쩌다가 마실 뿐이라서 자주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이렇게 술맛이 강한 안동소주를 마시다가 소주를 마시면 물 같은 맛이다. 소주로는 몇 병을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안동소주는 한 병으로 끝낼 수 있는 것 같다. 소주는 도수가 점점 약해져서 소주를 마시고 취하려면 술값이 많이 든다. 전부 상술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조깅을 할 때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은 다운타운을 지나서 온다. 다운타운은 밤의 화려함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면 수많은 식당과 술집에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한 잔을 즐긴다. 그걸 구경하면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술집의 테이블 위에 소주병이 한 두 병이 아니라 주로 여섯, 일곱 병씩 올려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술은 취하려고 대부분 마시니까 소주를 마시고 취하고 싶은데 도수가 약해빠져서 몇 병씩 마시게 되는 것 같다. 오래전에는 소주도 독해서 마시다가 킵해 놓고 다시 꺼내서 마시기도 했고, 더 오래전에는 잔술로 소주를 팔기도 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보면 병태가 영자를 기다리며 포장마차에서 잔술 한잔에 오뎅을 먹는다.


바보들의 행진은 참 재미있다. 여러 번 봤는데도 계속 재미있다. 거기서 영철은 동해바다의 고래를 잡고 싶어 한다. 그 갈망은 10년 후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바보들의 행진 속에 등장하는 바보들은 돈도 없고 여자만 좋아하지만 찾고 싶은 것이 있었다. 거대 기성세대의 압박과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는 희망세대의 바보들은 고래를 잡고 싶었다. 유신시대를 살아가는 핍박받는 청춘들의 아픔과 답답함을 그려내는 영화다. 참 웃긴데,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슬픈 영화다. 참 이상한 영화다.


 영화 속 재미있는 장면이 많지만 병태와 영자가 같이 샤워를 하는데 유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따로 샤워를 하며 이야기를 한다. 병태는 영자에게 같이 살자고 하지만 영자는 야야 치워라, 너 군대 갔다 오면 나는 얘, 호호 할머니다 얘, 같은 대사를 한다. 그리고 병태는 입대를 하면서 끝난다. 그때 열차가 떠나가는데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 병태를 영자가 따라가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닿지 않을 때 뒤에서 헌병이 와서 영자를 올려서 키스를 하게 해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바보들의 행진 2- ‘병태와 영자’에서는 군대에 간 병태를 영자가 면회를 가는데 1편에서 병태 역을 했던 윤문섭은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1편과 2편의 병태 역을 맡았던 주인공들은 영화배우의 필모로는 이 영화가 전부다. 1편에서 병태 역을 병태보다 더 병태처럼 한 윤문섭은 이 영화 이후로는 출연작이 없다. 성대출신으로, 이때 영자 역의 이영옥만 빼고 전부 실제 대학생들을 캐스팅했다. 병태 역의 윤문섭은 병태 이후 엄청난 인기로 2편의 제의도 받았지만 학업에 충실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한 터라 연기와는 멀어져 영화는 한편이 고작이다.


감독이 하길종 감독으로 대부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과 동기다. 당시 UCLA 대학원에서 영화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감독의 힘이었는지 쟁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온다. 감독의 동생이자 배우인 하명중, 김희라, 윤일봉 등 그리고 당시 꼬꼬마였던 얄개의 주인공 이승현과 코미디언 땅딸이 이기동까지, 소설가 최인호도 나온다. 재미있는 이유가 감독의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길종 감독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다. 40년 정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가 7편 정도밖에 안 되는데 한국 고전영화를 좋아하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다. 유튜브에서 몇 편은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래 소주, 영화 속 시대에서는 소주를 그렇게, 잔술로도 포장마차에서 마셨다. 이제 잔술이라는 낭만은 바이러스, 세균 같은 시대적으로 드러난 관념에 이길 수 없다. 포장마차나 안주와 술은 어떻게 예전처럼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해도 모든 걸 추억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어제는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국밥 집의 한 테이블에 아버님 두 분이서 국밥과 소주를 마시는데 소주병이 불어나서 옆의 빈 테이블 위에까지 몇 병이 올라가 있었다. 도대체 몇 병을 드시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주병이 많았다. 도수를 약하게 만들어서 소주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그리하여 딱 한 병만 마시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바보들의 행진 ost나 한 번 https://youtu.be/clVePPcIy4Y?si=SgCb-BrAYYxtuw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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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와 전청조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피로감과 더불어 재미를 주고 있다. 가장 활발한 댓글이 이 두 사람의 기사에 모여있는 것 같다. 사실 전청조에 관해서는 대중의 대부분이 다 안다. 이제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고, 전청조는 입벌구지만 일단 모든 것들을 자신의 입으로 떠벌떠벌 말을 했고 구속이 되어서는 변호사를 통해서 전달이 되었지만 새로울 것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알게 되었다. 초반에 전청조에게 쏠렸던 관심은 이제 남현희로 쏠렸다. 아직 피고인은 아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어서 10시간 조사까지 받았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는 당했다’라는 눈빛을 기자들에게 보이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지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사기전문 검사출신 변호사들의 반응은 남현희가 당했을 것이다,라는 반응이고 그에 따른 대중의 댓글이 재미있고, 기자나 사기전문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들의 반응은 가담까지는 아니지만 공모는 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아니지, 공모는 아니지만 가담 했을 것이다, 인가?. 여하튼 사기전문 변호사들은 자신도 전청조에게 깜빡 속아 넘어갔을 거라며 남현희가 당했다는 반응인데 이에 사람들의 댓글은 그 정도로 전문가라 할 수 있나,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에 전문가까지 속는다면 전문가라는 말을 빼야지 같은 반응이 재미있다.


그러나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은 이런 말이 아니라 한 사람, 즉 남현희가 단제 즉 펜싱협회를 완전히 망가트릴 뻔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거대한 단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단체나 협회가 그동안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었어도 한 사람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남현희의 기사에는 전청조와 만남을 가지고 있을 때 펜싱협회에 출처를 밝히지 말고 30억을 투자한다고 했다. 그런데 투명하지 않은 돈을 받으면 펜싱협회가 곤란해질 수 있으며 협회 통장이 못 쓰게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생각해 보면 이 30억이라는 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돈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절대 투자받을 수도 없는 돈이지만. 아무튼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액수의 돈이다. 30억이면 펜싱 협회에서 이런이런 곳에 얼마를 사용할 수 있고, 또 이만큼의 돈은 여기에, 하면서 협회가 발전하는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투명하게 출처를 밝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 돈이 30억이라는 큰돈이라도 받을 수 없다는 관계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펜싱협회는 남현희 한 사람 때문에 나락으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중에 한 번 미움을 받으면 이런 협회는 또 힘들다. 안 그래도 클래식계와 체육계 쪽은 비리가 심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남현희와 전청조 사기꾼의 돈을, 그것도 출처를 모르는, 피해자들에게 나왔을 돈을 투자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 협회는 망가질 수 있다.


그렇게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당연한 방식이지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관계자가 정말 대단하게 보인다. 이상하지만 그런 대한민국이라서 씁쓸하다. 잠들 때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이 드는 것처럼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인데 그 당연한 것이 대단하게 보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니. 적어도 펜싱협회는 투명하고 정의롭게 운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또 협회 관계자는 남현희는 전청조를 데리고 펜싱협회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자신의 투자자라며 전청조를 데리고 들어가려고 한 것도 막았다고 하던데, 남현희 하나 때문에 펜싱협회가 추락하는 것을 잘 막아냈다고 본다.


더불어 전청조는 남현희의 제자를 폭행한 것을 자백했다. 훈육 차원에서 폭행을 했다고 했고, 그 학생은 기절까지 했다. 남현희는 지도교육자 자격까지 있으면서도 성폭행을 당한 학생을 분리조치 하는 것도 없이 학생 어머니에게 대학의 누군가를 알고 있어서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뉘앙스로 문자를 보낸 것까지. 남현희가 사기 공모를 했니 마니 보다 이제 이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조사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남현희는 현재 마치 기분이 태도가 된 것 같은 모습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대중을 향해 나는 결백하다고!라는 것에만 꽂혀서 가는, 오로지 하나의 의지만 가지고 있는 좀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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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스터 빅의 노래를 듣다가 건스 앤 로지스, 메탈리카, 본 조비까지 거의 두 시간을 멍하게 음악만 들었다. 오늘 이전에는 어떤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냐면, 도대체 학창 시절에 음악을 몇 시간이나 듣고 있었다니, 어떻게 반나절을 음악만 듣고 있을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 학창 시절에 용돈이 생기면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는 인간이 나였다. 음반구경하는 게 재미있었고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아서 일요일에는 레코드 판을 몇 시간이나 들었다.


물론 판테라, 바쏘리 같은 음악이라 출력을 크게 하고 들으려면 헤드셋을 끼고 들어야 했다. 그때 친구들에게 비친 나는 몇 시간이나 음악만 듣는 그런 녀석이었다. 시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음악감상실로 달려가서 음악을 신청해서 봤다. 봤다는 말은 학창 시절에 한창 미국의 엠티비가 유행이었고 모든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기에 그걸 보는 재미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능가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나오고, 뭐 인터넷이 잘 되어 있는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만 듣기에는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멍하게 음악만 듣기에는 아까웠다.


음악은 서브에 가까웠다. 조깅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 책을 읽을 때 모르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일할 때 라디오를 듣거나, 소설을 쓸 때 음악을 틀어 놓는다. 그래서 음악은 서브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무 생각 없이 미스터 빅을 멍하게 듣다 보니 오래전 학창 시절에 음악에 완전히 몰두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두 시간을 온전히 음악만 듣는다는 거, 이건 정말 행복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에어로 스미스의 크레이지의 뮤직비디오에서 일탈을 하여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리브 타일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 음악이 틀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운전해서 이동을 할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다행인지 늘 음악을 듣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음악에 대해서 잘 안다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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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화면은 아이패드나 휴대폰과는 다르게 네이버 뉴스란을 먼저 보게 된다. 아이패드나 휴대폰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먼저 보는 반면에 컴퓨터 화면은 네이버를 제일 먼저 본다.


오늘 한 화면에 눈에 들어오는 두 기사가 있었다. 김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 수상했다는 소식과 아양이 심장을 달고 생명을 얻은 기사다. 한 하면에 이 두 기사가 눈에 딱 들어왔다. 둘 다 기쁜 소식이다. 아영이는 신생아에서 갓 벗어났을 뿐인데 나쁜 간호사에게 학대를 받아서 생명을 잃게 되었고 그 심장이 새로운 아이를 살렸다. 기쁜데 슬프다. 기쁜 소식이지만 슬픈 소식이다.


한쪽에서는 기쁜 소식이, 한쪽에는 슬픈 소식이 동시존재하는 곳이 우리의 일상이다. 이런 사실이 특별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소변을 보고 물을 한 잔 마시듯 아주 자연스럽지만 오늘은 새삼스럽다.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대하는 오늘은 어쩐지 어제와 다르다. 오늘 유별나게 서번트 물질이 뇌에서 많이 흘러나와서 그럴까. 그럴지도 모른다. 뇌를 쩍 갈라서 볼 수 없지만 이런 기시감 같은 기묘한 기분이 강하게 드는 건 뇌의 여러 구간 중 6구간(이라고 하자)에서 서번트가 평소보다 더 흘러나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기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늘 종합병원 응급실 쪽으로 왔는데 응급실로 실려가는 모습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보았다. 심지어 앰뷸런스에서 응급실로 환자를 옮기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의 모습까지 보았다. 종합병원 바로 옆으로는 식당가가 죽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며 술을 곁들이고 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라가 복잡했을 때 기록한 글을 읽어보니 가관이었다. 죽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속출했고, 마스크대란에, 약국의 약사들의 고통과 음압실의 간호사들의 처절한 노력 같은 것들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었다. 그때에도 행복과 슬픔이 공존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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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아침에 쏟아졌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 차도 많고, 비는 엄청 내렸다. 분명 내가 출근하고 나면 비가 그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어김없이 그렇다. 비라는 것은 왜, 늘, 항상 내가 도로에 나왔을 때 이토록 하염없이 내리는 걸까. 가뜩이나 차도 오래되어서 비가 내리면 몹시 안절부절인데 차가 밀려도 너무 밀리는 것이다. 한 차선을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다. 저 앞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는데 멀쩡하면 그게 이상하지. 밝아오지 않는 밤이 없고 끝나지 않는 교통체증이 없다지만 그 몇 분은 정말 길고 길다. 특히 나는 수동기어라 섰다 가다 섰다 가다 하는 건, 에이 말을 말자. 저 앞으로 가니 트럭의 앞부분이 오나전 박살이 났고 그 옆을 보니 자동차의 앞부분도 박살이 났다. 빗길에 미끄러지면 이렇게 큰일이 난다. 항상 조심히 운전하자, 같은 말이 있는데 사실 운전을 하게 되면 죽어야지 하면서, 어디 올 테면 와 봐라,라는 식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은 없다. 사고가 나면 그 후 처리가 지랄맞고 시간이 걸린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대체로 운전을 조심해서 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죽어봐라는 식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몇 해전까지는 전국을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거제도 구석구석으로, 순천의 골목으로, 내가 사랑하는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그곳에서 일박을 하고 동네를 어슬렁 돌아다녔다. 운전하는 것도 지치지 않았다. 수동기어라서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리면 겁부터 나고, 도로에서 80킬로 이상 밟으면 무섭기까지 하다. 정신을 놓은 사람들도 많아져서 비가 겁나게 오면 불안 불안하다. 불안이 일상을 잠식한 것 같다.


딱히 사고가 난 적도 없고 딱지를 떼본적도 없어서 늘 방어운전을 하지만 한 해 지날수록 빗물이 고일정도로 비가 오거나(언젠가부터 비가 오면 물을 확 붓듯이 내린다) 하면 겁이 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아니 ‘인간은’ 이라기보다 ‘나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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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건물에 12살짜리 녀석이 있는데 나에게 가끔 놀러 온다. 오는 이유는 내가 만화를 좋아해서 나에게 오면 만화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의 공통점은 둘 다 ‘귀멸의 칼날’과 ‘원펀맨’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일하는 곳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멸의 칼날 디오라마가 있어서 구경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원펀맨 피규어도 있다. 사이타마 녀석이 응가하는 큭큭큭. 그리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놓은 게 있어서 그 녀석도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놀러 와서는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논다. 그러다가 그 녀석의 할머니가 왔을 때 그 녀석이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나무라면서 만화 같은 거 그리지 말라고 한다. 커서 뭐가 되냐면서 혼을 낸다. 그리고 끌려간다. 할머니들은 도대체 왜 그래 흥!

나도 어릴 때 만화 그리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엎드려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꼭 엄마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혼을 냈다. 아마 일본에서도 아이들이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어른들이 그랬겠지. 그러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혼나면서도 살아남아서 끝까지 만화를 손 놓지 않고 그린 사람들이 현재 원피스와 플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혼나면서도 게임을 놓지 않았던 아이들이 현재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는 세상이 되었다.

열심히 데생을 하더라고

중학생 치고 이 정도면


나의 조카도 삼촌을 닮아서(나는 그렇게 믿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를 그리고 그림을 내내 같이 그리며 놓았다. 그러다가 6학년 때 데생을 열심히 하더니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그림의 세계를 알아 버렸다. 무엇보다 조카 녀석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반에서 그림으로 1등을 먹는 모양이다.


공부로 1등 먹는 것보다 그림으로, 미술로 1등 먹는 게 뭔가 있어 보인다. 만고 나만의 생각이지만. 나도 군대에서 뭔가를 잘 만들어서 겨울 내내 카드 병으로 차출이 되어서 카드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똑같은 카트를 백장 이상씩 만들어야 했다. 전부 손으로 일일이 똑같이 큭. 그러나 나는 해냈다. 왜냐하면 카드병은 무시무시한 점오에서 열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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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찬 초시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좋다. 마치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덥고 맑았던 가을 하늘이 갑자기 심술 난 시어머니처럼 흐려졌다. 그러다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우산을 펼쳐지는 않았지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비가 내리고 나면 길고 긴 혹독하게 추운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코끝을 발갛게 만드는 아주 시리고 차가운 날. 몹시 추운 겨울날이 되면 시간의 틈을 벌리고 추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집 안에서도 따뜻하게 입고 있어야 할 정도였는데 집을 떠올리면 늘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구질구질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런 기억은 없다.


[밤이 되었다]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비가 온다. 가을비다.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날은 쌀쌀해질 것이다. 바람이 오랜만에 베란다의 창문을 들썩이게 한다. 조금 열어 놓은 창틈으로 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찬 기운이 다리에 닿는다. 가을은 늘 이렇다. 여름을 밀어내는 바람의 기운이 있다. 얘들아 이제 내가 들어갈 자리야 비켜줄래 라며 가을은 바람을 대동하고 이정재처럼 서서히 다가온다.   


생각하자 누군가의 뒷모습을 생각하고 누군가의 쓸쓸함을 생각하자. 생각하자 누군가의, 누군가의,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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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의 매튜 패리가 세상을 떠났다. 할리우드에서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온 세계가 그를 추모하고 있다. 챈들러는 아마 지구 역사상 가장 멋지고 예쁘고 귀여운 코믹 캐릭터라서 사람들이 그를 놓을 수 없어서 메튜 패리가 떠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힘겨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2013년 미드로 ‘더 브릿지: 조각 살인마’가 있다. 다이엔 크루거의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리즈다. 딱 두 시리즈로 마무리를 해서 깔끔하고 재미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다리에서 미국의 한 여성 판사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그런데 하체는 멕시코 20대 여성의 것이었다.


가장 안전한 도시와 가장 범죄가 난무하는 도시의 경계에서 조각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 쪽 형사 다이엔 크루거와 멕시코 형사로 데미안 비쉬어가 함께 연쇄 살인마를 잡는 이야기다. 고어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꽤 나오는 시리즈로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다이앤 크루거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냐 크로스를 맡았다.


굿 닥터처럼 서번트 증후군이 심한 건 아니지만 감정에 대해서 공감을 하지 못하는 형사인 소냐는 일하는 시간에 개인적인 전화를 하는 것도, 살인을 목격한 미성년자를 심문할 때에도 감정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모르는 남자와 야스를 할 때에도 중간단계가 없이 그냥 동물처럼 다가가서 나와 야스를 하고 싶니? 야스가 끝나면 침대 위에서 바로 노트북을 꺼내 사지가 잘려버린 피해자의 사진을 보며 일을 한다. 남자가 놀라서 그냥 나가버리기도 한다. 다이앤 크루거는 감정의 공감을 하지 못하는, 그래서 형사라는 직업이 맞지만 그렇기에 타인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는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한다. ‘바스터즈 거친 녀서들’에 나올 때보다 훨씬 예쁘게 나온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표정도 별로 없지만 자신과 싸우는 연기를 하는 모습이 예쁘게 보인다.

https://youtu.be/_v9H-Rk0s4o?si=EbHE6-xy16uL_Hq9


회가 거듭할수록 사건과 관련된 신문기자 그리고 멕시코 경찰들이 있어서 점점 더 꼬이면서 재미있어진다. 범죄의 온상은 멕시코 후아레스로 나온다. 그곳에서는 멕시코 마피아와 경찰들이 단합을 해서 여자들을 잡아가서 무슨 짓을 한다. 그동안 군, 정부가 개입을 했지만 바뀌는 것이 없다. 그저 무법천지다. 그곳에서는 마약이 판을 치며 미국 쪽에서는 약물중독으로 사람들이 점점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케이트 윈슬렛이 풍만한 중년의 형사로 나오는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에서도 약물중독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 작품의 멋진 요점은 인간에게 비극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장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 최악의 비극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온통 비극에, 비극의 끝에 있는 메어(케이트 윈슬렛)가 다른 사람들의 비극을 해결하면서 그 사람들의 비극까지 엎어 쓰는 작품이다.


조엘 킨나만과 미레유 에노스 주연의 시리즈 ‘킬링’에도 약물중독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약물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망가트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5년까지는 청정국


마약청정국 한국이라는 이름이 거짓말이 되어버린 현재, 여기저기 마약에 대한 기사나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런 뉴스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70년대에도 가수들이 마약 스캔들에 관련되어서 신문에 났고, 80년대에도 그랬다. 부활의 이승철도 그랬고 지금까지 늘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뉴스에서 기사로 나오는 사건은 비슷한 것 같은데 어느 날 마약청정구역이 아닌 한국이 되었다.


그 이유는 마약사범들만 있었는데 일반인들이 약물중독이 되면서 확고하던 이미지가 깨져 버린 것이다. 내가 구치소에서 근무를 할 때에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들어오는 수감자들은 대단했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코로 하얀 가루를 흡입하는 식의 마약중독보다 향정신성의약품, 즉 의사에게 처방받는 진통제로 시작하는 약물에 중독이 되는 것이다. 많이 들어봤을 프로포폴, 케타민, 암페타민 같은 약물이름. 마약성 진통제로 처방을 받으면 중독의 길로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원래 근육이 굳어버리는 루게릭이나 파킨슨 환자들에게 아주 소량으로 처방을 해주는데 그 양이 조금이라도 넘어서면 중독의 길로 빠지게 된다. 헤어 나올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약품을 거래하는 곳과 의사들에게 나오기 때문에 청정구역이 되기는 힘든 수준이 되었다.


매튜 패리는 1997년에 제트스키 사고로 치료를 받던 중 의사에게 진통제 바이코딘을 처방받으면서 약물 중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프렌즈’ 촬영 당시에도 약물중독과 사투를 벌이며 괴로워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 그와 가장 친분이 두터웠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불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있다고 하는데 그녀는 20년 전(2천 년 초반)에 한 토크 쇼에 나와서 사회자가 매튜는 좀 어때?라고 물었는데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우리는 매튜가 그렇게 힘겨워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매튜는 지금까지 옥시코딘, 암페타민과 알코올 중독으로 몸과 머리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최진실의 죽음에는 졸피뎀이라는 수면제가 깊게 관여되었다는 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을 하면 살아있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할 정도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졸피뎀은 자꾸 자살을 강요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타이른다. 졸피뎀은 의사가 처방을 잘해주었다. 최진실의 졸피뎀을 타서 가져다준 매니저가 있었다.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졸피뎀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점점 이상한 망상과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런데 후에 그 인터뷰를 했던 매니저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매니저도 졸피뎀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진영 역시 졸피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최진영이 죽고 나서 최진영 친구가 최진영이 괴로워하며 졸피뎀을 복용한 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최진영은 하루에 열 알 이상 먹었다고 했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은, 그 약은 죽어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부작용이 심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한 최진영 친구 역시 졸피뎀의 복용으로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이란 고통에서 벗어나 복용하는 사람도, 그래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또 다른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는 옆의 사람도 결국 졸피뎀에 손을 대게 만든다. 그리고는 zilch 상태가 된다.


남태현의 경우를 보면 좀 더 잘 알 수 있다. 남태현은 살이 찌는 문제 때문에 식욕억제제를 7년이나 복용했다. 연예인들은 힘들다. 시간이 조그만 지나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나타나니까 늘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걸 이기기 위한 자신만의 리추얼을 가져야 하는데 힘이 드니까 약물을 복용한다. 원래는 술을 마시면 되었다. 술을 잔뜩 마셔도 약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 이 살이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도 스트레스인데 연예인들에게는 정신적인 고통 수준이 대단하다.


카드 값 30만 원도 못 내... 주방 알바 계획 중이라는 전 위너 멤버, 가수 남태현의 마약 중독 심경 최초 고백 | 추적 60분 KBS 230714 방송 https://youtu.be/ABiNEQ1PDdI?si=La5Dj-TQG4oATDm3


살이 찌면 회사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회사에서 간섭을 한다. 이는 ‘오즈의 마법사’로 스타덤에 오른 주디 갈란드가 그랬다. 미성년자인데 하루에 담배도 스무 개비 이상 피우게 해서 식욕을 떨어트리고, 식당에서 회사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에도 직원들은 스테이크를 먹었지만 주디 갈란드 앞에는 샐러드만 놓았다. 그저 돈 버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주디 갈란드의 엄마가 적극 회사를 도왔다. 그러다 40대의 이른 나이에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19살 때부터 매일 강제로 복용한 약물이 문제가 되었다. 바르비투르산의 과다복용이었다.


현재 지드래곤이나 유아인 등 연예인들의 약물문제가 터졌다. 그러나 아마 곧 잠잠해지거나 재판이 있어도 몇 년 동안 아주 지리멸렬하게 이어져 대중의 관심에서는 벗어날 것이다.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면 이런 사건을 죽 전담하던 검사들이 변호사가 되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이선균이나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연예인들이야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자본이 있어서 해결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약물이 일반인들의 세계로 흘러들어와 버렸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남태현이 말한 것처럼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중독의 길로 접어든다. 몇 해 전부터 유튜브에 떠도는 필라델피아의 캔싱턴 거리를 보면 사람들이 좀비화가 되어 있다. 약물로 뇌의 한 부분이 망가져서 그렇다. 좀비랜드가 따로 없다. 의학, 정보, 과학 분야의 최고를 달라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아주 저렴한 합성 약물들이 의사들의 처방으로 이루어져 이렇게 커졌다는 것이다.


"한 시간이면 배달되는데" 20대 싱글맘 중독자가 말하는 SNS 마약 거래 실태 | 시사직격 KBS 221118 방송 https://youtu.be/cEkLl6DvFAs?si=BxCC1ue7w3KuUSQm


일반들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약물의 실태를 잘 보여주는 시사직격 방송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했었다. 지금은 약물중독에 노출이 많이 되었다. 이 검은손이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까지 뻗치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누구도 알지 못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어딘가, 골목 어딘가 벽돌 사이에 끼워 두면 가서 빼가면 된다. 간단하다. 시시티브이도 없다. 아무도 모른다. 간단하게 약물로 천국으로 갈 수 있다. 모든 스트레스와 고통을 잊을 수 있다. 비록 잠깐아지만 쾌감을 가질 수 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까짓 거 또 구해서 하면 된다.


오래전에도 학생들이 본드를 비닐봉지에 발라서 흡입하고 부탄가스를 마시고 취했다. 지금 그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편리하고 무엇보다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영원한 챈들러 안녕! 약물 없는 곳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편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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