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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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창작의 영역이 아닌,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부속물로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한 진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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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말은 절대 들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자기 인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실수를 해도 자신의 실수를 하는 것이 낫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이 진리를 십대 때 알았더라면,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한 번뿐인 소중한 이십 대 시절을 그처럼 무의미하게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 P63

훗날 팬데믹이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모든 기쁨의 순간이 살짝 그늘진 채, 언젠가 그 그늘이 걷힐 날까지 매우 미세하고 예민한 감정으로만 감지되는, 묘하게 어두워서 모든 감정이 더 선명했던 시간. - P139

그런데 어떤 텍스트 번역을 할 때는 그 텍스트를 풀어헤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때 생성되는 초고는매우 무겁고, 장황하고, 난해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확하지만 매우 읽기가 거북한, 대한민국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번역이죠. 모든 전문 문학번역가는 풀어헤친 번역을 다시 함축적 언어로 촘촘하게 짜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원서의 내용만이 아닌, 페이스까지 번역해야 하는건 물론입니다. 이것이 꼭 많은 것을 삭제해야 한다는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본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제외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긴 해요. 다만 초고보다 적은 수의 언어로 같은 것을 말할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지식의 저주는 진정한 저주가 됩니다. 당신이무엇을 버리려는지 아는데 그 삶이 매우 고통스러우니까요. 아이러니한 점은 당신이 번역을 못해서가 아니라너무 잘해서 이런 고통을 느낀다는 겁니다. - P169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유식하면 불안해집니다. 이건 또 다른 종류의 지식 관련 저주로서 책상 앞에 너무오래 앉아 있는 분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능할지도 모르는 오역들에 심리적으로 짓눌린 나머지이들은 번역을 엉망으로 해버리죠.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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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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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는 말은 ‘세상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라는 말만큼이나 어이없다. 부모 마음은 다 다르다. 친구도 다 다르다.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
한쪽이 너그러워서 상대방을 봐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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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은 두 언어의 피상적 이해를 뛰어넘어 출발어의 문학 전통과 도착어의 문학 전통을 잘 파악한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다량의 텍스트를 빨리 소화하고 이른바 그에 대한 ‘썰‘을 풀고 영업할 수준이어야 한다. 번역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야 하고 책 한권을번역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의사소통이 잘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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