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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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들어 본인의 도서목록을 보자면 거의 여행기로 채워져 있다. 함정임의 최근 산문집 두권 <인생의 사용>과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이희수교수의 <지중해문화기행>, <빛과 꿈의 도시 파리기행> 그리고 박한제교수의 중국역사기행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 등등...여행기를 자꾸 읽다가 보니 어떨 때는 내가 꼭 그곳에 가본것만 같은 그런 한심한 생각도 문득문득 들곤 한다. 함정임의 파리여행기인 <인생의 사용>을 읽다가 우연히 김화영교수의 이책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을 알게되어 알라딘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누구나 여행을 동경하여 어느 바람부는 날 홀연히 길 위로 나서기를 원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생들은 이런저런 사유로 포기하고 드문드문 책을 읽으며 다만 휴가때 3~4일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그야말로 잠시잠깐 떠나는 걸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중은 몇몇은 그 동경과 원망을 가슴속 깊은 곳에 갈무리한 채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어서, 어느날 갑자기 한 방 크게 터뜨려 주위를 화들짝 놀래킬 그런 통쾌한 날을 상상하며 혼자 몰래 회심의 미소를 질질 흘리는 바보천치같은 넘도 있을 것이요. 세계일주 그 영광의 날들을 위해 생고생 지랄을 하며 생똥을 싸며 꿍꿍거리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맛간 넘들도 필시 없지 않을 것이니, 대저 여행에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 혹은 마력이 있는 까닭이다.

온갖 사연과 유구한 역사와 슬픈 전설을 간직한 프랑스의 고성들에 대한 이야기.......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의 무대가 되는 리마을 방문기........개선문, 노트르람성당, 콩시에르지르로 대표되고 상징되는 파리 이야기......덤으로 인도, 아프리카 여행기도 붙어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수시로 콧구멍이 벌렁벌렁, 때때로 궁뎅이가 들썩들썩거려 일어섰다 앉았다 안절부절 못하지만 결국은 돈없고 시간없어 못떠나는 답답한 인생들에게 일말의 쓸쓸한 위로는 될 것이다. 헛된 꿈일망정 깨어지지 말 것이며, 책 속에도 길은 있느니 그 길로나마 한 번 떠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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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꿈의 도시 파리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3 세계인문기행 3
기무라 쇼우사브로 지음, 김수진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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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겨울에 4박5일로 빠리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이자 나의 첫 해외여행 되겠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보수국수내지는 열혈애국애족주의 뭐 그런 주의주장을 신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상으로 어느정도는 그쪽으로 경도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 본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문화수준이 서양에 못지않고 나아가서는 더 뛰어나다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어느정도 견지하고 있지만(우리문화가 서양에 못지않다는 점에서 말이다.), 빠리여행후 흰둥이 코쟁이들이 이룩한 서양 기독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우리문화가 서양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점 말이다). 서양문명을 예찬하는 사람들을 얼마간 문화적 허영에 들뜬 문화사대주의자내지는 탱탱골빈족으로 치부하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거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변화가운데 발전이 있는 것 아닌가? 꼴리는대로 해석해본다.

유홍준이 감포의 감은사 삼층석탑을 일러 '돌이 말을 한다'고, '아! 감은사 석탑이여!! 아! 감은사 석탑이여!!' 운운하며 '느낌표없이는 표현할 수 없다', '감탄사로만 한페이지를 채우겠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약간은 감동적인 톤으로, 조금은 격정적인 표정으로 주절거렸던 것을 기억한다.(지금 생각해도 그 부분은 약간의 오바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누구나 느낀대로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 나로서도 별 이의는 없다.) 사연없는 인생이 없듯이 돌이 속삭이는 건 감은사 석탑만이 아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과 밖을 장식하고 있는 그 수많은 조각상들, 그 이끼낀 돌조각들이 모두 수군수군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컴컴한 성당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은은하게 뿌려지는 색색의 광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오천년 역사와 정신이 감은사 석탑에, 불국사 석굴암에 모두 녹아 스며있는 것이 아닐진댄, 노트르담 대성당 그 고색창연하고 아름다운 석조물 앞에서 내가 위축될 필요도 없었고, 터져나오는 감탄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일러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만고 진리라는 것을 새삼재삼 느낀다.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것과의 사이에는 천지지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추녀 끝 풍경소리를 들으며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듯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기둥에 기대어 이름모를 코쟁이 석공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해질녘 몽마르뜨의 샤크레퀘르에서 내려다본 파리시가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으다. 아! 빠리여! 노트르담이여!! 어찌 감탄사와 느낌표가 빠질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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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 아름다운 문화 속의 매력적인 삶
이희수 지음 / 일빛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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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교수는 이슬람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는 분야다. 기왕에 전문가가 될바에야 남이 잘 선택하지 않는 분야를 공략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슬람관련 책을 여러권 내었고, 내가 일전에 읽은 적이 있는 예담에서 나온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이란 책을 감수한 적이 있어 이름이 눈에 익다. 저자는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이슬람여행단을 이끌고.....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언덕위의 하얀 집, 고대의 유적이 즐비한 지중해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하는 듯 하다. 실로 부러운 일이다.

터기 이스탄불에서 - 이스탄불, 곧 콘스탄티노플은 베니스 다음으로 내가 가보고 싶은 도시다. 해 떨어질 무렵,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블루모스크의 전경이 찍힌 한 장의 사진에 나는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게 언제였는지, 그 사진이 어디에 실려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언제쯤 베니스나 이스탄불에 가 볼 수 있을란지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어쩌면 꿈만 꾸다가 한 세상 마칠른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적잖게 위안이 된다. - 출발하여 그리스, 이탈리아, 남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지중해에 면한 여러나라들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득세하고 있는 유럽중심의 기독교 문명에 밀려 이슬람 문명의 중요성과 의의가 폄하되고, 쇠외되고, 왜곡되고, 등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문명이 중세 암흑기의 그 캄캄한 낭떠러지에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르네상스로 말 그대로 부활 비상하게 된 것도 바로 이슬람문명의 힘이었다. 정복과 침략이 아닌 문명간의 협력과 공존을 통해서만이 인류문명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행기를 읽게되면 자연 궁뎅이가 들썩 거린다. 몸은 사무실에 와있어도 마음은 정처없이 떠돈다. 휴유증이 며칠은 갈 것이다. 좋은 여행기일수록 위험한 책이다. 어느날 갑자기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모두 버리고 훌쩍 떠나게 될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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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시대의 빛과 그늘 박한제 교수의 중국역사기행 1
박한제 지음 / 사계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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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치일란(一治一亂)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역사를 말하기도 한다. 맹자에 나온다는 이말은 아마도 한번 크게 다스려지면 한번은 크게 어지러워진다는 뭐 반복 순환의 이야기가 되겠고, 역사란 것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 회자정리와 거자필반을 거듭 반복하는 인생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내 멋대로 짐작해본다. 결국 개개의 인생사들이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일진대, 반복무상한 것이 인생사이며 곧 역사가 아니던가?

중국 고대 하은주시대가 일치(一治)라면 주나라 말기 춘주전국시대는 일란(一亂)이 되겠다, 진한(秦漢)과 대당(大唐)은 일치의 시대가 되겠고 삼국 위진남북조와 오대십국은 일란이 되겠다. 어지러운 시대라도 춘추전국시대는 문화와 사상이 만개한 이른바 백화만발 백가쟁명의 시절이니 오늘날에도 동주 열국지라는 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삼국지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중국 고사성어의 대부분이 여기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지러운 시기라도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란은 일치를 위한 준비와 충전의 전단계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관일 것이다.

조조를 일러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효웅이라 했듯이, 물론 시대가 영웅을 만들어 내겠지만 새 시대를 여는 것 또한 그 영웅이리라. 저자는 이른바 다섯종족 오랑캐(흉노, 선비, 저, 강, 갈족)가 중원을 섭렵한 이시대가 중국역사에서 폄하되고 소외된데 대하여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역사는 언제나 승리자의 편에서 기술되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오호를 비롯한 중국 주변민족들이 - 고구려와 발해를 포함하여 - 모두 그들의 문자를 가지고 있어 기록을 남겼다면 오늘날 중국역사해석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저자에 말에 십분 공감한다.

조조가 아방궁에 버금가는 궁전을 세웠으며, 화려 찬란하기가 당시 중국에서 으뜸이었다는 업도가 오늘날에는 한낱 옥수수밭으로 변해버려 흙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니...아! 진실로 상전벽해란 말이 옛시인의 허사만은 아니로고! 그 옛날 빛나던 영광과 번영의 도성이 이제는 아무런 흔적도 자취도 없이 먼지가 바람에 날려가듯,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삼국지 애독자의 한사람인 나로서도 실로 가슴아픈 일이다..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云云하는 두보의 시 '春望'과 '옛 궁궐터에는 보리만이 무성하고 벼와 기장도 기름졌구나...'하는 맥수지탄(麥秀之嘆)의 고사가 떠올라 허허로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인생도 무상하고 역사도 무상하다. 다만 먼지묻은 서책을 뒤적이며 쓸쓸히 옛 시절을 그리워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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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 함정임 유럽 예술 묘지 기행
함정임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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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도 여러 가지다. 장소로 말하자면 국내에서부터 해외까지, 주제별로 나누자면 미술, 음악, 문학, 영화에서부터 포도주 등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십 종은 될 것이다. 일전에 공지영이 수도원기행을 내었고 이제 함정임은 묘지기행을 출간했다.

'베네치아에서 비발디를 추억하며', '베네치아의 까페 플로리안으로 가자'가 그렇듯이 유럽묘지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도 온전히 베네치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 묘지기행은 파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베네치아에서는 토마스만의 소설 <베니스에서 죽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책을 처음 출간할 때 어떤 제목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문제도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의견과 판매실적을 고려하는 출판사 측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베네치아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매력이 있기때문에 제목으로 상재되었을 터이다.

폴 발레리, 폴 엘뤼아르, 사뮈엘 베케트,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짐모리슨.... 이런 사람들의 묘지를 순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 이제는 한 웅큼 흙으로 누워있는 유명인들의 무덤을 둘러본다고 해서 죽음이 극복되는 것도 온전히 이해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든 떠나는 발걸음에 굳이 이유와 목적을 붙일 필요는 없다.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고 쓰고 싶으면 쓰는 것이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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