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전 시대에는 저 마법사들이 우리의 검색엔진이었다. 사서는 지식의 수호자였고,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물어보면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주었다, 그것도 공짜로!
세상에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사서가 되고 싶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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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정식으로 소개하죠."
듀로프가 이미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제 이름은 듀로프, 인간의 자존감을 훔쳐온답니다."
순간 듀로프의 손이 파랗게 타올랐고, 세린의 가슴 부근에서 끝은 색깔의 무언가가 빠져나오더니 듀로프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럼 편히 쉬시길" - P257

펜트하우스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문 너머에는 휘황찬란한 보석들과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그곳에는 세린이 지금껏 보아온 구슬보다 더 많은 구슬들이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었다. 족장이 가볍게 손짓하자 그중 한 구슬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족장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족장은 그것을세린의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세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구슬이 신기해서도, 구슬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구슬이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세린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불행 전당포에 맡겼던 자신의 구슬이었다. 늘 지니고다녔던 꽃무늬 손수건이 여전히 구슬을 감싸고 있었다.
세린은 구슬에서 시선을 떼고 족장을 올려다보았다. 족장은 이미 세린의 눈빛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낸 듯한 얼굴이었다.
"자모드 라쿤트라."
"그것이 네가 방금 말한 소원이라고 하신다."
세린이 할 말을 잃고 멀뚱히 서 있자, 족장이 힘겹게 한 걸음을더 내디뎌 그녀에게 다가왔다. 족장은 구슬에 손을 올리고 여전히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작게 읊조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굳이 통역이 필요치 않았다.
그것은 세린에게 너무나 익숙한 말이었다. - P304

"드루 엡 줄라."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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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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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인간에게서 오래된 기억을 가져오는 바람에 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잖아. 난 아직도 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랑 걸음마 하던 때가 기억나는데 말이지."
보르도는 동생이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바보야, 그걸 남겨놓으면 인간이 아기를 낳아서 키울 것 같아?
내가 그나마 훔쳐오니까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결혼해서아기를 갖는 거지. 인간이 그렇게 계속 태어나야 우리도 꾸준히기억을 훔쳐 올 수 있는 거고."
보르모는 새삼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형이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이야?"
보르도는 콧구멍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코털을 잡아 뜯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인간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해. 우리가 아니었으면 인간은 진즉에 사라졌을걸?" - P205

도깨비는 조금 전보다는 화가 풀린 얼굴로 팔짱을 꼈다.
"물론 구슬이야 있지. 그전에 내 소개를 할 테니 잘 들어둬."
그는 크게 헛기침하며 먼저 목을 풀었다.
"우선 내 이름은 그롬 안토니오 발터락시옹 드 그레고리 3세야.
별로 길지 않은 이름이니까 꼭 외워두도록 해. 난 인간에게서 밤에 잠들려는 마음을 훔쳐오고 있어. 그로 인해 인간들이 불면증에 걸린다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중요한 건 그것들로 내 카지노가 24시간 운영된다는 점이야. 그리고 보다시피 난 누구보다 뛰어난 도깨비야. 초급 갬블링 대회에서 5년 연속 노력 상에, 주니어보디빌딩 대회에서 3년 연속 밝은 미소 상을 받았지. 그리고… 또 뭐가 있지, 프랭크?"
그러자 세린이 조금 전 보스로 오해했던 경호원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둘둘 말린 긴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다. 두루마리는 어찌나긴지 바닥에 닿아서도 한참이나 떼굴떼굴 굴러갔다.
"그롬 안토니오 발터락시옹 드 그레고리 3세님은 프로 발톱 다듬기 대회에서 새끼발가락 상을, 반찬 없이 맨밥 먹기 대회에서깨작깨작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손 안 대고 바지 입기대회와 머리 안 감고 오래 버티기 대회에서…."
"그만하면 됐어, 프랭크, 이정도면 아무리 멍청한 인간이라도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이해가 되었을 거야, 그렇지?"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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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들은 인간의 마음을 훔쳐 와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걸 훔치는지 자랑스럽게 덧붙이곤 하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걸 훔치지 못했어요. 알아요, 이런 제가 형편없어 보이겠죠?"
마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도깨비는 백 살이 넘으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이제 겨우 백두 살인데 말이죠."
마타는 티슈를 뽑더니 코를 팽하고 풀었다.
"저는 대체 어떤 걸 훔쳐야 할까요? 여기서 몇 년이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잘 모르겠어요. 다른 도깨비들이 훔쳐오지 않으면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훔쳐오고 싶어요."
도깨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세린을 올려다보았다. 세린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펜 끝을 잉크통에 담갔다가 뺐지만,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마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 꿈을 이뤘다고 하는 사람이 있죠? 사실 그건 저희 아버지가 그들에게서 포기하고 싶은마음을 훔쳐 왔기 때문이에요. 저희 아버지는 그걸로 올해의 도깨비 상을 무려 일곱 번이나 탔죠. 그의 반에 저는 아직도 이 모양이에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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